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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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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60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6.20 23:00
조회
234
추천
4
글자
11쪽

3부 표류하는 군도 - prologue

DUMMY

왠지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알 수 없는 기계 장비들로 가득한 방의 풍경. 그리고 그 기계 장비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무언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느라 여념이 없는 듯 보였다.


이렇게 기계 장비로 가득한 방에 있던 것은 검은 성벽에서 처음으로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였지만, 이제는 머릿속에서 잊혀져 떠올리기 힘든 어릴 때의 기억 속에서도 자신은 분명 이런 방 안에서 살아왔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묶인 채로 말이지.’


윤성은 자신의 팔과 다리의 자유를 앗아가고 있는 은색의 두꺼운 사슬을 움직이면서 생각했다. 아직 윤성의 힘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사슬의 특성과는 다르게 윤성이 팔다리를 움직여도 은색의 사슬은 쩔그럭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아주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굳건히 윤성을 제압해놓고 있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사슬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냄새로 윤성은 이 사슬이 실버리움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바질리스크의 목덜미만큼이나 두꺼운 이 사슬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을 풀어놓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악마들이 꽤 비용이 들어가는 수단을 쓰고 있다는 것에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그만큼 당신을 대접해 드리고 있는 겁니다.”


한숨이 끝나자마자 마치 윤성이 입을 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레기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목소리였지만, 순수하게 목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닌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윤성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그곳에는 작은 스피커가 달려있었고, 스피커의 밑에는 찢긴 옷으로 만든 도화지에 피로 써내려간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앞을 봐요.’


윤성의 행동을 예상한 듯이 적어놓은 글귀에 윤성은 실소를 내뱉었다. 그 실소에 담긴 의미는 이런 행동이 웃긴다는 것이 아닌 아담이랑 관련된 자들은 왜 하나같이 멀쩡한 정신상태를 가지지 못한 것인지에 대한 한탄에 가까웠다.


“아. 웃었네요? 역시 당신과 저는 통하는 게 있어요.”


하지만 윤성이 자신의 장난 덕분에 웃은 것이라고 여긴 레기온이 기쁘다는 투로 말을 걸어왔고, 이에 윤성은 모든 것을 체념한 목소리로 레기온에게 말했다.


“지랄하고 있군.”


윤성의 대답에 레기온은 상처를 받은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신의 아픔을 노래했다.


“너무하시네요. 예전부터 당신을 봐왔고, 당신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는데···. 그런데 당신은 저를 외면하려고만 하네요···. 너무나 아프네요···. 너무나 아파요···. 아하하!”


제목을 알지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슬픔을 내비치던 레기온은 갑자기 눈을 번뜩 뜨면서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버튼을 손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윤성에게 연결된 실버리움 사슬을 통해서 강력한 전류가 흘러들어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극심한 고통에 윤성은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을 들은 레기온은 황홀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윤성에게 말했다.


“아무리 당신이 날 밀어내려고 해도 상관없어요. 난 이렇게 당신을 얻었어요. 세턴 시티에서 일을 열심히 한 포상으로 당신을 얻었다고요.”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윤성을 바라보면서 레기온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윤성에게 흘려보낸 전류의 강도를 높였다.


“아아아아아악!”


자연스럽게 윤성이 내지르는 비명의 강도가 더욱 커졌고, 이에 레기온은 손뼉을 쳐대면서 기뻐했다.


“아아아아! 너무나 듣기 좋은 소리여요. 더 들려주세요. 당신의 비명을 더 들려주세요! 더! 좀 더! 아아아아!”


윤성의 끊이지 않는 비명을 들으면서 레기온은 자신의 온몸을 손끝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윤성의 비명이 가져다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레기온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윤성의 입장에서는.


전류가 윤성을 관통하면서 고통을 안겨주던 시간이 끝난 것은 레기온이 쾌락의 절정을 다해 쾌락의 산물을 몸에서 쏟아내면서였다. 오랜 시간 동안에 전류에 고통을 받았던 윤성의 몸은 검게 타들어 갔었고, 몸의 군데군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으으으으···.”


너무나 극심한 고통에 윤성은 고문이 끝났음에도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죽음에 달하는 고통을 수도 없이 겪었던 윤성이었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하는 고통을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그건 아니었다. 예전에도 이런 식의 고문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윤성을 고문했던 대상은 현재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의 비명에 쾌락을 느끼고 있는 변태와 같은 동일인물이었다.


“···빈센···트···!”


잘 벌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면서 윤성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인물의 이름을 되새겼다. 그러자 자신이 내뱉은 쾌락의 산물을 입에 집어넣으면서 그 맛을 만끽하고 있던 레기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윤성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레기온이라니까요? 빈센트는 당신이 죽인 내 형의 이름이고요. 내 이름은 레기온이에요. 위대하신 아버지. 아담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죠.”

“···빈···센···아아아악!”


레기온의 말을 무시하면서 윤성은 다시금 증오의 대상인 빈센트의 이름을 되풀이하려 했지만, 레기온이 다시 윤성에게 전류를 흘려보내면서 윤성은 다시 한번 더 자신의 몸을 꿰뚫어 오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제대로 기억하세요! 내 이름은 빈센트가 아니에요! 내 이름은 레기온이에요! 레기온!”


화를 내면서 점점 더 윤성에게 흘려보내는 전기의 강도를 높이던 레기온은 윤성에게 경고했다.


“제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당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점점 더 커질 테니까!”


하지만 레기온의 경고에 윤성은 제대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현재 그에게 허락된 것은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고, 전류가 계속 그의 몸을 타고 돌면서 윤성의 안구가 터져나갔고, 내장을 비롯한 근육과 뼈도 타들어 갔다. 윤성은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고, 똥오줌조차 막을 수 없었다.


레기온이 화가 풀렸는지 전류를 차단하자 윤성은 온몸에서 피를 흘렸고, 몸에 남아 있던 오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살이 타는 냄새와 윤성의 몸에서 나온 오물들이 퍼트리는 냄새가 어우러져 지독한 악취를 뿜어댔지만, 레기온은 그 냄새를 맡으면서 황홀해 했다.


“으음. 아주 향긋한 냄새에요. 당신이 점점 더 좋아지는데요?”


하지만 윤성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레기온의 말에 대답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레기온의 말에 소름이 끼칠 수도 없었다. 현재 그는 너무나 큰 고통에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일말의 이성조차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윤성이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한 레기온은 윤성이 갇혀있는 감옥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고,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정신을 잃은 윤성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으면서 중얼거렸다.


“당신은 내 것이에요. 당신 혼자 도망칠 수도 없고, 당신을 구하러 올 사람들조차 없어요. 당신은 영원히···.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레기온은 윤성의 고개를 들어 전류로 타들어 간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말을 이었다.


“그딴 계집을 다시는 떠올리지 못하게 해줄게요. 기대해요. 우리에겐 시간이 많아요. 행복할 시간이 무한해요! ···물론 내가 행복할 시간이겠지만! 아하하!”


레기온은 광기가 가득한 웃음을 토해냈다. 쾌락과 흥분에 젖은 그 웃음은 감옥이 있는 건물의 바깥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기가스들을 몸서리치게 할 정도로 섬뜩했다.


그리고 섬의 한 공간에서 그런 레기온의 행동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그는 거대한 원통에 둘러싸인 왕좌에서 나타난 화면을 통해 레기온이 윤성에게 하는 행동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레기온의 잔혹하고, 변태적인 행동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이 기계음이 섞인 갈라지는 목소리로 그는 중얼거렸다.


“레기온이 맡은 실험 쪽은 이제야 시작되었군.”


그리고 왕좌에 앉은 그의 앞에는 로드 트레인이 머리를 들지 못한 채로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뭔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트레인. 나의 오랜 친구여. 네가 맡은 일은 아직 멀었나?”

“고, 곧 끝날 겁니다. 저의 위대하신 주인이시여.”


왕좌에 앉은 이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질문을 던지자 트레인은 급히 몸을 숙이면서 일의 진행 상황을 털어놓았고, 트레인이 주인이라고 부른 인물은 천천히 금속으로 된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여전히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온 일이네. 나의 오랜 친구여.”


왕좌에 앉은 인물의 경고가 담긴 말에 트레인은 쉴 틈도 없이 부랴부랴 손을 놀리기 시작했고, 짧은 시간이 흐른 뒤에 트레인은 숨을 헐떡이면서 자신의 주인에게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다··· 다 됐습니다. 주인이시여. 이, 이걸 보시죠.”


숨을 헐떡이면서 트레인은 키보드를 하도 두들겨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왕좌에 앉은 자신의 주인에게 한 화면을 보여주었고, 그 화면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왕좌에 앉은 이는 처음으로 감정이 느껴지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마침내···.”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듯이 기계로 된 양팔을 벌리면서 왕좌에 앉은 이는 환희에 젖었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트레인은 벌벌 떨면서 자신의 주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이룩한 이 모든 성과를 자신의 주인이 만족하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어, 어떠십니까? 저의 주인이신 아담님이시여.”


하지만 트레인의 주인인 아담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노고를 위로하는 말도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말도 전혀 없었다. 오로지 아담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기계의 몸이 된 후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에 도취해 있었다.


아담의 왕좌를 보호하고 있는 원통에서 비치고 있는 광경은 마치 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거대한 도시들이 섬이 되어 모여들고 있었고, 서로를 연결하면서 바다 위로 대량의 흙과 모래. 그리고 바위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서로 연결되면서 생긴 압력과 충격으로 땅들이 갈라지고 있었고, 각각의 도시마다 존재하고 있는 기가스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 연결되어 하나가 된 여섯 개의 도시들은 거대한 군도를 형성해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군도는 마치 거대한 배인 것처럼 바다 위를 떠다니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담의 오랜 꿈이자 목표였던 자신만의 나라. 기가스의 섬이 완성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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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3) 17.08.03 236 3 13쪽
184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2) 17.08.01 226 4 12쪽
183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1) 17.07.29 200 5 14쪽
182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0) 17.07.25 213 3 13쪽
181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9) 17.07.22 262 3 13쪽
180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8) 17.07.20 241 3 13쪽
179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7) 17.07.18 240 3 14쪽
178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6) 17.07.15 294 4 14쪽
177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5) 17.07.13 231 2 13쪽
176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4) 17.07.11 275 5 13쪽
175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3) 17.06.30 228 3 12쪽
174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2) 17.06.27 242 3 12쪽
173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1) 17.06.22 324 3 13쪽
» 3부 표류하는 군도 - prologue 17.06.20 235 4 11쪽
171 2부 감옥 도시 - epilogue 17.06.17 244 6 12쪽
170 2부 감옥 도시 - 탈옥 (20) 17.06.16 254 5 14쪽
169 2부 감옥 도시 - 탈옥 (19) 17.06.13 321 6 13쪽
168 2부 감옥 도시 - 탈옥 (18) 17.06.10 310 6 12쪽
167 2부 감옥 도시 - 탈옥 (17) 17.06.09 354 3 12쪽
166 2부 감옥 도시 - 탈옥 (16) 17.06.06 401 4 13쪽
165 2부 감옥 도시 - 탈옥 (15) 17.06.03 361 3 12쪽
164 2부 감옥 도시 - 탈옥 (14) 17.06.01 299 4 14쪽
163 2부 감옥 도시 - 탈옥 (13) 17.05.30 358 6 13쪽
162 2부 감옥 도시 - 탈옥 (12) 17.05.27 284 5 15쪽
161 2부 감옥 도시 - 탈옥 (11) 17.05.25 273 5 15쪽
160 2부 감옥 도시 - 탈옥 (10) 17.05.23 338 6 16쪽
159 2부 감옥 도시 - 탈옥 (9) 17.05.20 318 6 13쪽
158 2부 감옥 도시 - 탈옥 (8) 17.05.18 289 4 12쪽
157 2부 감옥 도시 - 탈옥 (7) 17.05.16 294 4 12쪽
156 2부 감옥 도시 - 탈옥 (6) 17.05.13 31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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