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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상점의 주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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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19 16:49
최근연재일 :
2018.01.06 21:19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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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44

작성
17.12.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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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목표를 정하다

DUMMY

가슴이 멍이 든 것처럼 아팠지만 재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탁에 앉아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는요?”

“그 양반은 동네 친구들과 술 마시러 나갔다. 몸도 안 좋은 양반이 술은 무슨 술인지.”

반찬을 보니 김치와 멸치조림, 무국이 다였다.

그 초라한 밥상에 자신과 아버지가 없을 때는 물 말은 밥에 김치,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곤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새삼 그는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와 세상을 증오하게 만드는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백수란 것은, 능력이 없다는 것은 이 시대엔 정말 비참한 일이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내리누르며 그는 자신에게 이런 기적 같은 능력을 주신 존재에게 감사했다.

‘저에게 이런 능력을 주셔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해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뭐야, 왜 밥을 안 먹어! 지금 반찬 투정하는 거냐?”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는 재호를 본 어머니의 말이었다.

사납게까지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끼지 못할 재호가 아니었다.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잠깐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나서. 기다려 보세요.”


서둘러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재호는 음식배달책자를 펼쳤다.

그리고 얼큰한 감자탕을 현실화 하려다가 사온 음식이 금방 요리한 듯 뜨거우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마트 전단지에 있는 스테이크용 소고기 팩들을 현실화했다.

그런 뒤 다시 인터넷을 뒤져 뼈와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 통 현실화시켰다.

단 한 번의 양치질에도 새하얗게 변한 치아가 떠오르자 많아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한 통만 현실화 시킨 것이었다.

행여 그 효과의 좋음에 어머니가 이웃에 나누어주기라도 했다가는 큰 소란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현실화 한 것들을 들고 어머니에게 건네주자 숙자는 놀라서 재호를 보더니 물었다.

“아니, 이게 웬 것들이냐?”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았어요. 고기는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놨어야 했는데 상하지 않았을까요?”

버려야 되지 않겠냐는 듯한 재호의 말에 숙자는 화들짝 놀라서 소고기 팩을 챙겨들며 말했다.

“이런 비오는 날에 고기가 왜 상해? 기다려봐라. 지금 구워 줄 테니.”

설마 조금 상했다고 해도 어머니가 그 비싼 소고기를 버릴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재호였지만 그는 짐짓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맛있는 냄새가 함께 스테이크가 완성되어서 식탁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그 양이 한 팩 분밖에 되지 않았다.

“어, 왜 일인분이에요?”

“특별한 날도 아닌데 스테이크를 먹기는 좀 그렇지 않니? 냉동시켜 두었다가 너 취직하면 그 때 또 구워주마.”

그건 즉 냉동고에 넣어둔 고기를 언제 다시 먹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저번에 멜론을 선물 받았을 때도 좋은 것이라고 아끼다가 썩어서 먹지 못하게 되었던 것을 떠올리고 어머니에게 한 마디 하려는데 스테이크를 썰어서 자신은 한 입도 먹지 않고 재호의 밥 위에 모조리 올려놓아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끼게 된 원인이 없는 살림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 애쓰다가 들인 오랜 습관이라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었다.

묵묵히 밥을 다 먹은 재호는 어머니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영양제 통을 뜯어 영양제 한 알을 건네주었다.

“자, 드세요.”

“아니, 그걸 왜 뜯었니? 아깝게.”

역시 자신이 직접 뜯어주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재호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어머니는 분명 영양제를 보관만 해두다가 먹지 않았을 테니까.

“어머니, 이 영양제는 뜯은 이상 오래 두고 먹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 하고 같이 꼬박꼬박 챙겨 드세요. 비싼 건데 못 먹고 버리면 아깝잖아요?”

그제야 영양제를 입에 넣는 어머니를 보며 재호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 능력 없는 아들 때문에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앞으로도 풍족하게 살게 해 드린다는 약속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모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그 때 식탁을 치우기 위해 허리를 편 숙자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어머, 허리가 편하네. 그 영양제 효과가 정말 좋구나. 이름이 뭐니? 도대체 얼마나 비싸기에 이리 효과가 좋아.”

그러면서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재호는 슬며시 영양제의 라벨을 뜯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영양제를 선전하고 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 저는 그만 방으로 들어가 볼게요.”

“그래, 쉬어라.”

몸이 편해서인지 한층 부드러워진 숙자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재호는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은 재호는 메모지를 꺼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작성했다.


<생활비를 벌자.

일자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자.

많은 사람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주는 일을 하자.>


‘이런 일이 뭐가 있을까?’

행운과 행복에 동그라미를 치며 잠시 고민하던 재호는 우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아보았다.

창업, 사업이란 단어로 쭉 찾아보자 알 수 있었던 것은 사업이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뿐이었다.

수많은 사업아이템들이 돌아다니고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사기성 짙은 투자권유도 있었지만 재호는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판매상품이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 결정에 따라 우선 가장 필요한 홈페이지 제작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홈페이지 제작이 생각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건만 판매하는 쇼핑몰이라면 간단하게 임대차 쇼핑몰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그가 원하는 쇼핑몰은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사이트였다.

많은 이들이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나눌 수 있고 대화방 개설이 가능한.

그렇기에 고민하던 재호는 문뜩 떠오른 생각에 자신의 무릎을 쳤다.

그가 언제 원리나 제조방식을 알아서 가전제품들을 현실화 시켰던가. 아무래도 얼떨결에 생긴 능력인지라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너무 유연성이 없었던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한 재호는 메모지에 시험 삼아 네잎 클로버의 열쇠고리를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 옆에 설명을 덧붙였다.


<금으로 이루어져있고 클로버 잎 부분은 에메랄드 보석으로 되어 있음. 지니고 있으면 운이 좋아진다.>


볼펜을 내려놓고 메모지에 그린 그림을 살펴보았다.

빈말로도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었다. 비뚤비뚤한 것이 어린애가 그린 그림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실험을 위해서는 이런 조잡한 그림도 필요했으니까.

스스로의 그림실력을 위로하듯 그렇게 생각하며 재호는 의지를 담아 그림이 현실화되기를 바랐다.

그러자 네잎 클로버 모양의 에메랄드가 정교하게 세공되어진 금 열쇠고리가 현실화되어 나타났다.

그것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진귀해보였다.

“역시!”

그 실험으로 재호는 사진뿐만 아니라 그림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함께 아직 더 실험해볼 것이 남았기에 그는 인터넷으로 자주 가는 전자복권 사이트에 들어갔다.

살 빼는 젤이나 치약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효과가 이 열쇠고리에서도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즉, 정말로 운이 좋아졌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직접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서인지 그의 심장은 그 어떤 때보다 더욱 빠르게 뛰었다.

열쇠고리를 쥔 재호는 마음에 드는 숫자들을 선택했고 그 번호대로 복권을 1매 구입했다.

숫자가 요란하게 돌아가면서 당첨번호가 나올 시간이 가까워지자 열쇠고리를 쥔 그의 손이 하얗게 질려갔다. 이 실험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앞으로의 그의 계획이 크게 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움직임이 멈추고 숫자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와 나오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실망으로 물들어갔다.

번호가 맞지 않음은 실험의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숫자가 나오고 나자 그는 깜짝 놀랐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10,000원 당첨입니다-


라는 글이 전광판에 나타났던 것이다.

한참 당혹스러워하던 재호는 이내 자신의 실험이 성공했음을 깨닫고 환호했다.

“oh, yes! 만세, 성공이다!”

지금까지 그가 복권으로 당첨된 최대 금액은 1000원이었다.

평소라면 낙첨이었을 복권이 만원이나 당첨된 것은 분명히 운이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흥분한 재호는 복권 1매를 다시 구매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100,000원이 당첨되었다.

만원이 당첨되었을 때는 순수하게 기뻤는데 십 만원이 당첨되자 재호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한 번도 이런 거금의 불로소득을 얻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 번 복권을 구매하자 이번에는 50,000원이 당첨되었다.

순식간에 당첨금이 160,000으로 늘어났다. 제세공과금이 있으니 실제 수령 할 수 있는 금액은 십이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일 뿐이지만.

“하! 돈 버는 일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새삼 운이 없다는 것이 세상을 사는 데에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지 깨닫고만 재호였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 복권을 구매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구매하기만 하면 당첨이 분명했지만 왠지 범죄를 저지르는 듯 꺼림칙했던 것이다.

하지만 복권으로 몇 십억이나 수령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그 꺼림직 함은 곧 사라져버렸다.

그들에 비하면 그는 아직 조족지혈이었기에.

그러다 연속으로 당첨되면 사이트에서 부정을 의심할 것만 같아 잠시 열쇠고리를 내려놓고 복권을 구매해보았다.

놀랍게도 재호는 이번에도 당첨되었다.

단지 그 당첨 이유가 단 한 개의 숫자도 맞추지 못해서였지만.

“하, 그러니까 단 한 개의 숫자도 맞추지 못할 확률이 60분의 1정도인데 지금 내가 그 더럽게 운 없는 확률에 걸린 거란 말이지?”

평소 자신의 운 없음이 어느 정도였는지 새삼 실감한 재호였다.

그러자 오기가 끓어올랐다.

“그래, 이렇게 된 것 내 운이 어디까지인지 끝까지 가보자 이거야!”

재호는 연속으로 여러 장의 복권을 구매했다.

결과는 즉석으로 나왔다.


낙첨!

낙첨!

낙첨!


그렇게 3만원가까이 낙첨이 되자 그제야 재호는 정신을 차렸다.

“하, 내가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돈이 생기니 쓸데없는 헛짓이나 하고.”

지금이야 몇 만원으로 그쳤지만 나중에는 몇 백 만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벌게 된다면 우선 돈 관리해줄 사람부터 구하는 게 좋겠어.”

메모지에 중요체크로 회계사나 경리의 필요성을 적은 재호는 열쇠고리를 쥔 상태로 다시 숫자를 고르고 복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10,000원 당첨입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50,000원 당첨입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1,000,000원 당첨입니다-


중간 중간 열쇠고리를 놓고 복권을 구매해 낙첨을 받은 것도 있어서 2시간이 넘어서야 제세공과금을 제외하고도 총 당첨금 5,000,000원을 만들 수 있었다.

그 돈을 자신의 통장으로 환급 신청해 놓은 재호는 움켜쥔 열쇠고리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

“이제 너와는 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해피. 우리 평생 함께 하자!”

네잎클로버 열쇠고리에 해피라는 애칭까지 붙여준 재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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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야망을 갖다 +1 17.12.23 710 12 9쪽
14 첫 월급 협상 17.12.23 728 14 8쪽
13 진격의 수진 17.12.23 725 16 10쪽
12 직원을 구하다 17.12.23 735 14 10쪽
11 홈쇼핑 오픈 +1 17.12.23 833 16 10쪽
10 복권에 당첨되다 17.12.22 854 15 13쪽
9 인벤토리 +2 17.12.22 878 16 13쪽
8 홈페이지 네잎클로버 17.12.22 839 16 12쪽
7 사업을 시작하다 +1 17.12.21 981 17 10쪽
6 홈페이지를 만들다 +1 17.12.21 987 17 8쪽
» 목표를 정하다 +2 17.12.21 1,044 20 12쪽
4 마법을 발견하다 +1 17.12.21 1,233 21 9쪽
3 현실화 능력을 갖다 +2 17.12.19 1,224 22 8쪽
2 계약을 맺다 +2 17.12.19 1,334 21 9쪽
1 어느 백수의 소원 +3 17.12.19 1,547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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