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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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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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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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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684

작성
15.08.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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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글자
9쪽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2)

DUMMY

집결지에서 벗어난 청연은 동굴을 향해 직선으로 가지 않고 크게 빙 돌았다. 그걸 눈치 챈 얄팍한 사내가 물었다.


“이봐요, 왜 자꾸 빙빙 돌아?”


청연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길이 헷갈려서.”


이미 청연을 멍청이라고 단정 지은 네 명의 헌터는 그러려니 했다. 여자가 알버트에게 속닥거렸다.


“저러니까 그룹도 못 구하고 솔플로 던전에 왔다가 무기까지 잃고 쩔쩔 매는 거지.”

“좀 그렇긴 하네. 어떻게 헌터가 됐지? 진짜 요즘은 진짜 개나 소나 다 헌터 한다니까.”


‘다 들린다. 이놈들아.’


욕하는 말에도 청연은 화가 나기는커녕 흐뭇했다. 자신의 연기력이 좋아 저들이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소리니까. 그리고 이렇게 빙빙 돌아가는 건 바보 연기도 연기지만, 이놈들이 나중에 다시 동굴을 찾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청연은 한참을 더 돌아 한 시간 거리의 길을 두 시간도 넘게 걸려 동굴 앞에 도달했다.


“여깁니다.”


한눈에 봐도 뭔가 있어 보일 법한 수상한 동굴이었다. 헌터들은 무기들을 빼들고 싸울 태비를 갖췄다.


“고블린들은?”

“안에 있어요. 그리고 킹 슬라임은 동굴 제일 안쪽에 있습니다.”


여자가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물었다.


“당신은 저 어두운 곳을 어떻게 혼자 들어간 거죠? 랜턴 같은 것도 다 떨구고 온 거예요?”


청연은 천연덕스럽게 렉스를 꺼내보였다.


“이거 빛으로요.”


여자는 기가 찼다. 전투 중에 렉스를 들고 싸웠다고? 스스로 한쪽 팔을 봉쇄하는 미친 짓이었다. 그녀가 볼 때 청연이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까웠다.


“엉망이네.”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등에 맨 작은 가방에서 막대기형 LED랜턴을 두개 꺼냈다. 한쪽 끝에 달린 전원 버튼을 누르자 랜턴 전체에서 환한 빛이 퍼져 나왔다. 여자는 그중 하나를 자기 허리춤에 꼽은 뒤 청연을 불렀다.


“이리 와 봐요.”


여자는 청연에게 남은 LED랜턴을 건네줬다.


“옆구리에 끼워놔요.”


청연은 조금 놀랐다.


‘웬일로 친절을?’


하지만 그 저의는 금방 드러났다.


“자, 앞장서요.”


이쯤 되면 너무 노골적이라 청연도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청연은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아무 방어구도 없는데요? 고블린들이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합니까?”

“당신이 길을 알잖아요.”

“일직선이라 그냥 쭉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여자가 날카로운 눈매로 청연을 노려봤다.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어쩌면 당신이 저 안에 함정을 파놓았을 수도 있으니까.”


청연은 약간 뜨끔했다. 하지만 곧 억울한 척 항의했다.


“무슨 함정입니까? 같은 헌터들끼리.”


청연의 말대로 헌터들끼리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종 고급 아이템을 노리고 헌터 통수를 치는 정신 나간 헌터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원래 세계에서 체포되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별것도 없는 초보 헌터를 노리고 사기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즉, 지금 같은 경우는 여자가 청연을 의심해서라기보다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고블린이 나타나면 저희가 알아서 보호해줄 테니까 걱정 말고 앞장서요.”


고블린들이 나타나면 청연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겠다는 뜻이 더 강했다. 아니, 어쩌면 나눠줄 1도 아까워서 그냥 고블린에게 맞아 죽게 만들려는 의도일수도 있었다. 어떤 의미로든 참으로 악랄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나도 너희 벗겨먹으려고 이러는 거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진짜 니들 못됐다.’


청연은 아무 불만도 없었지만 불만이 있는 것처럼 투덜거렸다.


“진짜 너무들 하시네. 알았어요. 앞장서겠습니다.”


청연도 화난 척 동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네 명의 헌터들은 그런 청연을 비웃고는 청연을 뒤따라 들어갔다.


“고블린은 언제쯤 나타납니까?”

“글쎄요… 아깐 한 중간쯤 들어가니까 그때부터 나왔던 것 같던데.”


그 말에 헌터들은 팽팽했던 경계태세를 약간 느슨히 했다. 동굴 바닥은 아까 청연이 투덜댔던 것처럼 온통 진창에 경사가 극심했다.


“아, 옷 다 더러워지네.”


여자가 발이 푹푹 빠져 넘어질 뻔하자 짜증을 부렸다. 알버트가 그녀를 부축하며 달랬다.


“던전 깊은 곳일수록 이런 악조건들이 많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거야.”

“그냥 남들처럼 레드라인으로 가자니까 굳이 여기로 와서 이 고생이야.”


여자가 계속 투덜거리자 얄팍한 사내도 알버트를 거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오늘 킹 슬라임 볼 수 있잖아. 이거 잡는 날은 운수대통이라던데.”


킹 슬라임이라는 말에 여자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정말 저 멍청이한테 킹 슬라임 잡으면 나눠줄 거야?”


얄팍한 남자도 작게 대꾸했다.


“나눠주긴. 너도 고블린한테 맞아 죽으라고 앞장세운 것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안 죽을 수도 있잖아. 저렇게 등신 같이 굴면서도 여태 안 죽은 거 보니까 머리는 나빠도 스텟은 나름 괜찮은 모양인데.”


알버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따가 다 처리하고 방심했을 때 정신 차리라고 교훈도 줄 겸 뒤통수 한 대 갈겨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주자. 통성명도 안 했는데 알게 뭐야. 걸리면 그때 가서 좀 보상해주지 뭐.”


헌터들은 소리 없이 낄낄거리며 동의했다. 그 사이 앞서 가던 청연이 멀찌감치 떨어졌다. 알버트가 청연을 불렀다.


“어이, 너무 앞서가진 말아요.”


그때 ‘우왁’ 하는 청연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헌터들은 고블린이 나타났나 싶어 청연의 비명소리가 난 곳을 향해 질척거리며 달려갔다.


“멈춰!”


빠르게 이동하던 헌터들은 알버트의 제지에 움찔하며 멈췄다. 바로 앞에 깎아낸 것 같은 급격한 경사로가 있었다. 여차하면 앞으로 구를 뻔했다. 그 아래에서 청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에고, 다들 조심들 내려오세요. 잘못 디뎌서 굴러 떨어졌네요.”


헌터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저 바보는 도대체 얼마나 머저리 짓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지?’


헌터들은 천천히 경사로를 내려갔다. 알버트는 여자가 넘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해 보이자 팔을 잡아줬다.


“천천히 내려와.”


얄팍한 남자도 질세라 여자의 남은 팔을 붙잡았다. 둘이 여자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헌터 일행들은 뭉쳐서 조심조심 경사로를 내려왔다.


“여기서부터 고블린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슬슬 전투 준비를 해주세요.”


청연은 아래에서 계속 큰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알버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고블린들 다 듣겠다. 멍청아.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경사로의 마지막 부근은 거의 직각으로 꺾여 있었다. 그래서 헌터들은 별 생각 없이 풀쩍 뛰어 바닥에 안착했다. 아니, 안착하려고 했다.


“윽?”

“꺄악!”


바닥이 생각보다 훨씬 미끄럽고 푹 빠져들었다. 여태까지 밟아왔던 진흙 바닥을 생각하며 뛰어내렸던 헌터들은 중심을 잃고 전부다 나동그라졌다.


‘뭐지? 뭐가 이렇게 미끄러워?’


당황한 알버트는 손으로 바닥을 디디며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바닥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물 같은 액체가 땅에서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알버트는 놀라서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지면은 계속 꿈틀거렸고 손으로 디디는 곳마다 푹푹 아래로 꺼졌다. 곧 파묻힌 손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아니, 손뿐만이 아니라 바닥에 닿은 몸 전체가 타는 듯이 고통스러웠다. 실제로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살이 녹아내리고 시작했다.


“아악!”


알버트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나머지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존재감 없이 묵묵히 있던 사내가 자신의 파묻힌 발목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으어어…’ 하는 얼빠진 소리를 냈다. 모두들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더욱 깊이 지면에 파묻힐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귀에 청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어떻게 헌터가 됐지? 요즘 헌터들은 개나 소나 다 하나봐?”


대부분 고통 때문에 제대로 듣지도 못했지만 알버트만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저 말은 아까 청연을 비웃으며 자신이 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말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알버트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청연이 지금까지의 멍청하고 어벙한 표정과는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그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저 자식!’


분노한 알버트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다 반동으로 더욱 깊이 처박았다.


‘제기랄!’


처음엔 좀 의심했지만 청연의 계속되는 얼빠진 행동에 방심해버렸다. 하지만 굳이 연기하지 않았어도 자신들은 당했을 것이다. 죽어가는 지금도 뭐에 당하고 있는 건지조차 몰랐다.


‘도대체 뭐에 당한 거지…’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알버트의 의식이 금세 흐려졌다. 죽어가는 알버트의 귀에 청연의 마지막 말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자, 이젠 누가 멍청이지?”


작가의말

마지막 대사는 롤을 많이 하신 분이라면 알 수 있는 그 대사입니다.

 

참, 그리고 연참이 아니라 저번 화 제목을 바꿨습니다. 헷갈리시는 분들 없으시길...^^;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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