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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 (劍雨)님의 서재입니다.

검우천하(劍雨天下)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검우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7.31 09:0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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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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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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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901

작성
20.06.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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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제37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9

DUMMY

“와라!”


백엽이 두 손을 펼쳤다.


타탓


백엽은 손으로 공격하는 척 하다가 팔을 구부리며, 오른 발로 상대의 다리를 걷어찼다.

발 공격에 부궁주가 주춤하는 순간, 이번에는 백엽의 손이 움직였다.

무명12수가 펼쳐진 것이다.

이번에는 두 손만이 아닌 두발도 동원한 무명12수였다.

무공이 미친 기인이 전신을 이용한 싸움법을 마들었다. 그것이 무명12수다.

손만 아니라 발로도 가능하다.


백엽의 발이 부궁주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오른발이 명치를 걷어차는가 하더니 왼발은 그의 옆구리로 시작해서 허벅지와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달려들었다.발은 어찌나 빠른지 천변만환보법의 이름을 실감케했다.

전섬처럼 빠른 백엽의 발은, 단 한 호흡에 수 십번의 발길질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상대와 나와의 거리를 될수록 가깝게 하고, 다리 동작을 최소화해 빠른 동작으로 상대를 가격하면 승리는 늘 백엽의 몫이었다.


"하앗"


이번에는 손이었다.

빠르고 다각도로 변환하는 손과 발기술로 부궁주를 공격했다.

백엽은 손과 발에 전해지는 둔탁한 느낌으로만도 최소 수 백회 이상의 공격을 부궁주 몸에 성공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퍽!“

“퍽!”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전부였다.

부궁주에게는 그 어떤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크윽”


오히려, 손과 발에 커다란 반탄력을 느끼고 백엽이 뒤로 주루룩 밀려났다.

백엽의 안색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부궁주 표정은 충격으로 조금 고통스럽다는 표정 외에는 그다지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부궁주는 조금은 의외인 듯 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놀랍구나! 넌 누구냐?"

"나? 백엽!"


“곤륜을 돕는 이유가 뭐냐? 지금이라도 마천에 든다면 내 너를 귀히 쓰마!”

“이거 왜 이래? 나 뼈대있는 가문 백가 가주야. 사도 소련주가 동급 대우해준다는 것도 거절한 나다. 졸개가 되고 싶은 생각 없다. 더 더욱 너 같은 마도 새끼 졸개의 졸개는······."


"그래? 유감이구나! 너의 의기가 마음에 들어 내 자비를 베풀려고 하였건만······.”

“이런!"


백엽은 부궁주 심기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고의로 약을 올렸으나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미쳐 준비도 하기도 전에 공격을 시작해 왔다.

그의 양손에서 뼈를 얼릴 것 같은 찬 기운을 간직한 강기가 뿜어져 나오며 백엽의 어깨를 향해 밀려왔다.


'빠, 빠르다'


백엽은 상대의 빠른 공격과 찬 기운에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준비해 두었던 초식을 펼쳤다.


“무명타!!


순간 백엽의 손에서도 역시 강기가 수십 개의 그림자를 어지럽게 흩뿌리며, 부궁주 사혈을 노리고 정면으로 마주 공격해 갔다.

무명12수중 무명타는 오직 강함으로 상대방을 깨트리는 가장 강력한 초식이었다.


"파바바바바바박!“

“탁! 타다닥, 탁!”


격타음과 함께 백엽과 부궁주 강기가 서너 차례 충돌하였고, 그 충격으로 인해 백엽은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 다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우웨에엑!”


가슴이 약간 답답한 느낌을 받은 백엽이 입으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을 채 다 삼키지 못하고 구역질을 해댔다.

핏덩어리가 섞여 있었다.


“타앗!”


그 짧은 순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부궁주가 주춤히 서 있는 백엽을 향해 다시 한번 공격해 오고 있었다.

재차 공격해 오는 부궁주 손바닥에서 눈부시게 하얀 원모양의 덩어리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


그것을 본 백엽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슨 무공인줄은 모르지만 분명 강할터였다.


“만검일검!”


알아보고 놀라는 것은 나중이고 우선은 생명이 위태로웠다.

백엽은 전력을 다해 천변만환보법을 펼쳐 공격을 피하면서, 손에 발현된 수강을 더 길게 늘려 검으로 만들며 만검일검을 펼쳤다.

그것도 연 이어서······!

일순간에, 두 사람 강기가 엉키고 설키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정면으로 충돌했다.


주르르르륵!


그 힘으로 인해 무려 오장이나 밀려난 백엽이, 불에타고 다 부서져 내린 이름 모를 전각의 남아있던 한쪽 벽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쳤다.

그리고서야 백엽의 신형이 멈추었다.

백엽은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기둥에 기대 있었다.


“커억!”


백엽의 입가에 가늘지만 핏줄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명문대파출신 무림인은 아니지만, 군생활 7년과 낭인용병 생활 5년, 합계 12년을 넘도록 전장터를 누비고 다닌 백엽이다.

일방적이고도 처절한 패배는 난생 처음 겪는 싸움이었다.


‘후우 우물안 개구리였나? 북부전선의 영웅, 낭인의 우상······, 다 소용없는 것이었군!’


충격이었다.

어이없는 일이기는 빙마궁 부궁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무려 수 십여 차례나 손속을 겨루고도 아직 살아 있는 백엽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정말 놀랍구나. 나는 살마궁주도 나보다 아래라고 본다. 그리고 내 여기올 때 곤륜검선만이 적수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애송이가 나를 상대로 이 정도나 버티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내 다시 묻지. 넌 누구냐?"


부궁주 목소리에는 진정 어린 감탄이 담겨 있었다.

최소한 백엽은 그렇게 느꼈다.


"백엽! 북부전선에서는 광귀라하지······!”


“곤륜을 돕는 이유는?”

“글쎄······, 솔직히 이곳까지 온 이유는 표국 의뢰를 수행하기위해서였지. 그런데 보아하니 니놈들이 나쁜 놈들인 것 같더라구! 우웨······엑!”


“협사라도 된다는 거냐?”

“협사는 무슨······. 우웩! 그냥 아버지한테 배워서 나쁜 놈들 날뛰는 꼴을 못볼뿐이야. 한명 죽여 천명을 구하고 대신 지옥으로 가겠다는 그런 정의감 없어. 나는 그냥 한명 죽여서 한명이 편하게 산다면 그 길을 가려는 것 뿐이지······. 우웨엑!”


끄덕끄덕!


부궁주는 고개를 위아래로 내렸다 들었다 몇 차례 하더니 멈췄다.

백엽의 말에 수긍한다는 의미는 분명 아니다.

부궁주의 끄덕임은 예상했던 대로라는 의미였다.


“정말 아쉽구나! 지금이라도 내 밑에 온다면 귀히 쓰겠지만······, 너 같이 조금 잘난 놈들은 그럴 리가 없지. 그러니 살려 둘 수 가 없다. 이제 죽거라!"


부궁주 두 손이 다시 들려지더니, 그의 손바닥에 둥근 원모양의 강기가 형성되었다.

백엽의 얼굴에 처음으로 어두운 기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어나야한다.’

‘이제 나는 시작이다. 천하에 검의 비를 뿌려야한다.

‘여기서 쓰러질 수 는 없다. 그리고······, 예매! 안보는 곳에서 예매라고 한번쯤 불러도 되겠지? 나는 그녀를 지켜야한다. 나는 약속했다.’


백엽 생각은 금봉에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부모님 두 분이 구구절절 자랑하던 자신의 약혼녀, 우연이 필연이 되어 다시 만나 한동안을 함께했다.


지켜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자신이 진다면 금풍상단과 팽가는 멸망한다.

금봉도 죽는다.

아니면 돈 많은 늙은이의 첩으로 팔려갈 수 밖에 없다.

절대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백엽이 이를 악물었다.

오른 손으로 땅을 집더니 몸을 다시 일으켰다.


'붙어야 한다.'


백엽은 지금 상황에서는 거리를 두고 상대와 강기를 주고 밭는 싸움을 해서는 자신에게 승산이 없음을 알았다.


"흐흐, 그럼 아쉽지만······, 잘 가거라."


부궁주 두 손에서 뿜어진 두 개의 원형 얼음 강기가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백엽에게 다시 파고들었다.

동시에 백엽도 양손에 강기를 일으켜 보법을 펼치며 강기를 깨기위해 무명타를 펼쳤다.

그리고 그 순간을 이용해 부궁주 몸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모든 힘을 한꺼번에 쏟아 내었다.


"꽝! 콰르르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일부만 남아있던 건물이 산산이 박살나며, 부서진 기둥과 함께 백엽의 신형이 퉁겨져 날아가 땅 바닥에 뒹굴었다.


“크아아아악!”


백엽은 다시 비명을 토했다.

부궁주 역시 서너 발짝이나 뒤로 물러서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상당히 놀란 것 같았다.

12성 빙백신공을 대성한 다음, 자신의 일격을 받아내는 고수를 만나보지 못했던 부궁주였기에 어지간히 놀라고 있었다.

빙마궁주도 자신의 아래라 자신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놀랍구나! 또 살아나다니······!”

“커어억!”


백엽은 다시 핏덩어리를 토해냈다.

그런 그를 부궁주가 다가와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둘의 시선이 차갑게 엉켜들었다.


"정말 놀랍다 놀라워, 빙백신공 10성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다니. 하지만 이제는 너도 한계인 것 같구나! 그만하면 되었다.”


그 순간, 백엽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혈기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정도로 백엽의 내상은 깊었다.

하지만 몇 모금의 피를 계속 토해내서인지, 단전이 상쾌해지더니 갑자기 단전 깊은 곳에서 맑고 청아한 기운이 올라왔다.


‘응?’


단순히 어혈을 뱉어낸 효과라고 보기에는 그 기운이 너무 강했다.


‘혹시?’


백엽은 이런 경험을 전에 한번 한 적이 있다.

바로 천세독왕 당천세의 기세에 대항할 때다.

당시 당천세가 쏘아 보낸 기운은 백엽이 감당할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아직 죽으라는 운명은 아니구나! 좋다. 다시 승부를 걸자!’


백엽은 누워있는 그 모습 그대로, 부궁주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히 오른손에만 내공을 다시 집중했다.

눈에 보이는 수강도 아니다.

백엽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이번 전투는 전선에서 군과 전황조 고수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사로서 살아가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어야했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야했다.

빠르고 변화가 많은 천변만환보법과 무명12수 그리고 만검신공이 전부였다.

더 익히고 더 다듬어야했다.

이번에 절실히 알았다.

그러나 누구 말대로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다.

백엽은 자신의 내공을 전부 끌어 모았다.


"잘 가거라."


부궁주의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리며, 그의 손에서 백광이 번쩍였다.

순간, 그의 손을 떠난 빙강이 누워있는 백엽의 단전과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파팟!


동시에 백엽의 신형이 흩어지더니 어느새 부궁주 코앞에 나타났다.


“헉!”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에 부궁주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너······, 너는?"


부궁주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바로 앞까지 다가선 백엽은 놀라는 그의 얼굴과 중단전, 하단전을 노리고 무차별로 공격을 감행했다.

그의 손에서는 무명12수가 일제히 연이어 펼쳐졌다.

두 발은 삼환보였다.

삼환보를 연이어 펼치면서 나아갔다가 물러서며 거리를 유지했다.


타타탁! 탁! 쩌저정!


이렇게 되자 접근전의 양상이 되었다.

서로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다시 손과 주먹이 마주치고 바로 코앞에서 상대의 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감각과 내공의 운기능력, 재치와 경험이 총 망라한 결전이었다.


타타탁! 탁!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무려 30여 합을 겨루었다.

부궁주 보다는 백엽이 유리해 보였다.

천변만환보를 익힌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부궁주는 처음에는 거리를 두려 했지만, 백엽이 끈질기게 달라붙자 이내 포기했는지 맞부딪치고 있었다.

둘의 내공과 실력 차이는 백엽이 보법의 뛰어남으로만 보완하기에는 너무 컸다.


“커억!”


백엽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불리해짐을 알았다.

회심의 일격을 퍼부어도 성공할 수 없었다.

어쩌면 검을, 만검일검을 펼치고 버린 검이 필요한 지도 몰랐다.

진정 고수끼리 대결을 해보지 않은 백엽의 패착이었다.


“으······음!”


마도 서열 97위 두철과 싸워봤지만 지금 싸우는 부궁주와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과 같은 초절정이라도 전혀 달랐다.

깨달음의 경지가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결투로 인해 피가 끓어올랐다.

일방적으로 섬멸하는 전투가 아닌 일대일로, 그것도 직접 자신의 몸으로 치고 받는 전투였다. 처음으로 자신이 무인임을 느끼고 있었다.

전사의 본능이 전의를 부채질했고, 이렇게 둘의 대결에서 영혼 저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무인의 혼이 깨어나고 있었다.


“헉······허어헉!”


내가고수가 입으로 헉헉 단내를 풍기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공이 딸리며 이미 내상을 입은 백엽이 조금씩 불리해지고 있었다.

몸놀림이 눈에 띠게 늦어졌다.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었고, 내상이 깊어져 코와 입으로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크아악!”

“헉헉!”


.....


‘곤륜 운명이 내대에 와서 끝나는구나! 이 죄를 어이할꼬······, 원시천존!’


곤륜 도사들의 싸움은 벌써 끝을 보이고 있었다.

일방적이었다.

장문인 태정진인은 왼손으로 검을 잡고 싸우고 있었지만, 위력이 없었다.

곤륜은 진인을 가운데 두고 원형진을 구축한 채 수비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마져 남아 있는 문도들도 이제 겨우 10여명 안쪽이었다.


‘동서남문에 있는 사제들도 이곳 상황을 알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구나! 그곳도 어려운 싸움이라는 것이지. 그나마······, 어디서 나타났는지 저 두 사람 도움으로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원시천존!’


진인은 그러면서 슬쩍 옆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좌일이 뒹굴고 있었다.

좌일과 태음교 부교주 두 사람의 싸움은 싸움이 아니었다.


부교주는 좌일을 죽일 마음이 전혀 없는 듯이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럼에도 좌일은 절망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러다가 부교주의 음울한 기운의 장력에 격중되어 멀리 나가 떨어졌다.

그럼 몇 번 꿈틀거리다가 다시 일어나 달려들었다.

좌일의 쾌검은 빠르기는 빨랐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유일한 희망이라고는 저 젊은 대협뿐인데······.’


진인은 은근히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백엽이 싸우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 수 밖에 없었다.

잘 싸우고 있지만 한계였다.

진인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엽과 빙마궁 부궁주가 다시 20여 합이 지났을 때였다.


"합!"


짧고 낮은 소리와 함께 백엽 머리를 향해 공격을 가하던 부궁주가 복부로 방향을 바꿔 공격했고, 견디지 못한 백엽이 다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궁주가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정말 끝내겠다는 듯이 백엽을 향해 빙강을 쏘아내고 있었다.


슈우우웅!


백엽에게 엄청난 강기의 회오리가 몰려들었다.

피할 엄두도, 맞공격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오히려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구나!’


부궁주의 차가운 기운을 담은 작은 손바닥은, 앞으로 밀려나오면서 부풀어 오르는 것 같더니 종래에는 백엽의 몸을 한 순에 쥘 것 같이 커졌다.

다가올수록 주변의 공기가 얼어 극음이 되어 가는 것이다.


백엽은 부궁주 무공이 이미 자연의 조화를 어느 정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백엽도 호원무극심법을 완성치는 못했지만, 음과 양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그런 백엽이었지만 부교주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내가 검을 든 이후 가장 강한 상대다.’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백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다가오는 부궁주의 기세를 온몸으로 느끼며, 곧 자신이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아버지! 저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의외로 마음이 차분했다.

비록 약혼녀에게 약혼자라는 말도 못 전하고 아무것도 이룬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만났으니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냥 죽을 수 는 없었다.

비록 효과가 없을 지라도 발악은 해봐야했다.

백엽은 양손에 진기를 내보냈다.

그리고는 부궁주를 향해 마주쳐 나갔다.


“으아아악!”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백엽의 공격은, 그리고 수비는 이미 무산되어 버렸다.

백엽은 자신의 몸을 수백 수천 조각으로 토막낼 듯 무섭게 다가오는 빙강을 겨우 서너개 쳐낼 수 있었을 뿐이었다.

백엽은 이제 그냥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곧 빙강이 다가와 지신의 몸을 산산히 부셔버릴 것이다.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 졌다.


‘한번은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예매 손을 잡고 다루에 가서 좋은 차를 마시며 세상 이야기를 하고, 시문도 짓고, 같이 노을도 보고 싶었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마지막은 금봉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


"멈춰라“


순간, 고함과 함께 늙은 용 한마리가 구름을 타고 지나 가다가 허공에서 땅위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언제 검을 날렸는지 백엽을 두 동강 낼 듯 다가오던 빙강과 부딪쳤다.


파바바밧!


다가오던 빙강이 대부분 소멸되었다.


“크아악!”


하지만, 마지막 남은 몇 가닥의 강기가 백엽을 강타했다.

몸이 부우웅! 십여장을 날아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크으윽!”


부궁주는 놀라운 표정으로 자신의 두 손을 한번 내려다 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두 손은 뻘겋게 피가 맺혀 있었다.

이미 불괴의 경지에 오른 두손이다. 거기에다 빙백신공을 10성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손이 무사하지 못했다.


부궁주는 속으로 놀라움을 삼키며 자신의 공세를 단 한번에 무력화 시킨 사람을 쳐다보았다.

바람만 조금 세게 불어도 산산히 부서져 날아갈 것만 같은 다 헤진 낡은 도복을 걸친 노도사 한명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곤륜검선······!"


부궁주가 나지막히 소리쳤다.

그의 빙강을 쳐내 백엽을 구한 사람은 검선이었다.

그것도 검이 아닌 지팡이로 말이다.


"하도 시끄러워 잠을 잘 수 가 없더구나!"


검선이 앞으로 나오며 부궁주를 보며 말했다.


“대······, 대, 대사백!”

“제자들이 사조님을 뵙습니다.”

“곤륜검선 사조님이시다!”


태정장문인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서 너명 밖에 남지않은 곤륜 도사들이 기쁨의 함성을 토했다.

반면 마천 무사들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부궁주와 부교주 얼굴도 굳어졌다.


“별 미친 놈들이 곤륜을 다 우습게 아는구나!”


검선은 지는 석양을 등지고 오롯히 서 있었다.

그 그림자만으로도 마천과 새외 고수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곤륜검선이라니?’


백엽은 의식을 잃어가는 중에 얼핏 그 소리를 들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고, 부상도 아픔도 모두 잊은 채 흐려지는 눈에 가득 힘을 주어,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희미하게 무엇인가가 보였다.


‘저 모습이다. 저게 절대자다! 나도 저래야하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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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제64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6 +6 20.07.07 3,070 52 15쪽
64 제63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5 +6 20.07.06 3,145 57 17쪽
63 제62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4 +10 20.07.05 3,252 62 17쪽
62 제61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3 +4 20.07.04 3,267 54 18쪽
61 제60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2 +4 20.07.03 3,254 57 16쪽
60 제59화 막힌 것을 열다(開封) 1 +12 20.07.02 3,510 58 16쪽
59 제58화 표행의 끝 +4 20.07.01 3,239 53 16쪽
58 제57화 개봉(開封)으로 +1 20.06.30 3,187 57 16쪽
57 제56화 질개 (蛭丐) +3 20.06.28 3,239 51 16쪽
56 제55화 입지 (立志) +1 20.06.28 3,161 55 15쪽
55 제54화 추상(秋霜) +3 20.06.27 3,333 54 18쪽
54 제53화 해후 +2 20.06.26 3,406 60 16쪽
53 제52화 백산과 백연 6 +1 20.06.25 3,249 57 15쪽
52 제51화 백산과 백연 5 +2 20.06.24 3,159 46 15쪽
51 제50화 백산과 백연 4 +5 20.06.23 3,165 51 13쪽
50 제49화 백연과 백산 3 +2 20.06.22 3,258 46 14쪽
49 제48화 백연과 백산 2 +3 20.06.21 3,505 54 14쪽
48 제47화 백산과 백연 1 +2 20.06.20 3,387 56 14쪽
47 제46화 만검신협 6 +2 20.06.19 3,502 60 14쪽
46 제45화 만검신협 5 +4 20.06.18 3,444 66 14쪽
45 제44화 만검신협 4 +1 20.06.17 3,468 65 14쪽
44 제43화 만검신협 3 +2 20.06.16 3,469 68 15쪽
43 제42화 제갈승과 제갈도 2 +6 20.06.15 3,439 62 16쪽
42 제41화 제갈승과 제갈도 1 +4 20.06.14 3,552 59 18쪽
41 제40화 만검신협 2 +2 20.06.13 3,553 69 15쪽
40 제39화 만검신협 1 +4 20.06.12 3,587 75 17쪽
39 제38화 금검과 천사검 +5 20.06.11 3,695 55 18쪽
» 제37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9 +4 20.06.10 3,757 59 19쪽
37 제36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8 +3 20.06.09 3,453 64 17쪽
36 제35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7 +3 20.06.08 3,458 65 14쪽
35 제34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6 +3 20.06.07 3,527 60 15쪽
34 제33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5 +1 20.06.06 3,505 66 14쪽
33 제32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4 +1 20.06.06 3,493 63 16쪽
32 제31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3 +1 20.06.05 3,623 70 16쪽
31 제30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2 +3 20.06.04 3,720 65 17쪽
30 제29화 신과 선인들의 고향 1 +1 20.06.03 3,933 60 18쪽
29 제28화 푸른 바다 7 +1 20.06.02 3,720 68 17쪽
28 제27화 푸른 바다 6 +3 20.06.01 3,805 69 20쪽
27 제26화 푸른 바다 5 +1 20.05.31 3,794 70 17쪽
26 제25화 푸른 바다 4 +2 20.05.30 3,843 68 16쪽
25 제24화 푸른 바다 3 +2 20.05.29 3,797 67 15쪽
24 제23화 푸른 바다 2 +3 20.05.28 3,869 66 16쪽
23 제22화 푸른 바다 1 +5 20.05.27 4,126 70 19쪽
22 제21화 네 개의 강 8 +4 20.05.26 3,993 66 15쪽
21 제20화 네 개의 강 7 +2 20.05.25 3,916 69 16쪽
20 제19화 네 개의 강 6 +2 20.05.24 3,882 67 15쪽
19 제18화 네 개의 강 5 +3 20.05.23 3,873 70 16쪽
18 제17화 네 개의 강 4 +4 20.05.22 3,906 67 17쪽
17 제16화 네 개의 강 3 +2 20.05.21 4,049 69 18쪽
16 제15화 네 개의 강 2 +2 20.05.21 3,995 70 21쪽
15 제14화 네 개의 강 1 +3 20.05.20 4,161 70 17쪽
14 제13화 천뢰와 월광 2 +3 20.05.19 4,207 73 17쪽
13 제12화 천뢰와 월광 1 +2 20.05.19 4,338 70 20쪽
12 제11화 떠나는 자 남는 자 4 +2 20.05.18 4,269 79 17쪽
11 제10화 떠나는 자 남는 자 3 +4 20.05.17 4,270 75 14쪽
10 제9화 떠나는 자 남는 자 2 +1 20.05.16 4,372 75 22쪽
9 제8화 떠나는 자 남는 자 1 +1 20.05.15 4,489 68 20쪽
8 제7화 시작되는 인연 4 +1 20.05.14 4,480 69 19쪽
7 제6화 시작되는 인연 3 +1 20.05.13 4,525 69 17쪽
6 제5화 시작되는 인연 2 +3 20.05.12 5,052 68 18쪽
5 제4화 시작되는 인연 1 +3 20.05.11 5,819 86 19쪽
4 제3화 모랫바람 3 +3 20.05.11 5,815 85 18쪽
3 제2화 모랫바람 2 +6 20.05.11 6,228 96 19쪽
2 제1화 모랫바람 1 +5 20.05.11 8,499 105 15쪽
1 들어가는 글 +7 20.05.11 11,215 1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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