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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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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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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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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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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6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5-

DUMMY

로렐라이의 지하시설은 춘향이나 이졸데에 비해 두 배가량 거대했다.


아크의 규모에 따라 지하설비의 넓이도 비례하는 듯했다.

구조는 대체적으로 원자력발전소와 흡사했다. 이 정도 넓이의 시설이 도시 아래에 있다니. 싱크홀은 안 생기나?


“하여간 신기하다니까.”


아속아구의 소설 속에 들어와서 매번 느끼는 건데 프론테라의 과학력은 정말이지 불가사의했다. 오히려 마법이 신기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트윈즈 단 둘이서 이런 거대 시설을 돌리고 있었다니. 달래 미지의 시설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후우···.”


성운은 호흡을 고르며 가볍게 달렸다.

가볍게 달리는 것 치고는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파이프라인과 정체불명의 탱크 등이 휙휙 지나갔다. 다리에 힘을 주니 철제바닥이 움푹 들어가며 발자국이 남았다.


-탕탕탕탕!


총성은 훨씬 가까워졌다. 비릿한 피 냄새와 매캐한 화약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성운은 속도를 줄였다.


‘이 부근이네.’


성운은 몸을 낮게 숙이며 발소리를 죽였다. 새결은 전투의 프로다. 어설프게 기척을 숨겼다가는 들킨다.

성운은 코너에서 머리를 살짝 빼서 상황을 엿봤다. 저 멀리 새결과 바닥에 쓰러진 한 남성이 보였다.


“카흑··· 크으으으···.”


남성은 구정물 같은 녹색 체액을 질질 흘리며 가래 끓는 신음소리를 냈다.

당연히 ‘사람’이 아니다. ‘패러좀’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어깨와 등에 돋아난 괴상한 각질이다. 두터운 각질은 갑각류인 ‘따개비’와 닮았다. 마치 등에 거대한 따개비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성 패러좀은 잔뜩 헤지고 찢겨진 옷 사이로 드러난 살점은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머리가죽도 반쯤 벗겨져서 두개골이 흉측하게 드러나 있었다.


-철컥


새결이 소총의 총구를 바닥에 쓰러진 패러좀의 머리에 들이댔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발사된 총알이 패러좀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썩은 머리통이 깨지면서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본체는 등에 달라붙은 패러사이트이지만 사람의 뇌를 파괴해도 행동을 멈춘다. 패러좀은 머리가 깨지며 완전히 행동을 멈췄다.

새결은 무표정을 유지했지만, 성운은 표정관리가 힘들었다.


“우윽···.”


성운은 자기도 모르게 황급히 입을 손으로 가리며 구역질을 억눌렀다.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가차 없이 죽이다니. 윤혁은 오랜만에 자신이 원래 평범한 삼십대 아저씨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살벌하네.’


주변을 살펴보니 성운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크게 한바탕을 한 모양새였다. 여기저기에 패러좀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못해도 열 마리 이상이다.

패러좀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거나 순식간에 무리를 불러와서 둘러싸는 인해전술적인 측면이 강한 괴물이었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소울류 게임 속 뉴비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인해전술 잡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뭉치면 강하고 흩어지면 약한 타입이다.

아마 성운이었으면 점프스케어 호러영화 놀래서 비명을 지르는 영화관 관객 마냥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찰칵 척


새결은 빠르게 총의 탄창을 확인하고 재장전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총화기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새결의 손놀림은 도저히 주니어에 불과한 애송이 학생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새결은 빠르게 정비를 가다듬고 다시 발걸음을 움직였다. 성운의 기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성운도 새결과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쫓았다.

새결은 탄약과 힘을 아끼기 위해 더욱 철저하게 주변을 경계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간간히 죽은 듯 쓰러져 있던 패러좀이 새결의 기척을 느끼고 덤벼들었다. 그럴 때마다 새결은 당황하지 않고 순식간에 제압했다.

넓은 통로를 두 번 정도 통과하고, 기다란 다리가 놓인 공동에 도착했다.


-후우웅 후우웅 후우웅


아래로 내려다보니 거대한 터빈 수십 대가 보였다. 대부분 팬이 돌아가지 않았고 두어 개만 느릿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새결이 통과하는 것과 닮은 다리가 거미줄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못해도 4층은 돼 보였다.


“응?”


성운은 온 정신을 새결에게 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희멀건 형체가 휙 하고 스쳐지나갔다.

그것도 새결이 바라보고 있는 건너편 쪽이다. 그러면 새결이 반응할 법 한데 보지 못한 것 마냥 지나쳤다.


‘절대 못 봤을리 없는데.’


성운이 최대한 거리를 벌려서 발걸음을 죽이고 쫒는데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던 새결이다. 그런 그가 눈앞에 무언가 지나갔는데 못 알아챘다고?


“어?”


성운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이 옆 건너편에 놓인 다리에 희미한 형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확실히 보였다.


어린 소년이다.

이런 곳에 아이가 돌아다닌다고? 성운은 눈을 비볐다.


“유, 유령?”


그것 외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정확하게 보였다. 성운은 아이와 눈을 딱 마주쳤다.

소년은 성운을 향해 손짓했다.


“어우.”


성운은 흠칫해서 뒷걸음질 쳤다. 귀신은 질색이다. 지구에 있을 때도 호러영화는 질색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뛰어가서 앞서 가는 새결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잠깐.


놀란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자세히 보니 어딘가 친숙한 모습이다.

나이는 약 7세 정도. 짧은 멜빵 가죽 반바지에 하얀 셔츠. 머리에는 깃털이 꽂힌 중절모. 레더호젠(Leaderhosen)이라고 불리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입는 전통복 차림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성운도 모르지만 지구촌 다큐멘터리 같은 곳에서 종종 봤던 것 같았다. 분명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패스티벌이었나.

어린아이가 해당 아크의 문화에 맞는 전통복을 입는다? 그것도 지하시설에서?

이건 빼박 트윈즈다.

성운은 눈에 힘을 주고 트윈즈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형체를 노려봤다. 어디 한번 뭐라고 분석하나 보자.


[대상 분석 중···]

[간섭입자]

[엑토플라즘]

[수증기]



트윈즈의 형태를 이룬 것은 일종의 간섭입자이자 엑토플라즘이자 수증기 등등. 그러니까···


“으엑, 유령이잖아.”


유령 트윈즈라니.

하기사 초능력이나 마법인 간섭력이 쏘아지고 빌딩만한 괴물이 부유도시를 박살내는데 유령 하나쯤 있을 법 하지.

그래도 그러면 장르가 좀 달라지잖아! 이렇게 갑자기 심령 호러로 바뀐다고?

떨떠름한 성운은 두 눈에 힘을 주고 유령 트윈즈를 자세히 살펴봤다.


트윈즈는 성운을 무감정한 눈으로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몇 번 더 젖더니 사라졌다.


께름칙하다. 무지막지하게.

도대체 왜 새결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만 보일까.


“어쩌지.”


성운은 멈춰 서서 고민에 빠졌다.

새결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착실하게 샤쇠르를 찾기 위해 로렐라이 지하시설을 돌파 중이었다.

새결을 추적하는 것은 급할 것이 없었다. 패러좀 따위에게 당할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아직 위험한 순간도 아니다. 그것보다 지금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벤트가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트윈즈의 유령이 쵸즌에게만 보이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성운은 바닥에서 한번 뛰어 오르는 것으로 트윈즈 유령이 있던 다리에 올라섰다. 트윈즈 유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건너편에 서 있었다.

유령은 다시 보일 듯 말 듯 손을 젓고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명백히 따라오라는 제스쳐다.


“뭐 좋아. 한번 속아주마.”


성운은 설령 함정이더라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유령이라고 해봐야 무해한 간섭입자 덩어리일 뿐이다. 게다가 왠지 유해한 존재인 것 같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봤던 모든 트윈즈들은 그랬다. 분명 유령이 되면서까지 전달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윤혁이 모르는 아속아구 이야기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많아.’


식인아귀호에서 승조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비록 아속아구 소설의 결말까지 읽었어도 이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성운은 유령 트윈즈가 사라진 방향을 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 # #


새결은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을 뒤따라오던 기척이 사라진 것을 감지했다.


기생체 패러사이트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큰 무언가였다. 마치 야생짐승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로렐라이에서 처음 마주친 기생체 패러사이트만 해도 굉장한 놀라움이었다. 오딜리에가 설명하기 어려워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오딜리에의 힘이라면 이런 괴물쯤 해치우는데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그녀가 고생했다는 것의 정체는 자신을 쫓던 ‘그것’이 분명했다.


“후우···.”


새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은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탄약은 한정적이고 회귀한 몸의 간섭력도 미약했다. 만약 덤벼들었다면 목숨을 걸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적을 멈춰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결은 기다란 다리를 지나 다시 좁은 통로로 들어왔다. 그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냈다.

얼핏 보면 쇠조각에 불과한 장식이 목걸이에 걸려 있었다. 쇠조각의 정체는 리빙메탈. 어머니가 남겨준 유일한 유품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의 무기. 샤쇠르의 조각이기도 했다. 다미앙은 히에로펀트와 결전을 벌이기 전 검의 조각을 어머니에게 남겼다.

이 리빙메탈 조각은 샤쇠르와 가까워질수록 진동과 온기를 뿜어냈다.


샤쇠르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크의 챔버에는 몇 번이고 드나든 적이 있었다. 구조상 새결은 중심부에 가까워져 있었다.


-철컥


새결은 새로운 탄창으로 갈아 끼우며 앞으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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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3- +1 21.11.29 357 11 15쪽
31 30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21.11.27 354 13 9쪽
30 29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1- +3 21.11.26 371 13 9쪽
29 28화. 그들이 사는 세계 -2- 21.11.25 379 9 10쪽
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3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5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3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3 14 10쪽
24 23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1- +4 21.11.18 390 11 9쪽
23 22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5- 21.11.17 386 12 7쪽
22 21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4- +3 21.11.16 389 13 10쪽
21 20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3- 21.11.15 390 13 10쪽
20 19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2- 21.11.13 414 11 13쪽
19 18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1- +1 21.11.12 457 14 13쪽
18 17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6- +2 21.11.11 469 13 11쪽
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8 16 8쪽
16 15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4- 21.11.08 481 13 9쪽
15 14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3- 21.11.06 49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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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1- +1 21.11.04 578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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