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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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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803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6.30 23:37
조회
228
추천
3
글자
12쪽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3)

DUMMY

비명이 쉴새 없이 들려오던 감옥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 포효는 감옥이 있는 건물이 지진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흔들리게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고, 그 포효를 들은 기가스들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게끔 하였다.


기가스들은 자신들의 접근이 금지된 건물에서 들려오는 포효에 왜 자신들이 이렇게 울부짖는지 알 수 없었다. 그 포효에 담긴 거대한 분노와 증오가 그들의 내면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고 있었고, 기가스들은 자신들의 심장이 빠르게 뛰게끔 자극하는 그 무언가를 바깥으로 배출해야만 했다.


거인들의 섬에서 전염병이 퍼지는 것처럼 기가스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더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윽고 섬 전역은 기가스들의 울부짖으므로 가득 차버렸다. 싸움하는 와중에도 그 울부짖음에 동참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먹이를 먹는 와중에도 그 울부짖음에 동참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흥미로운데···.”


기가스들의 접근이 금지된 또 다른 건물의 지하에서 ‘포르-나인’의 홀로그램 컴퓨터로 무언가를 작업 중이던 트레인은 갑자기 들려오는 기가스들의 울부짖음에 잠시 의식을 빼앗겼다. 기가스들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는 그들을 설계한 아담과 그의 마기인 레기온만이 아는 일이기에 섬 전역에 존재하는 기가스들이 왜 하나도 빠짐없이 울부짖고 있는지에 대해서 트레인은 알 길이 없었고, 짐작이 가는 일도 없었다.


그들의 이런 행동에 대한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트레인은 곧바로 기가스들의 행동에 대한 관심을 꺼버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홀로그램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트레인의 눈에 비치는 홀로그램 컴퓨터의 화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여대고 있었다.


“···시간 안에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트레인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기가스들이 울부짖는 것이 잦아들기 시작할 즈음. 그들을 울부짖게 한 포효가 들려오던 건물에서는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고요한 적막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건물은 흔들리고 있다는 착각과는 다르게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 건물에 존재하는 윤성을 가둔 감옥 역시 전과 다르지 않은 온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가 달랐다. 윤성을 가두고 그를 고문하는 공간인 감옥이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고문을 받은 윤성의 참혹한 모습뿐이었는데. 매일 새로운 시체에 가까운 윤성의 모습을 보여주던 감옥은 온통 붉은색의 피로 뒤덮여 있었고, 그 피가 감옥의 안을 모조리 장악하고 있었다.


찐득하게 흘러내리는 피들을 바라보면서 레기온은 황홀해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면 세계의 명소 중 하나에 이 감옥의 현재 모습을 등록하고 싶을 정도였다. 벅차오르는 감동에 레기온의 가슴이 떨려왔고,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마치 과자로 만든 집 같군요···. 너무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이런 감동과 환희. 그리고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에 옷을 입고 들어간다는 불경을 저지를 수 없었던 레기온은 나체의 상태로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윤성의 피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혀를 내밀어 떨어지는 피를 천천히 받아먹고 있었다.


“역시···. 역시 당신은 특별한 존재예요.”


윤성이 붙들려있던 실버리움 사슬의 근처로 다가가면서 레기온은 자신의 몸을 적시는 윤성의 피를 손으로 문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기온의 온몸은 윤성의 피로 장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감옥 안을 빠짐없이 장악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피와는 다르게 윤성의 몸은 감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기계에 의해서 온몸이 갈려 나간 윤성은 자신이 내뿜은 분노와 증오의 잔재만을 남기고 이제는 정말 죽음의 문을 넘어 안식의 땅으로 향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었는데도 살아있다니···.”


하지만 레기온은 그런 의견을 무시하는 것처럼 피의 웅덩이 속에서 윤성의 머리를 들려 올렸다. 자신이 내뿜은 피로 절여진 윤성의 머리는 이성을 잃는 최후의 순간까지 내뿜은 분노와 증오의 영향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 최후의 순간까지 분노와 증오를 담은 붉은 눈을 감지 않았었다.


머리만 남아있는데도 그가 살아있다고 확신하는 레기온은 분노와 증오를 남기고 있는 윤성의 머리를 자신의 품 안에 꼭 끌어안으면서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연인을 대하는 것처럼 윤성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의 입술을 탐하고, 그에게 붙어있는 피들을 게걸스럽게 핥아댔다. 그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뿌린 피를 단 한 방울도 남길 수 없다는 듯이 레기온은 한참 동안 감옥 안에 남아있었고, 자신의 혀로 감옥을 청소하고 있었다.


감옥 안에 뿌려진 윤성의 피와 몸 조각들이 모조리 레기온의 혀에 닿아 그의 몸속으로 사라져 갈 때 즈음. 레기온이 예상한 대로 윤성이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이 가루가 되었던 상황에서도 자신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윤성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회복력이 이렇게까지 뛰어나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린 몸에서도 죽음이 자신의 영혼을 가져가지 못하다니. 윤성은 저주를 퍼부었던 자신의 육체가 가진 회복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자신이 가진 회복력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잘 견뎌냈어요.”


게걸스럽게 윤성이 뿌린 피와 몸 조각들을 남김없이 핥아먹으면서 배를 채운 레기온은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면서 의식을 되찾은 윤성을 반겼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레기온을 보자마자 솟구쳐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가까스로 억제하면서 윤성은 레기온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가루가 되어버린 자신의 의식을 어떻게 회복시킨 것인지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성 자신이 가진 회복력이 이렇게까지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분명 저 쾌락을 갈망하는 악마가 무슨 짓을 한 것이리라. 그렇게 윤성은 생각했다.


“저는 당신의 몸을 분쇄기에 넣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배가 부르니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레기온이 대답했고, 이에 분노와 증오를 억누르지 못한 윤성이 몸을 일으키면서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윤성은 몸을 잠시도 가누지 못했다. 아직 그의 몸에 근육과 뼈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내 몸이 어떻게 된 거야?”


윤성이 몸을 일으키려 했던 과정에서 레기온이 세워놓았던 머리가 굴러떨어졌고, 윤성은 자신의 몸이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성은 자신이 어떻게 이런 몰골을 하고도 살아있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현재 윤성의 몸은 목 아래의 부분이 내장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펄떡거리면서 뛰는 심장과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는 대장 등이 그의 목 아래에서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어, 어떻게···.”


이런 몰골로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윤성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레기온은 윤성이 볼 수 있게끔 컴퓨터를 조작해 그에게 자신이 모아온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악랄했던 고문의 나날들이 윤성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되어 펼쳐졌다. 자신이 받았던 죽음에 가까운 고통 들이 다시금 그의 영혼과 정신을 자극해왔고, 윤성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내뿜고 싶었지만, 자신의 육체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도중이었기에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입으로만 자신의 분노를 내뿜을 수밖에 없었다.


“미치광이 같으니라고! 나에게 이 영상들을 보여주는 의도가 뭐냐?!”


레기온이 분쇄기라고 부른 기계에 잡아먹히던 순간에 품었던 분노와 증오를 영혼으로 기억하고 있던 윤성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붉은 눈을 불태웠고, 연신 배를 쓰다듬던 레기온은 아직 윤성이 분노와 증오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황홀해 하면서 입을 열었다.


“좋네요···. 당신의 그 분노. 나를 향한 증오. 너무나 절 짜릿하게 만들고 있어요.”


다시 쾌락에 사로잡힌 표정을 지으면서 레기온은 추하게 튀어나온 배를 힘겹게 움직이면서 윤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윤성이 분노와 함께 내뿜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작했다.


“내가 아버지께 받은 명령은 당신을 시험하는 거예요. 일단 나의 욕구도 채울 겸. 당신이 가진 최고의 능력인 회복력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했죠.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당신의 모습이에요. 당신은 몸이 가루가 되어도 머리만 온전하면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 같군요.”


레기온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윤성의 붉은 눈을 마주 보면서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면서 그를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하지만 희한하단 말이죠. 앞서 실험한 것 중. 당신의 뇌까지 날려버렸던 실험도 있었는데···. 하다못해 당신의 주요 장기들이 제구실을 못 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던 실험들에서도 당신은 살아남았어요. ···마치 죽음이라는 존재에게 미움을 받아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목 밑으로 척추를 비롯한 뼈들이 재생되기 시작한 윤성은 레기온을 방심시켜 회복된 자신의 손으로 이 악마의 목을 찢어버리겠다고 결심했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레기온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내가 가진 회복력의 약점은 없다는 소리군. ···내가 이 분노와 증오를 잊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너를 내 손으로 죽일 수 있겠어.”


시간을 벌려는 의도였지만, 레기온에게 말을 건다는 행위가 윤성이 가진 분노와 증오를 자극해버렸고, 윤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레기온에 대한 복수심을 내뿜어버렸다.


“아하하! 그것도 좋은데요? 당신이 내 목을 찢고, 그 피로 온몸을 물들일 생각을 하니···. 너무 흥분되는군요. 아하하!”


하지만 다행히 레기온은 윤성이 내뿜은 복수심에도 쾌락을 느꼈고, 윤성은 내심 이 악마가 가진 변태성에 감사했다. 그가 쾌락에 빠져있는 사이에 손을 회복시키기만 하면 바로 그의 목을 찢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 어느 쪽 손이든 회복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저 가느다란 목을 찢어버리고, 첫 번째 마기인 빈센트의 뒤를 따라가게 만들 수 있었다. 손. 이 손만 회복이 된다면.


“아주 여유롭군.”


윤성이 으르렁거리면서 말하자 레기온은 너무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절 절대로 죽일 수가 없으니까요.”

“호오. 아주 확신을 두고 말하는데? 날 움직이지도 못하게 붙들어놓고, 갖은 고문을 가한 녀석이 할 말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는데···.”

“그건 이런 거죠···.”


레기온은 윤성의 몸이 복구되어가는 과정을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고, 그만이 느끼는 그 황홀함에 취해있었다.


“제가 가지고 놀 장난감이 멋대로 움직이는 건 싫은 법이니까요.”

“···그래?”


자신을 장난감 취급하고 있는 레기온의 발언에 윤성은 나지막이 말 한마디를 중얼거린 후에 뼈와 근육이 형성된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레기온의 목을 한순간에 붙잡은 후에 말했다.


“그럼 어디 한 번 장난감한테 죽어봐라!”


그리고 윤성은 레기온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그의 목을 붙잡은 손에 현재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총동원했고, 결국 자신의 소원대로 악마의 목을 잡아 뜯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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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0) 17.07.25 214 3 13쪽
181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9) 17.07.22 263 3 13쪽
180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8) 17.07.20 2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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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6) 17.07.15 294 4 14쪽
177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5) 17.07.13 231 2 13쪽
176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4) 17.07.11 276 5 13쪽
»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3) 17.06.30 229 3 12쪽
174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2) 17.06.27 242 3 12쪽
173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 17.06.22 324 3 13쪽
172 3부 표류하는 군도 - prologue 17.06.20 235 4 11쪽
171 2부 감옥 도시 - epilogue 17.06.17 245 6 12쪽
170 2부 감옥 도시 - 탈옥 (20) 17.06.16 254 5 14쪽
169 2부 감옥 도시 - 탈옥 (19) 17.06.13 321 6 13쪽
168 2부 감옥 도시 - 탈옥 (18) 17.06.10 310 6 12쪽
167 2부 감옥 도시 - 탈옥 (17) 17.06.09 355 3 12쪽
166 2부 감옥 도시 - 탈옥 (16) 17.06.06 402 4 13쪽
165 2부 감옥 도시 - 탈옥 (15) 17.06.03 361 3 12쪽
164 2부 감옥 도시 - 탈옥 (14) 17.06.01 299 4 14쪽
163 2부 감옥 도시 - 탈옥 (13) 17.05.30 359 6 13쪽
162 2부 감옥 도시 - 탈옥 (12) 17.05.27 284 5 15쪽
16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1) 17.05.25 273 5 15쪽
160 2부 감옥 도시 - 탈옥 (10) 17.05.23 338 6 16쪽
159 2부 감옥 도시 - 탈옥 (9) 17.05.20 318 6 13쪽
158 2부 감옥 도시 - 탈옥 (8) 17.05.18 289 4 12쪽
157 2부 감옥 도시 - 탈옥 (7) 17.05.16 29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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