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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638,650
추천수 :
14,219
글자수 :
166,684

작성
15.07.29 15:54
조회
23,468
추천
463
글자
8쪽

첫판부터 끝판왕(1)

DUMMY

“드디어!”


청연은 양손으로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보며 헤벌쭉 웃었다. 벌써 열 번도 넘게 봤지만 감동은 전혀 희석되지 않고 매번 새롭게 느껴졌다.


헌터 협회에서 지급받은 스마트폰, ‘렉스’의 깨끗한 화면에 자신의 프로필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이름: 김청연

소속: 대한민국

길드: 없음

직업: 없음

레벨: 1

기술: 없음

특기: 없음


체력: 112 투기: 38 마력: 0 힘: 13 학습: 7 민첩: 11


‘캬! 멋지다! 간지가 좔좔 흐른다!’


렉스에 측정된 스텟이 학습을 제외하곤 전부 평균 이상이었다. 특히 체력은 어지간한 5~6렙 헌터들보다도 높은 편으로, 그야말로 타고난 탱커감이었다. 헌터들 사이에서 탱커는 그야말로 귀족이나 다름없었다.


청연은 스스로에게 감격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헌터가 되기 위해, 이 헌터 협회의 렉스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며 마음고생을 했던가?


아무리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노력해도 헌터로써 각성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오죽하면 세간에선 ‘헌터한탕주의’ ‘헌터고시’ ‘로또헌터.’라고까지 불리겠는가? 헌터가 되겠다고 몇십 년을 꼬라박고서도 각성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부지기수였다.


일 년 안에 각성하는 사람들도 극소수 있었지만 그런 놈들은 운이 겁나게 좋은 거고, 대부분 헌터로 각성하는데 최소 3년, 길면 10년도 넘게 걸렸다.


청연은 9년이란 긴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아무튼 헌터로 각성에 성공했으니 비교적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도 이젠 어디가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헌터였다.


‘좋아, 시험 삼아 한번 던전에 들어갔다 와볼까?’


원래는 이틀 뒤에 동기 헌터들과 모여서 그룹을 짠 뒤 안전하게 레이드를 돌기로 했다. 하지만 잠깐 구경만 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설혹 문제가 생겨도 난 체력이 높으니까 쉽게 맞아죽진 않을 거야!’


자신의 높은 체력에 굳은 자부심을 가진 채, 청연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렉스의 옆구리에 달린 조그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프로필은 사라지고 새로운 화면이 떠올랐다.


『헌터 회원 코드와 1차 비밀번호, 2차 비밀번호를 입력하신 후 화면 아래의 사각형 안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대주시기 바랍니다.』


다 입력하자 다음 메시지가 떴다.


『김청연님은 처음으로 던전에 입장하십니다. 입장하실 던전을 선택해 주십시오.』


다시 화면이 바뀌고 목록이 주르륵 떴다.


1. 발륜의 천공누각

2. 어도니아스의 미궁

3. 리니아의 거탑

4. 챠르벤더의 암흑대륙

5. 치(嗤)의 혈옥성

6. 빈센트의 레드라인


청연은 처음 생각해둔대로 빈센트의 레드라인을 골랐다. 빈센트의 레드라인은 이미 다른 상급 헌터들에 의해 던전의 80%가량이 공략되어 있었고, 초급 몬스터들이 비교적 약하고 유순해서 초보 헌터들이 첫 던전으로 제일 많이 선택하는 곳이었다.


『빈센트의 레드라인을 선택하셨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Y/N』


청연은 망설임 없이 Y를 눌렀다.


『지금 바로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호쾌하게 Y를 눌렀다.


끼기기깅!


“윽!”


갑자기 머릿속에 들려온 불협화음에 청연은 인상을 쓰며 머리를 움켜잡았다. 쇠와 쇠가 서로 갈리는 것 같은 불쾌한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울렸다.


‘뭐지? 이런 증상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다행히 소리는 금방 사라졌다. 곧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건 이미 예습을 통해 숙지해뒀던 증상인지라 청연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어둠속에서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어느 순간 청연은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공간에 워프되어 있었다. 청연은 연습했던 대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기를 빠르게 꺼냈다.


차창!


청연이 꺼낸 것은 삼단으로 접히는 봉이었다. 겉보기엔 일반인들이 호신용으로 자주 들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이것도 헌터 협회에서 지급받은 무기였다. 마정석의 힘도 조금이나마 담겨 있어서 무려 칠백만원이나 하는 물건이었다.


‘얼레? 여긴 어디?’


청연은 주위를 확인했다. 뭔가 이상했다. 분명 레드라인은 붉은 땅이 끝없이 길게 이어진 던전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청연이 있는 곳은 어떤 건축물의 내부였다.


꽤 넓은 공간의 방안이었는데, 청연의 눈에 거대한 침대와 작은 탁자, 책이 가득 꽂힌 책장 등이 보였다. 전부 현대가 아닌 중세풍의 가구들이었다.


“넌 누구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청연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당황했다.


“누구세요?”


처음 보는 여자가 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자는 청연이 봤던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특별했다. 검은 물결 같은 긴 생머리, 티 하나 없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보석 같이 검은 눈동자, 풍만하지만 전혀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라인이 뚜렷한 몸매. 그 유려한 몸, 특히 다리 라인을 완벽하게 부각시켜주는 옆이 트인 치파오 풍의 검은 드레스까지.


하지만 여자는 그 아름다움에 전혀 신경 쓰지 못하게 할 정도의 차가운 눈초리로 청연을 노려봤다.


“넌……헌터로군?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지?”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헌터는 더더욱 아니었다. 청연은 여자와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금세 이마에서 땀이 흘러나왔다. 여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섬뜩한 기운에 땀샘 하나하나에 바늘이 박힌 것 같이 괴로웠다.


“당신은 누구…신지? 여긴 빈센트의 레드라인이 아닌 건가…요?”


청연은 확신이 없어서 애매하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와중에도 청연은 여자가 갸웃거리는 모습이 무척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떠올렸다. 그 정도로 여자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기는 내 탑이다. 그리고 내가 먼저 물었는데. 넌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지?”


여자의 말에 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탑? 리니아의 거탑을 말하는 건가? 자신은 분명 빈센트의 레드 라인을 골랐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온 거지? 버그인가? 아니면 렉스의 고장?


‘…응?’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청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소름이 돋았다.


‘방금 저 여자가 [내] 탑이라고 분명히 말했지?’


설마 저 여자는 자신이 ‘리니아의 거탑’의 최종보스이자 마왕인 ‘리니아’라고 주장하는 건가? 청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당신…혹시 리니아인가…요?”


여자는 무척이나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이다.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청연은 믿기지 않았다. 왜 빈센트의 레드라인을 고른 자신이 리니아의 거탑, 그것도 일반적인 스타트 포인트인 맨 아래층이 아니라 가장 꼭대기 층의 리니아의 방에 워프된 것일까?


‘난 오늘 던전에 처음 입장한 초보 헌터라고! 난데없이 최종보스라니?’


청연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러나 마왕 리니아는 청연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됐다. 귀찮군. 나중에 아래 얘들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죽어라.”


리니아의 손바닥에 검은 구체가 생성됐다. 그 위력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맹렬한 파동이 구체에서 퍼져 나왔다. 당황한 청연은 다급히 외쳤다.


“자, 잠깐!”


그러나 리니아는 청연의 말을 무시하고 손을 휘둘렀다.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시늉을 할 틈도 없었다. 청연의 눈앞이 번쩍했다. 이어서 ‘으드드득’ 하고 온몸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씨발…’


청연은 끽소리도 못하고 죽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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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헌터 헌터 (2) +35 15.08.05 20,894 429 10쪽
9 헌터 헌터 (1) +23 15.08.04 21,038 423 7쪽
8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2) +36 15.08.03 21,003 38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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