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638,436
추천수 :
14,219
글자수 :
166,684

작성
15.08.24 15:35
조회
17,237
추천
478
글자
10쪽

마왕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xx라니! (1)

DUMMY

퀘스트를 마친 후 청연은 20시간 가까이 기절하듯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세연이의 아는 지인이 운영하는 보석상을 찾아가 금을 처분했다. 금괴의 무게는 무려 5kg. 시세대로라면 2억 3천 만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과연 마왕이라 통이 크다고 청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석상 주인은 딱 봐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20대 후반의 남자였다. 남자는 처음엔 출처가 불확실한 것에 대한 뒤처리 비용과 이러저러한 명목들을 내세우며 1억5천 만원을 제시했다.


“1억5천? 설마 지금 오빠 나 등쳐먹는 거야?”


그러나 세연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절충한 끝에 2억2천 만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마왕이 준 물건이니만큼 품질 보장은 확실했다. 또 세연은 남자의 말과는 달리, 이런 보증서 없는 비정식 거래는 세금을 안내서 보석상에게 더 이득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남자는 마지막까지 진짜 원금만 받고 해 주는 거라며 투덜거렸다. 물론 상인이 원금만 받고 해준다는 말은 100% 거짓말이기 때문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청연은 대충 2억 정도를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거래에 만족했다.


남자는 요구대로 1억 3천은 통장으로 이체해줬고, 나머지는 가게에 있는 현금을 싹싹 긁어서 내놓았다. 청연은 현찰을 가져온 가방이 빵빵해질 정도로 가득 담았다.


두둑해진 가방의 감촉에 청연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제일 먼저 세연에게 약속한 가방을 사주기로 했다.


“괜찮겠어? 돈 쓸 일 많을 텐데 내 것부터 사줘도?”


백화점에 온 세연이 갑자기 갸륵한 여동생 코스프레를 하며 걱정해주는 척 물었다.


“그럼 다음에 사줄까?”

“절대 싫어!”


세연은 선물 받은 에르메스 가방을 인형처럼 두 손으로 껴안고 싱글벙글했다. 그것을 보며 청연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꽤 고가의 가방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세연 덕분에 생각보다 더 많은 금액을 챙겼고, 힘들 땐 이모저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가방 하나로 퉁치기엔 청연이 더 미안할 정도였다.


청연은 이어서 부모님께 드릴 선물도 산 뒤, 세연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리니아에게 줄 선물도 샀다.


“굳이 이런 걸 줄 필요가 있나?”

“무조건! 앞으론 자주 봐야 되는데 잘 보여야 앞날이 편해지지 않겠어? 어째서 오랑우탄도 알법한 이런 기본적인 사교법도 모르는 거야? 회사 취직하면 일은 잘하는데 승진은 못할 타입이라고, 오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임마. 근데 리니아는 인간이 아닌데 인간들 물건을 줘도 좋아할까 싶어서.”

“겉모습은 완전 인간 여자라며? 원래 여자는 선물에 약해. 혹시 모르지. 이걸 계기로 오빠랑 잘 될 수도?”


청연은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리니아에게 혹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리니아는 넘보기에는 높은 장벽이 한 개도 아니고 몇 개씩이나 존재했다.


“일단 줘서 손해 볼 일은 없잖아? 안 받으면 담부턴 안주면 되지.”


맞는 말인지라 청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반응 좋으면 내가 골라줬다는 말도 잊지 말고 꼭 해줘.”

“네가 리니아한테 환심 얻어서 뭐하게?”


세연은 베시시 웃었다.


“혹시 알아? 금덩이는 아니더라도 금가루라도 떨어질지.”

“넌 던전에 오지도 못하는데 뭔 금가루?”

“헤헤, 오빠가 대신 가져와주면 되지.”

“…내가 중간에 빼돌리는 건 어떡할 건데?”

“그러면 때린다!”


세연은 짐짓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청연은 그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서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며 물건 구매를 모두 마친 뒤 청연은 잠시 세연과 헤어졌다. 그리고 바로 은행에 들러 헌터 협회 계좌에 1억2천 만원을 입금했다.


“나쁜 놈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네. 계약 파기면 파기하는 거지, 뭔 1억이나 배상하라고 하냐.”


하지만 어찌 됐든 그 계약서에 동의하고 직접 도장 찍은 건 자신이었다. 1억이란 공돈을 그냥 날리는 거라 입금을 누르는 청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계약서는 꼭 자세히 확인하고 도장 찍자는 생각과 함께 헌터 협회에 대한 적개심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났다.


분노의 입금을 마친 다음엔 학원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네?”


청연은 선생에게 헌터 용품을 파는 개인 가게를 아는지 물었다. 학원 선생은 별 의심 없이 한 곳을 소개시켜줬다. 가까운 거리라서 청연은 바로 가게를 찾아갔다.


가게는 도심지치곤 꽤나 으슥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가게 주인은 시골 슈퍼마켓에 갖다놓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몸빼바지의 아줌마였다. 청연은 거기서 20렙 탱커용 무기와 갑주, 그리고 전직을 위한 서약의 돌을 8000만원 가까이 주고 구입했다. 원래는 8500만원인데 현찰 박치기로 500만원을 깎을 수 있었다.


헌터 협회에 가서 사면 더 다양한 물건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청연은 헌터 협회에서 탈퇴 당했고, 또 한 짓이 있는지라 헌터 협회에 찾아가기 좀 껄끄러웠다. 그리고 어차피 여기서 사나 헌터 협회에서 사나 장비의 품질은 똑같았다.


이렇게 모든 일을 마친 청연은 커피숍에서 기다리던 세연과 다시 합류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선물과 함께 천 만원이 든 부모님 명의의 통장을 부모님에게 떡하니 내밀었다. 그동안 헌터 한답시고 9년간 돈 한 푼 안 벌고 부모님 등골만 빼먹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할 도리였다.


“이게 무슨 돈이냐?”


부모님들은 기뻐하기보단 무슨 일인지 걱정부터 했다. 청연은 일이 다시 잘 풀려서 헌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얼버무렸다. 괜히 솔직하게 말해서 부모님들을 걱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미지근한 설명이었지만 부모님들은 크게 의심하지 않고 청연이 준 선물을 기쁘게 받았다. 청연의 어머니는 세연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청연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그날의 마지막으로 청연은 온 가족과 함께 예약한 비싼 해물 뷔페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근심 없이 웃고 떠들며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끽했다.


이렇게 반나절 만에 2억2천 만원이란 거금을 몽땅 써버렸다. 그러나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9년 만에 모처럼 아들 구실, 오빠 구실 좀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왠지 앞으로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풀릴 것 같다는 예감까지 들었다.


***


다음 날, 가족들 모두 외출하고 혼자 집에 남은 청연은 다시 던전에 갈 채비를 갖췄다. 우선 전직을 위해 사온 서약의 돌을 꺼냈다. 서약의 돌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에 호박색을 띤 돌로 전직을 할 때 사용되는 매개체였다.


원래는 10렙이 되자마자 했어야 했는데 렙업이 너무 빠르다 보니 시기가 좀 늦춰졌다. 빨리 전직을 해야 각 직업에 따른 스킬도 배우고 스텟도 오르는데, 청연은 늦게 전직을 해서 약간 손해를 봄 셈이었다.


청연은 경건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그 상태에서 서약의 돌을 한 손에 쥐고 ‘전직’ 이라고 중얼거렸다.


“…”


그러자 서약의 돌에서 은은한 빛이 스며 나오며 곧 렉스에서 전직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기는커녕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


청연은 이상해하며 서약의 돌을 쳐다봤다.


“전직!”


혹시 너무 작게 말했나 싶어 큰 소리로 외쳤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뭐야?”


혹시 잘못한 게 있나 싶어 절차를 확인했지만 사실 절차랄 것도 없었다. 10렙이 넘는 헌터들이 서약의 돌을 쥐고 ‘전직’ 이라고 말하면 즉시 렉스와 연계되어 탱커, 딜러, 마법사, 서포터 중에 직업 선택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금 몇 번이나 전직이라고 외쳐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청연은 슬슬 짜증이 났다.


“이건 또 왜 안 되냐. 불량품인가?”


사기당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원 선생이 자신에게 사기 칠 확률은 거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청연은 문득 한 가지 추측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무척이나 불길한 추측이었다.


“설마…”


청연은 렉스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직업 : 리니아의 노예



분명 직업란에 리니아의 노예라고 적혀있었다. 청연은 일시적인 거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게 그냥 직업으로 확정된 거라면?


“이미 직업이 있어서 전직이 안 되는 건가?”


청연은 등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전직을 해야 스킬도 배울 수 있고 스텟도 직업에 맞춰 성장배분 된다. 탱커는 체력을, 딜러에겐 힘과 민첩을, 마법사는 마력과 학습을, 서포터는 학습과 민첩 위주로.


그런데 전직을 못하고 레벨만 올리면 아무 스킬도 못 배울뿐더러 스텟도 다 애매하게 올라간다. 특히 스킬을 못 배우는 게 치명적인데, 스킬을 배우느냐, 안 배우느냐에 따라 같은 50렙이라도 전투력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청연은 다른 가능성을 모두 없애기 위해 가게에서 받은 명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물건이 불량이면 자기를 때려죽여도 된다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통화를 끝낸 청연은 이제 한 가지 방법밖에 안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던전에 가서 리니아한테 직접 물어봐야겠다.”


청연은 탱커용 갑주와 무기, 리니아에게 줄 선물을 주섬주섬 챙겼다. 아직 탱커가 아니라 탱커 전용 템인 갑주와 무기를 착용할 수 없어 엉거주춤하게 양 손에 들어야 했다.


‘이것들 괜히 먼저 샀나. 전직 안 되면 망하는데… 으이구, 앞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은 개뿔. 내 팔자에 뒤로 자빠져서 코나 안 깨지면 다행이다.’


청연은 그렇게 투덜대며 보따리장수처럼 바리바리 싸들고 던전에 입장했다.


작가의말

와...얼마 전에 선작 2천 넘었다고 자축했는데 벌써 3천이 넘었네요...


신기방기...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점의 마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곧 연재 재개합니다 +63 15.09.15 4,080 0 -
34 두번째 퀘스트 (4) +41 15.09.05 11,621 358 12쪽
33 두번째 퀘스트 (3) +44 15.09.04 11,737 360 13쪽
32 두번째 퀘스트 (2) +66 15.09.03 12,777 411 12쪽
31 두번째 퀘스트 (1) +56 15.08.29 15,520 438 12쪽
30 블러드 레이디 (2) +58 15.08.28 15,178 427 13쪽
29 블러드 레이디 (1) +71 15.08.27 15,917 454 12쪽
28 마왕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xx라니! (2) +45 15.08.26 16,466 449 13쪽
» 마왕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xx라니! (1) +58 15.08.24 17,238 478 10쪽
26 퀘스트 완료 (2) +59 15.08.23 18,485 498 14쪽
25 퀘스트 완료 (1) +49 15.08.22 18,676 467 15쪽
24 last one (7) +49 15.08.21 18,058 465 15쪽
23 last one (6) +68 15.08.20 17,586 441 12쪽
22 last one (5) +41 15.08.18 17,779 418 8쪽
21 last one (4) +31 15.08.17 17,744 419 12쪽
20 last one (3) +36 15.08.16 18,000 393 11쪽
19 last one (2) +43 15.08.15 18,207 394 9쪽
18 last one (1) +43 15.08.14 18,363 404 11쪽
17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4) +69 15.08.13 18,557 448 11쪽
16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3) +41 15.08.12 18,440 451 11쪽
15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2) +43 15.08.11 18,190 416 9쪽
14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1) +45 15.08.09 19,001 389 10쪽
13 헌터 헌터 (5) +34 15.08.08 25,746 394 12쪽
12 헌터 헌터 (4) +30 15.08.07 19,537 384 12쪽
11 헌터 헌터 (3) +25 15.08.06 20,492 396 9쪽
10 헌터 헌터 (2) +35 15.08.05 20,890 429 10쪽
9 헌터 헌터 (1) +23 15.08.04 21,032 423 7쪽
8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2) +36 15.08.03 20,994 385 11쪽
7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1) +28 15.08.01 20,883 409 10쪽
6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2) +28 15.07.31 20,713 397 14쪽
5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1) +22 15.07.30 21,311 387 11쪽
4 첫판부터 끝판왕(3) +15 15.07.29 21,858 446 10쪽
3 첫판부터 끝판왕(2) +13 15.07.29 22,298 383 9쪽
2 첫판부터 끝판왕(1) +12 15.07.29 23,463 463 8쪽
1 프롤로그 +13 15.07.29 25,665 345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