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검우 (劍雨)님의 서재입니다.

검우천하(劍雨天下)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검우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7.31 09:0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308,155
추천수 :
5,245
글자수 :
613,901

작성
20.07.05 09:05
조회
3,257
추천
62
글자
17쪽

제62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4

DUMMY

“마지막 안건입니다.”


오늘도 아침에 시작된 무림대회는 찻물을 서너번이나 바꾸어가면서 오후 늦게 까지 계속되었다.

간간히 시녀들이 간식을 내오기는 했지만, 정식 오찬은 건너뛰었다.

하루 굶는다고 죽을 사람은 이 안에 없었다.


마침내 드디어 마지막 안건이다.

이번 안건을 끝내고, 내일 진시에 척마군과 멸사군 출정식을 화려하게 개최하면 무림대회는 끝이다.

한달여간이나 계속된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끝나는 것이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고, 그러다 위기가 오면 단결해 하나가 되는······,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명분으로 먹고 사는 정파의 속성이었다.


〔지난번에는 감사했습니다.〕

〔우리 딸아이가 참한데, 한번 따로 뵙지요.〕


마지막 안건은 모두 알고 있었고, 사실상 이미 끝난 사안이었다.

참석자들은 이제 다른 일에 열중이었다.

서로의 눈치를 보고, 때로는 전음으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는 중이다.

각 문파 대표자들은 무림대회 참석을 위해 맹에 도착 후 각 가문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치열한 사교전을 전개했다.

개봉시내 고급 음식점과 주루는 물론 청루와 홍루도 빈방이 없을 정도였다.

검이 오고가지 않을 뿐, 전장터가 바로 이곳이었다.


“휴우우우!”


하지만 태헌 진인 얼굴은 어두웠다.

표행 의뢰비 관련 동심회 대표들에게 밤새 이야기하였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소림의 확답을 못들었기 때문이다.

진인은 소림 장로 각원 대사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금풍표국 표행 건은 다 아실것입니다. 문제는 20만냥에 대한 의뢰비 지급입니다. 물론 표행이 성공했으면 당연히 지급하여야합니다만, 현재 마·사도 침략이 있는 상황에서 은자 20만냥이라는 거금을 아무런 확인없이 지급할 수 는 없습니다.”


제갈승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이미 끝난 일이라는 확신이 넘쳐 흘렀다.


“총군사님!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무림대회 안건이 될 수 있습니까?”


태헌 진인이 제갈승 말이 끝나자마자 이의를 제기했다.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게 함으로써 논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태헌 장로님! 이미 맹주님 명으로 결정된 사안입니다.”


진인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알고는 있다.

은자 20만냥이면 대문파 몇 년 운영비에 해당한다.

그런 거금을 몇 사람이 주동하여 주지 않는 모습보다는, 맹 전체 뜻으로 의결하여 주지않는 것이 명분 있고 후환을 줄이는 길임을 안 제갈승 음모임을 말이다.

진인은, 그렇다고 혼자서는 거부할 힘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자신 의견에 뜻을 보태는 참석자들은 한명도 없었다.

진인은 힘없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휴우우우”


그런 진인을 제갈승이 가소롭다는 듯이 한번 살짝 웃어주고는, 본론을 이야기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뢰금 지급은, 현재로써는 의구심이 남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말입니까? 곤륜장문인 수결과 청해 분타주 수결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의구심이 남았다니요?”


진인이 다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제갈승은 까불지 말라는 듯이 웃었다.


“장로님! 흥분하실 사안이 아닙니다. 분명 청해 분타 표행은 성공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팽가 맹호대가 배를 이용해 표물을 싣고 청해호를 가로질러 분타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비각이 증명했지요. 표물은 우리 천의맹 영웅 제갈도 분타주와 함께 모두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배가 물러나올 때 표물대신 분타 무사 300여명을 싣고 나온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제갈도 영웅이 설마 거짓 수결을 하였겠습니까?”

“맞습니다!”


미리 입을 맞춘 사람들이 동의의 뜻을 보내왔다.

제갈승이 흡족한 듯 웃었다.

이는 당연히 팽가도 부인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 안건에 대한 무림대회는 더욱 가열되어 갔다.


“그럼 총군사는 지금, 등선하신 본문 태정 장문인이 거짓 수결을 하였단 말입니까?”


진인은 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가장 바쁜 참석자가 진인이다.


“거짓이라고는 안했습니다. 물론 낭인들이 표물 일부를 옮긴 것은 확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식량이나 철 등은 움직인 흔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서녕에서 판매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지요. 이 점을 말씀 드리는 것뿐입니다.”


금봉이 서녕에서 판매한 철과 식량에는 맹 분타의 것이 배는 더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제갈승은 모든 것이 다 곤륜행 표물이었다고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증거는 비각이었다.

개방이 표행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비각이 확인했고, 비각은 제갈승의 수족이었다.

그렇다고 비각이 거짓말을 했다고 우길 수 도 없었다.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결국 본파 장문인을 의심하는 것 아니냐 이 말입니다.”


진인은 제갈승 말을 인정할 수 는 결코 없었다.

물론 서녕에서 판매하는 것을 태정 장문인이 용인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그리되면 표행 실패라고 단정 지을 것이 너무 뻔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진인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장로님. 아니라고 분명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의구심이 있으니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것이지요. 어느 분께서 말씀하시겠습니까?”


나서는 이가 없다.

이런 일에는 중립이 최선이다.

제갈승에게 잘못보여야 돌아오는 것은 소속 문파에 대한 지원감소뿐이다.

잘못하면 마도와 사도 싸움에서 칼받이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침묵이 계속되자 제갈승은 무엇하느냐는 듯이 소림사 장로인 각원 대사를 쳐다보았다.


“각원 장로님, 하실 말씀이 계신 것 같으신데······,”


각원 대사는 할 말이 없었지만 제갈승 호명에 그대로 있을 수 는 없었다.

어제 저녁 찾아온 제갈승이 용돈을 두둑히 주면서, “한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볼 문제요” 라고만 말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각원 대사는 어려운, 그리고 특별히 문제될 말도 아니기에 그러마하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예 총군사님! 저희 소림은 무조건 곤륜 장문인 수결을 믿습니다. 이번 표행은 성공입니다.”

“예, 예, 예?”


제갈승은 너무 놀라 자신이 반문을 하는 줄 도 몰랐다.

어제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변해버린 것이다.

이리되면 벌써 세 번째 실패다.

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도, 외당 당주를 만나게 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명도 모두 실패해 화가날대로 났던 제갈승이다.

그러니 지금 그의 심정이 오죽할까.


그리고 가장 놀란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태헌 장로였다.


이번 안건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위해 동심회와 십전회 죽림회는 각각 파벌회의를 열었다.

동심회는 태헌 진인 설득에 다 찬성했지만 유독 소림만이 무응답이었다.

가만히만 있어달라고 누누히 부탁해도 답이 없어, 제갈승에게 이미 넘어갔구나하고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각원 대사가 갑자기 변한 것이다.

오히려 확실히 지지를 해 주었다.

소림 위치를 생각했을 때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흠흠”


각원 대사는 헛기침을 하며 제갈승 시선을 피해버렸다.

제갈승이 어찌 알까.

각원 대사는 어젯밤 늦게 제갈승과 헤어지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사문으로부터 무조건 백엽을 지지하라는 장문인 친서가 적힌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더우기 동봉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왼쪽 엉덩이에 털이 세 개 난 까만 점이 있는 어린 아해야. 말 안들으면 알지?’


‘으아아악!’


그때, 각원 대사는 너무 놀라 편지를 떨어뜨렸다.

이런 말을 편지에 쓸 사람은 딱 한사람뿐이다.

소림사에서 모습을 감춘지 수 십년이 된 그 사람뿐이다.

하지만 그 글이 각원 대사 사형인 장문인 명보다 더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장문인도 전서구에 동봉해 보낸 것이다.

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각원대사다.


“······”


제갈승이 아무리 쳐다보아도 각원 대사가 끝내 외면해버리자, 제갈승은 이번에는 남궁중탁 남궁가 장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일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하북 팽가 가주, 팽진이었다.


“팽가주 팽진이오. 비록 쇠퇴해가는 팽가지만 한 말씀 드리겠소.”


팽진은 그래도 되느냐고 제갈승에게 묻지도 않았다.

그 역시 한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가주다.

모든 참석자들 얼굴이 잠시지만 팽진에게로 향했다.


“각원 장로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팽가 역시 곤륜 장문인 수결을 당연히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팽가는 이번 표행에 직접 참여를 했기에 혹시 다른 분들 의구심을 살까봐 그 이야기는 그만하겠습니다.”


웅성웅성


좌중이 웅성거렷다.

별 볼일 없는 팽가가 무슨 소리를 하느냐 하는 불만이다.

하지만 팽진은 얼굴색 하나 변화 없이 계속 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나 팽진은 팽가를 대표하여 남궁가 그리고 남궁중탁 장로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양가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궁가는 정의를 위해 모든 은원을 다 잊고 팽가를 살펴주었습니다.”

“······?”


모두들 저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는 듯 팽진을 쳐다보았다.

무식한 팽가라 그렇다는 비아냥 소리도 들렸지만 팽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은자 5만냥이 걸린 큰 일이었다.


“그러니까 상황은 말입니다······.”


팽진은 어제 밤새워 연습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한표에게 붙잡혀, 밤새 얼굴 표정은 물론, 말투와 어디서 말을 끊고 어디서 강약을 주는지 철저히 연습했던 것이다.

그 덕에 팽진의 말이 참석자들을 휘어잡았다.

더구나 말이 별로 없고 늘 어눌한 팽진이었으니,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렇게 된 것입니다. 남궁가는 지금 사도를 최일선에서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도만 막는 것으로도 부족해 마천 발호를 염려하여 과거 은원을 모두 잊고 저희 팽가에게 정(正)을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청해에서 마천 발호를 물리친 것은 물론, 제갈세가의 자랑스러운 영웅, 우리 천의맹 영웅 제갈도 대협을 탄생시켰습니다.”


팽진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제갈승을 쳐다보았다.

제갈도와 제갈세가를 칭찬하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제갈승이었다.

팽진은 잠시 숨을 돌렸다.


“그리고 쑥스럽지만 제 아들 녀석과 맹호대도 작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마·사도와 전투를 벌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청해에서 승리로 사기는 드높기만 합니다. 그리고 세 영웅을 따르자는 운동이 젊은 무사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천으로 달려가는 무인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몇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팽진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청해 3영웅이라해서 젊은 무사들이 그들을 추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팽진은 계속 열변을 토했다.


“청해 척마 3영웅은 진정 영웅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불초 소생 자식과 맹호대는 사천분타에 있습니다. 곤륜은 마천 발호를 이미 한차례 막고도 부족해, 사천으로 퇴각하여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사천분타로 갔습니다. 제갈도 대협이 살린 무사 300명도 척마멸사를 위해 만검신협 백엽 대협과 끝까지 함께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백엽 대협은 어떻습니까? 십마왕중 한명인 살마왕을 재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살천객 5명을 척살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남궁 장로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무림의 미래를 염려하여 팽가를 살펴준 덕분입니다. 팽모는 이 자리를 빌어 남궁가와 남궁 장로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고인이 되셨지만 제갈가 영웅 제갈도 대협도 분명 남궁 장로에게 고마워 할 것입니다.”


팽진은 제갈승 꼼수로 팽가를 음모에 끌여들인 남궁중탁 행위를, 마도 발호를 예견한 전략가의 선견지명으로 바꾸어 놓았다.

편지가 공개되어도 제갈승은 이제 남궁가를 핍박할 수 없었다.

받은 팽가가 원해서 써 주었다는데 뭐라고 한단 말인가?

무림 대회 참석자들이 감탄하기 시작했다.


“아! 역시!”

“창천의가!”

“역시 남궁세가요.”


그뿐인가?

몇 사람이 남궁가 체면을 생각해 남궁가를 띄워 주었다.

그들 생각에는 이 건은 남궁가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제갈승 제갈도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리고······!”


팽진이 웅성이던 좌중을 휘어잡아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쳐다보자 재빨리 말을 이었다.


“또한 어제부터 퍼진 소문을 들으셨겠지만, 내 외조카 만검신협은, 스물 여섯 나이로 화경에 올랐습니다. 조카도 저희 팽가를 도와준 남궁가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남궁가 일에는 무조건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


팽진은 거짓을 조금 보탰다.

별 볼일 없던 팽가가 26살 나이에 화경에 오른 고수를 뒷배로 두었다.

그리고 그 만검신협 백엽이 남궁가와 친분을 원했다.

팽가 가주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남궁가에 화해도 요청했다.


참석자들에게 이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대표자들이 머리를, 각자 출신 가문의 손익을 재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 팽진은, 당신 돈도 아닌 20만냥을 주지말라고 곤륜과 조화경의 만검신협, 팽가, 남궁세가, 그리고 조금전 곤륜을 지지한 소림과 척을 질꺼냐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참석자들은 그 정도는 쉽게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결정은······,

은자 20만냥을 자신이 낼 것도 아닌데 괜히 척지지 말자는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거기에 참석자들의 결심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등선하신 곤륜검선께서는 만검신협 엽 사제 의기와 재주를 높이 사 속가제자로 들이시고, 우리 곤륜은 만검신협을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속가 장로로 봉했습니다. 만검신협의 친구는 곤륜의 친구입니다.”


진인이 분위기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당연히 지지할 것이기에 놀라는 이는 거의 없었다.

제갈승도 여기까지는, 아직 자신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런데······,


“나 개방의 구지요. 내 제자 놈이 신협을 만났다오. 그리고 무림이 큰 도움을 받았소. 개방도 신협 지지요. 아니 어떻게 해서라도 맹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 개방 공식 입장이오. 20만냥이 아니라 200만냥을 주더라도 말이오.”


구지신개는 천의맹 총순찰이자 개방 방주의 사부다.

개방에 그를 거스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그가 백엽 지지를 선언 했다.

도대체 무슨 큰 도움을 받았길래······.


“예, 예?”


제갈승도 이번에는 어지간히 놀랐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반문했다.


‘언제 또 개방과 연을 맺었느냐?’


팽진도 놀랐다.

더구나 구지신개는 20만냥을 그냥 주라는 이야기를 솔직히 했다.


그리고······,

각원대사가 또 일어섰다.

하루 회의에서 두 번씩이나 발언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평시에는 아무말없이 단주만 돌리던 각원 대사다.

그런만큼 순식간에 각원 대사에게 이목이 다시 집중되었다.


“나무아미타불! 소림 각원입니다. 우리 소림은 백엽 시주 일이라면 무조건 지지합니다.”

“허억!”

“······?”


팽진은 물론, 사도를 경계하느냐 참가하지 못한 남궁가주를 대신한 남궁중탁, 태헌 진인 등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이제는 도대체 백엽과 소림이 무슨 관계인지 살펴야 할 정도였다.

소림이 지금까지 저토록 명확하게 의사를 표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조금전에 곤륜 장문인 수결이 맞다고 한말은 같은 구파일방이니 그러려니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각원 대사 말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각원 대사는 다른 이들이 자신을 쳐다보건 말건 너무 태평했다.

눈을 지긋이 감고는 오른손으로 단주(短珠-짧은 염주)를 돌리며 아주 작은 소리로 염불만 하고 있었다.


‘장문인이 백엽 시주를 지지하라고 했다. 거기다 그분께서 그런 편지를 보내셨다. 그러니 거짓말도 아니다. 이번 기회에 그분한테 잘 보여야 제갈승에게 용돈 받아 먹은 것도 다 용서해 주실거야. 나무아미타불!’


각원 대사 속마음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알 수 는 없었다.


‘소, 소림이 어찌······!’

“으으으”


각원 대사 말에 제갈승은 누가 보더라도 정심을 잃고 분노의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백엽이 화경인 것과 곤륜 장문인 수결은 전혀 관계가 없다.

남궁중탁도 관계없다.

하지만 묘하게도 팽진 말에 의해 남궁중탁은 의검이 되고, 백엽의 위치와 곤륜 속가장로라는 자리가 연결되면서 곤륜 장문인 수결을 문제삼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분위기 반전은 어려웠다.

제갈승은 음모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맹주 왕만복은 제갈승을 비웃듯이 쳐다보았다.

제갈승은······, 맹주의 그 조소가 더 아픔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우천하(劍雨天下)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분간 연재 중단합니다. 20.07.31 717 0 -
공지 1부를 마치고, 일단 2부 시작해 봅니다. +6 20.07.08 769 0 -
공지 첫 후원금 감사합니다. 20.07.03 355 0 -
공지 (글 읽기전에 필독) 이 글은 질질 끌고 허접입니다. 20.07.01 1,405 0 -
84 제83화 청성을 구하다 1. +3 20.07.31 1,809 42 16쪽
83 제82화 정마전쟁의 시작 +1 20.07.29 1,947 48 15쪽
82 제81화 도교 제일 명산 (崆峒山) 3 +2 20.07.27 2,086 49 14쪽
81 제80화 도교 제일 명산 (崆峒山) 2 +2 20.07.26 2,032 49 15쪽
80 제79화 도교 제일 명산 (崆峒山) 1 +1 20.07.24 2,332 46 14쪽
79 제78화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용 (雲龍莊) +6 20.07.22 2,544 47 16쪽
78 제77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7 +1 20.07.20 2,614 44 14쪽
77 제76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6 +2 20.07.19 2,462 50 14쪽
76 제75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5 +3 20.07.18 2,471 47 12쪽
75 제74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4 +3 20.07.17 2,529 43 14쪽
74 제73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3 +1 20.07.16 2,572 48 14쪽
73 제72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2 +1 20.07.15 2,606 48 14쪽
72 제71화 장씨 가족의 문(張家口) 1 +2 20.07.14 2,752 47 14쪽
71 제70화 혼자 오는 것은 없다 (2부 시작) +2 20.07.13 2,845 51 16쪽
70 제69화 널리 편안하게(廣平) 4 (1부 끝) +4 20.07.12 2,705 52 14쪽
69 제68화 널리 편안하게(廣平) 3 +1 20.07.11 2,778 48 16쪽
68 제67화 널리 편안하게(廣平) 2 +6 20.07.10 2,910 53 15쪽
67 제66화 널리 편안하게(廣平) 1 +2 20.07.09 2,995 61 16쪽
66 제65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7 +4 20.07.08 3,067 51 17쪽
65 제64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6 +6 20.07.07 3,077 52 15쪽
64 제63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5 +6 20.07.06 3,149 57 17쪽
» 제62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4 +10 20.07.05 3,258 62 17쪽
62 제61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3 +4 20.07.04 3,275 54 18쪽
61 제60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2 +4 20.07.03 3,258 57 16쪽
60 제59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1 +12 20.07.02 3,515 58 16쪽
59 제58화 표행의 끝 +4 20.07.01 3,243 53 16쪽
58 제57화 개봉(開封)으로 +1 20.06.30 3,191 57 16쪽
57 제56화 질개 (蛭丐) +3 20.06.28 3,244 51 16쪽
56 제55화 입지 (立志) +1 20.06.28 3,167 55 15쪽
55 제54화 추상(秋霜) +3 20.06.27 3,339 54 18쪽
54 제53화 해후 +2 20.06.26 3,411 60 16쪽
53 제52화 백산과 백연 6 +1 20.06.25 3,253 57 15쪽
52 제51화 백산과 백연 5 +2 20.06.24 3,163 46 15쪽
51 제50화 백산과 백연 4 +5 20.06.23 3,169 51 13쪽
50 제49화 백연과 백산 3 +2 20.06.22 3,266 46 14쪽
49 제48화 백연과 백산 2 +3 20.06.21 3,510 54 14쪽
48 제47화 백산과 백연 1 +2 20.06.20 3,392 56 14쪽
47 제46화 만검신협 6 +2 20.06.19 3,506 60 14쪽
46 제45화 만검신협 5 +4 20.06.18 3,448 66 14쪽
45 제44화 만검신협 4 +1 20.06.17 3,472 65 14쪽
44 제43화 만검신협 3 +2 20.06.16 3,473 68 15쪽
43 제42화 제갈승과 제갈도 2 +6 20.06.15 3,443 62 16쪽
42 제41화 제갈승과 제갈도 1 +4 20.06.14 3,556 59 18쪽
41 제40화 만검신협 2 +2 20.06.13 3,558 69 15쪽
40 제39화 만검신협 1 +4 20.06.12 3,594 75 17쪽
39 제38화 금검과 천사검 +5 20.06.11 3,703 55 18쪽
38 제37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9 +4 20.06.10 3,762 59 19쪽
37 제36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8 +3 20.06.09 3,460 64 17쪽
36 제35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7 +3 20.06.08 3,462 65 14쪽
35 제34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6 +3 20.06.07 3,532 60 15쪽
34 제33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5 +1 20.06.06 3,509 66 14쪽
33 제32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4 +1 20.06.06 3,500 63 16쪽
32 제31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3 +1 20.06.05 3,628 70 16쪽
31 제30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2 +3 20.06.04 3,726 65 17쪽
30 제29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1 +1 20.06.03 3,937 60 18쪽
29 제28화 푸른 바다 7 +1 20.06.02 3,725 68 17쪽
28 제27화 푸른 바다 6 +3 20.06.01 3,809 69 20쪽
27 제26화 푸른 바다 5 +1 20.05.31 3,798 70 17쪽
26 제25화 푸른 바다 4 +2 20.05.30 3,848 68 16쪽
25 제24화 푸른 바다 3 +2 20.05.29 3,802 67 15쪽
24 제23화 푸른 바다 2 +3 20.05.28 3,874 66 16쪽
23 제22화 푸른 바다 1 +5 20.05.27 4,133 70 19쪽
22 제21화 네 개의 강 8 +4 20.05.26 3,999 66 15쪽
21 제20화 네 개의 강 7 +2 20.05.25 3,925 69 16쪽
20 제19화 네 개의 강 6 +2 20.05.24 3,888 67 15쪽
19 제18화 네 개의 강 5 +3 20.05.23 3,878 70 16쪽
18 제17화 네 개의 강 4 +4 20.05.22 3,910 67 17쪽
17 제16화 네 개의 강 3 +2 20.05.21 4,054 69 18쪽
16 제15화 네 개의 강 2 +2 20.05.21 4,000 70 21쪽
15 제14화 네 개의 강 1 +3 20.05.20 4,170 70 17쪽
14 제13화 천뢰와 월광 2 +3 20.05.19 4,212 73 17쪽
13 제12화 천뢰와 월광 1 +2 20.05.19 4,343 70 20쪽
12 제11화 떠나는 자 남는 자 4 +2 20.05.18 4,273 79 17쪽
11 제10화 떠나는 자 남는 자 3 +4 20.05.17 4,275 75 14쪽
10 제9화 떠나는 자 남는 자 2 +1 20.05.16 4,376 75 22쪽
9 제8화 떠나는 자 남는 자 1 +1 20.05.15 4,493 68 20쪽
8 제7화 시작되는 인연 4 +1 20.05.14 4,483 69 19쪽
7 제6화 시작되는 인연 3 +1 20.05.13 4,528 69 17쪽
6 제5화 시작되는 인연 2 +3 20.05.12 5,055 68 18쪽
5 제4화 시작되는 인연 1 +3 20.05.11 5,823 86 19쪽
4 제3화 모랫바람 3 +3 20.05.11 5,819 85 18쪽
3 제2화 모랫바람 2 +6 20.05.11 6,231 96 19쪽
2 제1화 모랫바람 1 +5 20.05.11 8,504 105 15쪽
1 들어가는 글 +7 20.05.11 11,223 14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