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17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8.29 21:07
조회
1,851
추천
39
글자
11쪽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DUMMY

“이거 요구르트냐? XX 겁나 맛있네?”

철없는 오마에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김홍준은 게롤드와 오마에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 비극적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가?

그 생각만이 김홍준의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뭔 소리야!?”

사단은 훈련이 끝난 후에 벌어졌다.

훈련이 마무리 되고 모든 선수들이 라커룸에 모였을 때, 그때까지 용케 꼬리아에 대한 울분을 참고 있던 게롤드가 끝내 폭발했다.

내내 게롤드를 주시하고 있던 김홍준도 미처 막지 못 할 만큼 그 폭발은 갑작스러웠다.

“어떻게 내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내게 그럴 수가 있냐고!”

“야! 이러지마! 임마! 왜 이래!?”

뒤늦게 김홍준이 손을 뻗었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였다.

비극은 갑작스러웠고 또한 잔인했다.

김홍준과 오마에는 선수들이 한 가득 들어찬 샤워실 한켠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

갑자기 벌어진 소란에 비누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지만 그 누구도 비누를 주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용감한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책임져! 책임지라고! 내 인생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뭘 책임을 져!? 네 인생을 왜 내가 책임져!?”

오마에는 꼬리아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게롤드를 쳐다봤다.

“아... 말려야 하는데 말리고 싶지가 않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온수에 흠뻑 젖은 게롤드와 꼬리아를 보며 김홍준이 멍하니 대답했다.

“너 욕 안 해도 말 할 줄 아는구나?”

둘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멍하니 게롤드와 꼬리아를 바라봤다.

벌거벗은 둘이다.

샤워실이니 당연하다.

쏟아지는 물이 매끄러운 피부를 따라 떨어져 내렸다.

참 촉촉해 보인다.

그런 촉촉한 피부를 남자 둘이 맞대고 있다.

거의 백팔십에 이르는 한 남자와 백구십이 넘는 한 남자가 몸을 부비고 있었다.

수년간의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이 두 남자의 움직임을 따라 꿈틀대고 있었다.

빈틈없이 밀착되어 있는 두 남자를 보며 오마에가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 XX 더는 못 보겠다. 홍준, 어떻게 좀 해봐!”

“왜 나한테 그래? 꼬리아라고 가르쳐 준 건 너잖아.”

“XX XXX XX!”

김홍준은 덩치에 안 맞게 울며불며 꼬리아를 압박하고 있는 게롤드를 바라봤다.

앞뒤 전후 관계를 알고 있는 김홍준은 게롤드와 꼬리아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지만 다른 동료들은 달랐다.

샤워실에 있던 팀 동료들은 떨어진 비누를 슬금슬금 피하며 라커룸 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김홍준은 벌거벗은 채 저 둘 사이에 끼어드는 용기를 발휘하고자 노력했다.

분명히 지금 끼어들면 둘이었던 끈적끈적한 광경이 셋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언젠가 오해는 풀리겠지만 당장 오늘은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김홍준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 두려움에 가득 찬 동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음에서 당당한 기백이 느껴졌다.

쿵!

“억!”

넘어졌다.

바닥을 뒹굴며 옥신각신 하는 둘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무언가에 더 가까워져 있었다.

일순 김홍준의 발걸음이 미세하게 느려졌다.

망설임이 일었다.

하지만 이내 김홍준은 재차 마음을 단단히 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공연음란죄를 저질렀던 술 취한 취객 둘을 제압했던 경험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제 일은 선명하지 않은데 그 일 만은 아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선명한 기억을 지표 삼아 김홍준은 발걸음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끝내 목적지에 도달했다.

“게롤드, 그만해... 그만하라구. 꼬리아도 가정이 있는 몸이야. 더 이상 비극은 만들지 말자. 진정하고 일어나.”

“김! 넌 다 알잖아! 나와 꼬리아 사이의 일! 다 알고 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

“아니.. 그래 알기는 아는데...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하냐?”

“김! 네 놈이 원흉이냐!? 빨리 이 놈 떼어내!”

상황은 개판이었다.

잘못된 대화와 잘못된 이해로 인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 동료들의 시선이 김홍준의 등판을 때렸다.

꼬리아를 제압하고 있는 게롤드의 팔을 잡으며 김홍준이 말했다.

“게롤드, 일어나!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제대로 된 자리에서 해결을 보자! 그렇게 하는 게 좋아!”

“자리를 바꾼다고 일이 해결돼!? 꼬리아는 이미 일을 저질렀고! 나는 당했다고! 당했어! 당해버렸다고!”

벼락처럼 내질러진 외침에 꼬리아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그건 분명 게롤드에게 목이 졸려서만은 아니었다.

김홍준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꼬리아를 바라봤다.

“김! 빨리 이 놈 떼어내! 빨리! 아니면 입이라도 막아! 제발!”

처절했다.

게롤드의 밑에 깔려 발버둥 치는 꼬리아를 보며 김홍준은 뒤에 서있던 동료들을 쳐다봤다

“가만히 서있지 말고 도와!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니까! 빨리! 이 이상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려!”

꼬리아의 처절한 기분을 이어 받은 김홍준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설사 가해자라도 이런 식으로 죄과를 치러서는 안 된다.

오랜만에 김홍준의 경찰 정신이 살아났다.

그 의지가 전해졌는지 동료들이 주춤주춤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왔다.

게롤드의 어깨를 붙잡은 김홍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료들이 김홍준을 따라 게롤드에게 붙었다.

“놔! 놓으라고! 4년이야! 4년을 친구라 믿고 지냈는데! 으아아아악!”



“XX, 범인이 아니야?”

오마에가 꼬리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장소는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감독 사무실, 오마에, 꼬리아, 게롤드, 김홍준. 이 넷 앞에 알빈 반 브링크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단장인 프레야 가르시아가 서있었다.

프레야 가르시아의 눈길이 오마에를 향했다.

그 눈빛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던 오마에가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정적이 사무실 안을 휘감아 돌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들리는 건 꼬리아의 흥분된 호흡 소리와 알빈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몇 분 쯤 지났을 때, 침묵을 이겨내지 못한 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안소니...”

침묵을 견뎌내지 못한 건 게롤드였다.

언제나 당당했던 넓은 어깨가 지금은 축 쳐져 있었다. 열을 참는지 한참을 씩씩 대던 꼬리아가 게롤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말만 따라. 4년이야. 4년을 함께 했는데 날 못 믿냐? 샤워실에 뒹군...아니 그건 잊어버리고... 하여튼 그거보다 그게 더 화가 난다. 앞으로 날 믿고 경기장에 설 수 있겠냐?”

“그거야... 물론이지. 4년 간 내게 있어 너는 가장 믿을 만한...”

“입에 발린 소리 그만해.”

꼬리아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게롤드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홍준이 죄 지은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꼬리아, 책임은 내게 있어. 내가 잘못된 추리를 한 거야.”

김홍준의 말에도 꼬리아는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오마에가 불쑥 입을 열었다.

“XX 아직도 이해가 안 가네! 경기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지만 XXX 그 상황에서 뭔가 하려면 꼬리아 밖에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범인이 아닐 수 있는 거지!?”

억울하다는 목소리였다.

김홍준은 그런 오마에에게 눈치를 줬지만 오마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감독님, XX 설명 좀 해줘욥! 왜 XX 오마에가 범인이 아닌지!”

의자에 몸을 묻은 채 한참 동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알빈이 오마에의 질문에 손가락을 멈췄다.

메트로놈처럼 일정하게 울리던 소리가 멈추자 자연스럽게 넷의 시선이 알빈에게 집중됐다.

자신을 향한 네 명의 시선을 마주하며 알빈이 말했다.

“범인은 내가 아니라. 가르시아가 알고 있네.”

“단장이?”

그때까지 조용히 서있던 프레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예, 제가 알고 있죠.”

프레야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었다.

그건 추리라는 이름의 공상이 아닌 사실을 말하려는 자 특유의 자신감이었다.

김홍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프레야를 쳐다봤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김홍준의 질문에 프레야가 대답했다.

“어제요. 퇴근하고 나서 알게 됐죠.”

“하하... 저희가 괜한 헛고생 한 거군요.”

기껏 할아버지의 이름까지 걸었는데 결말이 시원찮았다. 그 사실에 허무함을 느끼며 김홍준이 계속해서 말했다.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애들 교육 문제로 대화를 나누다가요.”

“예?”

허무함을 만끽하고 있던 김홍준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건 사무실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러니까... 아줌마끼리 수다 떨다 알게 됐다 이겁니까?”

알빈의 질문에 프레야가 눈을 부릅뜨며 그를 쳐다봤다.

“아줌마면 안 되나요!? 수다면 무슨 문제가 되나요!?”

뾰족한 반응에 알빈이 헛기침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 사이로 마음이 급한 게롤드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누가 범인 입니까?”

게롤드의 질문에 알빈을 쳐다보고 있던 프레야가 팔짱을 풀며 대답했다.

“게롤드, 충격 받지 말아요. 당신 잘못도 있으니까.”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의문 섞인 시선이 프레야를 향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게롤드를 향해 프레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범인 바로...”

“XX 타임! 잠깐만!”

답이 나오려는 순간 오마에가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내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오마에를 향했다.

분위기에 초를 친 오마에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그 시선들을 마주했다.

“금방...XX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그때까지 XX 기다려....윽.”

그 말을 끝으로 오마에가 목발을 짚고 뛰쳐나갔다.

바람처럼 튀어나간 오마에를 바라보던 시선들이 프레야를 향했다.

“기다릴까요?”

프레야가 말했다.

김홍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화장실 간 놈이 잘못이죠. 계속 말해주세요.”

그 말에 프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바이러스에 감염 된 줄 알고 3일 간 컴퓨터로 온갖 생쇼를 했습니다.

 원인은 새로 산 키보드였습니다.

 프로그램 오류인지 자판이 멋대로 움직여서 컴퓨터를 조작하더군요.

 그 덕에 늦었습니다.

 여러분도 키보드 조심하세요.

 언제 이걸로 단편 하나 써야 겠습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퀴벌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리보기를 시작 했습니다. +2 14.11.04 1,897 0 -
공지 1권 분량을 완료 했습니다. +4 14.10.26 3,795 0 -
53 3장 그녀가 온다. (1) +1 15.10.05 1,368 26 9쪽
52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5) +8 15.09.23 1,179 36 7쪽
51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4) +4 15.09.19 1,412 31 7쪽
50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3) 15.09.15 1,268 23 8쪽
49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2) +9 15.09.12 1,622 35 7쪽
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3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2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4 29 10쪽
»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2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6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2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8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30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6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0 228 11쪽
26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5) +7 14.10.02 8,225 18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