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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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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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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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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84

작성
15.08.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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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4)

DUMMY

청연은 했던 그대로를 반복하며 헌터들을 낚았다. 우려와 달리 헌터들은 함정에 척척 걸렸고 픽픽 죽었다. 처음 걸린 헌터들이 멍청한 덕분에 쉽게 처리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청연의 덫이 너무 감쪽같았다. 처음 것이 실패할까봐 이중 삼중으로 함정을 준비해놨지만 대부분 첫 번째 함정 선에서 정리됐다.


헌터들은 대체적으로 싸가지가 없었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친절한 헌터들도 있었는데 역시 봐주는 법은 없었다. 좀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 청연부터가 누구 봐주면서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청연은 숙달된 낚시꾼처럼 연신 헌터들을 낚았다. 처음엔 긴장 때문에 아무 생각도 못 했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니 여유가 생겨서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질풍노도, 요원지화 같은 발전 속도였다.


‘나 의외로 사기 치는데 재능 있었던 것 아냐?’


오죽하면 청연은 스스로의 사기 재능에 두려움까지 느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건 청연이 함정을 잘 파놓은 덕도 있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사정도 있었다.


헌터가 헌터를 잡으면 당연히 불법이다. 신고를 하면 헌터 협회에서는 범죄자 헌터를 수배와 동시에 추적한다. 잡히지 않는 악질들한테는 현상금을 내걸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범죄자 헌터들은 헌터 협회의 압박을 감내할만한 대가가 있을 때만 같은 헌터를 친다.


하지만 지금 청연이 낚는 헌터들은 거의 다 초보들이다. 갓 헌터 생활한 초보들에게 좋은 아이템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청연에게 당한 헌터들은 다들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초보한테 사기를 칠까’ 라는 생각을 하며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그 어떤 헌터가 슬라임을 위장시켜서 함정을 판다…라는 발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오직 청연만이 떠올릴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슬라임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함정! 덕분에 대부분의 헌터들은 자신들이 뭐에 죽는지도 모른 채 죽었다.


혹시 함정일까 경계하던 헌터들도 끽해야 청연의 동료 헌터들이 숨어 있는 가능성 정도만 경계했지, 이런 기괴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만약 정찰 스킬이나 탐색 스킬을 쓸 수 있는 서포터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을 테지만, 이것도 청연이 주도면밀하게 10렙이 넘지 않아 보이는, 그래서 스킬을 익히지 못한 걸로 짐작되는 헌터들에게만 접근했다.


이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청연을 따라온 헌터들은 별 생각 없이 슬라임 늪에 스스로 입수하는 꼴이 된 것이다.


물론 모든 헌터가 순순히 당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떤 헌터들은 마지막 함정까지 쫓아오며 청연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으악! 뭐야!”


네 명의 사내들로 구성된 헌터 그룹은 제일 앞에 있던 한명만 첫 번째 함정에 빠졌다.


“밟고 넘어가!”


나머지들은 함정에 빠진 헌터를 발판삼아 무사히 슬라임 함정을 건너왔다.


“저 새끼 잡아!”


헌터들은 달아나는 청연을 빠르게 쫓았다. 청연의 도망치는 속도는 무척 느려서 헌터들과 금세 사이가 좁혀졌다. 가장 청연과 가까이 붙은 헌터가 청연의 뒤통수를 향해 손을 쭉 뻗었다.


“잡았…악!”


그때 사내의 머리위로 둥근 바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다른 헌터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서 고꾸라진 동료 헌터를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천장 바위가 아니라 색깔만 비슷한 무언가였다. 그것들은 동료의 신체 여기저기에 붙어 동료를 녹이고 있었다.


“슬라임!”


드디어 함정의 정체를 알아낸 헌터들은 어떻게 슬라임이 저렇게 완벽하게 의태했는지, 또 청연과 한 그룹인 것처럼 움직이는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걸 알아내는 것보단 청연을 잡는 게 우선이었다.


두 헌터들은 동료가 떨군 아이템을 회수한 뒤, 천천히 경계하면서 청연의 흔적을 쫓았다. 동굴은 일직선이라 금방 청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으로 꽤 들어가자 갑자기 큰 공터가 하나 나타났다. 청연은 공터 중앙에 있는 킹 슬라임을 등지고 OTD 삼단봉을 든 채 헌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킹 슬라임은 진짜 있었군.’


만약 킹 슬라임의 존재도 사기였다면 완전 생고생 한 거나 다름없었다. 동료 둘이 희생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킹 슬라임을 잡으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두 헌터는 무기를 정면에 꼬나들고 청연에게 차분히 접근했다. 청연도 더 이상 준비해놓은 함정이 없었는지, 궁지에 몰린 자세로 외쳤다.


“젠장! 어쩔 수 없군! 덤벼”


헌터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청연과 3m 정도 거리까지 서서히 접근했다. 거기까지 도달하자 둘은 서로를 곁눈질하며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비호같이 청연에게 달려들었다


물컹


“?”


1m 정도의 거리를 순식간에 도약했던 두 헌터는 보이지 않는 물렁한 장벽에 푹 하고 거의 안기듯이 처박혔다. 그리고 이상하다던가, 함정이라던가, 빨리 뒤로 물러나야겠다… 라는 등의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장벽에 닿은 신체 앞면부터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휴, 다행히 통했네. 진짜 마지막이었는데”


위급한 척 연기했던 청연은 헌터들이 함정에 빠지자 무기를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게도 청연의 바로 앞에서 옆에 있는 것과 똑같은 킹 슬라임이 하나 더 나타났다.


“질겨.”


나타난 킹 슬라임은 반쯤 녹은 헌터들을 체내로 흡수하며 투덜거렸다. 청연은 씩 웃으며 대꾸했다.


“천천히 먹어. 원래 맛있는 게 질기고 오래 씹히는 거야.”


청연은 킹 슬라임의 품에 안겨 녹고 있는 헌터들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킹이라서 그런가, 녹이는 속도도 장난 아니네.’


이게 바로 청연의 마지막 함정이었다. 킹 슬라임을 투명화시킨 후, 청연이 그 뒤에서 미끼가 되어 헌터들이 알아서 킹 슬라임에게 들이박게 하기.


‘겉면을 위조할 수 있다면 투명 망토처럼 투명해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위조 스킬을 슬라임들에게 쓰다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청연은 즉각 자신에게 시험해봤다. 하지만 실패했다. 청연처럼 자기색이 확고한 사물은 먼저 투명색을 덮은 후, 거기에 다시 주변 사물과 조화시키는 방법을 써야 했는데 지금 청연의 능력으로 그런 세밀한 조정은 무리였다. 만약 성공했다고 쳐도, 조금만 움직이면 금방 들통이 나서 제자리에 숨는 것 외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자신은 실패했지만 청연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슬라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슬라임들은 원래부터 반투명한 몸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위조 능력을 살짝 보태는 정도로도 충분히 투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청연은 조심스럽게 킹 슬라임에게 시험해봤다.


“나 안 보여?”


성공이었다. 청연은 킹 슬라임을 설득해서 킹 슬라임을 이용한 함정을 하나 더 파기로 했다. 우선 온힘을 다해 킹 슬라임을 밀어서 2M 정도 이동시키는데 성공했다. 킹 슬라임도 힘을 보태서 망정이지 청연 혼자 힘으로 옮기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힘들게 킹 슬라임을 옮겨놓은 다음, 청연은 아까 함정을 팔 때 퍼놓은 진흙을 원래 킹 슬라임이 있는 곳에 쌓아 옮겼다. 그리고 쌓인 진흙을 둥글게 빚었다. 끝으로 위조 스킬을 덮어서 킹 슬라임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마지막 함정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수고한 것이 아쉽게도 이 네 명의 남자 그룹 헌터들을 제외하곤 거의 다 첫 번째, 혹은 끽해야 두 번째 슬라임 낙하 함정에서 버티지 못하고 다 죽었다.


“뭐, 한번이라도 써먹은 게 어디야.”


이 함정이 없었다면 남은 두 명을 청연이 혼자 싸워서 물리쳐야 했다. 하지만 렙업할 동안 한 번도 싸워보질 않아서 전투엔 좀 자신이 없었다. 진짜 위험했을 수도 있는 상황을 땀 좀 빼며 고생한 걸로 넘겼으니 효과는 충분히 본 셈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던전 최하층에 온지 거의 24시간이 지났을 무렵, 청연은 30명이 넘은 헌터들을 사냥…이라기보다는 낚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으아, 슬슬 피곤하다. 원래는 이틀은 안자도 끄떡없는데.”


청연은 기지개를 쭉 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보단, 헌터들의 반응을 살피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더니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잠시 쉬기로 한 청연은 킹 슬라임 옆에 앉아 헌터들이 죽으며 남긴 건조식량을 먹었다. 그러면서 퀘스트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레벨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확인했다.



레벨: 13

기술: 변장[초급], 위조[초급]

특기: 친화, 교류,


체력: 335 투기: 132 마력: 0 힘: 39 학습: 15 민첩: 27


퀘스트


1. 헌터 40마리 처치[현재 처치한 헌터:31]

2. 마정석 200g 모으기[현재 모은 마정석:38g]



“쯥, 전직해야 되는데. 렙업이 너무 빠르다.”


열흘은 사냥해야 올릴 수 있는 레벨을 하루 만에 올렸다. 너무 렙업이 빠르다보니 10렙 때 하는 1차 전직을 할 틈도 없었다. 남들에게 말해주면 버그라고 신고당할 법한 무지막지한 레벨업 속도였다.


거기에 아까 버섯이 자라던 동굴 끝엔 온갖 잡다한 아이템들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있었다. 청연은 그쪽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모두 헌터들이 죽으면서 떨군 아이템들이었다.


건조식량이나 건틀릿, 관절 보호대 같은 잡동사니부터, 청연의 원래 무기였던 OTD삼단봉, 마찬가지로 초보자용인 OTD창 같은 기초 아이템들. 10렙 아이템이지만 워낙 성능이 좋아 20렙 중반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하이드 아머, 평상시엔 보통의 몽둥이만도 못하지만 마정석을 흡수시키면 일시적으로 성능이 증폭되는 증폭검, 갓 1차 전직한 마법사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하이시커의 지팡이 등등…


그중에서 청연이 쓸 만한 것은 하이드 아머와 삼단봉 정도였다. 하지만 청연이 직접 싸울 일도 없었고, 또 헌터들을 낚으려면 맨몸으로 있어야 했기에 굳이 지금 장비하고 있지는 않았다.


저것들만 장물아비들에게 팔아도 1억은 충분히 넘었다. 계약 파기로 헌터 협회에 빚진 것들 저걸로 다 갚아버릴 생각이었다.


“앞으로 9명만 더 잡으면 되는 건가…대략 두세 번만 더 왕복하면 되겠군.”


도저히 달성 불가능해 보여 우울증까지 생길 것 같았던 퀘스트였다. 그런데 생각 외로 무척이나 쉽게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청연은 큰 도움이 되어준 슬라임들과 킹 슬라임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청연 혼자만의 힘으론 도저히 불가능했으리라.


“너도 좀 먹을래?”


청연의 눈길을 알아챈 킹 슬라임이 웬일로 청연에게 먹을 것을 양보했다.


“…아니, 됐어. 너 많이 먹어라.”

“그거 맛있어?”


킹 슬라임은 청연이 먹고 있던 식량에 눈독을 들였다. 청연은 피식 웃고는 새 건조식량 하나를 꺼내서 킹 슬라임에게 던져줬다.


“자, 마저 후딱 끝내버리자.”


청연은 한 차례 몸을 푼 뒤, 다시 헌터들을 낚으러 힘찬 동작으로 동굴 밖으로 나섰다.


“배불러, 소화되면 가.”


킹 슬라임의 칭얼거림은 상큼하게 무시해줬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댓글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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