무룡관(武龍觀)
‘이제 마무리 할 시간인가…….’
진양은 가부좌를 틀며 운기조식에 들어섰다.
그의 변경된 하루의 마지막은 이 운기조식이다.
운기조식은 단순한 명상이 아니다. 내공을 쌓기도 하지만, 정신과 육체적인 피로도 약간 해결해준다.
특히 줄어든 수면 시간의 보충도 해주기 때문에 하루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해줘야만했다.
‘참, 신기해.’
배꼽 밑, 단전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무언가를 느끼며 진양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현대인이었던 시절, 기(氣)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설마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공 역시 존재 여부가 공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환생인지 아닌지 알게 모를 현상을 겪게 되니 무엇이든지 믿게 됐다. 게다가 단전에서 기의 존재가 명확히 느껴지니, 믿을 수밖에 없다.
‘기운이란 것은 만물(萬物)에 존재한다고 했지?’
현대인이 아니라, 진양의 기억에 의하면 스승에게 가르침이 떠올랐다.
“자고로 기(氣)라는 것은 세계다.”
“세계요?”
“아아. 이는 기(氣)가 모든 것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늘에도 땅에도, 동물에도, 인간에게도. 심지어 생명이 없는 초목이나 돌이나 모래에도 있단다.”
“헤에~.”
‘응? 그렇다면 왜 무당의 가르침 중에선 대자연에서만 기를 끌어와 단전에서 쌓으라 했을까?’
기는 천지만물에 다 존재한다.
하지만 소청기공을 배울 당시, 대자연에서 기를 가져와 단전에 쌓으려했다. 진양은 그걸 살짝 이해하지 못했다.
‘사부님의 말씀대로라면 오늘 내가 먹은 음식에도 기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난 운기조식 외에도 기를 섭취한 것이 아닐까?’
두근!
진양의 심장이 한 차례 크게 뛰었다.
‘맞아. 왜 내가 이걸 몰랐을까? 그래서 내공을 쌓는 속도가 느렸던 거야!’
말도 안 돼는 논리였다.
보통 무림인들은 음식엔 탁기(濁氣)가 있다 생각 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연 그대로의 풀이나 과일 등은 상관없지만, 인간이 조리하면 원래의 기가 흐려져 다른 종류의 기로 변하니까. 이런 상식 때문에 절대로 음식에 담긴 기를 흡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어린아이가 아닌 현대인으로서의 어른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이라면, 스승의 가르침에 단순하게 생각하며 아침마다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하는 운기조식이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인의 어른의 기억은 다르다.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 알고 있을까봐 생각하면서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하고, 고민한다.
‘아직 소화가 되지 않았으니 장에 남았을 거야. 그렇다면 얼른 빼내자!’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은 그가 무언가의 발견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조리된 음식에 탁기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무당의 음식은 대부분 조리하지 않아서 탁기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설사 조리한 것에서 탁기가 있어도 상관없었다.
순수하게 ‘기’를 원하는 순수한 열망. 그 열망 덕분인지 진양은 음식에서 탁한 부분을 제외하고 내공증진에 도움이 되는 기운을 뽑아낼 수 있었다.
‘좋아! 평소와 다르게 많이 들어오고 있어!’
진양이 옅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의 몸 안에선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그가 익히고 있던 소청기공이다.
소청기공은 아주 기초적인 심법. 기맥과 단전을 튼튼하게 해주고 넓히는 효과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깨달음 없이도 내공만 쌓아도 대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깨달음이 있다면?
보통 무당파의 무인들은 소청기공을 익히면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소청기공 자체가 아이 때 익히고 쉽게 대성할 수 있다 보니, 깨달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진양이 작지만 그래도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을 계단으로 삼아, 소청기공의 단계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일 년이 지났다. 진양은 아홉 살이 됐다.
그는 일 년 전에 세웠던 계획을 하루도 빠짐없이 실행했다. 덕분에 내공도 무공 수위도 일취월장하였다.
또한 그렇게나 소원했던 신장도 남들에 비해 많이 커졌다. 근골이 튼튼해져 남들보다 뛰어난 골격을 갖췄으며, 또한 기맥도 넓어지고 잘 단련 되 남들보다 앞선 육체를 가지게 됐다. 열심히 수련하던 소청기공 역시 대성이 코앞일 정도였다.
놀랍게도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진양이 지닌 내공은 무려 십 오년의 내공이었다.
그리고 요즈음 따라 신장이 부쩍 큰 진양을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확 컸다보니, 특이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늘름해 보이는구나.”
“응~? 양이가 원래 이렇게 컸나?”
제일 먼저 그 변화를 알아본 것은 당연하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인 스승과 사저였다.
그 밖의 인물은 글공부를 전담하는 선오였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신장 때문에 더더욱 눈에 띄어서 공부에 대한 질의도 굉장히 늘었다.
이 세 사람은 그냥 성장기다 하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지만, 무공 교관인 청우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근골이 다른 아이들보다 튼튼한 편이다. 하지만 하늘이 내렸다는 정도는 아니야.’
청우는 무공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장래성이 밝은 아이를 발견하는 임무도 겸사겸사 하고 있다.
‘내공도 이상하게 조금 많다. 하지만 아주 대단한 정도가 아니고…….’
범재(凡才) 정도는 넘는 수준이긴 했지만, 아주 크게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 한 청우는 좀 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여하튼간에 진양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변하건 말건 자신의 성장에 솔직히 기뻐하며 꾸준히 요가를 하고 식단을 신경써서 영양을 섭취했다.
사저와의 대련을 통해서 무공 수위를 높이고,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운기조식을 통해서 내공을 쌓았다.
* * *
“으음?”
청솔은 요즘 따라 부쩍 성장하는 막내 제자를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양아.”
“예, 사부님.”
아침의 담소 시간.
사제 간에 몇 되지 않는 시간에 청솔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잠시 내 옆에 와서 앉아 보거라.”
“옙.”
진양은 하늘같은 스승의 말에 쪼르르 다가와 청솔의 옆에 앉았다.
“잠시 맥을 봐야겠구나.”
청솔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진양은 아무런 의심 하나 하지 않고 오른쪽 손목을 내밀었다.
그리고 청솔은 제자의 맥을 짚고 깜짝 놀랐다.
‘이십년 분의 내공이다! 겨우 아홉 살인데 반 갑자에 가까운 내공이라고?’
- 작가의말
<무당전생>은 매일밤 11시경에 연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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