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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7.09 08:42
최근연재일 :
2015.11.03 01:07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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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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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6
글자수 :
682,490

작성
15.08.29 14:13
조회
980
추천
14
글자
11쪽

시집가야 할 때

DUMMY

난정 일행이 낙양으로 향하는 길은 늦 겨울의 불순한 날씨 탓으로 더디기만 하였고, 제남을 떠난지 열이틀이 지난, 1 월 17 일에서야 산동성의 경내를 벗어나게 되었다. 날씨도 이제 왠만큼 풀린 것 같아서, 난정은 내일부터는 좀 서둘러 가보자는 생각을 하였으며, 신시가 막 된 시간에 눈앞에 보이는 객점으로 서둘러서 들어섰다. 마부는 말과 마차를 챙기려고 객점의 뒤로 사라졌으며, 난정 일행 3 명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객점에는 이미 스무 명 이상의 손님들이 탁자들을 절반 쯤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들 중에 대부분은 새로 들어선 뜻밖의 젊은 여인네 손님들을 쳐다보고, 다시 한 번 눈들을 크게 떠서 바라보고 있었다.


난정은 첫눈에 그들의 눈초리에서 어떤 불순한 느낌을 감지하고는, 얼른 점소이를 불러서 빈방을 물어서 이층으로 오르려고 하였다. 그러나 난정 일행을 바라보는 그 사람들은 말은 안했어도 난정 일행이 좀 더 오랜시간 그들과 함께 있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 한떼의 무뢰들은 궂은 날씨 때문에 한 며칠을 아무런 일거리도 잡을 수가 없어서 객점 1 층에서 술도 마시고 잡담도 하면서, 놀다가 쉬다가 지루해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들 중에 누군가가 난정들에게 말을 건네었다.


"손님들은 어디서 오는 분들이시요? 이 추운 날씨에 길을 나선 것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외다."


"운(雲)이 네가 응대를 하거라."


"예, 우리는 제남을 출발해서 낙양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 산동 제남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멀리서 오셨는데 제남의 소식이나 좀 전해 주시구려."


"우리같은 아녀자가 무슨 소식을 알 수나 있겠습니까? 급한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섰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지체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럼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 때에 술이 좀 취한 다른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형편이 왠만하면, 여기서 좀 놀다가 오르시지 그래요? 달덩이 같은 얼굴이 셋이나 있으니 여기가 훤해졌는데, 금방 가면 섭섭해서 어떻게 해?"


그리고는 일어서서 응대를 하던 운이에게 다가서더니 대뜸 엉덩이에 손을 대려고 하였다. 이것을 본 난정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멈춰라. 술이 취했으면, 곱게 취할 것이지, 무슨 짓이냐?"


"... 아 그러고 보니 이 분이 어른이시고, 이 쪽은 여종 들인 모양이구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목소리에 기가 올라선 것이 아주 들어줄만 하구만. 하 하 하."


"술이 취하였으니 지금까지의 일은 불문에 부치겠다. 그러나 이제부턴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야.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중에 이 술취한 사람을 말려주실 분이 없는가요?"


그제서야 술좌석의 일행인듯한 그들 중에 한 명이 다가와서 그를 다시 데려다가 좌석에 앉히면서 말했다.


"이 친구가 술이 좀 많이 취해서 실례를 범하였으니, 소저께서는 양해를 한번 베풀어주시길 바랍니다. 보아하니 제남 어디에서 오셨는지 모르나, 낙양까지 무사히 잘 가시기를 바랍니다."


"예, 취한 동료 분을 말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남 오지회의 소속입니다."


난정은 오지회 임향주의 딸임을 밝히기는 좀 불편하였기에 그냥 오지회의 소속이라고 말하였던 것이었으나, 이 말이 또 다시 풍파를 일으키나 보았다. 자리에 주저 앉혀지려던 사내가 다시 일어서면서 말하였다.


"제남의 오지회라면, 기생들을 데리고 술장사를 하는 데가 아닌가? 그러면 ... 나는 또 괜히 한 목소리에 식겁(食怯)했구만. 하 하 하, 그러지 말고 여기와서 이 어르신 술잔에 한 잔만 따르고 올라가거라. 그러면 내가 오늘은 용서해주마."


난정의 생각에 이렇게 되어서는 일이 곱게 수습이 되기는 점점 힘들어지는가 싶었다.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하며 바라보니 사내의 일행 둘이서 서로 나서려고 말리려고 밀커니 당기니 하며, 다투다가 결국은 둘이서 쌈박질을 하게 되는 양상으로까지 발전되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위에서도 말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하여 결국은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히고, 겨우 어떻게 자제가 되는듯 하였다. 그러나 다시 한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에, 이 때에 난정의 호위를 임무로 하는 네 명이 객점에 들어섰다.


"왜 내 말이 안들리냐? 오지회 소속이라며, ... 내 술잔에 한번만 술을 따르면 된다는데 그것도 못하겠단 말이냐?"


"야, 내가 오지회 소속인데 내가 한잔 따라주면 어떻겠냐?"


"엉, 넌 누구냐?"


"난, 우리는 여기 오지회의 임향주님 따님을 수행하는 경호무사들이다. 왠만하면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 어떠한가?"


"오지회가 산동 제남에서는 방귀를 좀 뀌었나 모르지만, 여기 복양에선 방귀를 뀌려다가 피똥을 싸는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는 전통이 오래 묵은 복양이란 말이다."


"무엇이라? 이런 밟아서 쥑여버릴 버러지같은 놈이 있을까?"


"그러지 말고 밖에 나가서 한바탕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허깨비 같은 놈들이 허리춤에 쇠붙이 하나만 달고 있으면, 모두 다 고수가 되는 줄 알고 있단 말이야. 허어참 내."


이 때에 다른 한 사나이가 일어서서 모두에게 눈길을 주며 말을 하였다.


"잠깐, 잠깐, 여기서 더 이상 실례를 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내가 한마디를 하겠소이다. 다들 좀 들어보시오. 지난 가을에 내가 제남에 갈 일이 있어서 우연히 흑응반점에 가서 두 푼 짜리 밥을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보았어요. 이 여자 분은 제남의 흑응반점에 총관을 맡고 계시는 분이지요. 지금 오지회는 더이상 따지지 맙시다. 흑응회는 우리 만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단체로써 나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께 흑응회에서 일하는 이 총관님의 일행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자고 말씀드리겠소이다. 어떻습니까?"


이 말이 들리니 그제서야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설왕설래(說往說來)를 한 후에 사태가 수습이 되었고, 난정 일행은 이층의 객방으로 오를 수가 있었다. 흑응회의 난민 구호 소식은 산동성 경계를 넘어서 이미 이곳 복양이라는 곳까지 그 소문이 흘러왔던 것이며, 이로 인하여 난정 일행은 어쩌면 겪어야할 큰 소란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소란이 커지면, 그 때에는 일의 진행이 어디로 튀어나갈지 알수 없기에 난정의 호위무사들 역시 가슴을 조리며 지켜보다가 한숨을 들이쉬었던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멀리서 따라오던 무사 네 명도 여기서부터는 난정의 일행에 합류되어 낙양에 까지 동반하여 가게 되었다.


난정에게는 이 작은 소란이 아마 심중에서는 꽤나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나 보았다. 그날 저녁부터는 여느 때와는 달리 산동 제남이 무척 멀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산동성을 벗어났다는 느낌 때문이었나? 그리고 그날 밤에는 꿈 속에서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어느 겨울 날이었다. 흥국선사에서 난정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가서 어떤 불사(佛事)를 짓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두 엄마는 저 만치 앞서서 가고 있었다. 길은 눈이 내려서 미끄러웠고, 아버지가 언니인 매옥을 앞에서 끌어 미끄럼을 태워주고 있었다. 그 뒤에는 어린 난정이 매옥의 뒤꽁무니를 잡고 앉아 있었으며, 난정의 뒤에는 더 어린 두 남동생이 차례로 꽁무니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아빠가 끌어주는 대로 눈길에서 미끄럼을 탔었다. 4 남매들 모두가 즐거워하며 웃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장면이 바뀌어 봄날, 언제였던가, 주변이 봄꽃들로 가득찬 산길에서 아버지와 난정은 꽃구경을 하고 있다가, 아버지가 어디론가 말없이 가버리신 후에도 난정은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 꽃구경에 취해서 구경을 하다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고파서 아버지를 찾기 시작하였는데 아버지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난정은 마침내 울기 시작하였고, 얼마나 울었을까, 울다가 지치고 말았는데, 그 때에야 아버지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없더라도 울면 안되는 거야, 언젠가는 혼자서 잘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란다' 하고 아버지가 말을 했다. 여기에서 난정을 꿈에서 깨게 되었으며, 어떤 깨달음처럼 그동안 자기가 시집을 가지 않으려 했던 것이 바로 아버지를 의지하려고, 아버지 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였던 그런 고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랬던 것이었다.


이로써 난정은 이제 아버지의 품에서 떠나야할 때가 온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를 거목(巨木)처럼 생각하였으나, 사실은 거목이 아니라 그냥 아버지일 뿐이었으며, 성장하면 그 품을 떠나가는 것이 받아들여야할 과정임을 알게 된 것이다. 아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인데, 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처럼 이러는 것일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음을 알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었다.


난정은 그동안 자기의 존재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즉 아버지에게서 떠나 자기의 생을 혼자서 떠맡아 살아갈 생각을 못한 채로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혼자서 세상을 헤쳐 나갈 각오를 굳게 하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다시 여러가지의 생각이 연이어졌으며, 낙양까지의 갈 동안에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충분히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이것으로 난정은 어른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당장 책임을 지고있는 그것을 잘 해내는 것 이것이 우선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그것은 우선 낙양에 가서 편지를 전하는 일을 잘 처리해야만 하였다. 난정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바쁘게 되어 길을 제촉을 하기로 하였다. 흑대형이 1 월 말까지 제남에 도착할려면 지금 쯤은 제남을 향해 오고 있을 것이므로, 혹 흑대형과 마주쳐 지나칠까하여 두 몸종, 운(雲)이와 하(霞)아에게 앞을 잘보다가 혹시 눈썹이 일자로 붙은 젊은 남자가 보이면 즉시 이야기를 하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 바람이 차가우므로 온 얼굴을 둘러싸고 다니는 때였으므로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이렇게 서두르다가 결국은 1 월 28 일이 되어서야 낙양성에 근처에 이르러 남문 밖 한 객점에 유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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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좀 어수룩한 혼인(婚姻) 15.08.29 1,089 12 15쪽
» 시집가야 할 때 15.08.29 981 14 11쪽
46 기감(氣感)으로 맺어지는 운명(運命) 15.08.28 974 12 16쪽
45 포정사(布政司)의 딸 15.08.27 956 15 16쪽
44 마음 속의 길 15.08.26 1,229 14 14쪽
43 도박이란 무엇인가 15.08.25 966 12 14쪽
42 난정 낙양에 가다 15.08.24 1,020 14 11쪽
41 흑응회의 신년 월례회의 15.08.22 1,013 13 17쪽
40 쇄음수 병증(病症) +1 15.08.21 1,089 12 11쪽
39 적목단의 주군(主君)이 되다 +2 15.08.20 973 14 15쪽
38 적목귀에게 중매(仲媒)를 서면 어떨까? 15.08.19 1,070 22 12쪽
37 꿈에 떡 얻어먹다 15.08.18 983 12 13쪽
36 낙양 보호사업을 손에 쥐다 15.08.17 1,097 13 15쪽
35 삼백 년의 구원(舊怨) 15.08.16 904 14 15쪽
34 경가장의 사투(死鬪) 15.08.15 965 13 15쪽
33 순치과정(馴致課程) 15.08.14 1,169 14 16쪽
32 삼창삼합(三槍三合)의 결과 +2 15.08.13 1,009 13 15쪽
31 삼인협격술(三人協擊術) +2 15.08.13 822 13 14쪽
30 참회고백(懺悔告白) 15.08.12 885 11 15쪽
29 마음을 바꾸는 방법 +3 15.08.11 976 12 13쪽
28 적목단 결성 작업 15.08.10 942 12 16쪽
27 오합지졸(烏合之卒) 정예병(精銳兵) 만들기 15.08.08 1,160 24 16쪽
26 적목귀가 풀어야할 숙제 15.08.07 1,077 17 14쪽
25 적목단(赤目團) 출범(出帆)하다 +2 15.08.06 1,120 13 11쪽
24 구명절초(救命絶秒) 15.08.06 1,084 16 10쪽
23 까마귀 언덕의 대결 15.08.05 1,027 14 16쪽
22 호국감찰통정어사(護國監察通政御使) 15.08.04 1,041 13 12쪽
21 대권절각(擡拳折脚) 발검혈항(發劍血肛) 15.08.02 1,064 13 14쪽
20 강자존 약자멸(强者存 弱者滅) +2 15.08.01 1,031 15 13쪽
19 집을 지으면 마음이 모인다 15.07.31 1,035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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