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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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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15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9.23 17:18
조회
1,178
추천
36
글자
7쪽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5)

DUMMY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는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홈구장이었다.

텅 빈 객석에 김홍준과 마이클 우드맨이 앉아 있었다. 김홍준은 우드맨에게 맥주를 건넸다.

엉겁결에 맥주를 받아 든 우드맨은 곤란한 시선으로 맥주병을 바라봤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물건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마..마지막 사람은?”

김홍준은 아무도 없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이미 와있어.”

우드맨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누..누군데..?”

“나.”

김홍준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우드맨이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김홍준의 뻔뻔한 대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 듯 했다.

“너...?”

더듬더듬 이어지는 우드맨의 반문에 김홍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드맨은 말없이 김홍준의 옆얼굴을 쳐다보다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이 불었다. 곧추선 잔디가 바람에 흔들리며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드맨은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였다. 생전 마셔본 적 없는 맥주가 꼴딱꼴딱 잘도 넘어갔다.

그런 우드맨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홍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까지 다른 녀석들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깨달은 거 없냐?”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우드맨은 맥주의 쓴맛에 미간을 찌푸리며 김홍준을 쳐다봤다.

“깨..깨달은 거?”

“그래, 뭔가 느낀 거 없냐고.”

맥주를 내려두고 우드맨은 생각했다.

꼬리아, 오마에, 코어페슈크... 이 셋의 이야기에서 뭔가 느낄 만 한 게 있었던가?

우드맨은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 고민했지만 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우드맨의 번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홍준은 유유자적 맥주를 홀짝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드맨은 조심스럽게 질문에 대한 답을 꺼냈다.

“터...터프해져야 한다?”

맥주가 바닥을 드러냈다.

김홍준은 맥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틀린 말은 아닌데... 맞는 말도 아니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우드맨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축구 그만두겠다고 말한 놈은 한 놈도 없잖아.”

김홍준이 말했다.

우드맨은 두 눈을 끔벅이며 김홍준을 바라봤다.

“그...그게 공통점이야?”

“그래.”

일순 우드맨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렸다.

뭔가 대단한 대답이라도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에 실망한 모양이었다.

노골적인 실망에도 불구하고 김홍준의 표정은 덤덤했다.

“실망한 모양이군.”

우드맨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우드맨의 반응에 김홍준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너야 싱겁게 느낄 수 있겠지. 아니 어려서부터 축구를 하고 순조롭게 프로 선수가 된 녀석들은 시덥잖게 생각 할 만해. 축구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테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그만둔다는 생각은 못하겠지.”

한 박자 쉬고 김홍준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녀석들에게는 말이야. 그런 모습이 대단해 보여.”

김홍준의 고백에 우드맨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느끼며 김홍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축구를 그만뒀던 이유가 뭔 줄 아냐?“

“뭐...뭔데?”

“자세히 말하기는 거시기 한데... 쉽게 말하면 그래... 그런 거지. 승부조작.”

승부조작이라는 말에 우드맨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입체적인 감정 표현에 피식 웃으며 김홍준은 말했다.

“내가 했다는 건 아냐. 고교 시절 축구팀 감독이 했었지. 그런 거 있잖냐. 오늘은 져줄 테니까. 나중에는 이기게 해달라. 동네 조기 축구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야.”

“그...그거 때문에 그...그만 둔거야?”

“그게 원인이기는 한데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어... 가장 큰 이유는...”

김홍준은 말을 멈추고 입술을 핥았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술이 말라붙어 있었다.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김홍준은 한 차례 헛기침을 내뱉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가장 큰 이유....그건 그 이후로 축구가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지.”

“축구가 싫어졌다는... 거..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었어. 그 이후로도 조기 축구는 했었고 축구팀 서포터도 했었으니까... 축구 자체가 싫어졌다기보다. 축구 선수로 살아 갈 자신이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

우드맨은 질문했다.

“왜? 자..자신이 없..없어 진 건데?”

김호준은 우드맨의 질문에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왜?

우드맨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져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몇 번이나 악몽을 꾸며 김홍준은 싫어도 답을 내려야 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온 답을 김홍준은 우드맨에게 꺼내 놓았다.

“단순한 이야기야. 사람이 꿈 앞에서 무너지는 건,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보다. 노력해도 보답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지. 그 사람 밑에서는 노력해봐야 보답 못 받겠다 싶었던 거야.”

김홍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은 어느새 중천에 떠있었다.

시계를 확인한 후 김홍준은 말했다.

“야밤에 나홀로 훈련만 해서는 계속 선수로서 살아 갈 수 없어. 축구장에서 서는 거 보다 축구장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무섭지 않냐? 그만 빌빌 거리고 훈련에 참가해. 오늘 상담은 여기서 끝이다.”

김홍준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돌렸다.

계단을 오르는 김홍준을 보며 우드맨은 입술을 깨물었다.

김홍준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우드맨은 눈을 돌려 경기장을 바라봤다.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김홍준은 몸을 돌려 우드맨을 쳐다봤다.

경기장에는 환호성이 가득했고 선수들은 거친 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김홍준은 우드맨을 바라봤다.

1년만의 복귀, 교체 출전 그리고 관객들의 환호... 우드맨은 감격했고 희열을 느꼈다.

하루 동안의 순례가 결실을 이뤄 우드맨은 의사의 진단을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 타타 스틸 스타디움에.....

“야... 괜찮냐?”

누워있었다.

김홍준은 뒷목을 긁적이며 잔디밭 위를 뒹구는 우드맨을 바라봤다.

고통에 부릅떠진 우드맨의 눈빛이 김홍준을 향했다. 원망에 가득 찬 그 눈빛을 마주하며 김홍준은 헛기침을 내뱉었다.

“야, 괜찮을 거야. 설마 또 장기 부상이겠어? 잠깐 쥐가 난 거겠지.”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받으며 우드맨은 백보드에 실려 나갔다.

요한 루이스와 교체 된지 15분 만에 부상을 당해 실려 나가는 우드맨을 보며 김홍준은 생각했다.

‘우드맨...터프해져라...이름처럼 터프해지는 거야.’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가는 우드맨을 뒤로 하고 김홍준은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로 달려갔다.

우드맨이 나가고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우드맨은 다시 돌아 올 것이다.


작가의말

  김홍준의 과거 속 고교 축구팀 감독은 최악의 존재를 가정 한 겁니다.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김홍준의 성장과 그 성장에서 비롯된 주변 상황의 변화를 다룰 예정 입니다.

 예고한 대로 3장부터 미리보기가 시작 되는데 일신상의 이유로 5000자를 채우지 못하면 무료로 올리겠습니다.

 제 생각에 미리보기와 무료를 오고 가는 뒤죽박죽 연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정을 짜느라 계속 연기 되었던 [비호무림]을 9월 25일부터 연재 합니다. 

 소설 자체는 정통 무협보다는 약간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무협에 관심 있으신 분이나 관심 없는 분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선작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댓글에 답글은 못 달지만 지적하는 부분들은 다 확인하고 있으니 가감없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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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4) +4 15.09.19 1,412 3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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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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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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