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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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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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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one (1)

DUMMY

물이 오를 때로 오른 청연은 두 그룹의 헌터들을 기세 좋게 연달아서 낚았다. 마침내 퀘스트 달성까지 단 한 명의 헌터만 남았다.


“으, 애매하게 하필 딱 한명이 남았냐.”


웬만하면 두 번 왕복으로 깔끔하게 퀘스트를 끝내고 싶었지만 다섯 명 그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네 명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 좋은 인원 배합이라 헌터들은 거의 네 명이서 그룹을 짠다. 그렇다고 초보 헌터 찾기 어려운 이곳에서 발견해낸 초보 그룹을 그냥 보내주기도 아까웠다.


‘ 아까 세 명 그룹 그냥 잡지 말걸…어쩔 수 없다. 약간 초과 달성하는 수밖에.’


청연은 헌터들 잡으면서 어수선해진 동굴과 함정들을 정리했다.


“다 잡은 거야?”


그 사이 킹 슬라임이 질문했다.


“아직, 하나 더 남았어.”

“그럼 끝?”

“그래.”


킹 슬라임은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고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젠 안 올 거냐?”

“음?”


청연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돌려 킹 슬라임을 쳐다봤다.


“헌터들 잡는 거 끝나면 넌 이젠 여기 다시 안 올 거냐?”


청연은 킹 슬라임의 어린애 같은 말투에서 아쉬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흐음, 글쎄?”


킹 슬라임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불쑥 말했다.


“우리 애들, 너 좋아한다. 나도 네가 좋다. 맛있는 거 많이 먹여줘서.”


너무나도 순진하고 솔직한 말에 청연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거의 모든 현대인들이 그렇듯이, 청연 역시 이렇게 가식 없이 진솔하게 감정을 털어놓는 말을 듣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주 와라. 나 기다린다.”


청연은 어떻게 대답할까 하다가 씩 웃고는 킹 슬라임의 두툼한 옆구리를 탁탁 두드리며 대답했다.


“여유 생기면 가끔 올게.”


킹 슬라임은 육중한 몸 전체를 끄덕끄덕했다.


“그래. 올 때 맛있는 것도 꼭 갖고 와라.”


청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서 말했다.


“참, 그리고 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는 다이어트 해놔. 헌터들이 언제 여기로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될 거야.”


여기서 죽은 헌터들은 보름 뒤에 다시 던전 출입이 가능해진다. 그게 아니더라도 현실의 다른 동료 헌터들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릴 수도 있었다. 헷갈리게 빙빙 돌아서 오긴 했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라 마음먹고 수색하면 하루 이틀 안에 금방 발각될 것이었다.


“어디로?”

“내가 알아볼게.”


청연은 리니아에게 부탁할 셈이었다. 시킨 대로 고분고분 퀘스트도 완료했는데 그 정도는 들어주겠지 싶었다.


‘쪼잔하게 안 해주면 내가 직접 찾아다녀보지. 뭐’


청연이 알기로 리니아의 거탑 최하층의 넓이는 한국의 웬만한 특별시만큼 넓다. 설마 이곳 말고 킹 슬라임이 몸 숨길 곳 하나 없을까? 이들의 도움으로 퀘스트를 완료했는데 이 정도는 해주는 게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여기가 좋은데.”


킹 슬라임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여긴 이젠 위험해.”


결과적으로 청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조금 미안해졌다.


“더 좋은 데로 찾아줄게.”

“그래.”


다행히 장소를 옮기는데 큰 미련은 없는 것 같았다. 할 말을 다 마친 킹 슬라임은 침묵했다. 청연은 그런 킹 슬라임을 다시 투명하게 위조한 뒤 마지막 사냥감을 찾기 위해 동굴 밖으로 나섰다.


‘참나, 이렇게 어린애 같은 몬스터라니?’


청연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하루 동안 같이 지내면서 투닥거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약간 정이 든 모양이었다. 몬스터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이 같은 건 예전엔 미처 상상도 못했었던 일이었다.


‘하긴,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지.’


헌터들에게 몬스터란 때려죽여야 할 괴물, 마정석을 토해내는 존재에 불과했다. 비록 지금은 리니아 편이 되어 헌터들을 사냥하고 있었지만 청연에게도 몬스터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헌터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청연의 내부에서 확고부동했던 몬스터에 대한 인상이, 지금은 약간 누그러진 것 같았다.


‘어쩌면…’


뭔가 생각하려던 청연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지금은 잡생각하지 말고 퀘스트에 집중하자!’


그리고 집결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



청연은 집결지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낚을 헌터를 물색했다. 하지만 초보로 보이는 헌터들이 영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너무 열심히 잡았나.’


원체 초보 헌터들은 잘 오지 않는 던전인 리니아의 거탑이다. 그나마 좀 있던 것들도 청연이 단기간 내에 싹 쓸어버렸으니 눈에 띄지 않을 만도 했다. 한참을 집결지를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목표물을 찾을 수 없었다.


‘후딱후딱 잡고 얼른 끝내고 싶은데. 하필 마지막에 이렇게 안 보이냐.’


던전에서 8시간이 현실에선 1시간이다. 청연이 이곳에 온지 딱 하루가 지났으니 현실에선 막 3시간이 지났을 터였다. 슬슬 현실로 강제 복귀된 헌터들이 협회에 신고한 게 접수됐을 시간이다. 매번 변장 스킬로 외모를 바꾸고 프로필도 가짜만 보여줬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치고 빠져야 했다.


청연은 조급해졌다. 마음이 조급해지자 여태까지 쌓여온 긴장과 피로도 덩달아서 청연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천천히, 천천히…’


청연은 스스로를 독촉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이든 처음이든 헌터를 잡아야 한다는 위험도는 똑같았다. 괜히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 확률만 높아졌다. 청연은 애써 마음 편하게 먹고 집결지를 산책하듯 거닐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나타나겠지.’


역시나, 마음을 바꾸기가 무섭게 적당해 보이는 헌터 그룹이 청연의 눈에 띄었다. 청연은 이제 익숙해진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초보 티가 줄줄 나는 네 명의 헌터들. 워낙 그런 헌터들만 찾아다니다 보니 이제 청연은 외양만 봐도 초보인지 아닌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30대 초반에 동남아쪽 태생으로 짐작되는 남자 헌터가 대표로 대답했다. 보아하니 나머지 세 명의 남자도 같은 지역 출신인 것 같았다. 청연은 수순대로 킹 슬라임을 들먹이며 그들을 꼬드기기 시작했다.


“프로필 좀 볼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다 들은 30대 남자가 물었다. 청연은 위조로 준비해놨던 2렙 짜리 가짜 프로필을 보여줬다. 그것을 본 30대 남자가 입술을 삐죽이더니 나머지들에게 물었다.


“어떡하죠?”


청연은 그 남자의 존댓말에서 그들끼리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났거나 거의 그에 준하는 사이. 금방 그룹을 형성한 초보 헌터들이라는 뜻이었다.


‘나이스!’


청연은 속으로 쾌자를 불렀다. 이런 헌터들은 함정에 안 걸리더라도 이젠 청연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찍어 누를 수 있었다. 이들이 일단 낚이기만 하면 퀘스트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와드리죠. 고블린 쯤이야 저희들 넷이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눈이 작고 덩치가 우락부락해서 전체적으로 매서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의견을 말했다. 다른 사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배분은 어떻게?”

“6대4로 하시죠. 우리가 6, 그쪽이 4.”


덩치 큰 사내가 또 앞서서 말했다. 처음으로 제시받는 제대로 된 배분에 청연은 좀 놀랐다.


‘생긴 건 험악한데 꽤나 착하네?’


“음, 그건 너무 우리한테 불리한 것 같은데…저 분은 혼자고 우리는 넷이서 나눠야 하잖소?”


리더로 보이는 30대 남자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알고 보니 이 30대 남자를 포함한 셋은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고, 덩치 큰 사내만 이번에 새롭게 그룹에 참여한 것 같았다.


“그런가? 그럼 8:2 정도면 괜찮겠죠?”


30대 남자도 그 정도면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청연에게 말했다.


“당신은?”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대신 제 잃어버린 아이템들만 꼭 좀 같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소.”


애초에 템을 나누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청연은 그들이 하자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대신 잃어버리지도 않은 아이템을 언급하며 그들을 방심시켰다.


“그룹 해드릴 필요는 없지요?”


이것도 이미 익숙한 상황인지라 청연은 준비해뒀던 대사를 술술 읊었다.


“네, 마정석 나눠주는 것도 고마운데 그룹까지야… 어차피 저도 제 아이템만 찾으면 현실로 복귀하려고요.”


이런 식으로 여차저차해서 청연은 이 헌터들을 낚는데 성공했다. 청연은 앞장서서 헌터들을 데리고 동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마지막 헌터 그룹은 예의가 없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 그냥 평균에 속하는 헌터들이었다. 헌터들은 이동하면서 자기들끼리 큰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시작부터 운수가 좋은데? 리센륭 씨가 그룹에 끼자마자 킹 슬라임이라니? 리센륭 씨의 좋은 운이 우리한테까지 전해지는 모양이야.”


덩치 큰 남자 이름이 리센륭인 모양이다.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인지 킹 슬라임 발견한 것을 리센륭이 그룹에 낀 상황과 엮어서 칭찬하고 있었다.


“글쎄…아무튼 킹 슬라임을 보는 건 처음이라 기대 되는군요.”


리센륭은 맞장구치지 않고 약간 거리를 두는 것 같은 태도를 취했다.


“그렇지. 100렙 찍고 2차까지 전직한 헌터들 중에서도 킹 슬라임을 본 사람은 소수라잖아. 근데 우리는 시작부터 킹 슬라임이라니? 이거야말로 대박 날 징조라고!”


리센륭이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계속 떠들어댔다.


“시끄러, 호우위.”


30대 남자가 떠들어대는 남자를 말렸다. 남자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청연은 그들이 뭐라고 떠들건 무시한 채 크게 돌아서 함정이 있는 동굴까지 안내했다. 두 시간쯤 걸려서 청연과 헌터들은 동굴 입구 앞까지 도달했다.


“오, 이 안에 킹 슬라임이 있는 건가? 진짜 찾기 힘든 곳에 있었네.”


아까 수다스러웠던 호우위가 이번에도 까불거리며 가장 먼저 동굴 언저리까지 다가갔다. 리더인 30대 남자가 호우위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그러다 다시 시선을 돌려 청연에게 물었다.


“동굴 안에 고블린이랑 킹 슬라임이 다 있는 겁니까?”

“네.”

“희한한 일이군.”


옆에 있던 리센륭도 청연에게 질문했다.


“동굴 안은 어떻소? 복잡하오?”

“아뇨. 그냥 일직선입니다. 쭉 들어가면 동굴 끝에 킹 슬라임이 있지요. 대신 내부 경사가 가팔라서 언제 고블린이 튀어나올지 몰라 위험합니다.”

“그렇군.”


리센륭은 고개를 끄덕였다.


“티이센. 랜턴 꺼내. 안에 들어간다.”


30대 남자가 티이센이란 사내에게 명령했다. 티이셉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랜턴을 꺼내려고 했다.


“그럴 필요 없소.”


그때 리센륭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동굴에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에 청연은 심장이 덜컥했다.


‘뭐지? 함정이라는 걸 눈치 챘나?’


30대 남자가 눈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리센륭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도끼를 꺼내들어 30대 남자의 정수리를 정통으로 내리찍었다.


작가의말

킹 슬라임 인기가 주인공보다 높아 보이는 사태가...;;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


어제 글은 댓글도 많이 달리고 재밌게 봐주셨다는 분도 많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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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2) +43 15.08.11 18,189 416 9쪽
14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1) +45 15.08.09 18,997 38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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