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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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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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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84

작성
15.08.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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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블러드 레이디 (1)

DUMMY

1층에 내려간 청연은 킹 슬라임 대신 맨 처음 만났던 주황색 슬라임을 만났다. 그 슬라임과 그룹을 맺고 라임이란 이름까지 붙여줬다. 다음엔 리니아의 지시대로 50층의 라이스터를 찾아가려고 했다.


“너 왜 그래?”


그런데 라임이가 청연이 연 포털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굉장히 두려워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청연이 억지로 안고 가려고 해도 품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자꾸 꿈틀거렸다.


‘혹시 다른 층으로 데려가면 문제가 생기는 건가?’


단순히 겁먹은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괜히 억지로 데려갔다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결국 청연은 라임이는 놔두고 혼자만 가기로 결정했다.


“나 없는 동안 잘 숨어 있어라. 헌터들한테 걸리지 말고.”


라임은 제자리에서 퐁퐁 튀었다. 마치 너나 잘하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청연은 씨익 웃곤 소용돌이치는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포털마다 전이되는 느낌이 달랐다. 이 소용돌이치는 포털은 생긴 대로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물이 되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아주 찝찝했다.


‘으, 좀 평범한 워프 방식으로 해주면 안 되나.’


잠깐의 어둠, 그리고 곧 뒤바뀌는 빛과 공간.


50층에 워프된 청연은 주변을 확인했다. 1층과 별 다를 것 없는 넓은 초원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1층 천장은 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뿌연 했는데 이곳은 보통의 하늘처럼 밝은 푸른색이라는 것 정도?


‘제대로 온 건가?’


청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게.”


청연은 말소리가 난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인간이었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은발의 남자였는데 서양인 같지도, 동양인 같지도 않은 묘한 외모였다. 아주 빼어난 미남은 아니었지만 요즘 말로 표현하면 훈남이라고 할까. 아무튼 보는 이들에게 호감을 주는 부드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남자는 은은한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청연에게 터벅터벅 다가왔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청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네가 청연인가? 반갑네. 라이스터일세.”


라이스터라는 말에 청연도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을 맞잡았다.


“네, 안녕하세요. 청연이라고 합니다.”


라이스터는 악수한 상태에서 신기한 물건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청연을 한참동안 쳐다봤다. 기분 나쁜 눈빛도 아니고, 청연도 딱히 시선을 피할 이유가 없어서 자연스레 눈을 마주쳤다. 잠시 후, 라이스터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


“헌터인데 헌터들을 잡겠다고 리니아님에게 투항했다지? 꽤나 독특한 친구로군. 보통 인간이라면 99%는 기다리든가 그냥 헌터 생활을 포기했을 텐데.”


청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리니아에게 다 설명한 일이었다. 라이스터도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니었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리니아님의 말을 듣고 장비를 받으러 온 거겠지?”

“네.”

“좋네, 잡담은 나중에 하고 해야 할 일들부터 빨리 진행하도록 하지.”


라이스터는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이번엔 붉은 빛이 청연의 몸을 뒤덮었다.


‘또냐.’


저항할 방법도 없고, 또 하도 당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청연은 이제 무덤덤하게 빛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역시 예상대로 붉은 빛은 금세 사라졌다. 라이스터가 청연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스킬 몇 개를 가르쳐 줬네. 확인해 보게.”


스킬이라는 말에 청연은 놀라 라이스터에게 되물었다.


“예? 스킬이라뇨?”


라이스터는 천천히 설명했다.


“혈검사라는 직업은 내가 만들어준 걸세.”


순간 청연은 속으로 버럭했다.


‘당신이었냐! 이런 똥 스텟을 내게 준 사람이!’


“정확히는 이름만 리니아님이 붙이고 세밀한 디자인 부분은 거의 다 내가 했다고 볼 수 있지. 리니아님께 스킬도 만들어주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잘 이해를 못하시더군. 그래서 내가 따로 몇 개 만들어봤네. 욕하는 건 아니네만 리니아님은 아무래도 불멸자시다 보니 그런 부분은 좀 둔감하거든.”


리니아가 둔감하다는 말엔 100% 동감할 수 있었다. 라이스터가 방긋 웃었다.


“물론 리니아님의 생각이 궁극적으론 옳아. 싸움을 크게 보면 치고 막고 피하는 세 가지가 전부니까. 하지만 자네에게 그런 전투의 극의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


라이스터는 이어서 말했다.


“자네는 분명 스텟이 떨어졌다고 투덜거렸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


너무 정확한 추측인지라 청연은 할 말이 없었다. 라이스터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걱정 말게. 우리들 같은 필멸자들에 관한 일은 내가 좀 더 능숙하다고 할 수 있지. 스텟인가 하는 숫자 수치는 떨어졌지만 능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네. 잠시 낮아진 걸로 느껴질 뿐, 자네가 수련을 쌓으면 금방 원래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질 걸세.”


같은 말이라도 리니아의 설명과 달리 귀에 쏙쏙 박히는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확실히 인간을 상대하는 일은 라이스터가 리니아보다 나은 것 같았다.


“가르쳐준 스킬은 렉스로 확인해보게. 아마 쓸 만할 걸세.”


청연은 라이스터가 시키는 대로 잽싸게 렉스를 꺼내 전수받은 스킬을 확인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장막[초급] : 피를 이용해 장막을 칩니다. 지속시간은 피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입니다.


광란[초급]: 피를 소모하여 일순간 모든 스텟을 증가시킵니다. 지속 시간은 피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입니다.


분출[초급] : 피를 내뿜어 주변의 적들을 공격합니다.


안개[초급] : 피를 공기 중에 넓게 퍼뜨려 주변의 적들을 갉아먹습니다. 지속 시간은 피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입니다.』



다 읽은 청연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처음으로 얻은 전투 스킬이긴 한데, 다 처음 보는데다가 찝찝하게 모두 피와 연관된 스킬이었다.


‘이래서 직업명을 혈검사[血劍士 ]라고 지은 건가?’


청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라이스터가 설명했다.


“투기도 없어지고 마법에도 재능이 없는 자네에게 무엇을 줄까 고민했지. 그러다가 자네 피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 피는 인간들이 가진 것 중 가장 진귀하면서 지독한 것이니까. 마침 자네에게 주려는 무기도 피에 관련된 무기이기도 하고, 또 헌터들도 모두 피를 가진 인간들이니 헌터들을 상대하려면 피를 도구로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네.”


라이스터는 돌연 근엄한 말투로 말했다.


“조심해야 하네. 양날의 검 같은 기술들이라 무리해서 사용했다간 자네가 먼저 죽을 테니까. 우선은 그 스킬들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단련하는 게 좋을 걸세.”


딱 봐도 무척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도도 높아 보이는 스킬들이라 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마법에 재능이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자넨 마법에 재능이 없더군. 나는 안전지향주의라 이런 사법술들은 좋아하지 않네만, 자네를 빠른 속도로 강하게 성장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은 청연은 몇 가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청연이 묻기 전에 라이스터가 먼저 화제를 돌렸다.


“물어 보고 싶은 말도 많고 얻은 스킬도 시험해보고 싶겠지만 그건 나중에 하도록 하세. 이제 자네에게 줄 무기를 보러 가지.”


설명을 다 마친 라이스터는 다시 손가락을 딱 튕겼다.


어느새 둘은 방금까지 있던 초원이 아닌 다른 공간에 와 있었다. 청연은 뒤늦게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었던 충격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느꼈다.


워프한 곳은 잠실 운동장보다 몇 배는 넓은 공터였다. 그런데 그 넓은 공터의 공간 절반을 전부 금이 차지하고 있었다.


청연은 이렇게 많은 금들을 처음 보았다. 어찌나 금이 많은지 그 넓은 공간의 바닥을 절반 넘게 채우고도 모자라 높이 쌓여 작은 산을 몇 개나 이루고 있었다.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절로 탄식이 튀어 나왔다.


금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절반의 공간 한쪽엔 보석이, 다른 한쪽엔 온갖 무기가, 또 한쪽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돌멩이 같은 것들이 수북이 쌓여 수십 개의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의 있는 것들을 전부 챙겨서 돌아가면 급격한 인플레 때문에 현실의 실물 경제가 파탄 날 지경이었다. 물론 마정석이라는 효율 좋은 대체 자원이 있어서 정말 파탄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금값이 똥값이 되는 급격한 인플레는 틀림없이 일으킬만한 양이었다.


청연이 놀라워하는 것을 보며 라이스터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자네가 저번에 가져갔던 금도 여기서 가져갔던 거라네.”


청연은 라이스터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라이스터님은 드래곤이십니까?”

“맞네. 지금 이 인간의 모습은 자네에게 맞춰서 변신한 상태지.”

“그럼 여기는 라이스터님의 레어겠군요.”

“잘 아는군.”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드래곤의 레어와 완전 흡사해서 찍은 건데 역시 맞았다.


라이스터가 드래곤이란 사실도 놀라웠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이 준 충격에 비하면 그냥 밋밋한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따라 오게.”


감동(?)이 채 가시지도 전에 라이스터가 이동했다. 청연은 라이스터를 따라 금이 쌓인 곳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좀 괜찮은 템 좀 주려나?’


생각지도 못한 스킬도 얻고, 눈앞에 어마어마한 금더미들을 보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청연도 은근히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청연은 라이스터를 뒤따라 걸으며 라이스터가 어떤 템을 줄려는 걸까 생각했다. 그냥 리니아를 통해서 줘도 됐을 텐데 굳이 이곳까지 오게 해서 건네 줄 정도면 보통 무기는 아닐 것이다. 쌓여 있는 무기나 장구류들은 딱 봐도 하나같이 엄청난 레어 템들이었다.


‘어라?’


하지만 라이스터는 무기가 쌓여 있는 곳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종류의 장구류나 도구들을 모두 지나쳐 이동하던 라이스터가 드디어 걸음을 멈췄다.


“여길세.”


그 앞엔 성인 남성의 키 높이로 뭉툭 솟아나 있는 바위가 하나 있었다. 주변 보석들의 산에 비하면 굉장히 평범하고 초라해 보이는 바위였다. 라이스터는 바위 꼭대기 부근을 가리켰다.


“자네에게 줄 것은 저기 있네. 가서 뽑아내게.”


라이스터의 말에 청연은 바위를 살펴보았다. 과연 바위 제일 위쪽 정중앙에 검자루로 보이는 것이 하나 툭 튀어나와 있었다.


‘아더왕과 엑스칼리버 같은 건가…저기 쌓인 무기들 중에서 건성으로 하나 골라주는 것보단 특별하긴 하네. 근데 설마 전설처럼 자격이 안 되면 못 뽑는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청연은 망설이지 않고 바위 위로 훌쩍 올라갔다. 그리고 검자루를 내려다보았다. 밋밋한 검자루 외엔 콧등이라던가 하는 장식 부분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뽑으면 됩니까?”

“뽑게.”


청연은 두 손에 힘을 가득 줘서 강하게 검자루를 잡았다.


-꺄악!-


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려온 여자 비명소리에 청연은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청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황하다가 이번엔 검자루를 살며시 쥐었다.


-너 누구야?-


또 머릿속에서 들리는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 청연은 다시 검자루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황망한 눈빛으로 라이스터를 쳐다봤다.


라이스터는 처음으로 짓궂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에고 소드네. 별칭은 블러드 레이디, 정식 이름은 테치느 양일세. 잘 부탁하네.”



작가의말

드디어 템과 스킬을 얻은 주인공~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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