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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상점의 주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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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19 16:49
최근연재일 :
2018.01.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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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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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44

작성
17.12.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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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벤토리

DUMMY

다른 때라면 그렇게 결심을 해도 시작은 내일부터였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일 분 일 초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마냥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었던 재호는 인터넷을 뒤지며 행복시장에 올릴만한 상품들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상품들은 프린트해 놓았고 그게 되지 않은 상품들은 현실화해서 쌓아놓았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방안이 물품들로 꽉 차 버리고 말았다.

그에 재호는 이 기회에 아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환타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아공간은 대부분이 가죽주머니나 팔찌의 형태로 나오곤 했다. 하지만 재호는 가죽주머니나 팔찌와 같이 몸에 지녀야하는 형태의 아공간으로는 불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네잎클로버 열쇠고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행여 분실할까봐 걱정이 많은데 말이다. 왜 처음에 열쇠고리를 현실화할 때 도난방지 쪽으로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지 그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에 재호가 떠올린 것은 게임시스템의 인벤토리였다.

하지만 막상 인벤토리 가방을 그리려니 너무 없어 보였다. 누가 볼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멋진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결국 그가 종이에 그린 것은··· 큰 가방이었다.

잠시 자신의 빈곤한 상상력에 좌절하던 재호는 그냥 네모를 그렸다. 공간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써 넣었다.


<손재호의 인벤토리. 손재호 이외에는 보지도 만지지도 못함. 인벤토리의 공간은 무한하고 생명체는 넣을 수 없음. 넣은 물건은 최적의 보관 상태를 유지한다. 컴퓨터의 바탕화면처럼 아이콘이 생겨나 쉽게 물건의 목록이나 상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물건들의 검색이 가능함. 검색한 물품들은 불러오기를 통해 인벤토리에 저장할 수 있음.>


카탈로그나 잡지 등으로는 좋은 상품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자 검색기능을 추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뜩 떠오른 생각에 덧붙이듯 생각만으로 소환되며 해제가 가능함이라고도 적었다.

괜히 말로 인벤토리를 소환하다 사람들의 눈에 띄어 의혹을 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나이에 게임폐인 같은 행동을 하다가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설정이 마무리되자 재호는 인벤토리를 현실화시켰다.

띠링!

알림음과 함께 눈앞에 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 뜬 투명한 모니터를 보는 느낌이었다.

모니터에는 검색창 하나와 보관된 물품이 없다는 글만이 전부였다.

재호는 우선 물건 하나를 인벤토리에 넣어보기로 했다.

그것은 관광 상품 잡지에서 현실화한 고려청자였다. 가격이 한 십오만 원 정도 하는 것이었다.

모니터에 고려청자를 가까이 하자 마치 자력에 끌려들어가듯 고려청자가 사라지고 모니터에 아이콘 하나가 떠올랐다. 고려청자 모양의 작은 아이콘이었다.

그 아이콘을 눌러보자 불러오기, 복사, 보내기, 삭제, 상태, 복구 등의 문자들이 떠올랐다.

그 중 재호는 상태를 클릭해 보았다.


<고려 13세기 운학문 매병을 본떠 만든 가짜 고려청자로 가격은 15만 4천원>


고려청자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번에는 복구를 눌러보았다.

그러자 고려청자 아이콘에서 빛이 나더니 약간 색깔이 더 은은하게 변한 듯 느껴졌다.

그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려고 다시 설명을 클릭해 보았다.


<고려 13세기 운학문 매병으로 높은 완성도와 아름다움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골동품>


순간 재호는 멍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저 복구를 눌렀을 뿐인데 가짜 고려청자가 진짜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린 재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이제 팔지 못하겠군.”

그러면서도 재호는 무의식중에 복사를 눌러 고려청자를 2개로 만들고 있었다. 이런 대단한 문화재는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불러오기를 통해 물건을 꺼내는 것으로 대충 사용법을 확인한 재호는 현실화해 두었던 물건들을 모두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이제 더 이상 마법 같은 물건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속으로 인벤토리 해제라고 생각하자 눈앞에서 인벤토리 창이 사라졌다.

‘역시 현실화 능력은 대단하단 말이야!’

새삼 감탄하면서 재호는 자신도 이 기회에 다른 소설 주인공들처럼 레벨 업 시스템을 장착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번 뿐인 인생을 게임 속 아바타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건들을 치운 김에 방안을 정리하고 청소까지 하고나자 책상위에 쌓인 프린트 된 사진뭉치들이 보였다.

‘저 사진들을 다 상품등록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우선 현실화 한 후 사진을 찍고, 행복시장 카테고리에 사진을 등록하면서 자세한 상품설명까지 적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여도 상품이 많은 만큼 며칠은 걸렸다.

“이것도 현실화로 어떻게 안 될까?”

잠시 생각을 해 본 재호는 우선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현실화 능력은 사용설명서가 없는 만큼 무엇이든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프린트한 한 상품의 사진 옆에 써 넣었다.


<네잎클로버 홈페이지 행복시장의 상품으로 등록이 되어 있으며 물품은 손재호의 인벤토리 안에 들어 있다.>


간단한 설정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현실화능력이라면 충분히 해결해주리라고 재호는 자신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자신감은 곧바로 현실화로 증명되었다.

홈페이지에 등록된 상품과 인벤토리 창에 드러나 있는 아이콘을 확인함으로서.

“하! 이러다 꿈마저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겁나네.”

그랬다가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되었다. 꿈에는 악몽도 있었으니까.

고개를 내젓던 재호는 몇 개의 상품등록을 더 마치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부터 재호는 집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우선 한 일은 인벤토리로 상품을 검색하는 일이었다.

약간의 하자가 있어 상품으로 출시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있는 상품들에 대한 검색이었다.

인벤토리의 검색능력은 대단해서 선명한 동영상으로 그 상품을 직접 보듯 살펴볼 수 있었고 그 상품의 적정 구입가와 판매가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여 그 상품을 취급하는 회사의 위치와 담당자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었다.

그에 재호는 따로 수첩을 마련해 그 모든 것을 기록해두었다. 언제까지 사업을 현실화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첩을 정리하고 프린트 된 상품들을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일에 몰두하다보니 끼니 또한 거르기가 일 수였다.


숙자는 그런 재호가 걱정이 되었다.

매일 밖으로 돌아다니던 자식이 갑자기 밥도 안 먹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은 얼굴이 필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재호를 떠올리며 잘 나가던 취직일이 갑자기 꺼꾸러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재호의 방안으로 들어선 숙자는 책상에 앉아 있는 재호에게 물었다.

“재호야, 괜찮니?”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말에 깜짝 놀라 돌아 본 재호는 등 뒤에 서 있는 숙자의 모습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머니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 사이에 인벤토리 검색이나 현실화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재호는 새삼 사무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적어도 자신의 사무실이 있으면 들킬까봐 긴장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부모님에게는 자신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부모님도 자신에 대한 걱정을 덜 것이고 자신도 일일이 변명거리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아버지, 지금 집에 계신가요?”

“좀 전에 들어오셨다.”

“그럼, 안방에서 조금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어머니가 방에서 나가자 재호는 하던 일을 급히 마무리하고 노트북을 껐다.

그리고 속으로 부모님에게 할 말을 미리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았다.

거짓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니 현실화능력을 얻은 것만 빼고는 사실 그대로 얘기하기로 결정했다.


안방으로 가자 어머니는 초조한 표정으로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아버지는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아마도 어머니에게서 얘기를 들어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았다.

두 분 앞에 앉은 재호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며칠 전에 제가 경품에 당첨되는 운 좋은 일이 있었잖아요?”

“······알고 있다. 그 약 덕분에 네 어미도 나도 몸이 편하게 되었으니까.”

“그 날은 하루 종일 운이 좋아서 인터넷으로 복권을 한 장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운 좋게 당첨이 되고, 그렇게 여러 번 하다 보니 500만원이라는 큰돈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뭐!”

어머니의 비명에 가까운 흥분과 아버지의 놀란 표정을 보면서 재호는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놀란 표정의 부모님을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늘 똑같이 지친 표정과 얼굴이었는데 말이다.

“오십 만원도 아니고 오백?”

“네.”

확신에 찬 재호의 대답에도 부모님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있자니 재호는 자신이 당첨된 금액이 오백이 아닌 한 오억쯤 되는 듯 느껴졌다.

“그, 그래서··· 당첨금은 찾아왔니?”

로또 복권을 생각하시는 듯 수령문제를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말에 재호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통장에 입금이 될 겁니다.”

“대단하구나! 잘됐다, 잘됐어!”

숙자는 기쁨으로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아버지 덕배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오백만원이면 복권당첨금으로는 그리 큰 액수도 아니구나. 그럼에도 그 얘기를 꺼낸 것은 다른 할 말이 있기 때문이겠지?”

“네, 실은 그 돈을 자금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볼까 합니다.”

“쇼핑몰?”

숙자와 덕배 또한 쇼핑몰 운영으로 돈을 번 연예인 얘기를 들어본 터라 쇼핑몰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삼년 내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잘 될까 모르겠다. 그것도 다 사업인데, 네가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숙자의 말에 재호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잘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만약 안 된다고 해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확신에 가득 찬 아들의 말에 차마 안 된다는 말은 못하겠는지 덕배가 물었다.

“그래, 준비는 잘 되어가고?”

“네, 사업자등록증도 받았고 홈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사무실을 구하고 광고를 내는 일 정도입니다.”

“오백으로는 제품구입비나 사무실 임대료 등 여러 가지 제반비용으로 많이 모자랄 것 같구나. 내가 좀 보태줄까?”

덕배의 말에 숙자가 화들짝 놀라서 말렸다.

“여보, 우리 형편에 그럴 돈이 어디 있어요? 곧 있으면 연금으로 생활해야 할 판에.”

“대출 좀 받으면 돼. 모처럼 아들이 뭔가 해보겠다는데 부모로서 당연히 도와줘야지.”

재호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서른일곱이나 되는 지금까지 용돈한번 제대로 드려본 적이 없는 아들인데도 아버지는 아들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반드시 무언가 해내리라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그리 큰돈은 필요 없습니다. 사무실은 인터넷 쇼핑몰이라 우선 집에서 시작하고 돈이 모이면 구해서 나갈 생각이고요. 물품도 벌써 싸게 구해서 창고에 넣어 놓았습니다. 단지 집에서 일을 할 생각이기에 좀 어수선해 질지도 몰라 미리 양해를 구하려는 겁니다.”

“그 정도야 당연히 이해를 해야지. 우리 아들이 일을 한다는데.”

어머니는 호들갑스럽게 기쁨을 나타냈고 아버지도 슬쩍 입가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럼, 이제 우리 아들이 사장인건가? 사장 아들이라니! 살다보니 이런 기쁜 날도 다 오네요. 재호야, 열심히 해야 한다.”

아버지가 거들며 말씀하셨다.

“그래, 남들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해봐라. 그러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게다.”

“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안방을 나오면서 재호는 가슴에 손을 대 보았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심장이 뛰고 있었다.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니······

재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더욱 노력해 보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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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네잎클로버의 변화 17.12.26 665 16 10쪽
16 네잎클로버의 비상 +2 17.12.26 727 14 11쪽
15 야망을 갖다 +1 17.12.23 710 12 9쪽
14 첫 월급 협상 17.12.23 728 14 8쪽
13 진격의 수진 17.12.23 726 16 10쪽
12 직원을 구하다 17.12.23 735 14 10쪽
11 홈쇼핑 오픈 +1 17.12.23 833 16 10쪽
10 복권에 당첨되다 17.12.22 855 15 13쪽
» 인벤토리 +2 17.12.22 879 16 13쪽
8 홈페이지 네잎클로버 17.12.22 839 16 12쪽
7 사업을 시작하다 +1 17.12.21 981 17 10쪽
6 홈페이지를 만들다 +1 17.12.21 988 17 8쪽
5 목표를 정하다 +2 17.12.21 1,044 20 12쪽
4 마법을 발견하다 +1 17.12.21 1,233 21 9쪽
3 현실화 능력을 갖다 +2 17.12.19 1,224 22 8쪽
2 계약을 맺다 +2 17.12.19 1,334 21 9쪽
1 어느 백수의 소원 +3 17.12.19 1,547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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