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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팔일'입니다. 반갑습니다^^

[원펀]치맨을 따라해봤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팔월팔일
작품등록일 :
2018.04.10 14:39
최근연재일 :
2018.04.12 12: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7,037
추천수 :
47
글자수 :
137,913

작성
18.04.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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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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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화 준비됐다.

원펀맨을 따라한 주인공의 현대판타지입니다.




DUMMY

“준비됐냐?”

지호의 뒤를 따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폐가로 왔다.

커다란 마당이 딸린 한옥 집이었다.

사람은 살지 않는지,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있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지호가 양팔을 벌린 채, 빙글 돌아보며 말했다.

“종종 갈 곳 없으면 와서 술 한 잔 하는 곳이지. 내 전용 술집에 온 걸 환영한다.”

“......”

지호는 헌터가 아니라 노숙자가 맞았다.

왜 저렇게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는지 궁금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굳이 이런 곳에 찾아와서 술을 먹는데(그것도 혼자!) 말끔하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분명히 그래서 머리도 저렇게 지저분하게 기르고 다니는 것일 것이다.

“하하, 그런 표정 짓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가 저번에 그 치욕을 당하고 나서 얼마나 분했는지...! 하루라도 안 먹으면 잠이 오지 않는 사랑스러운 술을, 한 달 내내 안 먹었다. 그리고 오늘만을 생각하며 심신을 갈고 닦았지. 헌터 자격증 따러 갈 때도 이러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오늘 기대해라. 나를 깔보는 듯한, 그 눈빛을 완전히 박살내주지.”

“치욕 준적 없는데...”

뿌득!

내 작은 중얼거림에 지호의 사각턱이 툭 튀어나왔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벌하는 맛이 있지!”

“......”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면 핸드폰을 꺼내 번역기라도 돌리면 되련만, 이놈은 같은 한국인인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치욕은 언제 줬고, 깔보는 눈빛은 언제 했다고 그러는 걸까?

내가 한 것이라곤 단순히 무자비한 불청객에게서 나를 지키기 위해 방어를 한 것이 다인데 그것을 치욕으로 느껴질 수 있는 건지 진정으로 궁금했다.

그리고 깽판치고 문까지 부수고 간 건 자기면서.

오히려 내가 치욕을 당했다고 해야 맞지 않나?

내가 계속 멍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자, 지호가 또다시 인(忍)을 외치기 시작했다.

“후~ 됐다. 그럼 살짝 몸 좀 풀어볼까?”

지호가 자신의 눈을 가리던 머리를 뒤로 말끔하게 묶고, 약간 비스듬하게 서서 어떤 자세를 취했다.

양팔을 어깨 높이로 들어올려, 오른쪽 주먹은 명치에서 한 주먹 거리 앞에, 왼쪽 주먹은 오른쪽 주먹보다 더욱 앞에 뒀다.

‘왼 겨룸새’

태권도 선수들이 겨루기를 하기 전에 취하는 준비자세로 공격과 방어를 즉시 할 수 있는 자세였다.

저번에 지호가 왔다간 이후로 태권도에 대해 찾아봤기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합!”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지호가 기합을 내지르는 순간, 지호의 주변에 있던 먼지가 지호를 중심으로 밖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느릿하게 손과 발을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잠시 몸을 풀던 지호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계속 그렇게 멀뚱히 서 있다간 큰 코 다칠 거다.”

지호의 몸이 탱탱 볼처럼 가볍게 통통 튀기 시작했다.

“장혁, 그거 아냐? 현대 사회에서 태권도는 실전성이 떨어지는 무술이라고 불리는 걸.”

운동 쪽은 문외한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태권도는 손 기술이 거의 없어서 약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유무술이며, 그렇게 다양한 발기술과 빠른 속도, 강력한 파워를 겸비한 무술이 실전성이 떨어진다니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솔직히 내 생각도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현대의 태권도는 ‘무술’이 아니라 ‘스포츠’이니까. 스포츠에는 여러 가지 룰이 있고, 제약이 있지. 목적 역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서 점수를 많이 따는 것이니까.”

무술과 스포츠.

어렴풋이 차이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지호의 말에 더더욱 귀를 기울였다.

“지금 세계에서 태권도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상대를 한 방에 골로 보내는 파워보다는 득점 기계를 잘 때리는 기술이 중요하지. 물론 파워가 아예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아.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공격하는 것이 반칙이기에 손 기술이 거의 없지.”

지호가 조금 달라보였다.

그냥 태권도 조금 배웠다고 까불고 다니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마냥 쭉정이는 아니었나보다.

태권도에 대해 꽤 심도 있게 알고 있었다.

“알겠냐? 그게 바로 현대 태권도가 실전적으로 약한 이유다. 하지만 말이야. 만약 태권도가 스포츠가 아니라, 무술이었다면? 현재 스포츠화 된 지금이 아니라, 무술로 쓰이던 과거였다면?”

마치 전문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점점 흥미가 생겼다.

“태권도의 실전성은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 옛날에는 그 무술의 전설이었던 ‘이송룡’도 태권도를 배웠을 정도니까 말이야.”

이송룡!

무술이나 운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이송룡’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고 있었다.

tv나 영화, 인터넷에 아직까지도 전설의 무술가로 거론되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신기했다.

그런 이송룡이 태권도를 배웠다니.

역시 내 생각대로 태권도는 대단한 무술이었나보다.

기회만 된다면 나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송룡 대목에서 눈이 확 뜨인 나를 보며, 지호의 웃음이 짙어졌다.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지금은 이걸 익히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거든. 지금부터 내가 사용할 게 바로 그 옛날의 ‘무술’인 태권도다. ‘실전태권도’라고도 하지. 자,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이제 시작하자.”

그 말을 끝으로 지호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와 가슴이 살짝 들렸다 내려가며, 전신이 축 늘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히 힘을 뺏건만, 확실히 아까랑은 무언가가 달랐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는 진중하지만 딱히 압박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숨이 턱 막혀왔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1:1 맞짱이라니!

사실 난 태어나서 싸움이란 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말 단. 한. 번. 도.

싸움이 날 거 같거나, 불편한 상황이 오면 항상 피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나에게 매우 이례적이고, 어색한 상황이었다.

지호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지호를 보자, 상황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두근두근

반면에 지호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화가 나있어서 몰랐는데 태권도 이야기를 듣는 사이, 분노가 식어버렸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머리로 몰렸던 피가 순식간에 온 몸으로 흩어지며, 혼미해졌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의 관계가 떠올랐다.

분명히 지금은 고등학생이 아니었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먹이를 눈앞에 둔, 육식동물과 그 앞의 초식동물.

피할 수도,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

기세가 달랐다.

그냥 옛날처럼 피할 걸.

후회가 됐다.

완전히 지호의 분위기였다.

떨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다리가 계속 떨려왔고, 세상이 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지금은 그때가 아니야.’

그때였다.

지호가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고, 씨익 웃었다.

“야, 우리 내기 하나 하자.”

“내기?”

“그래.”

“어떤?”

“네가 여기서 나한테 지면 넌 이제부터 내 부하가 돼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부...하?”

부하라니.

24살에 부하라는 말이 나올 줄 몰랐다.

“왜 후달리냐? 후달리면 말해. 여기까지 와놓고 못하겠다고 빼는 그런 겁쟁이는 나도 필요 없으니까.”

꾸욱!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후드려 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놈은 확실히 능력자였다.

좀처럼 튀어나오지 않는 내 안의 흑염룡을 일깨우는데 상당한 재능을 가진!

떨림이 멎었다.

가슴 안의 무언가가 확 타오르며, 머리까지 타고 올라왔다.

방금까지 땅에 꽁꽁 얼어붙어있던 나의 발을 들어 ‘한 발’ 내딛었다.

이때는 몰랐지만 이것이 내가 변하는 계기가 되는 최초의 ‘한 발’이었다.

“준비됐다.”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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