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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95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5.30 23:36
조회
358
추천
6
글자
13쪽

2부 감옥 도시 - 탈옥 (13)

DUMMY

“별로 놀라지는 않는군.”


윤성의 반응을 주시하던 트레인은 옅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고, 그런 트레인과는 반대로 윤성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아까 당신이 문신을 보여줬으니까. 당연히 놀라지 않을 수밖에.”

“아, 그랬지 참. 나이를 먹으니 깜빡깜빡하게 되는군.”


인형처럼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던 표정을 유지하던 것과는 반대로 자신이 호문클루스라는 걸 털어놓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정을 있는 대로 드러내고 있는 트레인의 모습에 윤성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치매라도 오신 건가? 조금 전과 너무나 다른데?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아.”

“하하하. 만들어진 지 오래된 호문클루스는 대부분이래. 기억과 인격을 전송받는다는 행위가 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 대부분 건망증이 심하지.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도 있고. 정신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거든. 하하하!”


윤성의 조롱을 듣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내면서 트레인이 다시 담배를 입에 물려고 하자. 윤성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그놈의 담배 좀 그만 피워!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놈의 담배 연기 때문에 눈과 코가 고통스러워 죽을 지경이야!”

“아, 미안하네.”


사과를 내뱉은 입과는 다르게 트레인은 근처를 불태우고 있는 불길에 담배를 가져다 대면서 불을 붙인 후에 바로 윤성을 향해 짙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


“불안해하면 줄담배를 피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야.”

“하. 불안하다? 왜? 그토록 충성을 바치던 그분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불안한가?”


서로 대면을 시작하고, 윤성이 이제까지 던졌던 조롱들에 의연하게 대처하던 트레인이 이번에 윤성이 던진 말에는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굳어지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넌 몰라. 그 악마가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아. 나도 당해봤으니까.”

“아니. 넌 몰라. 그 악마의 심경을 거슬리는 짓을 했다간···.”

“죽겠지. 그것 말고 뭐가 더 있나?”


처음으로 트레인과의 대화에서 우위를 점한 윤성은 트레인을 경멸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목숨이 아까워서. 죽는 게 두려워서 그 악마를 따르는 것 아닌가?”


트레인은 윤성의 조롱 섞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고, 반박하지도 못했다.


“하! 너도 다른 녀석들과 다를 바가 없군. ···으윽!”


윤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내뱉은 말을 들은 트레인은 얼굴에 노기를 띠면서 윤성을 짓누르고 있는 중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고, 이어서 윤성에게 경고했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러니까, 그 조롱을 내뱉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다. 네가 입을 열면 열수록 너만 손해야. 명심하도록 해.”


더욱 강하게 몸을 짓누르고 있는 중력 감옥 속에서 내장이 터질 것 같고, 뼈와 혈관이 짓뭉개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윤성은 트레인을 향한 분노와 증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그를 향한 투쟁심을 결코 꺾으려 들지 않았다.


“후우···. 그 악마가 너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구나.”


자신을 향한 투쟁심과 반발심을 꺾지 않는 윤성에게 졌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쉰 트레인은 더 이상은 윤성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에게 시선도 두지 않으면서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날 호문클루스로 만든 건 내가 빈센트와 친한 사이였고, 호문클루스를 만드는 실험에 동참했었기 때문이야. 기억과 인격을 전송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생체공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일이었거든. 그래서 빈센트는 나에게 협력을 구했고, 난 비공식적으로 그의 연구를 도왔지.”


잠시 그날의 추억에 젖었는지 트레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보여준 문신은 그냥 호문클루스를 구별하기 위해 새겨넣은 게 아니야. 이 문신이 있는 곳에는 뇌와 연결되는 칩이 심어져 있는데. 바로 그 칩이 기억과 인격을 전송받는 기능을 하지. 물론 이 칩이 부서진다고 호문클루스들이 기억과 인격을 잃는 일은 없어. 이건 그냥 기억과 인격을 전송받는 통로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거야.”


한참 호문클루스의 실험에 자신이 넣은 칩의 성능을 설명하던 트레인은 아차 싶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하···. 이것 참. 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군.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고 한 건 나였는데 말이야. 쯧.”


스스로에 대해 짜증이 났는지 트레인은 아직 반이 남아있는 담배를 떨어뜨려 신경질적으로 짓밟았다.


“미안하네. 서두르도록 하지. 이 불길이 다하기 전까지 이야기를 끝마쳐야 하니까. 흠! 흠!”


헛기침한 트레인은 타오르는 불길에 손을 가져다 쬐면서 말했다.


“그 실험에 참여했고, 빈센트와 유일하게 친했던 나는 그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리고 머지않아서 그가 빈센트가 아닌, 아담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지. 요즘 왜 이러냐고 말다툼을 하다가 그의 목에 새겨진 문신을 발견했거든···. 문제는 아담과 내가 가진 신체 능력이 성인과 갓난아기 수준이었다는 거였어···. 그는 망설임 없이 날 죽였고, 그대로 호문클루스에 내 기억과 인격을 전송시켰지···. 내가 바로 두 번째로 만들어진 호문클루스야.”


자신이 사망했던 그 날의 공포를 떠올린 것인지 트레인은 몸을 미세하게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그의 첫 번째 심복이 되었어. 그가 호문클루스에 어떤 조치를 해놓은 것인지. 난 그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지. 평상시에는 그와 사이가 틀어진 것처럼 앙숙인 모습을 연기했지만, 난 그의 야망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어. 호문클루스를 비롯한 모든 생체 실험에 필요한 장비나 프로그램을 그 악마에게 제공했지···.”


미세하게 몸을 떨던 트레인은 빈센트. 아니, 아담의 종으로써 살아왔던 그 시절에 대한 분노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그가 하나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어. 처음으로 호문클루스에 전송을 시도한 탓이었는지. 아니면 죽은 사람의 기억과 인격을 전송시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가 죽었을 때의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게 증오를 품고 있었지. ···하지만 난 그에게 결코 대항할 수 없었어.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었어. ···이 빌어먹을 고깃덩어리 인형에 갇힌 내 영혼은 악마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수밖에 없었어.”


이야기하는 트레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의 색은 붉었다. 트레인은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에 피눈물이 흐를 정도로 증오를 토해내고 있었다.


“너무나 저주스럽고, 굴욕적인 세월이었다. 나를 죽인 자의 수족이 되어서 그의 욕망을 채워주고 있던 꼴이라니···. 그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 있었기에 스스로 목숨조차 끊지 못하던···.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 감옥 생활이었다···.”


트레인은 자신의 몸을 주먹으로 치면서 말했다.


“이 저주스러운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진 감옥에 갇힌 채. 그의 노예로서만 살아가는 게 내게 남은 운명의 전부였어! 아무리 그 악마를 증오하고, 그 악마를 죽여버리고 싶은 갈망에 목이 말라 갈지라도! ···난 그에게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노예가 되어 그가 하라는 대로 몸을 움직여댔지. 그의 발바닥을 핥는 존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


입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울분을 토해내는 트레인의 모습에서 윤성은 과거의 자신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운명을 손에 쥐고, 그 사람의 운명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한 그 악마에게 농락당한 또 다른 인형. 그 인형이 지닌 분노와 증오를 보면서 윤성은 과거의 자신이 품었던 그 감정들을 직면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품은 자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가 되는지를 목격했다.


“···하지만 그 길고 긴 감옥 생활에 한 줄기 빛이 내리기 시작했지. 하하하!”


그리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대는 트레인의 모습에 분노와 증오가 불러온 광기에 사로잡힌 존재가 얼마나 섬뜩해질 수 있는지를 느꼈다.


“아까도 말했지? 그는 오래 살 수 없는 몸이었다고. 그는 자신의 몸이 붕괴되 가는 것을 느꼈고, 무척 원통해 했어.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갖은 방법을 써봐도 그의 육체가 붕괴되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언제나 피를 토해냈고, 고통스러워했지···. 결국, 그는 새로운 육체를 얻기로 결정했어. 하지만 생물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죽음에 직면한 고통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는 나에게 명령을 내렸어···. 자신을 기계로 만들어내라는 명령을···.”


자신의 감옥 생활에 일말의 자유가 내렸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트레인은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분노와 증오로 인해 머금은 피가 아직도 그의 입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모습은 이성을 잃은 괴물과 같았다.


“그때도 난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어. 그래서 그가 원하는 대로 기계로 된 육체를 그 악마에게 바쳤지. 호문클루스에 들어간 이 칩을 활용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어려울 것도 없었어···. 난 솔직히 그가 첨단 무기들이 장착된 기계의 몸을 원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는 반대였어. 그의 기억과 인격. 그리고 영혼을 담고 있는 기계의 몸은 숨기고, 네트워크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능력을 원했어. 처음에는 그가 왜 그런 육체를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는데···. 머지않아 알 수 있었지. 그 악마는 거대한 것을 계획하고 있었고,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 사람들을 훔쳐보고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한 거야···.”


입에 고여 있는 핏물을 ‘퉤’하고 뱉어내면서 트레인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알고 있었어. 자신이 기계의 몸으로 영혼을 옮긴 순간. 자신의 심복들이 배신할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악마의 예상대로 그가 호문클루스를 이용해 만든 심복들은 예전과 다리 그의 명령에 대항하지 못하는 노예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어. 그 악마는 자신의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 낸 나를 통해서 그것을 확인했지···. 기계의 육체를 얻은 그의 최초의 명령을 내가 거부할 수 있었거든···. 그건···. 그건 아주 간단한 명령이었어. 바로 기계가 된 자신을 직접 보고 싶다는 명령이었지···. 쉽게 말해서 그냥 거울을 가져오라는 아주 단순한 명령이었어.”


그에게 처음으로 반항할 수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황홀해 하던 트레인은 급격히 우울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그의 명령을 거부한 것은 처음 한 번뿐이었어. 그 뒤로도 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고, 그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하지만 예전보다 기분은 좋았어.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뒤에서 수를 쓰고 있는 것이 아주 재밌었거든!”


이번에는 마치 재밌는 것을 찾은 아이처럼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 노예였지만, 난 그를 죽이기 위해 많은 계획을 짜낼 수 있었어. 그리고 그것을 시행했지! 그리고 그 계획들 덕분에 이렇게 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어! 내가···.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바라왔는지 짐작이나 하겠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면서 트레인은 여전히 붉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윤성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내면서 영원히 다물어지지 않을 것 같은 입을 나불댔다.


“그의 가장 큰 비밀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만이 알고 있어···. 그리고 그 비밀을 너에게 말해줄 거야. ···왜 그게 너여야만 하는지는 듣고 나면 이해하게 될 거다. 후후후···.”


그 비밀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윤성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 비밀이라는 것이 빈센트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악마를 처단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짐작한 윤성은 여전히 붉은 눈으로 트레인을 노려보았고, 그가 어서 입을 열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트레인이 그 비밀을 떠벌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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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5) 17.07.13 231 2 13쪽
176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4) 17.07.11 276 5 13쪽
175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3) 17.06.30 228 3 12쪽
174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2) 17.06.27 242 3 12쪽
173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 17.06.22 324 3 13쪽
172 3부 표류하는 군도 - prologue 17.06.20 235 4 11쪽
171 2부 감옥 도시 - epilogue 17.06.17 245 6 12쪽
170 2부 감옥 도시 - 탈옥 (20) 17.06.16 254 5 14쪽
169 2부 감옥 도시 - 탈옥 (19) 17.06.13 321 6 13쪽
168 2부 감옥 도시 - 탈옥 (18) 17.06.10 310 6 12쪽
167 2부 감옥 도시 - 탈옥 (17) 17.06.09 355 3 12쪽
166 2부 감옥 도시 - 탈옥 (16) 17.06.06 402 4 13쪽
165 2부 감옥 도시 - 탈옥 (15) 17.06.03 361 3 12쪽
164 2부 감옥 도시 - 탈옥 (14) 17.06.01 299 4 14쪽
» 2부 감옥 도시 - 탈옥 (13) 17.05.30 359 6 13쪽
162 2부 감옥 도시 - 탈옥 (12) 17.05.27 284 5 15쪽
16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1) 17.05.25 273 5 15쪽
160 2부 감옥 도시 - 탈옥 (10) 17.05.23 338 6 16쪽
159 2부 감옥 도시 - 탈옥 (9) 17.05.20 318 6 13쪽
158 2부 감옥 도시 - 탈옥 (8) 17.05.18 289 4 12쪽
157 2부 감옥 도시 - 탈옥 (7) 17.05.16 294 4 12쪽
156 2부 감옥 도시 - 탈옥 (6) 17.05.13 31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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