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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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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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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6.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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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마석

DUMMY

국정원 이성태 국장은 당연 환영이다.

심지어 오대영과 함께 참관을 하고 싶단다.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받아들였다.

피 보기 싫다는 박정웅도 국장까지 온다고 하니 나와 보겠단다.

내 말대로 국장에게 자료라도 말하려는 모양이다.


사실 돼지 해부하는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다.

국장이라면 다른 곳, 예컨대 국책연구기관에서 하는 좀비의 해부도 지켜봤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추측컨대 좀비를 해부해서 무슨 성과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성과가 있었다면 언론이 두고 보지는 않았을 테고.


그러니 국장이 무슨 기대를 하는 건 아닐 거다.

그 대단한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얻지 못한 성과를 일개 개인이 얻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을 테고.

단지 돼지가 좀비가 된 일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참관하려고 하는 것일 테다.


나 역시 무슨 성과가 있을 거란 기대는 없다.

아니 정확히는 나 외의 다른 이들이 볼 수 있는 성과가 있을 거란 기대가 없다.

나야 마나를 느끼니 돼지를 해부하면서 뭐라도, 특히 심장 부분에서,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지만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돼지의 해부란 그저 정육점에서 하는 돼지 발골과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돼지의 해부가 진행되었다.

털을 미는 일 따위 없다.

전문가도 아닌데 아무렴 어떤가.


그저 배를 십자 형태로 가른 후 그 가죽을 젖히고 그 안의 장기들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물론 나는 그 장기들을 끄집어내면서 장기에 마나의 찌꺼기라도 남았는지 확인을 했다.

물론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더해 장기들에 피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기름만 범벅일 뿐.


그 모습에 실험실 밖에서 구경하던 국장이 인간 좀비 역시 피가 남아있지 않았다며 마치 나를 안심시키는 투의 말을 건넨다.

내가 이미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 게다.


그렇게 장기들이 하나씩 빠져나오고 마지막으로 심장과 연결된 굵은 혈관들을 자르니 마치 여름철 뙤약볕 연못바닥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물이 살짝 고여 있듯 굵은 혈관을 따라 약간의 피 찌꺼기가 흐른다.

그리고 그 피 찌꺼기는 검붉은 색이라기보다는 이제는 거의 시커먼 색에 가깝다.

마치 그 연못바닥에 있는 썩을 대로 썩은 물처럼.


손가락을 그 피 찌꺼기에 가만히 대 보지만 마나의 느낌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 피 찌꺼기를 조심스럽게 스포이드로 빨아들여 병에 담고 심장을 드러냈다.

역시나 내 추측대로 심장에서는 강한 마나가 느껴진다.


“강석우 씨 그 정도면 장기 쪽 해부는 끝난 거 아닙니까?

돼지 머리나 한번 쪼개 보죠?

사람과 다른 게 있는지 궁금한데 말이죠.”


역시나 국장을 참관시키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대등한 계약관계라고 해도 돈을 주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법이니 말이다.


당장 심장을 잘라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일단 돼지의 머리부터 잘라보기로 했다.

돼지의 경추를 잘라 머리와 몸을 분리하고 메스를 이용해 돼지의 머리가죽과 그 아래 지방덩어리를 벗겨냈다.


연후 수의사인 친구 김성호가 필요할지 모른다며 준비하라고 한 뼈 자르는 전동 톱을 이용해 돼지의 머리뼈를 잘랐다.

드러나는 하얀 뇌.

보통이라면 뇌에는 분명 상당량의 피가 있어야 했지만 어디에도 핏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하얀 지방덩어리뿐.


“국장님! 별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만.”


“알았습니다. 다른 좀비들과 다른 게 없군요.

저는 일이 바빠 먼저 가보도록 하죠,

아, 여기 박정웅 씨가 요청하는 자료는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그 자료를 통해 얻은 정보가 있다면 우리 국정원에 먼저 알려야 한다는 걸 명심하세요.”


역시나 하는 말투가 계약관계가 아니라 종속관계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게 필요한 좀비니 하는 것들을 쥐고 있는 건 국가기관인데.


국장이 떠났지만 내 해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단 심장을 반으로 갈랐다.


해부를 하기 전에 내가 추측한 바는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심장 전체가 마나를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장은 단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나의 플랫폼 역할만 할 뿐 심장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 혹은 다른 무언가가 마나를 끌어들이는 기능을 할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장이 전자의 기능이라면 마나는 심장 전체에서 고르게 느껴질 테고 후자라면 그 일부분이나 다른 무엇이 있는 부분에서만 마나가 느껴질 거라는 추측이다.


그리고 내가 추측한 바대로 둘로 나뉜 심장 중 어느 한쪽에서만 마나가 느껴진다.

다른 쪽에서는 마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내 추측이 맞은 것이다.


“강석우 씨 계속 그 일을 하실 겁니까? 보기에 과히 좋지도 않은데.”


“아, 미안합니다. 보기에 좀 그렇지요.

불편하시면 카메라를 그 위치에 고정하시고 볼 일 보셔도 됩니다.

영상은 오대영 씨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까요.”


“그 일을 계속 하실 겁니까?”


“아, 예. 좀 더 해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럼 저는 잠시 밖에 있다가 들어오겠습니다.

아무리 돼지고 좀비라도 보기에 좀 그렇군요.”


오대영의 그 말을 듣고 앞에 펼쳐진 탁자를 보니 확실히 정상적인 인간이 할 짓은 아닌 거 같다.

쓴웃음이 나온다.


그렇지만 취미로 하는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고 거창하게는 인류에 닥친 마나중독 치료법을 찾기 위해 하는 일이다.

비록 보기가 좋지 않더라도 멈출 수는 없다.


다시 심장을 잘랐다.

역시나 그 자른 심장의 한쪽에서만 마나가 느껴지고 보기에도 특별히 이상한 건 없다.

결국 돼지 심장은 다시 잘렸고 그 크기는 이제 길거리 순대 파는 가게에서 덤으로 넣어주는 돼지 염통 조각만하게 되었다.


그 작은 조각을 가지고 손가락으로 더듬으면서 마나가 집중된 곳을 찾았다.

그런 후 눈에 마나를 집중해 그곳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거기 근육덩어리 심장조직 사이에 약간은 다른 조직이 있다.

마치 살 속에 작은 돌 조각 같은 게 들어있는 듯하기도 하고 심장 근육 사이에 이물질이 낀 거 같기도 하다.


자세히 살피니 심장에 가라앉은 철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색깔은 검붉은 색이다.

거기에 보이는 크기는 좁쌀만 하다.

아니 그보다 작다.

당연히 여간해서는 보기 힘들다.

나 역시 마나가 느껴졌으니 찾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근육 틈 사이에 있는 그것을 핀셋으로 잡으려고 하나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근육 틈 사이에 꽉 끼어 있다.

결국 주변 심장 조직을 칼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러나는 실체.


크기는 좁쌀이 아니라 쌀알 아니 보리쌀만하다.

거기다 그것이 단순히 심장 근육 사이에 끼어 있는 게 아니다.

뭐랄까 촉수를 뻗어 심장 근육에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

아니다.

그것은 질감이 돌처럼 단단하니 촉수처럼 보이는 건 그것에서 빠져나온 게 아니라 심장 근육의 일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적어도 그 보리쌀 크기의 물체는 칼 따위에 잘릴 정도로 무른 것은 아니니까.


한참을 낑낑거려 마침내 그 작은 돌멩이를 빼냈다.

모양은 럭비공 같고 크기는 보리쌀 크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서 상당한 마나가 느껴진다.


‘흠, 이게 마나가 뭉친 거라는 말인데.’


정웅은 마나는 마석에서 왔고 마석은 블랙크리스탈 조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석은 승화한다고 했다.


물론 이게 블랙크리스탈 조각과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지구에 블랙크리스탈 조각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마나가 뭉친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마석이라고 봐야 하고 마석과 같이 승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동물의 혈액이라는 물질과 결합한 후 다시 뭉친 것이라 어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돼지를 넣었던 냉장고에 마석을 넣었다.

돼지가 냉장고에 있을 때 그 돌멩이가 승화하지 않고 남아있었으니 냉장고에서 승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이거 승화하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문제군.’


물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상온에 두고 질량의 변화만 확인해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돌멩이를 만졌을 때 분명 질감이 있고 작지만 무게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이 하나가 전부라는 것이다.

물론 후에 인간 좀비를 해부하면 또 나올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돼지를 가지고 좀비로 만들어도 된다.


다만 워낙 처음 있는 일이다보니 인간 좀비에게서 이 돌멩이가 나올지 혹은 돼지로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분명 수많은 학자들이 좀비를 가지고 별 짓을 다 했을 텐데도 국정원 국장도 돌멩이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적어도 이 한국 안에서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는 말일 테니까.


‘일단 좀비 해부부터 먼저 하는 게 낫겠군. 마석은 일단 숨기고 말야.’


물론 좀비에게서도 마석이 있을 거라는 추측은 있지만 일단은 확인이 필요하니 돌멩이의 존재는 숨기기로 했다.

마침 오대영이 들어온다.


“다 끝났나요?”


“예, 다 끝났습니다. 그런데 오대영 씨 당장이라도 인간 좀비를 해부해 봤으면 좋겠는데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당장이요? 뭐 건진 거라도 있습니까?”


“그것보다 인간 좀비에게서 확인해 볼 게 있어서요. 가능할까요?”


슬쩍 얼버무리며 재차 물었다.


“오늘은 좀 그런데. 여기까지 실어 와야 한다는 건데 여기에 냉동차도 없지 않습니까?”


“아, 그렇군요. 그럼 당장이라도 냉동차를 사도록 하죠. 아마 중고차는 있을 겁니다.”


“차를 준비한 후 연락 주세요. 영상은 가급적 빨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정웅아, 냉동차 하나 사러 가자.”


“갑자기 냉동차는 뭐하게요? 탑차 운전은 안 해 뵜는데.”


“그도 그러네. 아, 너 친구 있다며? 그 친구한테 연락해 보지. 탑차 운전 가능한지도 묻고.”


“근데 왜 이렇게 서둘러요?”


“당장이라도 좀비를 해부해 볼 필요가 생겼어.”


“예? 형, 뭔가 알아냈군요. 뭔데요? 설마 저에게도 비밀은 아니겠죠?”


“휴, 이거 당분간 비밀이다.”


“알죠.”


“돼지 좀비에서 돌멩이가 나왔다.

혹 승화할까봐 저기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한번 봐 봐라.”


“그럼 이게 마나덩어리란 말이에요?”


“응. 일단 마나덩어리라는 건 분명하다.”


“그럼 마석이라는 말인데.”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일단 냉장고에 넣은 거다. 아직은 유일한 거니까.”


“이거 이게 마석이라면 블랙크리스탈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아직 모르지. 말했듯이 이게 최초다.

세계 수많은 석학들이 이 좀비 문제에 매달렸을 건 불을 보듯 뻔한데 아직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하는 이가 없다는 건 아무도 이걸 찾지 못했다고 봐야 할 거야.”


“그건 이게 승화했다는 거겠죠.”


“내 생각도 그래.

나야 심장에 뭔가가 있다고 여기고 심장을 세밀하게 뒤졌지만 다른 이들은 아주 천천히 좀비를 해부해 들어갔겠지.”


“자칫 마나중독에 걸릴 위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 좀비를 해부하다 마나중독에 걸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그렇게 조심하면 할수록 시간은 더 걸렸을 테고 또 시간이 더 걸렸다는 말은 마석이 상온에 오래 노출됐다는 말일 테니 이 작은 돌멩이가 승화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을 거야.

물론 아직 승화한다는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러니 일단 물량을 확보해 성질을 살피자?”


“오케이. 그러니 내일이라도 당장 인간좀비를 해부할 필요가 있어.

두 개만 있어도 하나는 상온에 두고 관찰할 수 있으니까.”


“알았어요. 내 기준이한테 연락해 볼게요.

아니 당장 이리로 끌고 올게요. 내 말은 잘 들으니까.”


“그래. 그럼 차는 형이 사 올게.

참 자료요청건 국장이 도와주겠다고 하긴 하던데 얘기는 잘 된 거야?”


“그럼요. 또 제 이 세치 혀가 상당히 매끄럽지 않습니까?

제대로 된 정보를 만들어 가장 먼저 국정원에 알리겠다고 했죠.”


“그래 잘 됐다.

형 말대로 좀비와 체중 간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아마 너는 세계적인 인사가 될 거다.”


“에이, 무슨 세계적인 인사씩이나. 그냥 누가 박사 학위나 주면 감지덕지네요.”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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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소문 +1 21.06.24 1,421 46 14쪽
44 치료사 +3 21.06.23 1,513 42 14쪽
43 정국政局 +2 21.06.22 1,504 45 15쪽
42 호르몬 +2 21.06.21 1,566 43 13쪽
41 초능력 +2 21.06.20 1,572 46 14쪽
40 이상하다 +3 21.06.19 1,574 38 13쪽
39 또 다른 마나 +1 21.06.18 1,574 49 14쪽
38 치료 +1 21.06.17 1,565 50 12쪽
37 의지 +2 21.06.16 1,595 46 13쪽
» 마석 +1 21.06.15 1,602 43 13쪽
35 돼지 +1 21.06.14 1,602 47 13쪽
34 국정원 +1 21.06.13 1,659 45 13쪽
33 마나샤워 +1 21.06.12 1,664 52 12쪽
32 시도 +1 21.06.11 1,631 47 13쪽
31 훈련 +2 21.06.10 1,683 44 13쪽
30 진단 +4 21.06.09 1,674 49 12쪽
29 취직 +3 21.06.08 1,735 44 14쪽
28 승화 +2 21.06.07 1,773 45 13쪽
27 마나중독 +2 21.06.06 1,835 40 13쪽
26 또 다른 찌릿함 +2 21.06.05 1,811 44 12쪽
25 좀비 +2 21.06.04 1,850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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