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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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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27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10.20 05:13
조회
6,687
추천
172
글자
7쪽

7장 목표는 같다. (6)

DUMMY

“일단 1단계는 클리어인가?”

프레야는 어딘가 유쾌해 보이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 얼굴에 시원한 미소가 그려졌다.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축구사에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은 일을 프레야는 지금 하려하고 있었다.

실패하면 프레야는 스톰포겔스 텔스타 뿐만이 아니라 축구계에서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죽고 그 뒤를 이어 받아 성공적으로 쌓아온 경력도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게 분명했다.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단장이라면 결단코 하지 않을 일이었다.

프레야는 보호 화면으로 넘어간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눈을 감았다.

일주일간 바쁘게 움직였던 후유증 때문인지 눈을 감자 피로가 몰려왔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자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잠이 절실했다.

하지만 프레야는 억지로 눈을 떴다.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만큼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게 말도 안 되는 결정에 대한 책임이었고 프레야의 의무였다.

프레야는 마우스를 움직여 보호 화면을 지우고 답장을 작성했다.

키보드 위에 올려진 프레야의 손가락이 경쾌하게 움직였다.

‘결정은 8월 X일에 예정된 친선경기에서...’

문장이 흐르고 프레야는 자신의 결단에 마침표를 찍었다.

메일이 전송 되었다.



김홍준은 지난 두 달 간 겪어본 스톰포겔스 텔스타 라는 팀에 대해 생각했다.

이 팀은 어떤 팀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누구라고 이 팀을 두 달 만에 이해 할 수 있을까?

아니 설사 반년이 지나도 김홍준은 결코 이 팀을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시시때때로 촉발되는 사건들 속에서 김홍준은 자신과 이들 사이에 결코 메꿀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그 실감이 아쉬움이냐고 하면...

글쎄, 전혀 그렇지는 않다.

김홍준은 이 간극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자본주의자가 공산주의자와 영원한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지금 김홍준의 심정이 그랬다.

그러나 이런 팀임에도 김홍준은 때때로 이들과 일체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바로 경기 시작 전의 라커룸 안이 그랬다.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라커룸 안을 채운다.

그 안에서 김홍준은 어떤 종류의 고양감을 느껴왔다.

전투적인 열기 속에서 끌어올려지는 고양감은 자신도 모르게 김홍준을 그들 사이로 녹아들게 만들었다.

오늘,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경기가 진행된다.

라커룸에 앉아 김홍준은 그 고양감을 느낀다.

아니 느껴야 했다.

김홍준은 뜻 모를 한숨을 내쉬며 라커룸 안을 둘러봤다.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다른 몇몇은 불안하게 다리를 떨고 있다.

고갈된 체력을 나타내는 증후들을 보며 김홍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 중 제일 심각한 상태인 케빈 반 에쎈을 향해 포츠가 말했다.

“어제 마누라가 괴롭혔냐? 오늘따라 왜 이리 부실해?”

험상궂은 얼굴에 다크 서클이 축 늘어져 있어 어느 게임의 최종 보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로 케빈이 대답했다.

“아니... 별 일 없었습니다.”

별 일 없다는데 목소리는 그게 아니었다.

축축 늘어지는 목소리에 포츠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한숨은 시선이 옮겨감에 따라 연달아 흘러나왔다.

김홍준은 포츠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라커룸 맨 끝에 앉아 있는 선수를 쳐다봤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몸을 흔들고 있는 흑인... 아니 일본인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되어 유독 생생해 보이는 오마에를 보며 김홍준은 일전의 무시무시한 동영상을 떠올렸다.

한국 남성에게는 너무 하드코어 했지만 의외로 이 땅의 남성들에게는 잘 맞은 것 같았다.

그 끝내주는(?) 영상의 결실들을 보며 김홍준은 재차 헛웃음을 흘렸다.

“하아... 이러면 명단을 교체 하는 수밖에 없는데...”

포츠는 고뇌가 느껴지는 한숨을 내뱉고 라커룸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는 경기시작 1시간 전임을 알리고 있었다.

포츠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라커룸 밖으로 뛰어나갔다.

라커룸에 선수들만 남자 요한이 슬쩍 김홍준에게 다가왔다.

“뭐? 왜?”

보지도 않고 김홍준이 말했다.

귀찮음이 물씬 묻어나는 목소리였지만 요한은 개의치 않았다.

“김, 너도 그거 봤어?”

“뭐?”

“오마에가 네게도 보여줬다던데?”

김홍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그거 말이냐?”

요한은 묘하게 늘어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18세 소년의 얼굴을 보던 김홍준은 문뜩 어떤 사실이 떠올라 물었다.

“너 미성년자 아니냐?”

“아무 문제없어.”

‘야동 보는 모든 청소년이 그렇게 대답하지.’

어차피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네덜란드는 18세도 야동을 볼 수 있는 나라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네덜란드는 매춘업이 발달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 녀석은 이미...

김홍준은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오마에 덕에 오늘은 김이 선발로 뛸 수 있겠는데?”

불쑥 튀어나온 요한의 말에 김홍준은 새삼스런 눈길로 라커룸 안을 훑었다.

확실히 당한 건(?) 대부분 주전선수들이었다.

코어페슈크나 꼬리아는 그래도 주장과 부주장의 위엄인지 건재해 보였다.

페르난도 네베스 역시 마찬가지 였다.

‘과연 프로페셔널하군.’

김홍준은 묘한 부분에서 감탄을 하며 셋을 쳐다봤다.

“저 녀석이 좋은 일도 하는 걸?”

요한의 유쾌한 목소리에 김홍준은 오마에를 쳐다봤다. 우연인지 오마에의 시선도 김홍준을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김홍준을 보며 오마에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묘하게 섬뜩한 따봉이었다.

‘설마....’

실실 웃으며 아무도 모르게 보내는 따봉 신호를 보며 김홍준은 설마가 설마에서 끝나기를 바랐다.

그 순간 라커룸에서 뛰쳐나갔던 포츠가 돌아왔다.

되돌아온 포츠는 선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선발 교체다. 갑작스럽겠지만 엄한 곳에 힘 쓴 너희들 책임이니. 따지지 마라. 중앙수비수 칼 사피르 대신 코엔 보츠, 최전방 공격수 디앙기 마투시와 대신 올리버 리팔....”

바뀐 명단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중앙 미드필더 케빈 반 에쎈 대신 김. 이상이다. 질문 있나? 질문 할 기력도 없나 보군. 30분 후에 몸풀기를 할 테니 준비해둬. 에라이.. 새끼들 내일 두고 보자.”

교체된 선수들을 서슬퍼런 눈길로 바라본 후 포츠는 라커룸 밖으로 나갔다.

김홍준은 조용해진 라커룸 안에서 오마에를 쳐다봤다.

시선을 느낀 오마에가 김홍준을 흘낏 바라봤다.

오마에의 시선을 확인한 김홍준은 눈에 띄지 않게 오른손을 들었다.

그곳에 1따봉이 있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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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3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2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5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2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6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9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7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2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3 159 7쪽
»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8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8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30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7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1 2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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