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떠나는 자 남는 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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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 이번 의뢰기간이 언제까지요?”
“내년 3월까지입니다.”
“그럼 사용하려는 돈은 얼마요?”
“그, 그건······”
갑자기 돈을, 그것도 표행 의뢰비 전체를 묻는 백엽에게 금봉은 답할 수 없었다.
‘허걱!’
놀라기는 광귀창이 금봉보다 더 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절대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문밖을 걸어가고 있어야만 했다.
광귀창은 백엽을 이상한 듯 쳐다보았다.
자꾸 도와주려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혹시 대장이 금봉에게 반했나?
방문을 나가려던 광귀창은 어정쩡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소저! 금풍표국이 받은 의뢰금이 얼마인줄 모르지만, 천명 낭인 고용에 두당 은자 5냥이면 5천냥이오. 거기다 표국 사람들도 있고, 쟁자수 등도 있을 테고, 이윤도 남겨야겠지요. 먹고 마시고 자고하는 다른 비용도 있고요. 그럼 최소한 천의맹에서 은자 5만냥 이상 아니 10만냥은 주었을 거요. 그래야 금풍표국이 미끼를 물테니까······”
“······!”
금봉은 또 다시 놀랐다.
무슨 낭인이 표국일에 이리도 해박하단 말인가?
“내가······, 정예 200을 선발해 의뢰를 맡겠소. 대신 나까지 포함해 천명 고용하려던 비용 5천
냥을 주시오. 관례대로 대원들이 2500, 내가 2500이오. 다른 사람들은 시작할 때 3할, 중간에 계좌로 3할 입금, 나머지 4할은 돌아온 후요. 사망은 의뢰금의 다섯배, 부상은 배에서 두배까지요. 치료비는 별도요. 별 볼일 없는 천명보다 수 십배는 나을거요. 하겠소?”
“예예······? 무, 물론입니다. 엽공자님!”
“대신, 조건이 세 가지 있소.”
“말씀하세요.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전부 들어드리겠습니다. 아니 다 들어드릴께요.”
금봉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표정이었다. 저래서 광귀인가?
어느새 일의 주도권은 백엽이 쥐고 있었다.
“첫째, 모든 지휘권은 내게 주시오. 낭인들은 나 아닌 다름 사람 명령은 안듣소.”
“광귀대는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소저! 분명히 이야기 하지만 광귀대가 아니오. 이번 의뢰는 죽으러 가는 것이오. 나는 절대로 형제들에게 무조건 가자고 할 수 없소. 형제들 의견을 물어보고 갈 사람은 가고, 부족하면 추가로 고용할거요.”
“대장······!”
광귀창이 엉거주춤 서 있다가 겨우 바닥에 붙였던 엉덩이를 들고 다시 벌떡 일어섰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그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장이 저렇게 말을 하다니······,
그의 얼굴에는 불신과 의아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백엽은 오른 손을 들어 광귀창을 진정시켰다.
“부대주! 끝난 다음에 모두 이야기 할께! 지금은 기다려 줘. 미안!”
광귀창은 대장 전음을 듣고 더 날뛸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대장이.
그런데도 자신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대장을 모욕하는 행위다.
광귀창은 조용히 다시 앉았다.
그리고는 눈은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광귀창 미안하다. 나는 이 여인을, 최소한 이번 한번만이라도 지켜주어야 한다.’
백엽은 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소! 그럼 누구 누구 가는지는 알 수 있소? 나도 납득할 수 있어야 받아들일게 아니오.”
“······”
금봉은 역시 답이 없었다. 그러면서 머리만 살짝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갈등하고 있었다.
광귀도 분명 잡아야하고, 다른 것도 지켜야하는 두 가지 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백엽이 답답한지 다시 한숨을 나직히 내쉬었다.
“휴우! 소저는 아직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구료. 나는 지금 동료들을 죽음으로 끌어 들이고 있소. 만약 소저가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소.”
백엽의 말속에는 사내의 의지가 물씬 풍겨 나왔다.
사실 백엽도 아직은 갈등중이었다.
광귀대는 분명 자신과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형제들을 무조건 죽음의 늪으로 끌고 갈 수 는 없다.
그리고 금봉을, 약혼녀를 지켜주기로 한 결심도 절대 포기 할 수 없다.
그래서 백엽은 광귀대가 안되면 혼자서라도 다른 낭인들을 데리고 따라갈 생각이었다.
“하, 하지만······.”
“소저, 보나마나 금풍표국에서는 가장 강한 만배검 구인호 표국주님이 직접 가고, 표두와 표사를 총 동원했을 것이오. 아마 3∼400명쯤 되겠지요. 그리고 무림세력은······, 내 생각에는 아마 하북팽가일 것이오.”
“예? 어, 어떻게······.”
금봉은 또 한번 놀랐다.
놀라지 말아야하지 하고 결심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런 금봉을 백엽은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금봉은 너무 놀라, 백엽의 눈빛이 살짝 변하는 것도 알지 못했다.
“소저! 너무 쉬운 유추요. 이런 큰 의뢰에 금풍표국에서 국주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오. 그리고 무림세력은 보나마나 천의맹에서 왕따 당하는 세력일 것이오. 미끼니까 말이오. 천의맹 지도부는 사파가 있는 대륙 동남부와 마도가 있는 대륙 서북부가 아닌 곳에서, 할 일도 별로 없고, 세력도 없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세력을 동원할 것이오. 팽가밖에 더 있소?”
“······!”
금봉은 이제 감탄할 수 도 없었다.
이 사람이 있다면 이번 표행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금이 풍부하다면, 고용이 아니라 상단으로 영입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번 표행이 성공하여 상단이 재건되면 반드시 영입할 것을 다짐했다.
“엽공자 당신 정말 미친 귀신이 맞네요. 좋아요. 표국은 엽공자에게 맡기지요. 제가 구숙께 부탁하지요. 하지만 팽가 소가주님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분이예요.”
어느새 금봉은 자꾸만 백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얼굴에 난 상처만 없다면 아니 그로인해 조금 더 날카롭게 보이는 것이 오히려 인상적일뿐 평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당신이란 호칭을 쓴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에게 금봉은 또 한번 깜짝 놀랐다.
“팽소가주? 패룡 팽도진이 온단 말이오?”
“······.”
금봉은 말문을 닫았다.
팽가 소가주 이야기를 하고는 속으로 아차했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다.
다행히 백엽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좋소! 지휘권 문제는 해결된 거로 하겠소. 팽 소가주는 내가 알아서 하겠소. 소저는 나를 도룡과 만나게만 해 주면 되오.”
그것으로 지휘권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
“그럼 두 번 째는 무엇인가요?”
“아주 간단하오. 돈 좀 빌려 주시오. 있는 대로!”
“예?”
“너무 낮은 가격에 이번 의뢰를 맡았으니 돈 좀 벌어야겠소. 그래야 나도 보충할게 아니오. 내가 알기로 이곳은 전쟁터라 철이 넘쳐나는데 사천은 곧 전쟁이라 철이 귀하다하오. 이곳서 철을 가져가면 배는 남는다는데 맞소?”
“마, 맞아요. 하지만······.”
“걱정 마시오. 표국 의뢰에 지장은 없으니까. 내 몫 2500은 미리 주고, 돈 좀 되는대로 빌려주시오. 철을 돈이 되는대로 사려고 하오. 그리고 이곳에서 가져다 사천서 팔면 돈 될 상품 좀 추천해 주시오. 아, 운반과 사천 도착 시간을 지키는 것은 염려 마시오. 나 광귀요!”
“······!”
오늘 금봉은 말문을 잃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마치 무슨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세 번째는 뭔가요?”
“이건 표행과는 관계없소. 내가 듣기로 금풍상단 금장주님이 몸이 안좋다 들었소. 맞소?”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요?”
갑자기 금봉 얼굴에 찬서리가 내렸다.
지금까지 아버지 병세를 핑계로 도와준다며 상단을 어떻게 해보려는 자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심지어는 자신의 몸을 원한 자들도 수 없이 많았다.
면사를 썼음에도 금봉의 추상같은 기상은 방안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백엽도 처음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백엽은 여유로웠다.
“오해 마시오. 소저! 그리고 금장주님이 몸이 안좋다는 것은 무림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오. 내가 용한 의원을 소개시켜 드리려 하오. 장주님이 완치되면 그때 치료비는 생각나는대로 주면 되오. 아니면 무료고.”
그래도 금봉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지금 백엽에게 감탄했던 모든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목적은 나인가?”하는 불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의뢰 자체를 깨버릴 수 는 없었다.
그녀는······, 이번 거래에서도 약자였다.
“아버님을 진맥한 의원이 한 둘인줄 아세요? 하남성과 인근의 신의라는 신의는 모두 다녀갔어요. 모시지 못한 분들은 천하 3대 신의뿐이예요. 그분이라도 된단 말인가요?”
천하 3대 신의는 정도 성수신의, 마도 마의, 사도 괴의를 지칭하는 말이다.
성수신의는 화타 후예로 알려져 있고 성수의림 태상림주다.
마의는 마천에, 괴의는 사황총련에 있다.
셋 다 인연이 있는 사람 이외에는 만날 수 조차 없다.
그렇기에 금봉 음성이 더욱 싸늘했던 것이다.
“아니오. 소저! 허의원이라는 자요. 허의원은 삼대 신의는 아니지만 그렇고 그런 의원도 절대 아니오. 그는 내 선친을 치료하던 의원인데 아주 뛰어 나오. 사실은, 내가 허의원을 안전한 후방으로 보내기 위한 목적도 있으니 소저가 조금만 도와주시면 고맙겠소. 실력은 내가 보증하오.”
금봉은 백엽의 얼굴을 다시 천천히 뜯어보았다.
조금전에도 느꼈지만, 얼굴에 난 칼자국 상처만 아니라면 선한 인상의 평범한 얼굴이다.
아니 칼자국 때문에 더 사내답게 보이는 게 맞나?
금봉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이 어머니에게 조심하라고 미리 편지로 써 보내면 되니까······,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아요.”
“고맙소 소저. 이 일은 내게 돈을 벌게해준데 대한 보답이오. 부대주!”
“네 대장!”
“들었지? 허의원에게 전하도록. 가는 여비와 금장주님을 만나는 방법 등은 여기 금봉 소저가 알아서 해줄 것이야.”
백엽은 끝까지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
계약이 끝나자, 금봉이 물었다.
“초면인 저를······, 왜 이리도 도와주기위해 애쓰시는지요?”
금봉 얼굴에는 아직도 불신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정말 궁금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든 사람들은 목적이 있었다.
망해가는 상단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니면 삼키기 위해, 그도 아니면 자신의 몸둥아리를 원한 자들이었다.
한데 광귀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도 않았다.
돈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돈이 목적이라면 자신과 계약하면 안 된다.
자신도 이제는 왜 다들 광귀광귀하는지 그 이유와 가치를 안다.
그런데도 무조건 도와주려고만 했다.
부대주 행태로 보아, 정상적이라면 이번 일을 맡을 광귀가 절대 아니다.
그러니 분명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금봉의 결론이었다.
“그건·····,”
백엽이 말꼬리를 살짝 흘렸다.
금봉과 광귀창은 귀를 더 쫑끗 세웠다.
“간단하오. 선친께서 금문식 장주 어른과 깊은 연이 있었오. 선친께서 평생을 걸쳐 신세를 크게 졌다며, 꼭 갚으라고 유언을 남기셨소. 그게 전부요.”
백엽은 사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살짝 웃었다.
순간 금봉은 고른 백엽의 치아를 보며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백엽의 얼굴에서 섬세한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짙은 슬픔과 아픔을 동시에 느꼈다. 그에대한 불신이 모두 사라졌다.
그러다 그런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죄송하지만, 엽공자님 선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건 차후에. 그럼······.”
백엽과 광귀창은 금풍표국 장북현 지부를 나섰다.
광귀창은 백엽에게 사실여부를 묻지 않았다.
.....
백엽은 자신과 함께 사천성 성도로 가겠다는 금봉과 헤어졌다.
그 방법만이 심장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백엽과 금봉은, 올해가 가기전에 사천성 성도에 있는 금풍상단 지부에서 만나기로 했다.
준비할 것도 많았다.
이번 의뢰는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만의 욕심으로 형제들을 죽음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이 순간도 후회하고 있다.
백엽은 가장 먼저 광귀대원들을 만났다.
사선을 함께 넘은 동료다.
광귀 시절, 광귀대는 한번 나가면 서 너달씩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백엽은 자신은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 짧은 기간으로 나누어 작전을 다녔다.
결국 광귀대가 항상 두 서개 있었다.
그때마다 광귀대 편성이 달라졌다. 죽은 동료도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년전부터는 출전횟수가 적어지면서 가장 강한 한 개의 광귀대만 존재 했고 그들이 현 광귀대였다.
백엽은 대원들에게 이번 표행의 위험성에대해 솔직히 이야기 했다.
미안하다고도 했다.
싫은 사람은 가도 좋다고 했다.
단 한명도 떠나지 않았다.
대원들은 오히려 웃었다.
그러면서 섭섭하다고 했다.
흑풍대(黑風隊)!
‘나는 어차피 무림으로 가야한다.’
백엽은 어차피 가야할 무림, 대원들에게 제대로 된 무림인생을 열어주기로 결심했다.
공식적으로 광귀대를 해체하고 흑풍대(黑風隊)라 명했다.
대원들에게 무림을 한번 멋지게 흔들어보자고 사기를 돋구었다.
검은색 무복을 갖춰 입도록 명했다.
흑의 무복 좌우 소매에 풍(風)자도 수 놓았다.
광귀창이 골통이라고 했던, 이곳 낭인중 가장 독특한 4명도 만나서 함께하기로 했다.
초혼, 혈성, 고월, 유향······! 그들 넷을 흑풍대 호법에 임명했다.
두 동생 흑랑과 사란은 대주 백엽 좌우호위가 되었다.
허의원은 흑풍대 고문이 되었다.
금풍상단으로 가라는 백엽 이야기에 자신들끼리만 재밌는 일 하려 한다며 허의원은 한사코 거부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백엽은 솔직히 자신들이 하려는 일을 이야기했다.
위험하다고······.
실수였다.
허의원 고집이 오히려 더 강해졌다.
“나도 흑풍대 끼워져. 그럼 무조건 낙양에 갈께. 고문이 대장 말은 들어야지. 안그래?”
백엽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한표······!
흑풍대 군사다.
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똑똑하다고 추천한 사람이다.
유명한 전략가 집안의 후손이라는데 알 수 없었다.
궁금하지도 않고.
.....
금봉과 헤어지고 열흘 후,
“흑풍대! 모두 집합했습니다.”
부대주가 보고했다.
흑풍대는 광귀창을 부대주로 하고, 20명이 한조로 10개조다.
각 조마다 조장은 별도, 두 명의 부조장은 각각 10명 대원중 선임이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대원 200명, 조장 10명, 군사 한표, 부대주 광귀창, 호법 네명, 백산과 백연 그리고 대주 백엽, 그렇게 고문인 허의원을 제외한 219명이 전원이 장북현 외곽 인적 드문 곳 어느 숲속에 모였다.
백엽은 형제들을 ‘쓰으윽’ 한번 둘러보았다.
“형제들······, 함께 해줘서 고맙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빠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다시 한번 형제들을 모욕하는 일임을 알기에 그만두련다.”
“와아아아!”
흑풍대는 모두 편한 자세로 서 있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광귀대 때부터 전투이외에는 늘 이런 식이다.
“우리는 무림으로 간다. 북부전선의 전설 광귀대가 흑풍이 되어 무림을 휘저을 것이다.”
“흑풍! 흑풍!”
대원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대원들 얼굴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다.
팔과 다리에 개개인의 내공과 본신능력을 감안하여 특수 제작한 쇳덩어리를 차고 있기 때문이다.
쇠는 사천가서 모두 팔 것이다.
등뒤에는 검은색 커다란 보따리를 하나씩 매고 있다.
보석등 값나가는 것은 물론, 약초와 독초등 사천가서 팔 것, 그리고 이동하는 한달 동안 먹고 마시고 입을 옷이 모두 들어 있었다.
군사 한표만 빼고. 한표는 내공이 가장 약해 개인용 사물만 챙겼다.
각자의 무기를 모두 챙겼음을 물론이다.
“흑풍대······, 출발!”
백엽이 외쳤다.
그리고는 도약하는 자세나 동작 없이 온몸을 꼿꼿이 펴고 내공을 이용해 수직으로 박차 올랐다.
어기충소(御氣衝溯)였다.
허공에 뜬 그 자세로 다시 명을 내렸다.
“가자 흑풍대! 무림이 기다린다.”
“대장과 함께 무림에 새 역사를 쓰자!”
허공에 떠 있던 백엽을 쳐다보던 흑풍대는 그가 움직인 방향으로 날아가듯 내달렸다.
“타앗!”
백엽은 언제나 처럼 선두였다.
“휘리리리릭!”
백엽은 살짝 진기를 더 끌어 올렸다.
뒤따르는 대원들의 숨소리가 거칠어 졌지만 모른 체 했다.
어차피 극한까지 내달릴 훈련이다.
“가자 백엽!”
백엽은 혼자 외쳤다.
주저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만의 정의를 만들고 세울 것이다.
아버지 가르침대로 자신의 검은 비가 되어 천하를 적실 것이다.
북부전선으로 올 때는 아버지 어머니 행방도 모르고 혼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219명의 형제가 있다.
아버지와 함께 장북현으로 끌려온지 12년이 다 되어가는, 백엽 나이 25살의 마지막 한달을 조금 남겨 놓은 어느 날이었다.
목적지는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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