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8
쾅쾅!
콰콰광쾅쾅!
갑자기 곤륜 본산 방향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
얼마나 큰지 듣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화르륵!
뒤를 이어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크아······악!”
사람들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컥!”
“크아악!”
본산쪽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 경험이 미숙한 도사들이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본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방심한 틈을 마천 무사들은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사람이 수 십여명이었다.
“하하하하 드디어 성공했구나! 곤륜 네놈들은 오늘 모두 죽는다.”
살마왕이 대소를 터드렸다.
두 사람은 아직도 허공에서 싸우고 있었다.
“······?”
태성진인은 진퇴양난이었다.
분명 본산에 변고가 났으니 가보아야 하지만, 살마왕이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후이이이익!
챙! 쩌저정!
둘의 싸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지금 물러나면······, 곧 죽음이다.
.....
“방어대형!”
“명!”
백엽은 살마궁 무사들을 휘젓고 있던 흑풍대를 방어대형을 갖춰서 후퇴시켰다.
흑풍대가 일사불란하게 삼환보를 펼치며 신속하게 물러났다.
그리고는 곤륜 도사들과 보조를 맞췄다.
‘분명 본산쪽에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있어났다. 이럴 때는 방어가 낫다’
이것이 백엽 판단이다.
“전진!”
“크아······아악!”
도사들과 대형을 맞춘 백엽은 다가오는 마천을 향해 공격과 후퇴를 반복했다.
“후퇴!”
“크아아······악!”
흑풍대는 철저히 백엽의 명에 따랐다.
삼환보로 무장하고, 수 없이 단체전을 익힌 흑풍대는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공격하면 일시에 삼환보를 펼쳐 적을 치고 동시에 빠졌다.
“암기 투척!”
후이이익!
“크아악!”
때로는 암기도 던졌다.
곤륜 역시 집단전 위주 전투를 하는지라 흑풍대와 손발이 잘 맞았다.
그런 백엽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헉헉! 대협께 청이 있습니다.”
현도진인이었다.
얼마나 싸웠는지 전신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도복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그나마 온통 피칠 투성이다.
들고 있던 검도 이기 여기저기 나간 것이,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
백엽은 현도진인에게 이야기하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계속 적을 베어나갔다.
“죄송하지만 빈도와 본산으로 가 주실 수 있는지요?”
“······?”
백엽은 답없이 잠시 전황을 살폈다.
태성진인이 살마왕을 막는다면 잘하면 수성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본산이 무너진다면······?
귀를 기울이니 본산에서는 아직도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백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좌일을 쳐다보았다.
“형님! 본산으로 갑니다.”
휘이익!
말을 마치자마자 백엽은 본산이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현도진인 안내가 없어도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다 보면 될 터였다.
좌일도 어느새 한명의 적을 더 죽이고는 백엽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헉!”
백엽과 좌일의 모습에 현도진인이 숨을 들이키며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두 사람 빠르기가 빛과 같다고 진인은 생각했다.
곤륜을 어여삐 여겨 태상노군께서 두 사람을 보내준 것이라고 진인은 믿었다.
‘원시천존!’
진인은 나직히 도호를 속삭이며 두 사람의 무사를 기원했다.
.....
“크하하하하! 곤륜 곤륜하더니 별거 아니구나!”
“나는 빙마궁 부궁주다!”
“본좌는 태음교 부교주니라!”
두 명의 앞선 무사에 의해 곤륜은 초토화되고 있었다.
두 사람 뒤로는 50여명의 무사들이 따르며 닥치는 대로 죽이고 부수고 있었다.
가슴에 빙(氷)이란 문양이 수놓아진 옷을 입은 자들과, 음(陰)이라는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은 자들이었다.
음(陰)이라는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은 자들은 새외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제 움직이는 적은 30여명이다.
웬일인지 20여명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죽어가는 이들은 곤륜 도사뿐이었다.
“으아아악!”
“막아랏! 삼청각은 지켜야한다.”
“이, 이럴수가······, 오, 이, 이럴수가! 오호 원시천존이시여!”
“크아악!”
“으하하하하! 죽어랏!”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희망에 부푼 자들이 내지르는 목소리는, 크다는 데에는 같았지만 부르짖는 내용은 서로 달랐다.
곤륜 도사들은 절망에, 마천 고수들은 승리에 환호를 질렀다.
화르르륵!
뿌지지지이익! ······ 꽝!
시뻘건 불길을 일으키며 활활 타오르던 건물이 여기저기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쩌저저정!
어떤 건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셔져 내렸다.
얼음 궁전처럼 외벽이 얼음으로 쌓여있다가, 그 얼음이 먼지처럼 산산히 부셔지자 함께 무너져 내린 것이다.
“으아아악 태청각이!”
도교(道敎)에서 하늘을 일컫는 신선이 산다는 삼청(三淸), 그중 하나인 태청을 주재하는 신을 모신 전각이 무너지자 울부짖는 곤륜 도인 모습도 보였다.
삼청은 도교 신(神)인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을 말하고, 도문에는 삼청을 주재하는 신을 모신 삼청각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이 바라는 도교 최상의 이상향, 그런데 그 삼청중 하나인 태청이 무너졌다.
곤륜 본산은 아수라장이었다.
결코 남문 전장터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했다.
백여명이 넘는 곤륜 도사들이 이미 바닥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누워 있었다.
인간이 바라는 최상의 이상향 곤륜이 아니라, 지옥도 였다.
“으으으으”
“살려줘!”
신음 소리가 하늘마져 삼켰다.
도사일지언정, 죽음에 대한 공포는 아직도 남아 있다.
검에 의해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난 몸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무엇을 할 수 없었다.
“만검비천!”
그때 백엽이 도착했다. 백엽은 도착 즉시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우우웅!
슈슈우욱! 슈우욱!
백엽의 검에서 검이, 만개의 검이 다시 하늘을 날았다.
막대한 내공을 소모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만검비천!”
“만검창파!”
부우우우웅!
슈슈우욱! 슈우욱!
백엽은, 만검창파와 만검비천을 연거푸 시전했다.
전세를 돌리기에는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하지만 전력을 다한 기습공격에도 서너명 마도 고수들이 목숨을 잃었을뿐이었다.
남문 방어벽에서는 한 초식에 수 십여명을 죽였으나, 이곳에는 몇 번이나 전 내공을 끌어올려 펼친 만검신공에도 서 너명을 죽인 것이 전부였다.
그만큼 마천 고수들 무공이 높았다.
“헉헉!”
백엽은 내공이 달려 숨이 차올랐지만 다시 검을 들었다.
“만검비천!”
“가라! 난 좌일이다!”
어느새 좌일도 백엽 옆에서 적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찔렀다. 좌일은 역시, 쾌검의 달인이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다행히 백엽과 좌일의 활약으로 적(敵)과 아(我)가 다시 구분되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헉헉!”
“허어억! 허어······억!”
무너진 태청각 앞에, 곤륜과 빙마궁과 태음교 무사들이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고 대치했다.
“도대체 어떻게 북쪽의 빙산을 넘어 왔단 말인가?”
전신이 상처로 성한 곳을 찾기가 어려운 장문인 태정진인이었다.
한쪽 팔도 어디로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장문인은 직접 검을 들고 선두에서 싸웠으나 역부족이었다.
본산을 지키던 400여 도사들은 지원을 위해 동, 서, 남 세 방어벽 쪽으로 반 이상이 움직인 상태였다.
그때 습격을 받았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북쪽이었다.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학살이다.
적은 50명뿐이지만 200여 곤륜 문도들이 손써볼 기회도 없었다.
적은 별동대답게 고수로만 이루어졌고, 무엇보다 빙마궁 부궁주와 태음교 부교주를 상대할 고수가 없었다.
고수들은 이미 동서남문으로 지원나간 다음이었다.
장문인은 무공보다는 덕으로, 대사형이라는 이유로 장문인에 오른 인물이다.
더구나 그 혼란을 이용해 전각과 식량창고에 불을 지르는 자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우물에 무엇인가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곤륜 도사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한참 늦어버린 다음이었다.
이제 남은 곤륜 문도는 채 30여명이 될까 말까했다.
“죽을 놈이 별걸 다 궁굼해 하는군!”
“못 알려줄 것도 없지. 북쪽 산맥을 넘어왔다. 태음교와 빙마궁 최고수 25명씩 모두 50명이! 비록 우리가 빙산을 넘어 오느냐고 많은 진기를 사용했지만 너희들 정도야!”
마교에는 빙공이 없다.
십대마류나 새외세력도 단독으로 곤륜을 공격해 올 때는 북쪽방향으로 접근은 생각도 못했다. 곤륜은 이에 습관처럼 북쪽을 소홀히 했다.
하지만 빙마류와 태음교가 합류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이 눈덮인 곳을 넘어 우회해 곤륜을 공격한 것이다.
마뇌의 전략이었다.
흘낏!
가슴에 빙자를 수 놓은 자가 백엽과 좌일을 쳐다보았다.
무위가 제법 강해보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보인 반응이다.
정예고수들 서너명이 둘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아직 숫자로도 자신들이 더 많았다.
더구나 부궁주가 보기에 백엽과 좌일은 지쳤다.
무엇보다, 염려하였던 곤륜검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뇌마궁에서는 곤륜검선은 이미 죽었다고 했다.
만의 하나, 살아있어도 내공이 거의 소멸되어 과거 위용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빙마궁 부궁주는 그 말에 사실 강한 의심을 가졌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짓밟고 올라서야하는 마도 특성상, 자신들을 검선을 끌어내는 미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뇌마궁 분석이 맞았는지 검선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곤륜검선은 없군!”
“맞아! 진작 움직일걸 크크크!”
부궁주와 부교주 둘이 서서히 곤륜 도사들을 향해 다가왔다.
움직이지 않고 뒤에 있던 20명도 같이였다.
곤륜이 지금까지 30여명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이 검선을 경계하여 내공을 아끼며 싸웠기때문이다.
그리고 검선을 상대하기위한 20명 정예들이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두 사람은 곤륜검선은 없다고, 이미 등선 했다고 확신했다.
‘원시천존이시여!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나는 곤륜 장문인이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는 없었다.
이곳이 뚫려 이들이 남문으로 간다면, 그곳 역시 전멸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잡아 놓은 다음에, 동서남문에서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장문인은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내공을 모두 끌어올렸다.
30여명 곤륜 도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검집마져 모두 버렸다.
검사가 검집을 버렸다는 것, 죽을 각오를 하였다는 의미다.
장문인은 오히려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검선에대한 기대도 접었다.
“잠시만요. 진인!”
그런 태정진인을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백엽이었다. 백엽은 이미 내공을 다 회복한 상태였는지,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
태정진인은 조금전 늦게 달려온, 현도진인에게 들어 두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그렇다고 자신을 불러세운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백엽은 쳐다보는 태정진인에게 포권을 취하더니, 정중히 입을 열었다.
“진인 괜찮으시다면, 저 둘은 저희가 막아보겠습니다.”
“······?”
그러더니 백엽은, 태정 장문인 답도 기다리지 않고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좌일이 서 있었다.
“형님이 왼쪽, 내가 오른쪽.”
“좋아!”
팟!
“헉!”
좌일은 백엽에게 답을 하는 동시에 태음교 부교주를 향해 검을 날렸다.
아니 답보다 검이 더 빨랐다.
어찌나 빠른지 부교주는 하마터면 목을 내줄 뻔 했다.
하지만 역시······, 고수는 이름값을 했다.
“만검일검(萬劍一劍), 만검일검(萬劍一劍)!”
속전속결! 그렇지 않으면 진다!
이것이 백엽의 생각이다.
백엽은 현재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초식, 바로 만검일검을 펼치며 빙마궁 부궁주에게 달려 들었다.
만검일검(萬劍一劍)!
만검신공 제3초식,
검에서는 만검이 나가지만 어느새 검은 하나가 되어 적을 벤다.
백엽은 기습적으로 만검일검을 날렸다.
손을 떠난 만개의 검이 부궁주 가까이 다가가더니 다시 하나가 되었다.
타다닥!
쩡쩡!
하지만, 빙마궁 부궁주 손이 백엽의 검과 부딪치더니 검이 오히려 튕겨져 나왔다.
“후우욱!”
백엽은 긴 숨을 들이켰다.
만검일검은 일대일 결투에 효율적인 초식이다.
익히기만 했지 실전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무기력하게 실패할 줄은 상상도 목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제법이구나······! 하지만, 나는 빙마궁 부궁주다!”
말을 마친 부궁주가 진기를 끌어올렸다.
손에 냉기가 맺혔다.
우수수수!
얼마나 기운이 차가운지 주위 수 십여장에 있던 수분이 얼음이 되어 땅위로 떨어졌다.
백엽의 검강은 빙마궁 부궁주 손도 베지 못한 것이다.
“소, 소수마공?”“
백엽은 말로만 듣던 소수마공을 떠올렸다.
익히면 손이 하얀색으로 변한다던가?
바로 지금, 부궁주 손이 그랬다.
“처음 보는 놈들은 다 그리 말하지. 빙백신공이다. 빙마궁 독문 무공!”
“헉!”
백엽은 주체할 수 없는 놀람을 간신히 억누르며 부궁주를 쳐다보았다.
소수마공이 아닌 것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부궁주 손을 떠난 은밀한 빙강이 어느새 심장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천변만환보의 신묘함으로 공격 범주를 벗어나는데 성공해 큰 손해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전설의 십대마류라고 해도 부궁주 아니던가?
그리고 자신이 누구던가?
지금까지 패한 적이 없다. 북부전선의 영웅이다. 낭인들의 우상이다. 아무리 낭인들 무공이 낮다고 해도 자신은 나름 기연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도 심혈을 기울인 공격이 한번에 무산되고, 단순한 손짓에 오히려 위험에 처했었다.
“놀랐느냐? 이제 겨우 시작이거늘 끌끌끌!”
“······!”
백엽은 스스로의 실수를 깨달았다.
적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적을 향해 자신의 놀라는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어찌 이런 어리석은 일은······!
백엽은 조금 전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속내를 들어낸 것이 부끄럽고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초라해졌다.
‘엽아! 이러고도 천하에 검의 비를 뿌리려했단 말이냐?’
‘어찌 이 정도에 겨우 놀란단 말이냐!’
백엽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좌일 쪽을 한번 쳐다 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곤륜 문도들을 살필 여유도 없었다.
앞에 있는 부궁주만으로도 백엽은 넘치도록 힘에 부쳤다.
백엽은 다시 부궁주에게 다가섰다.
무섭다고 여기서 물러서면, 다시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백엽은 죽는 것 보다 더 두려웠다.
“······응?”
의외라는 듯이 부궁주가 쳐다보았다.
백엽은 그런 부궁주를 일갈한 뒤 검을 차분히 감싸쥐었다.
그리고는 부궁주를 쳐다봤다.
50대 중반은 됨직한 건강한 체격에, 입고 있는 흰색 무복에는 피하나 튀지 않았다.
긴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냉기를 풀풀 날리며 서 있는 부궁주는 보기만 하여도 으스스한 모습이었다.
한기가 몰려왔다.
강한 기세에 백엽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만검일검!"
백엽의 몸이 회전했다.
모든 내공을 끌어올려 회오리 바람이 불 듯이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다시 만검일검을 펼쳤다.
천지 사방으로 향하던 만개의 검이 어느 순간 부궁주를 향해 빛처럼 쏘아졌다.
파팟!
부궁주가 갑작스럽게 앞으로 퉁겨지듯 달려 나오며, 한 손으로 백엽의 검을 잡아채려 하였다. 백엽은 마주 뛰어나가 검을 잡으려고 들었던 부궁주 오른손을 피해, 왼손으로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부궁주는 얼마나 다급했는지 오른손으로 백엽의 검을 한 쪽으로 밀어내고, 왼손으로는 백엽의 주먹을 맞받아쳐 왔다.
역시 하얀 빙강이 맺혀 있었다.
부궁주의 주먹은 빠르고 무지막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권과 권이 부딪치며 기이한 울림을 남겼다. 그리고는······,
“커어억!”
백엽은 부궁주 주먹의 파괴력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십여걸음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퇴잇!”
내뱉는 가래에는 피가 섞여 있었다. 격돌에서 내상을 입은 것이다.
휘이익!
백엽은 검을 멀리 던져버렸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만검신공은 3초식까지였다.
그 이상은 아직 익히지 못했다. 깨달음도 그렇고 내공도 약했다.
이럴 때는 익숙한 무공이 더 낫다.
이것이 백엽의 판단이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