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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되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21.05.13 11:47
최근연재일 :
2021.10.20 19:28
연재수 :
139 회
조회수 :
176,769
추천수 :
4,730
글자수 :
861,399


작성
21.06.09 14:35
조회
1,675
추천
49
글자
12쪽

진단

DUMMY

“이, 환자들이 좀비가 될 거라고요.”


“예, 물론 다른 환자들은 좀 더 기다려봐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이 10명의 환자는 며칠 내에 좀비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여기 15명의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혼수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하고요.

여기 두 명은 일반 호흡기 환자입니다.

괴질환과는 전혀 다르니 빨리 전문의에게 확인을 받아 제대로 된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흠, 일단 이 두 환자 확인부터 해보죠. 다른 환자들은 일단 두고 보겠습니다.

아직 괴질환을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확인부터 해야 할 거 같으니까요.”


“물론입니다. 제가 그것을 구분해 진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교수님께서 저를 여기로 보낸 것이니까요.”


“알았어요. 그런데 다른 환자들은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한창 괴질환이 진행 중인데 좀비와 혼수상태의 분기점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한은요.”


일단 내가 괴질환이 아니라고 한 환자부터 호흡기 전문병원으로 옮겨 철저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해당 전문의에 의해 괴질환의 증상과는 상이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당연 시설에서 나와 병원으로 옮겨졌다.

적어도 당장의 위험에서는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닷새. 단 닷새 만에 내가 말했던 10명의 환자들 모두 숨이 끊어졌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철창으로 만든 독실로 옮겨져 관찰이 진행되었고 빠른 경우 하루가 안 돼 늦은 경우 닷새가 지나 모두 좀비가 되었고 절차에 따라 머리에 총을 맞고 사살되었다.

그것이 국가시설에서 좀비가 된 이를 처리하는 절차다.


거기에 15명의 인원 역시 앞서거니 뒤서거니 혼수상태에 빠짐으로써 내 예측이 정확하다는 것이 실증되었다.


나는 시설에서 요구하는 대로 시설내 모든 환자의 상태를 살펴 그 징후에 대해 보고하면서 뭔가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시설의 책임자인 소장과 만나 내 예측의 정확성에 대해 말을 나누기라도 바랐다.


매일 괴질환 환자들이나 살피며 그 징후에 대해 예측이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바라는 좀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을 뿐이다.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의 면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사표를 작성해 올린 후에야 소장과 얼굴을 맞댈 수 있게 되었다.


“아니, 강석우 씨 일 잘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갑자기 왜 사직을 한다고 하시는 겁니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순히 같은 일이나 반복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소장님에 대한 면담신청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뭐하시게요?

강석우 씨는 스스로가 뭔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모양이죠?

여기서 나가면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죠?

아니면 강석우 씨 없으면 여기 시설이 갑자기 엉망이 되기라도 할 거 같아요?

강석우 씨 없어도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좀비가 되는 이들이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이들 모두 골라낼 수 있어요.

그나마 강석우 씨가 괴질환과 관련없는 이들을 골라주는 바람에 대우를 하고 있던 거지 강석우 씨가 없다고 여기 시설이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거죠.

지금과 같은 시국에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또 직장을 소개해 준 교수에게는 뭐라고 하려고 그래요?

보니 군 제대도 하고 나이도 든 거 같은데 이제 자존심은 버릴 때 아닌가?”


끝은 살짝 비꼬는 투의 말투지만 지극히 맞는 말이라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어디에서 이만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괴질환과 일반 호흡기 환자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대우도 나쁘지 않다.

자존심 때문에 사표를 쓴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일단 사표는 내가 가지고 있도록 하죠.

사흘의 시간을 줄 테니 쉬다가 다시 출근하도록 하세요.”


집에 돌아와 고민을 했다.

혼술도 하면서 내 미래를 걱정했다.

스스로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을 강요하며, 나는 이 거대한 사회의 아주 작은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최면을 걸며 얻게 된 직장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럼에도 내 마음 저 구석에서는 시설에서의 일이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아니라고 떠들어댄다.

선녀복을 입은 어머니가 고작 그렇게 살라고 당신 스스로 신령에게 몸을 바친 게 아니라며 나무라는 듯하다.


“형, 나 정웅이!”


“그래. 오랜만이다. 신검 받는다며 어떻게 됐니?”


“ㅎㅎ. 제 예상이 맞았어요.”


“무슨 예상?”


“정부에서 박사과정까지 군에 강제 입대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거요.

박사과정에 등록한 이들 중 일부는 군 연기가 됐거든요.

아마 이러다 연구요원으로 나가지 싶어요.”


“일부? 전부가 아니고?”


“아, 자연계열만 연기가 됐어요. 인문사회계열이나 예체능은 연기가 안 되고요.

저도 몰랐는데 신검받으러 갔더니 병무청 직원이 그러더라고요.”


“그럼, 태준은?”


“통화했는데 입대해야 한다더라고요. 걔는 박사과정 등록을 안 했잖아요.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등록을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만.

전에는 고집도 없고 술에 물 탄 듯 하더니 블랙크리스탈 이후로 어째 성격이 변했는지 아주 고집불통이에요.”


“블랙크리스탈 이후로 뭔가 심경에 변화가 있는 모양이지.

그럼 너 시간되면 형 일 좀 도와줄래?”


“뭔 일인데요?”


그 질문에 잠시 멈칫 했지만 이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주저함을 떨쳐버렸다.


“형이 다시 돌쇠TV를 해 볼 생각이거든.”


“어? 형 취직했다고 안 했어요? 가능하나?”


“그만 두려고. 이것저것 거치적거리는 것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할 거 같아서 말야.”


“그럼 그 서바이벌 방송을 하려고요?”


“아니. 주제는 좀비로 하려고 한다. 아니면 마나중독이든.”


“예? 정말요? 와 나도 형한테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주관적인 느낌이라지만 형이 마나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시기 형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할 일이 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렇게 정웅과 돌쇠TV를 하기로 했다.

시설 소장이 괴질환이 아닌 이를 찾아내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과감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교수까지 전화해 어렵게 구한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어쩌냐며 나무랐지만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아마 이대로 세상이 조용해지면 서울대 교수라는 상당히 괜찮은 인맥 하나를 잃은 꼴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 말씀대로 어머니 스스로 신령에게 몸을 바치면서까지 나를 위해 예비한 길이 내가 마나를 느끼는 능력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고작 시설에서 좀비나 판정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 때문이다.


“형, 정웅이하고 방송하기로 했다면요?”


“어, 그래. 너는 입대해야 한다며?”


“예. 블랙크리스탈을 겪으면서 느낀 건데 책상하고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군에 있는 동안 형이 수연이 하고 수연이 동생 좀 데리고 있으면 안 될까요?

지금 세상에 여자 혼자 두기도 뭐하고.

아, 수연이 동생은 수연이가 돌보기는 할 거예요.”


“수연이네 농장은 어쩌고?”


“소들은 모두 도축장에 넘기기로 했어요. 땅이야 팔리지도 않을 테니 일단 그냥 두기로 했고요.”


“아, 참 너 그 소나 돼지 어떻게 됐냐?”


“마나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거 말이죠.

전염병에 준해서 군에서 매입하던데요.

뭐 가격이야 제 값 못 받았지만 어쩌겠어요. 잡아먹기도 불안한데.

근데 정부에서는 소나 돼지도 마나중독에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슬쩍 뭐할 거냐고 물으니 공무원도 모른다고 하는 걸 보면 매입은 군에서 해도 관리는 군청 소관도 아닌 거 같고.

아버지 농장 돼지도 마찬가지라던데요. 왜요?”


“주변에 그런 동물이 많은 거 같디?”


“아뇨. 많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그래도 군마다 두세 마리는 그런 경우가 발생하는 모양이긴 한가 보던데.

혹 필요해요?”


“흠,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그래요?

그럼 제가 일단 고향에 가 있다 입대할 생각인데 그런 경우가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그래주면 고맙고.”


“대신 수연이 좀 부탁할게요.”


“그래라. 뭐 여기도 여자가 필요하긴 하니까. 지낼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을 겪으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당장 방송을 할 수는 없었다.

방송 주제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렵게 얻은 직장을 너무 섣불리 그만 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생긴다.

거기에 아는 후배라지만 수연에게 건물 5층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점점 조급해진다.

그래서 요 며칠은 매일 밤마다 이렇게 별상칼을 꺼내 날카롭게 만든 후 들여다보는 것이 일과가 된 듯하다.


‘이게 꼭 피를 먹어야만 날카롭게 된단 말야.

분명 천왕봉에서의 마지막 날이나 산청의 그 모텔방에서는 피를 먹지 않고도 날카롭게 됐는데 말이지.

이렇게 쭉 그으면.’


“어! 됐다.”


별상칼의 문양에 손을 대고 쭉 그으니 언젠가처럼 칼에 파르스름한 예기가 깃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면 반드시 해보리라고 생각했던 대로 손가락을 별상칼의 문양에 대고 문양에서 뭔가 느껴지는지를 보았다.

그러자 그 문양에서는 내 피에서, 좀비에게서, 이수정에게서 느꼈던 그 찌릿함이 느껴진다.

단지 분리된 문양의 그 분리된 부분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문양 전체에서 마나가 느껴진다.

거기에 칼의 칼날에서도 마나가 느껴진다.


‘역시!’


그리고 그것은 그 동안 궁리를 하면서 내가 이러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바 그대로다.


‘흠, 그렇다는 말은 내 핏속에 있던 마나가 손가락을 뚫고 빠져나와 여기 칼의 끊어진 문양을 연결하고 완성된 문양은 종이뭉치에 있던 대로 그 효과를 낸다는 건데.’


그건 종이뭉치의 문양이 거짓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종이뭉치에 표시된 ■■라는 것은 결국 이 찌릿함 혹은 마나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거기에 마나는 반드시 손가락에 상처를 내 피로써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뚫고 나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이 마나를 사용하는 핵심적인 방법일 게 틀림없다.

문제는 어떻게다.

어떻게 해야 이 마나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다.

사용할 때마다 손가락에 상처를 내야 한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게 어디 있단 말인가.


더구나 나는 꿈속의 어머니처럼 손가락에 상처를 낸 후 마나를 사용하면 손가락의 상처가 곧 아물지도 않는다.

아니 그 명잔이라는 술잔만이라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면 피를 내면서라도 문양을 그리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 술잔은 분명 손가락의 상처쯤은 아무렇지 않게 아물게 하는 기적을 가졌으니까.

그렇지만 이미 술잔은 사라진지 오래.

손가락에 상처를 내면서 문양을 그리는 연습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나가 상처없이 손가락 밖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마당에 이제는 머뭇거릴 수 없다.

그건 분명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일 뿐이고 어려운 일이란 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일 뿐 극복하지 못할 일이 아니라는 걸 어릴 적 내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살아오면서 확인했으니까.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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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고민 +2 21.06.27 1,394 39 13쪽
47 인질 +1 21.06.26 1,359 42 12쪽
46 사우디 +2 21.06.25 1,411 43 12쪽
45 소문 +1 21.06.24 1,421 46 14쪽
44 치료사 +3 21.06.23 1,513 42 14쪽
43 정국政局 +2 21.06.22 1,504 45 15쪽
42 호르몬 +2 21.06.21 1,568 43 13쪽
41 초능력 +2 21.06.20 1,572 46 14쪽
40 이상하다 +3 21.06.19 1,574 38 13쪽
39 또 다른 마나 +1 21.06.18 1,574 49 14쪽
38 치료 +1 21.06.17 1,565 50 12쪽
37 의지 +2 21.06.16 1,595 46 13쪽
36 마석 +1 21.06.15 1,603 43 13쪽
35 돼지 +1 21.06.14 1,602 47 13쪽
34 국정원 +1 21.06.13 1,660 45 13쪽
33 마나샤워 +1 21.06.12 1,664 52 12쪽
32 시도 +1 21.06.11 1,632 47 13쪽
31 훈련 +2 21.06.10 1,684 44 13쪽
» 진단 +4 21.06.09 1,676 49 12쪽
29 취직 +3 21.06.08 1,736 44 14쪽
28 승화 +2 21.06.07 1,774 45 13쪽
27 마나중독 +2 21.06.06 1,835 40 13쪽
26 또 다른 찌릿함 +2 21.06.05 1,812 44 12쪽
25 좀비 +2 21.06.04 1,850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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