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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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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84

작성
15.08.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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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1)

DUMMY

계획대로 준비를 마친 청연은 슬라임들을 놔두고 혼자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 오래 있다가 밝은 초원으로 나오니 군대에서 전역할 때랑 비슷할 정도의 해방감이 느껴졌다.


“으, 허리디스크 오겠다.”


킹 슬라임이랑 씨름이라도 한바탕 했는지 청연의 몸은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으쌰!”


사지를 쫙 펴자 몸 전체에서 ‘우두둑’ 하며 나뭇가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어서 몸에 묻은 진흙을 두 손으로 털어냈다. 그러다가 중간에 다시 멈췄다.


“흠, 아냐. 오히려 더러운 상태인 게 더 좋겠어.”


청연은 닦아낸 진흙을 도로 퍼서 몸에 치덕치덕 발랐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풀밭에 털썩 누운 다음 뒹굴기까지 했다. 그리고 거울 어플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상거지가 따로 없군.”


이제 모든 준비는 끝냈으니 떡밥을 던지기만 하면 됐다. 거기에 낚일 고기들이 있을지 없을 지는 이제 하늘에 달린 일이었다.


청연은 렉스를 꺼내 GPS를 켰다.


던전 안에서는 인터넷 및 모든 통신 기구가 먹통이라 GPS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렉스의 액정엔 반짝거리며 작은 점처럼 표시되는 위치가 두개 있었다. 하나는 당연히 청연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든 헌터들이 처음 던전에 입장할 때 워프되는 장소, 바로 던전의 입구였다.


레이드를 온 헌터들은 동료가 던전에서 죽어 그룹에 공백이 생기거나, 다른 헌터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일이 발상할 때, 혹은 던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런 변수들을 대비해서 모든 헌터들이 공통적으로 모일 수 있는 집결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각국의 헌터 협회는 통합적으로 각 던전의 입구에 특수 장비를 설치해 놓고 그곳을 집결지로 정했다. 모든 렉스에는 이 특수 장비 위치가 표시되는 수신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던전 어디에 있든 입구만은 찾아갈 수 있게 해놓았다.


헌터 협회와의 계약이 파기된 청연도 렉스를 통해 입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렉스에 표시되는 던전 입구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청연은 빠른, 그러나 지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입구를 향해 이동했다.



***



1시간 정도 걸어서 청연은 던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멀리서도 수백 명이 넘는 헌터들이 시끌시끌하게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들을 보자 청연은 또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물건을 훔치거나 사기쳐본 적이 없던 청연이었다.


‘청연아, 긴장하지 말자.’


여기까지 와서 망설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굳이 어색하게 연기할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청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집결지를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속에 섞였다. 집결지로 오고 나가는 헌터들이 많아서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집결지는 던전 내부임에도 불구하고 옛날 시골 장터를 연상케 했다. 마치 옛날 사막을 횡단하는 상인들이 잠시 쉬어가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랄까?


헌터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그룹으로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사이사이에 큰소리로 그룹 멤버를 구하는 헌터들도 있었다. 어떤 여자 헌터는 무릎 높이의 작은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장비나 물약을 파는 헌터들도 소수지만 있었다.


‘자식들아…너희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이곳이, 어떤 사람한텐 반년 만에 간신히 도달한 곳이다.’


잔뜩 긴장한 자신과 달리,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에 괜히 심통이 난 청연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놈들을 모조리 벗겨먹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청연은 적당한 목표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어째 만만해 보이는 헌터들이 별로 없었다. 다들 입고 있는 장비나 갖고 있는 무기들이 짱짱한 게 최소 청연보다 10렙 이상은 높아보였다.


‘이거 안 좋은데. 어째 다 레벨이 높아 보인다.’


원래 리니아의 거탑은 초보 헌터들에겐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었다. 몬스터들이 강한 건 아니지만 마정석이나 아이템이 드랍 되는 확률이 적었다. 또 던전도 넓고 복잡한 편이라 이동하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그래서 대부분 초보 헌터들은 빈센트의 레드라인이나 챠르벤더의 어둠대륙을 많이 가는 편이고, 리니아의 거탑에 오는 사람들은 널널한 솔플을 좋아하거나 어느 정도 렙이 돼서 장기 레이드가 가능한 헌터들이었다.


이러다 적당한 상대를 못 찾는 게 아닌가 걱정되어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집결지를 돌아다녔다. 몇몇 헌터들이 거지꼴의 청연을 보며 의아해하거나 눈살을 찌푸렸다. 청연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변장을 했으니 정체가 드러날 일은 없었다.


‘차, 찾았다!’


꽤 오래 헤매던 청연은 마침내 계획에 적합한 헌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네 명으로 이뤄진 레이드 그룹인 것 같았는데 레이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듯했다. 남자 셋에 여자 하나였는데 다들 20대 중반 정도로 젊어 보였다.


그들이 차고 있는 장비는 전부 초보용 물건들이었다. 예전 청연 것과 똑같이 OTD삼단봉을 들고 있는 헌터도 있었다. 끽해야 1~5 렙의 초보 헌터들임이 분명했다.


그들을 목표로 정한 청연은 목을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그룹의 리더로 보이는 금발의 젊은 사내가 다가오는 청연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톡 쏘듯이 말했다.


“그룹 다 찼습니다.”


대충 말하는 어감을 들어보니 유럽 쪽 헌터 같았다. 외국 말이지만 헌터로 각성한 자들끼리는 언어가 달라도 대화가 통했다.


“그게 아니라…”

“도움 청하실 일 있으시면 죄송하지만 다른 분 찾아보세요.”


그리고 보는 면전에서 몸을 휙 돌렸다. 참으로 예의가 바르고 친절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청연은 속으로 혀를 찼다.


‘내가 재수가 없어서 이런 쌀쌀맞은 놈들만 만나는 건가, 아니면 헌터들이 총체적으로 재수가 없는 건가? 아무튼 잘 됐다.’


아주 조금이긴 했지만 마음속에서 걸리던 게 깨끗하게 사라졌다.


‘고맙다.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털어먹을 수 있게 해줘서.’


청연은 겉으론 그런 생각을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넉살 좋게 미소 지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뭔데요?”


헌터는 더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청연을 쳐다봤다. 청연은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혹시 킹 슬라임에 관심 없으십니까?”


청연을 거지 취급하던 그 헌터도 킹 슬라임이란 말에는 즉각 반응했다.


“킹 슬라임이요?”


곁에서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다른 동료 헌터들도 청연 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청연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입질이 오는구나.’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킹 슬라임은 1렙 초보 헌터도 잡을 수 있는 몬스터다. 그런데 나름 유니크 몬스터라고 경험치와 마정석은 거의 20렙 몬스터에 가깝게 퍼준다. 개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초보 헌터들이 이삼일은 꼬박 사냥해야 얻을만한 양이다.


청연은 주의를 살피는 척 주변을 둘러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킹 슬라임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남자가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그걸…?”


그 맛있는 걸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알려주냐는 뜻이었다. 청연은 자기의 지저분한 몸을 보란 듯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고블린들이 킹 슬라임 곁에 득실거립니다. 오늘 처음 헌터 생활 시작했는데 괜히 솔플하다가 무기랑 방어 장비들 떨구고 간신히 도망쳐 나왔네요.”


그제야 헌터들이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얄팍한 인상의 사내가 불쑥 끼어들었다.


“당신이 위치를 알려주는 대신 우리가 그 고블린들을 처치해 달라 이건가?”

“대화가 빨라서 좋네요.”

“그럼 킹 슬라임에서 나오는 마정석은 어떻게 나누죠?”


청연은 속으로 환호했다. 이놈들은 벌써부터 수익 배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미 반쯤 넘어왔다는 증거였다. 청연은 일부러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쪽이 많이 가져가셔야죠. 4:6 어떻습니까?”


청연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긴 갈색머리의 여자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투덜댔다.


“4:6? 척 보니까 당신은 구경만 하고 우리가 다 해치워야 될 것 같은데 4나 먹겠다고?”


청연은 항변했다.


“하지만 원래 이런 경우는 먹이를 잡는 것보다 먹이를 구해오는 쪽이 더 많이 받는 법 아닙니까?”

“거절해, 알버트.”


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양보하죠. 3:7로 합시다.”

“대화 즐거웠네요.”


여자는 더 대화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매몰차게 굴었다. 알버트도 다시 몸을 돌리려는 시늉을 하자 청연은 다급히 말했다.


“1, 1만 받겠습니다.”


알버트는 여자를 힐끔 보며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눈길을 보냈다. 여자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버트는 나머지 동료들도 쭉 돌아본 뒤 다들 수긍하는 것 같자 청연에게 말했다.


“좋아요. 갑시다. 어디지요?”


청연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 그룹은 안 맺나요?”


알버트가 뭔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룹은 무슨… 그냥 가죠. 킹 슬라임만 잡고 헤어질 건데.”


경험치도 안 나눠주겠다는 소리였다. 청연은 너무 한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네, 좋습니다. 다만 잃어버린 제 무기와 장구들은 꼭 같이 찾아주셔야 합니다.”

“그 정도쯤이야, 뭐…”


알버트가 선심 쓰듯이 말했다.


“얘기 다 끝났으면 가시죠. 빨리빨리 끝냅시다.”


얄팍한 사내가 다그쳤다. 혹시나 다른 헌터들이 이 이야기를 엿듣거나 킹 슬라임을 잡았을까봐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청연은 다시 보란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 킹 슬라임이 있는 곳을 향해 앞장섰다. 네 명의 헌터들이 봉 잡았다는 심정을 애써 감춘 채 청연의 뒤를 따랐다.


작가의말

으...내일은 일이 있어서 부랴부랴 써서 올립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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