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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천하(武林天下)는 태동때부터 정사마(正邪魔)로 구분되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그랬다.
어떤 사람은 명분과 합리, 어떤 사람은 부와 권력같은 사적(私的)인 이익,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짓밟을 수 있는 힘, 사람마다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그냥 서로 달랐다.
하지만, 사람은 구분되었을지언정 터잡고 살고 있던 땅이 구분된 것은 아니었다.
현(現) 강호(江湖)는, 땅도 완전히 3분(三分)되었다.
그러니까, 백 수십여년전 대륙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 주인은, 무림세력이 주축이 된 중원의 반란을 염려하여 무림을 탄압하고, 기회만 있으면 말살하려 했다.
반대로 자신의 세력기반인 새외 무림세력은 중원에 진출시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중원 정·사·마 3파(三派)는 묵시적으로 영역을 정하고, 서로를 침범하지 않았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脣亡齒寒), 혹시 전쟁이 일어나 무림전체 힘이 약해지면 대륙의 새로운 주인에게 말살당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리고는 살아남기위해, 어쩔 수 없이 뭉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3파(三派)는 서로의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지는 못했다.
생존보다 명분이, 나만의 가치가 우선이었다.
가장 먼저 뭉친 사람들은 정파였다.
9파일방과 10대세가 대표자들이 모여 협의를 명분으로 천의맹(天意盟)을 결성하자, 마치 참여하지 않으면 정파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게될 두려움에라도 빠진 듯, 서로 먼저 맹에 가입하다보니 급속히 세가 불어났다.
하남성(河南省) 개봉 외곽에 총타를 세웠다.
그 다음은 마도였다.
마도는 마교가 힘으로 일통했다.
마의 시조는 신강(新疆)에 자리잡은 마교(魔敎)였다.
그리고 마교에서 갈라져 나온 마도세력인 십대마류(十大魔流)가 있었다.
그들은 마교가 강할때는 복속되고 약하면 독립하고는 했는데, 마교는 힘으로 다시 일통해 버렸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수십여년이나 계속되었다.
신강에 만마군림천(萬魔君臨天,) 일명 마천(魔天)을 세웠다.
마지막이 사파였다.
사파는 이권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연합했다.
때로는 힘이 센 자가 약한 자를 무참히 짓밟았다.
음모와 술수로 상대방의 이권을 빼앗았다.
하루 아침에 세력의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일통을 했다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이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사도였다.
사도총련(邪道總聯)을 결성, 강서성(江西省) 포양호 근처에 총타를 세웠다.
호남성(湖南省) 녹림십팔채와 장강수로맹과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
삼파는, 다른 두 파와는 일체 싸우지 않고 힘만 길렀다.
힘을 기르기위해서는 어떤 짓도 서슴치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그 결과 무림은 삼파의 세력권이 고착화 되고, 사상 최강 전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중원대륙(天下) 중앙은······, 정파((正派) 차지였다.
천의맹은 호북, 섬서, 안휘, 하남, 사천성을 지배하며 정파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대륙 동남부 해안과 내륙 일부는 사파(邪派) 세상이 되었다.
사파는 호남, 강서, 복건, 절강 4개 성과 강소와 광동성 일부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대륙 서북부와 새외지역은 마도(魔道) 땅이었다.
마천은 중심에서 소외됨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항상 중원정복을 꿈꿔왔다.
서장과 신강, 청해와 감숙성 일부에 영향력을 미쳤다.
.....
정사마는 한편으로는 치열한 내부 싸움도 전개했다.
정은 정끼리, 사는 사끼리, 마는 마끼리 주도권을 잡기위해 싸웠다.
천의맹 9파일방과 10대세가는 어느 순간 동심회(同心會)와 십전회(十全會)라는 파벌을 만들었다.
맹주를 지지하는 맹주파와 중도파도 죽림회(竹林會)를 구성, 파벌 싸움에 가세했다.
그리고 현재 천의맹은 세 파벌이 서로를 경원시(敬遠視)했다.
9파일방(同心會)은 난세로 인해 거지가 늘어나 세력이 커진 개방을 제외하고는 9대문파가 황조(皇朝) 견제로 상대적으로 약해져 있었지만 여전히 전통과 명분을 앞세웠다.
반면 10대세가((十全會)는 하북팽가를 제외하고는, 황조 교체기의 극심한 난세를 이용해 부를 축척하고, 이 부를 바탕으로 사상 최강의 세력을 키워 천의맹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면서, 명분보다는 세가의 실익을 우선했다.
사도는 사도총련과 녹림(綠林), 수로맹(水路盟) 3자 연대가 점차 느슨해 졌다.
그러면서도 헤어지지는 못했다. 3자는 서로 사파의 주인이 되고 싶어했다.
절강성(浙江省) 주산군도(舟山群島)와 항주(杭州) 일대에 둥지를 튼 왜구(倭寇)는 사도총련과 녹림(綠林), 수로맹(水路盟) 3자의 갈등 관계를 이용해 존재감을 키워갔다.
마도도 그랬다.
신강에 자리잡은 마의 시조이자 마천의 주인인 마교와, 마교에서 갈라져 나와 독립하였다가 다시 마교에 정복당해버린 십대마류 사이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다.
.....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세력권이 고착화되고 내부 세력싸움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축척된 힘을 외부로 폭발시키지 않고서는 내부 불만을 결코 잠재울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삼파는, 다른 두 파를 멸망시키고 자신만이 주인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 정·사·마 삼파에게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 왔다.
천하가 어지러워지더니 대륙에 새로운 주인, 신황조(新皇朝)가 등장했다.
새로운 황조는 전황조(前皇朝)를 장성(長城) 너머로 몰아내기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장성 이남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커질대로 커진 무림 세력을 다스릴 힘도 없었다.
오히려 무림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무림이 반기를 든다면, 대륙 주인 자리를 내놓아야할 판이었다.
특히, 중원 무림세력 도움없이는 전황조 무인들을 이길 수 없었다.
신황조는 비밀리에 무림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림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대륙의 새주인은 일방적으로 무림에 선포해 버렸다.
관부와 무림은 불가침!
무림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관부가 아닌 또 하나의 세상인 강호(江湖)의 주인이 되고 싶어했다.
정·사·마 구분이 없었다.
어떤 현자는 대륙의 새주인이, 무림이 상잔으로 세력이 약해지면 무림을 말살하려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귀담아 듣기에는 전력이 지나치게 강해 있었다.
언젠가는 터질 수 밖에 없었다.
그 계기가 마련된 것 뿐이었다.
정·사·마 모두 천하의 주인은 자신이라며, 승리를 확신했다.
신황조가 무림과 관부 불가침을 선포하자, 당시 중원에 남아있던 전황조를 도왔던 새외 무림 세력들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관부를 피해 본래 있던 새외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들 큰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두려워했다.
무림과 관부 불가침을 선언한 관부도,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한 채 기다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정파는 물러나는 그들을 그대로 두었다.
싸워봐야 정파만 손해고, 자칫 마도와 사도에 어부지리만 줄 것을 우려했다.
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 텃밭인 서장과 신강으로 후퇴해오는 그들을 그대로 두었다.
오히려 마천의 중원정복과 새외세력의 권토중래(捲土重來) 목적이 맞아떨어져, 전황조를 지지했다가 돌아온 서장 포달라궁(황교)은 물론 대막의 대막천궁(大漠天宮), 사막 어딘가에 있다는 신비의 태양교(太陽敎)와 태음교(太陰敎) 등 4대 새외세력들과 연대했다.
마천은 십대마류와의 내부 싸움에서 완충장치도 필요했다.
마천도 이렇게 3파벌을 형성했다.
.....
삼파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외세력과도 연대한 마천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중원정복을 선언하고 서장, 신강, 청해성은 물론 운남성과 감숙성, 사천성 일대에 간간히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의맹은 청해성 곤륜파와 감숙성 공동파, 사천성 사천당가와 아미파 청성파, 운남성 점창파 등 5파 일가(四派一家)에 경계를 내려 마도 침략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사도는 늘 그렇듯이, 음지에서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대륙 주인교체의 혼란기와, 새주인이 장성 이남을 신경쓸 여력이 없자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호남성 동정호와 군산 일대에서 장강수로맹이 서서히 기지개를 폈다.
녹림은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쳤다.
흑도는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나타나 조직을 만들고, 백성의 고혈을 빨아 마셨다.
심지어는 대륙의 새주인이 도읍으로 정한 강소성(江蘇省) 응천부(應天府-남경) 뒷골목까지 장악했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자국 세력전쟁에서 패해 절강성(浙江省)으로 도주, 주산군도와 항주 일대에 둥지를 튼 왜구(倭寇)와도 협조적 관계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천의맹 소속 안휘성의 남궁세가와 사도총련이 가끔 마주치기 시작했다.
사도총련과 천의맹 총타는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
하지만 삼파는, 당장 전면전을 벌이지는 않고 있었다.
혼자서 두 세력을 모두 물리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자칫 남은 한 세력에게 어부지리만 주는 우(愚)를 범할 수 있었다.
치열한 눈치싸움만 전개되었다.
상대방 단점을 하나라도 더 알아내기위한 숨막히는 정보전이 가열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었다.
계기만 있으면 대륙은 곧 피에 젖을 것이라는 것을, 때가 문제일뿐이라는 것을!
고통받는 것은 민초들뿐이었다.
민초들은 관과 무림 양 세력에게 이중으로 착취당해야만 했다.
그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영웅을 그리워했다.
이야기, 먼 북방에서 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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