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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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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638,403
추천수 :
14,219
글자수 :
166,684

작성
15.08.04 15:26
조회
21,031
추천
423
글자
7쪽

헌터 헌터 (1)

DUMMY

그 후로도 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근성 있게 온갖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리니아도 포기하지 않고 근성 있게 온갖 다양한 마법으로 청연을 죽였다.


별다른 소득 없이 어느덧 3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청연은 그날도 리니아에게 어김없이 죽은 뒤 색다른 묘수가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렉스 액정이 번쩍이며 메시지가 왔다는 것을 알렸다.


“쯧.”


청연은 내용을 확인하고 혀를 찼다. 헌터 협회의 계약 해지 통보였다. 동시에 렉스에 청연의 헌터 프로필이 수정됐다.



이름: 김청연

소속: 없음

길드: 없음

직업: 없음

레벨: 1

기술: 없음

특기: 없음


체력: 112 투기: 38 마력: 0 힘: 13 학습: 7 민첩: 11



대한민국이던 소속이 없음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예전에 날아온 경고장처럼 헌터 협회에서 계약을 임의로 파기한 것이다. 이젠 청연은 공식적으로도 헌터가 아니라 투기를 쓸 줄 아는, 1억의 빚을 진 민간인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충격이 심하진 않았다. 오히려 반년동안 몬스터한테 칼질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인 1렙 스텟이 더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영배랑 정승환… 그놈들은 얼마나 렙업 했을까?’


만약 리니아를 설득하는 걸 성공해도 지금부터 저 둘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청연은 신경질적으로 렉스를 침대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리니아의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궁리했다.


“청연아, 저녁 먹어라.”


그때 청연의 어머니가 청연을 불렀다. 부모님들도 이젠 청연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 다만 청연이 헌터 협회와 계약이 파기된 것, 그리고 그 배상금으로 1억의 빚을 지게 된 것까지는 미처 몰랐다.


청연은 부엌으로 가서 부모님과 함께 묵묵히 저녁을 먹었다. 그때 거실의 TV에서 ‘리니아’ 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청연은 반사조건적으로 TV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 소식입니다. 리니아의 거탑 22층에 숨겨져 있던 네임드 몬스터 삼색눈 오우거가 최초로 잡힌 것이 한국 헌터 협회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 삼색눈 오우거를 잡은 그룹 ‘하이스트’ 의 리더 정XX씨는…”


‘아…나도 제발 평범한 몬스터 구경 좀 해보고 싶다.’


다른 헌터들은 최종적으로 마왕을 잡는 꿈을 꾸며 던전에 향하지만 청연은 완전 반대였다. 청연은 마왕 좀 제발 그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속의 음식을 우물거렸다.


그런데 그 순간, 청연의 뇌리에 어떤 생각이 벼락처럼 꽂혔다. 청연은 잽싸게 고개를 돌려 다시 TV를 봤다. TV에선 하이스트의 리더인가 뭐시기가 삼색눈 오우거를 어떻게 잡았는지, 몬스터에게서 마정석이 얼마나 나왔는지에 대해 자랑하듯이 떠벌리고 있었다. 그걸 보는 청연의 머릿속에서 어떤 계획 하나가 천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리니아의 공격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 여태까지 이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갑작스레 떠오른 아이디어에 청연은 고소(苦笑)했다. 조금만 세심하게 생각했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도 있었던 방법인데.


청연은 밥을 마시듯이 퍼먹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세연에게 전화로 상담했다.


“발상의 전환이라… 그럴 듯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들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은데?”


세연도 청연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세연의 지지에 청연은 자신감을 얻었다. 청연은 생각을 가다듬으며 어서 날짜가 지나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보름 뒤, 청연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던전에 입장했다.


***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어김없이 칼날과도 같은 보라색의 마력탄 수십 개가 쏘아져왔다. 청연은 피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눈을 감고 다급히 외쳤다.


“삼색눈 오우거!”


고작 그 한마디였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특이하고 색다른 퍼포먼스가 아닌 평범한 한 마디. 하지만 놀랍게도 그 한 마디에 흉포하게 날아오던 마력탄들이 청연의 바로 코앞에서 멈췄다. 익숙해진 죽음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자 청연은 속으로 소리쳤다.


‘살았다!’


성공이었다. 지금까지 죽어왔던 게 억울할 정도로 간단히 마왕의 공격을 멈추게 한 것이다. 쉽게 넘길 수도 있었던 걸 이리 고생했다는 허탈함과 목적을 성취 해냈다는 흥분에 청연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지금까지는 청연이 주동적으로 리니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됐다. 청연이 무슨 짓을 하든 리니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행동들이니 무시 받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오히려 경계심만 부추겨서 더욱 빨리 청연을 죽게 만들었다. 신문 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자꾸 신문 보라고 강요하는 판촉원 같은 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방금 청연이 언급한 삼색눈 오우거는 달랐다. 삼색눈 오우거는 리니아의 거탑에 사는 몬스터이고, 거탑의 지배자인 마왕 리니아의 부하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 그 부하가 헌터들에게 당했으니 리니아는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청연이 삼색눈 오우거를 언급하니 궁금해서 자연히 공격을 멈출 수밖에.


상대방의 관심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흥분이 좀 진정되자 청연은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떴다. 그리고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느낌이 싸해서 목젖 부근을 만져보니 피가 맺혀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또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청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 떠 있는 마력탄들 너머로 시선을 향했다.


왕좌에 앉아 있는 리니아는 냉랭한 검은 눈동자로 청연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압박감도 여전했다.


하지만 청연은 거기에 겁먹지 않았다. 리니아는 지금 당장은 청연을 해칠 마음이 없었다. 청연을 에워싼 마력탄이 그 증거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로 죽일 수 있는데 왜 굳이 위협하듯이 마력탄을 둥둥 띄워놓고 있겠는가? 청연을 압박한다는 것은, 청연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리니아가 변덕을 부려 마음이 바꾸기 전에 청연은 서둘러서 본론을 꺼냈다.


“그 삼색눈 오우거… 이번에 헌터들한테 처음으로 잡혔다고 들었습니다.”


리니아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계속 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청연은 이어서 말했다.


“헌터들이 바퀴벌레처럼 죽지도 않고 자꾸 이곳에 기어 들어와서 짜증나시지 않습니까?”


리니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약간의 의문과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는 미묘한 동작이었다. 그걸 예리하게 포착한 청연은 마음속에만 담아뒀었던 자신의 계획을 처음으로 소리 내어 힘차게 말했다.


“부디 절 리니아님의 부하로 삼아주십시오. 제가 헌터들을 이곳에서 모조리 쓸어 내버리겠습니다.”


작가의말

상대방의 관심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글쓰기도 마찬가지지요. 알면서도 못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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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3) +41 15.08.12 18,439 451 11쪽
15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2) +43 15.08.11 18,190 416 9쪽
14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1) +45 15.08.09 18,998 389 10쪽
13 헌터 헌터 (5) +34 15.08.08 25,744 394 12쪽
12 헌터 헌터 (4) +30 15.08.07 19,535 384 12쪽
11 헌터 헌터 (3) +25 15.08.06 20,492 396 9쪽
10 헌터 헌터 (2) +35 15.08.05 20,890 429 10쪽
» 헌터 헌터 (1) +23 15.08.04 21,032 423 7쪽
8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2) +36 15.08.03 20,994 385 11쪽
7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1) +28 15.08.01 20,883 409 10쪽
6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2) +28 15.07.31 20,712 39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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