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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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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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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last one (2)

DUMMY

도끼에 맞은 30대 남자는 바로 즉사했다.


죽은 남자의 시체가 옆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도끼에 박힌 머리가 빠지지 않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느적거릴 뿐 쓰러지지 못했다.


리센륭은 남자의 시체를 해방시켜줬다. 깊숙이 박힌 도끼를 위아래로 흔들며 잡아 빼자 남자의 시체는 그제야 옆으로 풀썩 쓰러질 수 있었다. 두 쪽 난 머리통에서 피와 뇌수가 그야말로 콸콸 쏟아져 나왔다. 눈알 하나가 덜렁 빠져서 풀밭에 데굴데굴 굴렀다.


“어…”


티이센이란 남자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냈다. 청연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패닉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차피 실제로 죽는 건 아니라 크게 놀랄 필요는 없었다. 남는 건 가짜 시체와 랜덤하게 떨구는 아이템 뿐. 진짜 30대 남자는 이미 현실로 복귀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잠깐 동안 떠올리지 못할 만큼 너무 충격적이고, 강렬하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행동이었다.


이 때를 노려 재차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리센륭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지금 상황을 최대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도끼를 어깨에 턱 걸치고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말했잖아. 들어갈 필요 없다고.”


정신을 차린 호우위가 허겁지겁 달려와 리센륭에게 따졌다.


“리센륭! 지금 뭐하는…”


리센륭의 도끼가 다시 번쩍하자 호우위의 몸과 호우위의 말이 동시에 끊겼다. 호우위는 허리부터 깔끔하게 두 동강나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호우위를 정확히 두 도막 낸 리센륭의 도끼에서 보랏빛 투기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청연은 경악했다. 투기를 무기에 불어넣으려면 최소 30렙은 되어야 했다.


‘큰일 났다.’


청연은 이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대강 파악이 됐다. 하는 꼴을 보니 이 놈은 청연처럼 오늘 막 영업 시작한 얼치기가 아니었다. 헌터를 잡는데 이골이 난 진짜 범죄자, 헌터 사냥꾼이었다.


과정은 잘 모르지만 이놈도 세 명의 헌터들에게 초보인 척 하면서 그룹에 합류했다. 아마 어디 으슥한 곳에 가서 처리할 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청연이 멋모르고 또 끼어든 것이고.


‘처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아까 과하게 배분을 해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단 느낌을 받았다. 이놈도 청연처럼 애초에 템을 나눌 생각이 없으니 되는 대로 지껄인 것이다. 하지만 퀘스트의 마지막이란 생각에 이상한 느낌을 그냥 흘려버렸다. 청연은 자신의 조심성 없음에 울고 싶어졌다.


‘재수 더럽게 없네. 하필 이런 식으로 겹치냐.’


자신이 정말로 재수 없는 놈임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끔 이런 미친놈을 만날 때도 있지만 그게 하필 퀘스트 완료하기 직전인 지금이라니?


‘어떡하지?’


청연은 식은땀을 흘리며 리센륭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청연은 싸울 장비가 하나도 없다. 만약 리센륭이 지금 바로 달려든다면 3초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넌 말할 때 침 좀 적당히 튀겨라. 이 씨발 놈아.”


다행히 리센륭은 남아 있는 청연과 티이센보다는, 죽은 호우위를 걷어차며 시체를 능욕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호우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것 외에도 리센륭은 남은 두 사람을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했다. 혹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던가. 청연은 거기서 약간의 희망을 보았다.


‘튀자.’


여기서 멀뚱히 서 있어봤자 리센륭의 다음 타켓이 될 뿐이었다. 차라리 목숨을 걸고 동굴 안으로 도망가서 장비를 갖춘 뒤 싸우거나 함정에 빠뜨리는 게 살아날 가능성이 높았다.


‘과연 저 놈한테 함정이 통할까?’


청연이 만든 함정은 10렙 이하의 헌터들을 노리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저 놈은 아무리 봐도 30렙 이상이었다. 아무리 슬라임의 산성액이 강해도 초보 헌터들처럼 설탕 녹이듯 하는 건 무리 같았다.


‘어쨌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수밖에.’


청연은 최대한 리센륭에게 걸리지 않게 슬슬 뒷걸음질 쳤다. 리센륭은 도끼로 호우위의 시체를 다지는 행위에 몰입하고 있었다. 티이센은 리센륭이 바로 옆이라 아무 행동도 못하고 제자리에 돌처럼 굳어 있었다. 청연은 한 걸음 한 걸음 소리 안 나게 디디며 리센륭과 거리를 벌렸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한 청연은 몸을 돌려 뛰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그런데 마침 고개를 들어 올리는 리센륭과 눈이 딱 마주쳤다. 리센륭의 눈은 마귀처럼 웃고 있었다. 청연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놈, 계속 날 주시하고 있었어.’


하지만 걸렸다고 멈출 순 없었다. 청연은 몸을 돌려 동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리센륭은 허리를 펴고 도끼를 한손에 들어 등 뒤로 크게 젖혔다. 그리고 학교 복도에서 뜀박질하는 학생들을 말리는 선생 같은 말투로 말했다.


“서라.”


물론 청연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리센륭은 피식 웃고는 그대로 도끼를 집어던졌다. 도끼가 빙글빙글 맹렬한 기세로 돌며 청연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도끼에서 나는 ‘부와아앙’ 하는 공기 찢기는 흉포한 소리가 달아나는 청연의 귀에까지 들렸다.


‘이런 씨발!’


멈춰서 피하고 어쩌기엔 이미 늦었다. 청연은 달리던 자세 그대로 예비동작 없이 바로 몸을 틀었다. 몸을 뒤튼 청연과 도끼 사이의 간격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피잇!


머리카락 수십 가닥이 후두둑 잘려나갔다. 간신히, 거의 머리카락 하나 틈 사이 정도로 간신히 청연은 도끼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레벨이 높아 다행이었다. 민첩이 지금보다 1만 낮았어도 최소 귀 하나는 날아갔을 것이다. 청연은 전력으로 달리던 상태에서 억지로 몸을 뒤튼 여파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호오?”


리센륭은 청연이 피할 줄 몰랐는지 꽤나 놀란 기색이었다. 목표를 놓친 도끼는 계속 날아가 동굴 입구 벽에 자루까지 푹 박혔다. 청연은 바닥에 구르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관성을 이용해 계속 달리며 동굴 입구에 도달했다. 청연은 박힌 도끼를 힐끔 보며 잠시 망설였다.


‘저거 뽑아서 싸울까? 저놈도 다른 무기는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청연은 곧바로 그 생각을 관뒀다. 도끼 자체는 분명 초보자용 무기였다. 도끼가 강한 게 아니라 리센륭 저놈이 강한 것이었다. 도끼를 들고 싸워봤자 승산은 없었다. 동굴 안에 놔둔 아이템과 파놓은 함정을 사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썬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청연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동굴 안으로 쑥 들어갔다. 리센륭은 청연이 들어간 동굴 쪽을 응시하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모로 꺾었다. 그러다 깨달았다는 듯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저놈도 사냥꾼이었군?”


리센륭은 이제 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도끼를 피하는 것 보니까 레벨도 최소 10렙은 넘겠어.”


뜻밖에 상황이긴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리센륭은 동굴 안으로 도망간 청연은 놔두고 가까이 있는 티이센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티이센도 무기를 꺼내 들고 저항할 태세를 갖췄지만 뱀 앞의 개구리처럼 무척 초라해보였다.


리센륭은 그런 티이센에게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난 원래 가장 맛있는 걸 나중에 먹는 성격인데… 아무래도 오늘은 서양식을 따라야겠군.”


리센륭은 손가락으로 타이센을 가리켰다.


“우선 메인 디쉬를 먹고.”


이어서 청연이 도망쳐 들어간 동굴을 가리켰다.


“나중에 디저트를 즐기는 걸로.”


그러다가 방금 자신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번복했다.


“잠깐, 디저트가 아니라 메인 디쉬가 저놈인가? 내 취향은 너 쪽이지만 레벨은 저 놈이 더 높으니까…”


티이센은 무슨 미친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리센륭은 쳐다봤다. 혼잣말로 계속 자문자답하던 리센륭은 곧 두 손바닥을 보이며 으쓱거렸다.


“나도 참, 순서가 무슨 상관이람. 언어와 규격에 너무 얽매이고 있어. 메인 디쉬고 디저트고 어차피 둘 다 내 손에 죽는 건 똑같을 텐데…”


리센륭은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티이센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


그리고 그 말에 반응하기도 전에 리센륭은 맨손으로 티이센을 덮쳤다.


작가의말

광복절입니다~


그리고 곧 선작 1000이 넘을 것 같네요. 이 글 올리고 확인할 때 넘어 있으면 좋겠...(두근두근)


감개무량합니다 ^^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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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퀘스트 완료 (2) +59 15.08.23 18,485 498 14쪽
25 퀘스트 완료 (1) +49 15.08.22 18,675 46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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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last one (6) +68 15.08.20 17,585 441 12쪽
22 last one (5) +41 15.08.18 17,779 418 8쪽
21 last one (4) +31 15.08.17 17,744 419 12쪽
20 last one (3) +36 15.08.16 17,998 393 11쪽
» last one (2) +43 15.08.15 18,205 394 9쪽
18 last one (1) +43 15.08.14 18,363 40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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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3) +41 15.08.12 18,439 451 11쪽
15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2) +43 15.08.11 18,190 416 9쪽
14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1) +45 15.08.09 18,999 38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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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헌터 헌터 (2) +35 15.08.05 20,890 4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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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2) +36 15.08.03 20,994 38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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