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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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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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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기

DUMMY

늦가을의 해가 창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때쯤 치료실을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달려드는 사람들.


“몇 군데 전화가 왔습니다.”

가장 먼저 이수정이다.


“어딘데요?”


“일단 국장에게서 몇 번인가 전화가 왔는데 여전히 상황을 인질범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우디 대사관에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왕자의 신변은 안전하다고 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웅이는?”


“일단 좀 전에 사우디 대사관에서 한국 정부에 경고를 했어.

무력진압을 하다가 왕세자의 신변에 자그마한 문제라도 생기면 사우디 정부는 그 책임을 오로지 한국 정부에 묻겠다고.

아마 강제로 밀고 들어오지는 못할 거야.”


“그건 다행이다.”


“그리고 내가 중령하고 대화를 나눠봤는데 형이 알아야 할 게 있어.”


“뭔데?”


“군에 총리측 인물들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

중령이 있는 경비단 단장만 하더라도 대통령을 방치하는 것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야.

더구나 군내 중령과 같은 대대장, 연대장 급들의 불만이 많다는 거야.

들어보니 총리가 줄 세우기를 한 것 때문에 불만이 생긴 거 같아.

이걸 잘 이용하면 뭔가 반전을 만들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말야.”


“연대장, 대대장급들 불만이 많다?

흠, 확실히 뭔가 이용할 수 있긴 하겠는데.”


바로 그 대대장 연대장들이 실병력을 쥐고 있는 인물들이다.

물론 사단장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사단은 쉽게 움직이기 힘들다.

그리고 사단이 한 곳에 모여 있지도 않다.

흔히 무슨 부대라고 하는 것들은 대개 대대 규모로 아무리 커 봐야 연대 규모로 흩어져 있는 법이다.

물론 사단의 통제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가만 굳이 그 정도 부대까지 필요할까?’


어차피 지금 시대가 과거 군사정권 시대는 아니다.

물론 현재는 군이 활개를 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군 역시 민간의, 민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좀비사태도, 이 마나중독 사태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는 게 사람들의 생각이니까.


물론 내가 보기에 이대로 가만 둘 경우 절대 해결될 일은 없을 거 같지만.

그거야 나 같은 전문가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다.

그리고 그건 군인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군인들 역시 보통 사람이니까.


그러니 모두들 여전히 권력에, 진급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굳이 총리에게 줄을 설 필요가 무에 있겠는가.

어차피 마나중독을 이대로 방치하면 몇 년 길어야 한 세대 안에 인류는 멸종될 텐데.

즉 모든 이들이 여전히 각자 나름 열심히 산다는 것은 마나중독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흠, 이거 봐라.

결국 헤게모니를 쥘 사람은 마나중독을 해결할 사람이라는 말 아닌가?

아니지. 스타를 손에 쥔 정치가가 되겠지.

그가 민심을 얻을 테고 그게 정당성을 부여할 테니까.’


문득 어른들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40년 전쯤 한국을 위기로 몰았던 외환위기시 박찬호와 박세리를 보면서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말.

21C에 닥친 금융위기 때는 김연아를 보면서 또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말.


아마 정치가 그 스포츠스타를 잘 이용해 국민을 위로한 것이리라.

물론 스포츠스타가 정치권력을 쥘 수는 없다.

단지 스포츠스타와 정치가 잘 어우러진 것일 뿐이다.


거기에 그 어려움을 단시일 안에 극복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외환위기가 10년이 넘도록 길게 갔다면 박찬호도 박세리도 은퇴했을 테고 국민들은 정치가 스포츠스타를 이용한다고 욕을 했을 것이다.

그런 말이 나오기 전에 외환위기를 넘겼기에 스포츠스타가 위로였다고 추억하는 것이다.


‘일단 어쨌든 정당성은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지.’


거기에 대통령이 등장하면 일단 국민들은 형식적이라도 대통령이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총리 역시 그걸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모두가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면?’


당장 내년 4월이 총선이고. 불과 다섯 달 남았다.


‘그 세 사람 대신 내가, 마나중독 문제의 해결책을 쥔 내가 대통령 곁에 선다면?’


아마 여의도는 대통령에게 줄을 설 거다.

현 시점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결국 마나중독 문제니까.


그때가 되면 군 역시 최소한 중립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

한국민들에게 군이 나댄다는 문제는 경기를 일으킬 만한 일이니까.

더구나 5·18 문제로 군이 당한 수모를 군이 모르지도 않을 테고.


‘문제는 내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해결책인데.’


거기서 막힌다.

나와 대통령이 함께 두 손을 번쩍 들기 위해서는 내가 이 마나중독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정웅아, 형이 생각한 건데 ...... 어떠냐?”


“당장 마나중독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예? 정말요?”


“물론 이것저것 확인도 해야 하고 실험도 해야 하니까 시간은 필요하지.

그러다 실패할 수도 있을 테고.”


“확률은요?”


“글쎄다. 형 생각에는 50% 정도.”


“형, 그럼 사기를 치죠. 대국민 사기를요.

뭐 확률 50%라면 사기라고 하기도 뭐하긴 하네요. 희망이라고 해야지.”


“무슨 사기?”


“대통령이 깨어나면 언론들을 이리로 불러 발표를 하는 거예요.

전에 그 죄수는 실험이었고 또 단지 돌쇠TV로만 방송해서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사우디 왕가로 인해 국민들 대부분 형이 마나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건 분명히 알 겁니다.

거기에 여기 수정 누님을 내세우는 겁니다.

우리 국민들 중 솔직히 누님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니까요.

또 학주부터 민수까지 줄을 세워 그 동안 형이 치료한 사람을 보이는 거예요.

국민들은 아마 곧 마나중독이 정복될 거라고 믿을 겁니다.

거기서 형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마나중독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하는 거예요.

대통령은 형의 치료방법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에게 할 일이 있다고 하고요.

그러면 국민들이 어쩔 거 같아요?

방송이 나가는 순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역대급일 걸요.

과거 코로나 때도 코로나 잘 처리한 일로 정권이 얼마나 지지를 받았습니까?

언젠가 기사를 봤는데 총선에서 개헌선을 확보했다고 하던 거 같은데.

그러면 당연 여의도가 대통령에게 또 형에게 줄을 설 겁니다.

대통령 주위로 사람이 몰리는 거죠.

그러면 총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어차피 국무위원에 대한 임면권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데.

계엄사요?

계엄사가 총리 편을 들겠다고 하면 부모들이 전화해 당장 자식들에게 탈영하라고 할 겁니다.

나라도 그럴 테니까요.”


“후, 듣기는 좋다만 뭔가 좀 찜찜한데.

뭔가 놓치고 있는 거 같단 말이지.

더구나 수정씨를 앞에 내세우는 것도 좀 그렇고.”


“소장님, 이제 저는 상관없습니다.

언제까지 사람들을 피해 살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사람들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요.

앞으로는 당당하게 살 겁니다.

그리고 제가 한마디 하자면 소장님 판단대로 그 국장이 중립이라면 국장과도 상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군이나 정치권의 움직임을 모르니까요.”


“맞아! 그걸 놓쳤네.

네가 한 말은 차후의 문제고 저 앞에 있는 경찰과 군인들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건 당장의 문젠데 말야.

고마워요, 수정 씨.

확실히 수정씨 말이 일리가 있어.

우리가 여기서 백날 궁리해 봐야 당장 밑에 있는 병력이 밀고 들어오면 끝장이잖아.

아마 언론을 부른다고 하면 사우디고 뭐고 밀고 들어올 거다.

이판사판일 텐데 사우디가 문제겠냐?”


“그도 그러네요.

근데 국장에게 연락해 뭐라고 할 건데요?

국장이라고 병력이 있는 건 아닐 텐데.”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일단 대통령이 깨어나면 같이 상의해 보자.

국장도 온전히 믿을 만한 이는 못되니까 대통령에게 국장에 대해 물어도 보고.”


시간이 흘러 대통령이 깨어났고 나는 대통령에게 현 정치 상황과 오늘 있었던 일 그리고 우리가 의논했던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얘기를 들은 대통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영부인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물론 물어야 아는 것도 없지만.


“내 기억으로는 기조실 기조국장은 확실히 정치색은 없어요.

그런데 강박사가 말한 그 마나중독 치료법이라는 게 정말 그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몇 가지 실험이 필요하기는 하지만요.”


“흠, 그 국장에게 전화해 나 좀 바꿔주시겠소? 내 그에게 할 말이 있는데.”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국장과 한참 동안 통화를 해야 했다.


“어쩌시겠습니까?”


“후, 이거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았습니다. 대통령과 통화하도록 하죠.”


두 사람간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전화가 끊기고 얼마 후 내 건물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군인은 아니다.

정장 차림에 머리 모양도 다양했으니까.


아무튼 그들이 경찰과 군인에게 다가가 뭐라고 했고 얼마간 대화를 나누더니 경찰과 군인들이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기자들이 우르르 건물로 들어서더니 이내 4층까지 줄달음을 친다.

무슨 선착순인 마냥.


“대통령님, 기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강 박사의 말입니다.

강 박사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결국 나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테니까.

물론 강박사도 정권에 단단히 찍힐 테고.”


방송기자들까지 들이닥친 4층은 좁디좁았지만 그런 틈을 비집고 몇 대의 방송용 카메라가 자리를 잡았다.

그 후 한 기자가 준비가 됐다고 하자 먼저 대통령이 말을 꺼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입니다.

......

대부분의 국민들께서 여기 강 박사를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그가 마나중독과 관련해 중요한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단지 그가 저를 치료한 그런 방법이 아닙니다.

물론 저는 이미 그의 얘기를 들었고 그것이 이 마나중독 사태를 해결할 열쇠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제 자리에 복귀에 그가 마나중독 사태를 해결하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일단 들어 보시죠.”


과연 노회한 정치인답게 국민들에게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총리에 대해서도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그저 본래 자리로 돌아가 마나중독 사태를 끝내는데 남은 임기를 다 바치겠다고만 했다.

그리고 듣는 기자들 대부분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는 표정이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인물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섰다.


“국민여러분 지난번 저는 기자들 앞에서 두세 달 안에 마나중독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만들겠다고 공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감히 말합니다.

그 방법을 찾았다고.

물론 마나를 모르면 그 방법에 확신을 가지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마나를 아는 저는 감히 확신합니다.

제가 만든 방법대로 한다면 지구에 닥친 마나중독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그 증거가 바로 앞에서 말씀하신 대통령이십니다.

그리고 언론에 알려진 사우디 왕가의 다섯 분입니다.

거기에 제 방송인 돌쇠TV에서 여러 동물들을 상대로 마나중독 치료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제가 치료한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모두 이수정이라는 분을 아실 겁니다.

그분 역시 마나중독에 걸렸었습니다.

그러나 그분 역시 마나중독을 치료하고 이렇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수정씨 나와 주시죠.”


카메라가 일제히 이수정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미 블랙크리스탈로 인해 한국인치고 그 얼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참고로 그녀는 마나중독 치료법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제 거처에 머물며 각종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알려 드립니다.”


거짓말은 없다.

지난 1월부터 이곳에 머문 것도 사실이고 간혹 그녀의 피로 실험을 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 외에도 여기 다른 많은 사람들이 마나중독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인사하시죠.”


학주에서부터 차례로 언제 마나중독에 걸렸고 언제 마나중독치료를 받았는지 또 지금의 건강상태는 어떤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께서 마나중독 사태를 종결짓기 위해 남은 임기를 모두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이면 누구나 마나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연말이나 내년 연초에는 그 시제품에 대한 기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다시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고 몇 마디 말을 한 뒤에 장장 두 시간 가까운 방송이 끝이 났다.

그리고 방송 내용 중 내가 한 회견은 같이 온 외신기자들을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었다.

마나중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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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문양 연구 +1 21.06.28 1,351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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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고민 +2 21.06.27 1,394 39 13쪽
47 인질 +1 21.06.26 1,359 42 12쪽
46 사우디 +2 21.06.25 1,411 43 12쪽
45 소문 +1 21.06.24 1,421 46 14쪽
44 치료사 +3 21.06.23 1,513 42 14쪽
43 정국政局 +2 21.06.22 1,504 45 15쪽
42 호르몬 +2 21.06.21 1,566 43 13쪽
41 초능력 +2 21.06.20 1,572 46 14쪽
40 이상하다 +3 21.06.19 1,574 38 13쪽
39 또 다른 마나 +1 21.06.18 1,574 49 14쪽
38 치료 +1 21.06.17 1,565 50 12쪽
37 의지 +2 21.06.16 1,595 46 13쪽
36 마석 +1 21.06.15 1,601 43 13쪽
35 돼지 +1 21.06.14 1,602 47 13쪽
34 국정원 +1 21.06.13 1,659 45 13쪽
33 마나샤워 +1 21.06.12 1,664 52 12쪽
32 시도 +1 21.06.11 1,631 47 13쪽
31 훈련 +2 21.06.10 1,683 44 13쪽
30 진단 +4 21.06.09 1,674 49 12쪽
29 취직 +3 21.06.08 1,735 44 14쪽
28 승화 +2 21.06.07 1,773 45 13쪽
27 마나중독 +2 21.06.06 1,835 40 13쪽
26 또 다른 찌릿함 +2 21.06.05 1,811 44 12쪽
25 좀비 +2 21.06.04 1,850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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