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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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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84

작성
15.08.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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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2)

DUMMY

현실로 또 튕겨 나온(?) 청연은 죽을 때의 감각과 실패했다는 아쉬움에 진저리를 쳤다. 그 장면이 마침 집에 돌아온 세연에게 딱 발각됐다. 청연은 할 수 없이 세연에게 반 강제적으로 상황을 털어놓았다.


“쯧쯧, 상상력이 빈곤해. 한참 생각해서 나온 게 고작 그거라니?”


이야기를 모두 들은 서연이 무척 깔보는 거만한 태도로 손가락을 흔들었다.


“하여튼 오빠는 헌터 공부만 너무 해서 사회를 모른다니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순진하게 마음대로 합쇼~ 하면서 꿇고 들어가면 봐주기는커녕 오냐~ 하고 냉큼 죽인 다음에 토막 내서 시체팔이 하는 세상이라고.”

“너 무슨 조폭이냐?”


세연의 과격한 비유에 청연은 얼떨떨했다. 하지만 세연은 더욱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한 마디로 망할 놈의 세상이라고! 이 따위 세상 확 망해버려!”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


세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렸다.


“흥! 안 알랴줌!”

“…”


청연은 이걸 한 대 쥐어박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세연은 그런 청연을 보고 ‘풉’ 하고 웃었다. 그리고 다시 팔짱을 풀고 대화하는 자세로 말했다.


“그래서 3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리니아 그 년이 오빠를 죽이지 못하게 해야 된다 이거지?”

“그래.”

“말 한마디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네. 그 짧은 시간 안에 대화를 나누고 싶어질 만한 관심을 끌어야 한다라…”


세연은 주먹으로 턱을 받치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생각하던 세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역시 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겠네. 말로 무언가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


청연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한번 홀딱 벗고 가보는 건 어때?”

“…”


청연은 세연의 목을 조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세연은 청연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진짜로! 진지하게!”

“…설명해 봐. 헛소리면 때린다.”

“때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헌터가 민간인 친다고.”


세연은 투덜거리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치, 도와주려고 해도 뭐라 그러네… 아무튼 내가 봤을 땐 어지간한 방법으론 씨도 안 먹힐 것 같아. 그러니까 기상천외한, 놀라 자빠질 것 같은 퍼포먼스… 알몸 퍼포먼스를 감행하는 거지. 리니아의 사고를 충격과 공포로 마비시켜서 잠시 동안 오빠를 죽일 생각조차 못 들게 하는 거야.”


이 병맛 만화 같은 발상에 청연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세연을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연은 계속해서 꿋꿋이 말했다.


“리니아도 설마 오빠가 알몸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상식의 지표를 콱 찌르는 거지. 거기다 리니아도 여자라며? 더더욱 남자인 오빠의 알몸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럼 그 사이에 오빠는 당당하게 설득에 들어가는 거지.”

“오히려 더 빨리 죽여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냐?”


청연의 반박에 세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미친 변태라고 생각해서 바로 공격할 수도 있겠지. 그게 우리들의 상식으론 맞는 반응이고. 하지만 그쪽 던전과 이쪽 세계의 상식이 꼭 같으리라는 법은 없잖아? 어쩌면 알몸이 부끄럽지 않은 세계일수도 있고. 고대에 어떤 원시인 부족들은 맨몸을 보이는 게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항복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는 거라고 책에서 본 적이 있어”


청연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또 의외로 오빠의 늠름한 알몸을 보고 반해서 죽이지 않을 수도 있어. 오빠 헌터 준비한다고 맨날 운동 빡세게 해서 몸은 끝내주잖아? 배에 아직 王자 남아 있지?”

“무슨 싸구려 야설 같은 발상이냐고! 19금 로맨스 소설을 너무 많이 봤어!”


세연은 콧방귀로 가볍게 청연의 말을 무시하곤 계속 말했다.


“또 지금 말하는 게 어쩌면 제일 핵심일 수도 있는데, 아무 것도 걸치지 않으면 무기가 없다는 걸 리니아가 즉시 알아챌 수 있단 말이야. ‘전 싸울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하고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거지.”


방금 말한 것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그건 확실히…”


청연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세연은 더욱 부추겼다.


“일단 해봐서 손해 볼 건 없잖아? 누구 아는 사람이 볼 것도 아니고 어차피 3초 뒤에 죽나 바로 죽나 다를 건 없는데?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아니겠어?”

“흐음…”


청연은 고심했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세연의 말에 설득되는 자신을 느꼈다. 찜찜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어차피 딱히 다른 방도도 떠오르지 않았고 세연이 말대로 기회는 많았다. 실패해도 잠깐뿐인 죽음의 고통 외엔 본전치기였다. 자신이 기껏 떠올린 엎드려 조아리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파격적인 방법이라는 것도 인정할 만 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청연은 마침내 결심했다. 다른 사람이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면 바로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세연의 말을 들어서 손해 본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미친 짓을 한 번 감행해보기로 했다.


“좋아. 한 번 믿어보겠어!”


세연은 믿음직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똑똑한 동생을 믿어보라고!”


보름 뒤, 사각 팬티 한 장만 걸치고 던전에 입장한 청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전광석화의 속도로 마왕에게 죽었다.


***


“크히히히힉!”


이야기를 들은 세연은 뒤집어져서 비명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세연이 자신을 놀린 거라는 걸 깨달은 청연은 분기탱천했다.


“너 진짜 죽여 버린다!”

“크흐…자, 잠깐만, 안 그래도 나 진짜 죽을 것 같아…히, 히힉.”


눈물을 좍좍 흘리며 웃어대던 세연은 간신히 숨을 돌리며 말했다.


“하아, 하아… 진짜 할 줄은 몰랐지. 미안, 그 날 일하는데 포토그래퍼가 까다롭게 굴어서 심통이 좀 났거든.”

“…”


청연은 말없이 세연의 목을 잡고 흔들었다.


“으웩…하, 항복…살려줘…”


청연은 무사태평한 세연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잡은 목을 놔줬다.


“야, 나 진짜 지금 완전 심각해.”


그리고 세 달 뒤엔 협회와의 계약이 종료되며 그 배상금으로 1억을 물어내야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세연도 그제야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런 중요한 걸 왜 지금 말해줘?”

“쪽팔려서”

“쪽팔린 게 문제야? 어휴, 오빠는 하여튼…”

“그리고 어차피 헌터 관둘 거거든.”


막 구박하려던 세연은 그 말에 놀란 눈으로 청연을 쳐다봤다. 그리고 청연의 방금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세연은 뭐라고 말을 꺼내려다가 곧 관뒀다.


“…뭐, 알아서 잘 하셔.”


세연도 청연이 헌터가 되기 위해 9년 동안 피땀 흘려가며 노력해온 것을 알기에, 헌터를 관둔다고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뇌하고 번민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청연도 굳이 캐묻지 않는 세연이 고마웠다.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로?”

“내가 나중에 말씀드릴게.”


세연은 웃음기를 싹 빼고 제대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 이거 무조건 성공해야 되겠네. 이거 성공하면 뭔가 별다른 수가 생기는 거지?”

“…아마도?”

“으이구… 걱정된다. 기껏 오빠 헌터 돼서 우리 집도 팔자 피는구나 싶더니. 약속한 헤르메스 가방은커녕 1억이 넘는 빚이라니…”

“넌 이 와중에도 명품 가방이 먼저 생각 나냐? 우리 가족 다 빚더미에 오르게 생겼는데.”

“에? 보증 선 것도 아닌데 왜 오빠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빚더미에 올라?”


세연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가족은 죽으나 사나 공동운명체다! 아버지 술 취해서 집에 올 때마다 항상 하는 말 몰라? 분명 위험하다 싶으면 아버지랑 어머니는 집 팔아서라도 갚아주실 거야!”


‘일등급 등골 브레이커’라는 칭호를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뻔뻔한 말을 태연히 내뱉는 청연이었다.


“…아빠는 이거 알면 당장 오빠 호적부터 파버릴 걸.”


세연의 구시렁거림에 청연은 피식 웃었다.


“야야, 농담이야. 걱정 마. 평생 노가다를 해서라도 다 갚아서 가족들한테 피해 안 가게 할 테니까.”

“진짜 그렇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니까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끙’ 하는 신음과 함께, 이마를 찌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세연이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던전에 입장할 때 물건 같은 건 못 들고 가?”

“갈 수 있지. 무겁거나 사람보다 큰 건 무리지만.”

“그럼 팻말 같은 걸 만들어서 가지고 가면 어때? 전 마왕님과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제발 죽이지 말고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이런 식으로.”

“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청연은 죽어도 리니아의 방 안에 팻말을 남길 수 있다면, 리니아가 그것을 읽고 청연의 의도를 알게 된다면 성공이었다.


“전단지처럼 한 500장 만들어가지고 가서 입장하자마자 뿌리는 것도 괜찮겠군.”

“둘 다 동시에 해. 한 손으론 팻말 보여주면서 한 손으론 전단지 뿌려.”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을 법한 방법인지라 청연은 희망을 가졌다. 굳이 말로 의사를 전달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든 지금 청연이 투항할 테니 바로 죽이지 좀 말아달라는 항복의 의지를 전하기만 하면 됐다.


청연은 다음날부터 팻말과 전단지 제작에 들어갔다.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할 말은 전부 들어간 문장들을 팻말에 적어 넣었다. 사용하는 언어는 같아도 문자가 다를까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등 2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해서 같이 집어넣었다.


보름 뒤, 거의 일주일을 꼬박 공들여서 만든 청연은 양쪽 옆구리에 팻말과 500장의 전단지를 끼고 던전에 당당히 입장했다.


청연은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이비 전도사들처럼 한 손으론 팻말을 높이 들어 보이고, 나머지 한 손으론 전단지를 허공에 뿌리려 했다. 그러면 자신은 죽어도 팻말과 전단지는 던전에 남길 수 있을 테니.


‘자,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봐라!’


하지만 그런 청연을 반긴 것은 해일 같은 기세로 덮쳐오는 화염 마법이었다.


“아니, 하필…”


황당함에 말문이 막힌 청연을 거대한 화염이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화염 속에서 일주일 내내 만든 팻말과 전단지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청연은 생각했다.


‘아, 씨발… 진짜, 아…’


작가의말

이 후로 슬슬 진도가 빠르게 나갈 겁니다.


주인공 고생많이 했으니까 그만큼 갑질해줘야지요...(?)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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