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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 (劍雨)님의 서재입니다.

검우천하(劍雨天下)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검우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7.31 09:0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308,132
추천수 :
5,245
글자수 :
613,901

작성
20.05.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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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
17쪽

제14화 네 개의 강 1

DUMMY

다음날,


저벅저벅!


“오라버니, 무슨 생각을 그리해요?”

“연이는 그것도 몰라? 보나마나 사천의 미인을 생각······, 커어억!”

“하여튼 산오라방은 매를 벌어. 오라버니가 오라방 같은 줄 알아? 그렇죠. 창오라방?”

“그럼 연이 말이 맞지. 암 맞고 말고.”


백엽은 산과 연 그리고 광귀창과 한표와 이동중이다.

연은 아끼고 아끼는, 엽이 사준 월광색 무복으로 갈아 입은 상태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낏흘낏 연을 쳐다보고는 했다.

그만큼 예뻤다.

하지만 건장한 사내 넷이 곁에 있어서인지 접근하는 간 큰 자는 없었다.


연은 어제까지만 해도 흑의무복에 상처와 먼지투성이였지만 하루만에 변신을 했다.

얼굴에는 은은하게 분도 바르고·····. 만나는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백엽, 흑랑과 광귀창도 깔끔한 검은 색 무복차림이었다.


잠시 후,


백엽 일행은 사천성 성도(成都)시내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사천당가 땅이다.

불필요한 마찰은 피해야했다.

금풍표국이 당가에 협조를 요청하였다고 하지만 예전의 금풍상단이 아니다.

그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다.


백엽이 금봉을 만나려는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우선 산과 연에게 표행전에 금봉을 소개시켜 주기로 약속했다.

지휘권 문제도 해결해야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표행을 위해 성도에서 준비할 것도 많았다.

한표군사도 그래서 동행한 것이다.


‘사천에 처음 왔는데······, 험하기로 예로부터 이름난 삼협(三峽)도 못보는구나!’


백엽은 순간, 표행에 대한 고민보다 관광을 생각하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도 두 동생이 아니라 금봉과 둘이 삼협 구경을 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한번 보았을 뿐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큰 전쟁을 앞에 두고·····!


‘정신 차리라. 엽아!’


백엽은 다시 표행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식량 생산이 대륙에서 가장 많은 곳중 한곳이 사천성이다. 역시 금풍표국을 통해 식량을 보급한다는 것은 음모다.’


그러면서 백엽은 역시 이번 표행은 음모라는 것을 확신했다.


“오라버니! 금봉 언니는 예뻐요?”

“글쎄, 얼굴은 못봐서······.”

“치······잇. 재미없어!”


산과 연은 금풍상단 사천성지부에 가까이 갈수록 몸이 닳는 모습이었다.

특히 연이 그랬다.

마치 첫사랑 남자를 만나듯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


금풍상단은,

천의맹과 계약 체결후 모든 능력을 총동원했다.

아니 해야만 했다.

이번 표행은 단순 표행이 아니었다.

금풍표국과 상단 구성원들도 이번 표행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자신들의 일자리가 붙어있는다는 것을······!

그런만큼 상단 전체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비장감마져 감돌았다.


금풍상단 사천성 지부!


금풍상단은 계약 체결후 사천성 성도에도 즉시 지부를 설치했다.

과거 사천 지부는, 상단이 쇠락해지면서 몇 년전에 없어졌던 것이다.

다행히 인심을 잃지 않았던지 쉽게 건물을 구하고 지부를 꾸밀 수 있었다.


금봉은, 지부에 며칠전 도착했다.

하북성 장북현에서 백엽과 계약을 끝내자마자 밤낮없이 마차와 말로 내달린 결과였다.

오죽했으면 청과 홍 두 여무사가 쉬어가자고 할 정도였다.

다행히 금봉이 도착했을때 표행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출발은 앞으로 열흘 후······, 신년 초였다.

그런 금봉에게······, 백엽 일행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막 전해졌다.


사르르륵!


금봉은 지부 정문을 향해 급히 걸었다.

치맛자락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녀답지 않게 서두르고 있었다. 청홍 두 여무사가 따르며 “왜 저러시지?” 할 정도였다.


“구숙······! 그분들이 도착했다고요?”


지부 정문에는 이미 몇 사람이 나와 금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봉은 그중 5척반이 조금 넘을 듯한 평범한 40대 후반 사내에게 반갑게 말을 건넸다.

금풍표국주 구인호, 상단주인 금문식보다 한 살 어린 의제로 금봉이 구숙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별호 만배검(萬杯劍)!


친구 사귀기를 밥먹는 것보다 좋아하고, 만잔의 술을 마셔야 사나이라고 늘 주장하여 만배검, 만잔의 술을 마시는 검이란 독특한 별호를 가진 사내다.

무공 수위는 절정 중급으로 알려졌으며, 금풍상단을 대표하며 지탱하는 기둥이 바로 그였다.


“그래! 방금 연락을 받았다.”


만배검은 요즘 금봉 보기가 몹시 즐거웠다.

그녀는 신이 나 일했다.

그러다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넉을 놓은 모습을 보이다가는 혼자 살짝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만배검은 조카딸을 저리 만든 사람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어제 도착했다더니 아침 일찍도 오는 군요. 쉬지도 못했을 텐데······. 당가는요?”

“어제 이미 내가 사람을 보냈다. 외곽 장원 도착과, 오늘 몇 명이 성도로 들어온다고.”

“잘 하셨어요. 구숙”


만배검이 그 말은 들은척 만척하더니, 뒷짐을 지고는 조금 야룻한 표정을 지으며 금봉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녀만 들을 수 있게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그자가 정말 그리 대단하냐?“

“네.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

“놀립구나. 우리 예아 마음에 드는 사내가 다 있다니······!”


이번에는 만배검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위 사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면사속 금봉 얼굴이 새빨개 지더니 뽀로통해 소리를 질렀다.


“구숙! 그런거 아니예요!”

“흐흐흐흐”


만배검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구숙! 웃움이 그게 뭐예요? 만잔의 술을 마시는 호걸영웅이······.”

“흐흐흐 예아야 입에 침이나 바르고 이야기해라”

“구숙! 또 그 흐흐흐”

“하하하!”


만배검은 금봉이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시커먼 사내 자식 둘밖에 없는 구인호다.

거기에다 늘 약혼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하는 금봉 운명에 누구보다 반대하던 사람이 구인호였다.

의형인 금문식에게도 이 일에 있어서만은 절대 반대였다.

그런 조카 금봉에게 마음에 드는 사내가 생겼으니, 이 아니 기쁘겠는가······!

어디까지나 만배검 혼자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금풍상단 사천성 지부!


백엽에게 저 멀리 금풍상단 사천성 지부라고 쓰여진 큰 편액이 가로로 걸려있는 대문 아래, 서너명의 사람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백엽의 눈에는 그중 오직 한명만이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이 오는 것을 살피는지 계속 이쪽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공을 익히지 못한 그녀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을 거리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달이 조금 넘는 헤어짐끝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엽공자님! 잘 지내셨습니까?”


금봉이 들뜬 표정과 목소리로 백엽을 반겼다.

비록 면사를 쓴 얼굴이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백엽을 즐겁게 했다.


“네 금봉소저! 저는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안녕하세요. 전 엽오라버니 동생 연이라고해요. 언니라 불러도 되죠?”


연은, 백엽이 자신을 소개하기도 전에 먼저 금봉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했다.


“네? 무, 물론이예요.”


금봉은 백연의 말에 엉겁결에 그러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뱉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야호! 나에게도 언니가 생기다니······, 좋았어!”


금봉이 좋다고 하자 연은 갑자기 오른 손 주먹을 불끈쥐더니, 몸쪽으로 당겼다 밀었다 하는 행동을 서너번이나 반복하며 환호했다.

금봉은 그런 모습에 놀랐다.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순수함을 대면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상단을 이끌며 순정에 굶주렸던 금봉은 백연이 마음에 들었다.

얼굴에 담긴 호의를 느끼고는 기꺼이 언니가 되기로 했다.


“전 형님 동생 산이라합니다. 그냥 산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산은 자꾸만 금봉을 요리저리 살폈다.

금봉은, 그렇다고 치한의 음탕한 눈길은 아니고 호기심의 발로임이 알기에 무어라 할 수 도 없었다.

금봉은 별호를 불렀다.


“반가워요. 흑랑대협!”

“흠흠 ”


그때 옆집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한쪽 귀퉁이에 따돌림을 당한 사람처럼 서 있던 만배검 구인호가 헛기침을 해댔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인사하세요. 구인호 숙부님이세요. 금풍표국 국주님이세요.”


.....


지부 지부장실.


금봉과 만배검 구인호, 금풍상단 성도지부장과 백엽과 산, 그리고 광귀창과 연이 함께했다. 한표 군사는 백엽의 명을 받고 일찍 헤어졌다.


“그러니까 엽공자님 말씀은······, 철과 약초 등을 성도로 운반해 달라는 말이네요. 판매처도 좀 알아봐 주고요.”


금봉은 찻잔을 든 채 백엽의 말을 받았다.

그녀가 마시는 차는 평범한 녹차였다.

만배검은 옆에서 “술이나 한잔 하지”라며 투덜거렸지만, 아무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네 소저! 상단에서 구해준 외곽 장원에 대원들이 운반해온 물건을 두었습니다. 저희들이 성도안으로 들어오면 좋겠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방지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알겠습니다. 좋아요. 약속했던 것이니까요.”

“그리고 당가를 좀 소개 시켜주십시오. 가져온 것중 약초와 독을 좀 팔까합니다.”

“예? 그게 무슨······?”


백엽은 장북현에서 독과 약초를 구입했다.

장북현은 수십만 대군이 밀집해있어 전염병이 늘 창궐하고, 부상자가 속출해 그 어느 곳보다 군의와 낭의들이 많았고 대륙 전체 약초가 모두 모여 있었다.

백엽은 허의원의 도움을 받아 당가가 필요로하는 것만 구입했다.

독과 약초는 흑풍대 대원들 등짐에 들어있었다.

백엽은 그 대신 당가에서 암기와 해독제 독 등을 구입하려하고 있었다.

흑풍대를 위한 준비였다. 백엽은 솔직히 이야기 했다.


“엽공자님은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당가가 원체······.”

“압니다. 그들의 폐쇄성과 독랄함은 익히 들었습니다. 소개만 시켜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습니다.”


금봉은 알고 있었다.

지금 백엽은 자신의 형제들인 흑풍대 목숨을 한명이라도 더 지키기위해 저러는 것을·····, 그래서 결코 거절 할 수 가 없었다.


“좋아요. 팽가 소가주님이 오시면 같이 당가주님을 만나기로 했어요. 그때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 아참, 철 등은 저희도 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가와 철도 이야기해보세요. 당가는 야장 기술이 뛰어나 좋은 철도 많이 사거든요.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약재를 보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가요?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럼 그날 조금 가져가야겠군요. 가서 감정을 의뢰하게요.”

“저를 호위로 쓰시지요. 거래가 성공해야 저도 살아날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니까요”


그 말에 금봉은, 일에 파묻혀 한동안 잊고 지내던 백엽과 흑풍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절로 다시 일어났다.

비록 댓가를 지불하고 계약을 맺었지만, 음모임을 뻔히 알고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표행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미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봉은 내색 할 수 도 없었다.

그래서 얼른 말을 돌렸다.


“그런데······, 정말 놀랍군요. 장북현에서부터 이런 생각을 하시다니. 그리고 정말로 대원들에게 짊어지게 해 그 먼길을 달려 성도까지 오다니 말이예요.”


금봉은 놀란 것은 사실이다.

장북현에서 돈을 벌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놀라기는 했다.

하지만 당문이 필요로 하는 약재를 구해서 당가와 협상을 벌일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금봉은 문득 장북현 양지부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광귀는 대원들을 위해 아무것도 아끼지 않는다고······. 심지어는 본인의 생명도······!

광귀대는 언제나 가장 좋은 금창약과 무기와 방어도구 등을 착용한다고······!


금봉은 이런 사람을 진작 알았다면, 이런 사람이 자신을 위해 일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그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반드시 상단으로 영입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

이런저런 이유로 금봉은 자꾸만 백엽을 쳐다보았고, 그때마다 백엽은 고개를 돌렸다.

감정을 숨기기위해서······!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산과 연은 눈이 부신 듯 금봉만 쳐다보았다.

특히 연은 면사속 금봉 얼굴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백엽에게 감탄하는 금봉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 백산과 백연이었다.


“이번 청해행 표물중 철이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만······, 이번에도 혹시?”

“그렇습니다. 대원들 팔다리에 차게 가공 좀 부탁드립니다. 1인당 삼십근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가공해 두겠습니다.”


금봉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중이었다.

백엽이 철과 약초 독초 등을 가져와 파는 것을 보고 상술에도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한편, ‘무림인들은 체면상 절대로 저런 일을 하지 않는다.

엽공자는 볼수록 독특하구나!’ 이것이 금봉의 생각이었다.


“이보시게 엽공자!”


그때, 만배검이 투박하게 백엽을 불렀다.

지부 정문에서 인사만 하고 지부장실에 들어와서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 채 백엽을 쳐다보며 고개만 갸우뚱거리던 만배검 구인호였다.

그는 궁금해서 더 이상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금봉과의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다음이었다.


“네 만배검 대협!”


백엽의 대답은 담담했다.


“우리 전에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 엽공자 얼굴이 몹시 낯이 익으이······.”

“그럴리가요. 북부 전선에서 살아온 놈이 대협을 뵐 기회가 어디 있었겠습니까? 제가 평범한 얼굴이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그런가?”


백엽은 답을 하면서 속으로는 깜짝 놀랐다.

만배검은 금문식 숙부를 따라 딱 한번 백가장에 왔었다.

당시 백엽은 아주 어렸다.

그래서 백엽은, 지금은 장성한데다 얼굴에 상처도 있어 당연히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만배검이 낯이 익다고 한 것이다.

백엽의 대답에 만배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런가보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런데······, 예아에게 듣기로 지휘권을 원했다고?”

“원한게 아닙니다. 대협! 이미 금봉 소저가 약속했지요.”

“음······. 예아가 약속했다니 지켜야지. 그런데 우리 사나이끼리 다시 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어떤가?”


만배검은 약속을 깨는 것이 조금 미안한 듯, 큰 기대 없이 낮은 음성이었다.

그의 얼굴은 금봉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금봉은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백엽은 만배검을 쳐다보며 밝게 웃었다.


“그러시죠.”


순간,


“뭐? 으하하하! 이거 시원시원한게 진정한 싸나이구만. 좋았어. 언제? 어디서? 지금 당장?”

“그러시죠. 대협! 이곳 사천은 독하기로 유명한 술이 많다니 가장 싸고 독한 술로 오늘 한번 겨루어 보지요. 대신 이 내기에서도 지면 두말하기 없깁니다.”

“뭐 술? 이런 젠장! 나 만배검이야.”


만배검이 얼마나 투박하게 소리치는지 꼭 뚝배기 깨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만배검은 진정 놀란 듯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백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 광귀입니다. 대협”


백엽은 그러면서 씨익 웃었다.

싸나이를 찾는 만배검이, 예전에 딱 한번 본 그가 너무 정겨웠다.

자신이 돌아가야할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들 곁일 것이다.


“크하하하! 엽공자 점점 마음에 드는 군. 예아야 엽공자 잘 잡아라!”

“구숙!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리고 엽공자님! 말도 안되요 구숙은 술고래라고요.”

“저도 아버님께서 좋은 몸을 물려주셨지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백엽은 자신을 염려하는 금봉 마음 씀씀이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는 금봉을 잠시 쳐다보다, 만배검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대협! 술값은 지는 사람이 내는 겁니다.”

“뭐? 좋아 좋아. 당연하지. 내 문식이 형님 이후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사내를 만나는 구나. 자······! 가지.”


백엽과 만배검은 어느 새 어깨동무를 하고 지부 건물을 걸어 나가고 있었다.


“형, 나도 같이 가!”


백산도 따라 나갔다.


“나도 가야지······. 공짜 술인데”


광귀창도 떠났다.

금봉은 이게 무슨 상황인줄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강호에 유명한 만배검에게 술 내기라니······,

그리고 술 이야기에 사내들 넷이 즉시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라니.

단순한 사내들 하고는······!


그러면서 금봉은 어느 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표행준비에 정신이 없었는데, 표행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 끝은 죽음이기에 한편으로는 우울하고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함뿐이었는데 어느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 것이다.

그를 만났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쯔쯔 사내들이란······, 언니! 우린 우리끼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예?”

“그럴까요?”


여자는 여자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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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5화 만검신협 5 +4 20.06.18 3,448 66 14쪽
45 제44화 만검신협 4 +1 20.06.17 3,472 65 14쪽
44 제43화 만검신협 3 +2 20.06.16 3,473 68 15쪽
43 제42화 제갈승과 제갈도 2 +6 20.06.15 3,443 62 16쪽
42 제41화 제갈승과 제갈도 1 +4 20.06.14 3,556 59 18쪽
41 제40화 만검신협 2 +2 20.06.13 3,558 69 15쪽
40 제39화 만검신협 1 +4 20.06.12 3,594 75 17쪽
39 제38화 금검과 천사검 +5 20.06.11 3,702 55 18쪽
38 제37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9 +4 20.06.10 3,762 59 19쪽
37 제36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8 +3 20.06.09 3,459 64 17쪽
36 제35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7 +3 20.06.08 3,462 65 14쪽
35 제34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6 +3 20.06.07 3,532 60 15쪽
34 제33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5 +1 20.06.06 3,509 66 14쪽
33 제32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4 +1 20.06.06 3,498 63 16쪽
32 제31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3 +1 20.06.05 3,628 70 16쪽
31 제30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2 +3 20.06.04 3,726 65 17쪽
30 제29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1 +1 20.06.03 3,937 60 18쪽
29 제28화 푸른 바다 7 +1 20.06.02 3,725 68 17쪽
28 제27화 푸른 바다 6 +3 20.06.01 3,809 69 20쪽
27 제26화 푸른 바다 5 +1 20.05.31 3,797 70 17쪽
26 제25화 푸른 바다 4 +2 20.05.30 3,848 68 16쪽
25 제24화 푸른 바다 3 +2 20.05.29 3,802 67 15쪽
24 제23화 푸른 바다 2 +3 20.05.28 3,873 66 16쪽
23 제22화 푸른 바다 1 +5 20.05.27 4,133 70 19쪽
22 제21화 네 개의 강 8 +4 20.05.26 3,999 66 15쪽
21 제20화 네 개의 강 7 +2 20.05.25 3,925 69 16쪽
20 제19화 네 개의 강 6 +2 20.05.24 3,888 67 15쪽
19 제18화 네 개의 강 5 +3 20.05.23 3,878 70 16쪽
18 제17화 네 개의 강 4 +4 20.05.22 3,910 67 17쪽
17 제16화 네 개의 강 3 +2 20.05.21 4,054 69 18쪽
16 제15화 네 개의 강 2 +2 20.05.21 4,000 70 21쪽
» 제14화 네 개의 강 1 +3 20.05.20 4,168 70 17쪽
14 제13화 천뢰와 월광 2 +3 20.05.19 4,210 73 17쪽
13 제12화 천뢰와 월광 1 +2 20.05.19 4,343 70 20쪽
12 제11화 떠나는 자 남는 자 4 +2 20.05.18 4,273 79 17쪽
11 제10화 떠나는 자 남는 자 3 +4 20.05.17 4,274 75 14쪽
10 제9화 떠나는 자 남는 자 2 +1 20.05.16 4,376 75 22쪽
9 제8화 떠나는 자 남는 자 1 +1 20.05.15 4,493 68 20쪽
8 제7화 시작되는 인연 4 +1 20.05.14 4,483 69 19쪽
7 제6화 시작되는 인연 3 +1 20.05.13 4,528 69 17쪽
6 제5화 시작되는 인연 2 +3 20.05.12 5,055 68 18쪽
5 제4화 시작되는 인연 1 +3 20.05.11 5,823 86 19쪽
4 제3화 모랫바람 3 +3 20.05.11 5,819 85 18쪽
3 제2화 모랫바람 2 +6 20.05.11 6,231 96 19쪽
2 제1화 모랫바람 1 +5 20.05.11 8,504 105 15쪽
1 들어가는 글 +7 20.05.11 11,222 1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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