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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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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53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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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08.07 09:03
조회
2,870
추천
40
글자
12쪽

"봉인"

DUMMY

"우선 제몬드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가정하고 그와의 대화로 미루어보면 어떠한 마술이 사용되었는지는 몰라도 마을에 벌어지는 기현상은 제몬드의 능력은 맞지만, 그의 능력을 통해 마술을 부린 마술사는 따로 있는 듯해 보였어. 이오나, 이게 이론적으로 가능한 내용이야?"

“이 기현상에 사용된 것이 전부 마법이나 마술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마법과 마술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마나로 새겨진 룬어를 통해 발현되기에 타인의 능력을 빌려온다는 게 아무 의미 없어요, 빌려올 바에야 그냥 자신이 룬어를 그려 발현하면 그만이니까요.”


“음... 그럼 제몬드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한 건가?”

“그건 아닐 거예요, 제몬드는 마족이고 우리에게 행한 것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그러한 룬어는 못 들어 봤어요, 마나의 유동 또한 그의 몸 안쪽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달랐고요. 제 생각에는 그가 마법이나 마술이 아닌 주술과 비슷한 이능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만약 그렇다면 타인의 능력을 빌려 쓴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나는 그의 모호한 대답 속에 알아낸 사실들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제몬드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지는 다시 한번 확인이 필요했다.


확실히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 가진 지식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여태껏 몰랐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이오나의 말대로라면 단순히 마법과 마술은 타인의 능력을 빌리는 게 무의미하다 했다. 타인의 마법과 마술을 강제로 사용시킬 필요 없이 자신이 바로 사용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오나는 제몬드의 능력에서 특이점을 발견했었다. 바로 그의 능력의 원천이 자연의 마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재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마족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전란의 시대 이후 많은 기록이 지워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견 덕분에 마족들은 능력의 발현이 자연의 마나가 아닌 마치 주술처럼 자신 체내에 있는 기운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렇다면 방법이야 어떻든 간에 타인의 능력을 강제로 사용하게 만드는 게 유의미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 나도 문득 예전 황실 도서관에서 보았던 오래된 문헌에 짤막하게 기록된 내용이 떠올랐다.


전란의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마법과 마술의 개념은 없었다. 지금의 인간이 사용하는 마법과 마술의 기원은 바로 인간이 가장 두려워했던 마족들의 이능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마왕의 토벌 이후 마족들의 이능을 두려워했던 인간은 그들의 능력의 기원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거듭했던 것이고 자연의 마나와, 고대의 룬어를 통해 지금의 마법과 마술이 탄생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조사와 연구의 결과 끝에 다다른 또 하나의 결론이 바로 이형의 신체를 지닌 자들이 발현하는 ‘주술’이었고, 마족들의 이능은 이 주술에 가깝다는 내용이었다.


정리하자면 그녀의 말과 내가 옛 문헌에서 본 것처럼 마족의 능력이 인간의 주술과 비슷한 범주에 속한다면, 마법과 마술과는 달리 술자의 염원을 끌어내는 주술처럼, 타인이 강제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누군가 제몬드의 능력을 강제로 사용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맞는다는 것이다.


"그럼 제몬드의 말이 사실이라 가정하면 시술자는 분명히 따로 있겠군. 그럼 자신의 마나로 행해진 마술이나, 자신이 발현한 이능이 아니라 지금은 풀 수 없다는 그의 말은?"

“그것도 맞는 이야기 일거에요, 마술을 파훼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요. 해당 주문에 대한 룬어를 알고 있는지, 아니면 발현된 마나를 거두어들이던지. 아까 본 것처럼 그가 봉인되어 통제된 상태라면 자신의 마나를 회수할 수 없는 한 풀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진짜일 확률이 높아요.”


비로소 퍼즐의 어느 정도 짜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제몬드의 말처럼 자기 능력임에도 자신이 풀 수 없다는 말 또한 진실이었다.


이오나의 말처럼 제몬드는 더미를 만들거나, 우리의 모습을 숨겨주는 능력을 사용할 때 굉장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 말인즉, 자기 능력을 사용하는데 굉장히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통해 강제로 행해진 능력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맞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제몬드를 끌고 온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것은 제몬드 또한 명확히 알지 못하는 듯했어. 제몬드는 이들의 복장과 행동을 보아 그저 '광신도'라 짐작할 뿐 정말로 정체는 모르는 듯했어. 만약 정체를 알았다면 통제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그들의 정체를 우리에게 알리려 했을 거야."

"광신도라 지칭하는 것을 보면 시에몬 왕국 쪽이 아닐까요?"


"그것만 가지고 단정할 순 없어, 시에몬 왕국이 신을 숭배한다 해도 제몬드 같은 존재를 봉인할만한 마법이나 마술적 능력을 갖춘 자를 마탑 몰래 키워냈다고 보긴 어려워. 게다가 마탑에 관련된 인물이라면 저만한 존재를 봉인할 능력을 갖춘 자를 이오나가 모를 리도 없지."

"그건 또 그렇네요."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지만 흰 로브를 입은 사람들의 정체에 관해서는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그저 마을 사람들이 언급한 '데카 톤' 이라는 자와 연관이 있다는 것뿐. 우리는 제몬드가 말한 광신도라는 표현 하나로 시에몬 왕국을 의심할 수도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말한 것처럼 시에몬 왕국 또한 대륙에서 마탑마냥 폐쇄적으로 유명한 왕국이긴 하나, 국경을 봉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제국과 다른 왕국들과 교류가 있었고 그런 그들이 마탑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그것도 인접 국가에 전혀 들키지 않고 이런 고위 마술사를 키워 냈다고 보기 어려웠다.


또한 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마탑 소속이거나 마탑과 관련이 있다면 이 정도 고위 마술을 행하는 자를 수습 마녀인 그녀나 마탑주가 모를 리 없었다.


"백작님, 그의 바람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직 고민 중이야. 우리는 아직 모르는 정보가 너무 많아, 그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아. 이오나, 혹시 우리가 제몬드를 죽이면 마술이 풀릴까?"


"확실하진 않아도 아마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간 풀릴 거예요. 일반적인 마술이라면 제가 결계를 수복한 것처럼 자연의 마나를 불어넣고 룬어를 다시 배열하면 계속 유지되겠지만. 마을에 행해진 마술이 그자의 마나를 통해서 사용된 거라면 그가 죽으면 아마 수복은 어려울 거예요."


내가 생각에 잠기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알프가 나의 결정을 물어왔다. 여태까지의 이야기로 확인된 것은 제몬드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의 자유로 봉인을 풀거나 죽음을 바란다는 것 또한 진심이란 이야기였다. 그의 죽음과 봉인을 푸는 것 단연 쉬운 길은 정해져 있지만 속단할 수는 없었다.


제몬드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고는 하더라도 우리는 아직 제몬드에 대해 마족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혹시나 해 물은 나의 질문에 이오나는 속 시원히 대답해 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제몬드의 염원대로 우리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제몬드를 죽이거나, 봉인자를 죽이거나. 쉬운 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만 나는 선택을 망설였다. 적어도 제몬드의 말처럼 그를 만나 한 번은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다들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듯하니 내일 다시 동굴에 들어가기 전까지 각자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결정은 내일 제몬드와 다시 이야기를 나눈 뒤 해도 늦지 않아."


나의 말과 함께 우리는 언덕에서 각자 생각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동굴에서 나와 시간이 꽤 지났지만 다들 머릿속이 복잡한지 뒤척이는 소리가 지속해서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다들 쉬이 잠들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가 지며 동굴에서 사람들이 나와 마을로 향했고, 이제는 익숙한 어제 그제와 같이 반복되는 모습들이 보여졌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동굴로 걸음을 옮겼다. 세 번째의 방문은 우리의 속도를 더욱 높여 주었고 우리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제몬드의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왔는가 그대들, 결정은 했는가?"

"몇 가지만 더 묻겠소, 우선 봉인을 푸는 방법을 말해 주시오."


"흐음, 어려운 길을 택하려 하는가. 간단하네, 나를 매개로 그대들의 표현대로 마술을 발현하고 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봉인의 매개체를 부수면 되네."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 제몬드는 마치 오랜 친구라도 대하는 양 우리는 맞이했다. 나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에 그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제몬드는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내가 봉인에 관해 묻자 의아함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며 봉인을 푸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었다.


"제몬드, 그대는 죽음이 두렵지 않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오?"

"하하하하하, 내 그대들에게 실수한 게 있군. 마족에게는 당연한 상식이라 그대들을 배려하지 못했어. 그대들은 모르겠지만, 죽음은 끝이 아닐세. 아니지, 그대들과는 다르니 마족에게 있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말해야 하겠군."


"죽음이 끝이 아니라니?"


나는 죽음이라는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제몬드에게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 내 질문이 끝나자 제몬드는 잠시간 의아한 표정을 짓다 말고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마족의 죽음은 끝이 아닐세, 생은 이어지고 그저 현재의 육신만 사라질 뿐. 내가 죽음으로써 이곳의 제몬드 공은 사라지지만 내 세계, 그대들이 부르는 마계에서 나는 새로운 제몬드 공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네.”


그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문득 마족들이 나처럼 환생을 경험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환생과는 달랐다.


제몬드의 이야기를 듣자 그가 왜 이름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족들에게 있어 육신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었다.


인간이 말하는 영혼처럼 그들의 본체는 유지되고 이곳에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기에 죽음에 덤덤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렇다 보니,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이름’이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해 보였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소,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소. 시술자가 가지고 있다는 봉인의 매개체를 우리가 소지하게 된다면, 그대에 대한 구속력은 우리가 지니게 되는 건가?"

"그런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라네, 적어도 봉인이 풀렸을 때의 나의 분노를 피하고 싶다면 말일세. 그대의 질문에 답하자면 맞네, 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대들은 밖의 저들과 다르기에 확신할 수 없지만, 봉인의 매개체를 가지고 있는 자가 나에 대한 구속력과 강제력을 지니게 되네."


나는 잠시간 혼란스러운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하였다. 과연 그 봉인의 매개체를 부수지 않고 우리가 취하게 된다면 과연 구속력은 우리에게 이전이 되는가?


내 질문을 듣자마자 그는 여태껏 처참한 행색과는 상반되게 웃으며 대했던 태도에서 돌변하며 싸늘한 살기가 돌 정도로 냉담한 태도로 답해 주었다.


오죽 내 질문에 나를 향한 그의 살기가 강했으면 알프 또한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립을 쥐고 있었다.


아마 내가 사전에 알프와 이오나에게 그와 나의 대화에 대응하지 말라는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그에게 휘둘렀을 기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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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인" +2 23.08.07 2,871 40 12쪽
48 "제몬드" 23.08.06 2,875 45 13쪽
47 "문 뒤" +5 23.08.05 2,926 41 14쪽
46 "동굴의 비밀" +4 23.08.04 3,030 46 14쪽
45 "수상한 동굴" +2 23.08.03 3,041 50 12쪽
44 "마을조사" +5 23.08.02 3,140 50 15쪽
43 "마탑주의 의뢰" 23.08.01 3,121 50 12쪽
42 "잉게리움" 23.07.31 3,211 46 13쪽
41 "마탑으로" +2 23.07.30 3,289 48 12쪽
40 "영지의 발전, 그리고?" +6 23.07.29 3,388 46 13쪽
39 "스위든 백작" +3 23.07.28 3,295 49 13쪽
38 "모여드는 사람들" 23.07.27 3,318 47 13쪽
37 "미래를위한계획" +2 23.07.26 3,443 50 13쪽
36 "전쟁의 의미" +4 23.07.25 3,470 53 14쪽
35 "완벽한 승리" 23.07.24 3,451 51 12쪽
34 "기습 공격" +2 23.07.23 3,453 49 16쪽
33 "용병 모르단" +3 23.07.22 3,512 47 15쪽
32 "습격자의정체" +1 23.07.21 3,523 47 15쪽
31 "한밤의 습격자" +4 23.07.20 3,631 54 13쪽
30 "흑색 봉투의 서신" 23.07.19 3,777 50 14쪽
29 "정혼자" +2 23.07.18 3,957 48 16쪽
28 "카렌의 눈물" 23.07.17 3,863 52 13쪽
27 "레이디 카렌" 23.07.16 4,027 54 12쪽
26 "오랜 친구" 23.07.15 4,137 58 12쪽
25 "황제" +4 23.07.14 4,286 55 12쪽
24 "마도공학" +2 23.07.13 4,291 55 12쪽
23 "아티팩트" 23.07.12 4,363 59 11쪽
22 "마법용품점" +1 23.07.11 4,550 57 12쪽
21 "미친 난쟁이" +2 23.07.11 4,680 56 12쪽
20 "맥주는 역시" 23.07.10 5,302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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