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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님의 서재입니다.

기점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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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최근연재일 :
2015.09.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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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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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84

작성
15.07.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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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글자
9쪽

첫판부터 끝판왕(2)

DUMMY

“이게 뭐야!”


현실로 돌아온 청연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빼액!’ 소리 질렀다.


“난 분명 빈센트의 레드라인을 선택했는데 왜 리니아의 거탑, 그것도 최종보스가 있는 곳으로 워프된 거냐고!”


청연은 너무 황당해서 혼잣말로 중얼대며 씩씩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황급히 렉스를 꺼내 아까처럼 옆구리의 버튼을 꾹 눌렀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와는 다른 메시지가 화면에 떠올랐다.


『김청연님은 죽었기 때문에 보름동안 던전에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아…”


던전에서 죽으면 패널티가 꽤 컸다. 보름동안 던전에 입장하지 못하게 될뿐더러, 경험치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보유 중인 아이템 중 하나를 랜덤하게 떨구게 된다. 다행히 갓 시작한 초보헌터라 잃을 경험치는 없었다.


하지만…


‘제발!’


청연은 급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주머니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자 청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유일한 아이템이자 무기였던 봉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리니아의 방에 떨군 모양이었다.


“허허…”


너무 격한 충격에 청연은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렉스로 자신이 던전에 있었던 시간을 확인했다.


『00:00:52』


52초!

칠백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무기가 1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허무하게 날아간 것이다!


“이런 씨바아아알!”


청연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미친놈처럼 발광하다가 자신의 침대로 털썩 엎어졌다. 엎어진 상태에서도 한참동안 이불에 고개를 파묻고 ‘악악’ 소리를 지르며 자학했다.


‘이 병신! 머저리! 똘구 새끼! 어차피 이틀 뒤엔 질리게 볼 수 있는 던전, 뭘 구경하겠다고 혼자 나돌아 다니고 자빠졌냐? 에라이, 등신아! 멍청아!’


너무 억울했다. 던전이 어떻게 생겼나 잠깐만 보고 올 생각이었다. 재수가 좋으면 다른 헌터가 몬스터를 잡는 것도 구경하고. 워프존 근처에 있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현실로 튈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일 모레 있는 동기 헌터들 모임에 참석한 뒤 그룹을 짜서 정식으로 던전에 입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 글렀다. 이틀 뒤 남들 다 그룹을 짜고 던전 돌면서 하하호호 인맥을 쌓을 때, 자신은 보름 뒤에 쓸쓸히 솔플(솔로 플레이)하면서 몬스터를 한땀한땀 힘겹게 잡아야 했다. 아니, 무기도 없으니까 최소 솔플이라도 하려면 협회에서 다시 무기를 지급받아야 했다.


오랜 기간 헌터를 준비하면서 완전 거지가 된 상태였다. 무기를 살 돈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협회가 또 공짜로 무기를 지급해줄 것 같진 않았다. 아무리 협회가 헌터들에게 친절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헌터가 제 구실을 해서 협회에게 이득이 될 때의 이야기였다.


“아아, 씨발, 아아…”


청연 침대 위에서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다. 10분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 같았다.



***



청연은 처음엔 헌터 협회에 바로 현 상황을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버그 플레이어로 확정이 나면 헌터 연구소에 끌려가서 버그의 원인을 알아낼 때까지 잡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동안 온갖 개고생하면서 간신히 헌터가 됐는데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일시적인 오류였을 수도 있어.’


그래, 그럴 수 있어. 가끔씩 아이템이 없어지는 버그나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는 버그가 발생한다고 했잖아? 그런 거랑 비슷한 종류의 것이겠지. 청연은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무기는 잊기로 했다.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기로 하지 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생각하면 동기들과 그룹을 못 짜는 것도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좀 기다렸다가 다음 기수 헌터들과 그룹을 맺어도 됐고, 아니면 어렵더라도 홈페이지에서 같은 1렙 초보 헌터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 수도 있었다.


정 안되면 솔플을 하면 그만이었다. 그룹 레이드보다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오히려 자유로움과 빠른 숙련도 때문에 솔플을 추구하는 헌터들도 제법 있었다.


‘근데… 다음에도 또 거기면 어떡하지?’


한 여름인데도 온몸이 오싹해졌다. 아까 몸이 박살나던 감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청연은 제발 단순 오류이길 바랬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9년 만에 간신히 된 헌터라고! 이제 간신히 사람구실하게 됐는데!’


연구소로 들어간 대다수의 헌터는 힘을 잃어버린다는 소문을 들었다. 좀 더 과장해서 생체실험을 한단 말도 들렸다. 연구소에 들어갔다가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거나 끔찍한 괴물이 된 헌터들의 이야기는 좋은 괴담 소재들 중에 하나였다.


‘제발 일시적인 오류였기를!’


청연은 간절히 기원했다.



***



“예? 형 동기 모임에 안 오실 거예요?”


이번에 청연과 같이 헌터가 된 동기생, 정승환이 놀라며 물었다. 나름 좋은 집안의 외동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청연을 잘 따랐고, 재능과 운도 받쳐줘서 3년 만에 헌터가 되어 청연과 동기 헌터가 된 녀석이었다.


“응, 나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인데요.”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일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청연은 애써 참았다.


“그냥…말하기 좀 그런 일이야.”

“형, 뭔지 잘 모르겠는데 웬만하면 그냥 오세요. 여기 안 나오시면 앞으로 많이 힘든 거 잘 아시잖아요. 1렙은 같은 1렙 멤버 구하기도 힘들고 나중에 인맥 구하기도 힘들고… 대학 MT 안가서 아싸 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고요.”


청연은 자신이 아는 내용을 줄줄이 읊는 승환에게 짜증이 났다.


‘나도 알아, 임마.’


어쩌랴, 보름동안 던전에 입장 자체가 거부당한 몸인걸. 청연은 다시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을 속으로 삭이며 대답했다.


“응, 근데 진짜 어쩔 수가 없다.”


승환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벌써 길드 같은 데서 영입제의 들어온 온 거예요?”


청연은 썩소를 지었다.


“설마, 1렙한테 무슨 영입 제의야.”

“그래도 형은 워낙 스텟이 좋으니까요. 1렙에 체력 100 넘기는 헌터 거의 없잖아요. 장래성 보고 뽑아가는 길드도 많다던데.”

“아냐, 그런 거 아니야.”


전화기 너머에서 ‘음…’ 하고 고민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언제 시간 가능하신데요? 하루 이틀 정도라면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서 기다려드릴 수도 있어요.”


승환은 청연이 아쉬운지 무려 기다려주겠다는 제의까지 했다. 이 정도면 헌터들 세계에선 과도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친절이었다.


“…보름 정도?”

“엑?”


아무리 그래도 보름은 너무 길었다. 레벨업 속도가 빠른 헌터는 1차 직업을 얻는 10렙을 일주일 만에 달성하기도 한다. 2차 전직하고 슬슬 길드에 가입하는 100렙이 넘으면 그때부턴 레벨업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지만, 아무튼 초창기 헌터들의 레벨은 쑥쑥 오르는 편이었다.


“형…혹시 던전에서 죽었어요?


청연은 괜히 솔직히 말했나 싶었다. 승환이 눈치 빠르게 바로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쯤은 말해도 상관없겠다 싶어서 청연은 순순히 대답했다.


“응.”

“에고, 조심 좀 하시지.”


청연 같이 스마트폰 미리 받고 들떠서 혼자 던전 입장했다가 사고를 겪는 초보 헌터들은 종종 있었다. 물론 청연처럼 던전 입장하자마자 최종보스를 만난 헌터는 아무도 없겠지만.


“쩝,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형이랑 그룹하고 싶었는데. 은정이도 형이랑 그룹 맺고 싶다고 그랬고.”


하은정… 23살에 헌터가 된 여자애였는데 상큼한 외모에 성격도 싹싹해서 동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청연도 은근슬쩍 마음에 두고 있던 애였다. 그녀도 청연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했었고…그러나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랴. 이미 다 결딴난 것을.


“딴 사람들한테도 네가 말 좀 해줘.”

“네, 형. 알았어요. 나중에라도 혹시 기회 되면 같이 그룹 맺고 레이드 뛰어요.”

“그래.”


그러나 청연과 승환이 같이 그룹 맺고 레이드를 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보름 뒤 청연이 1렙부터 시작할 때쯤이면 승환은 최소 15렙은 돼있을 테니까. 초보 때는 짧은 시간에도 격차가 쭉쭉 벌어진다. 나중에 2차 전직을 할 때쯤이면 모를까. 근시일내로는 요원한 일이었다.


“에휴, 씨발…”


통화를 끝낸 후, 청연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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