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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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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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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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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772

작성
14.10.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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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장 목표는 같다. (1)

DUMMY

“너희가 꼴통이라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브리핑룸에 서른명이 넘는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 수석코치인 스티비 포츠가 서있었다.

마커보드에는 4141 기본 포메이션에 경기 중 움직임을 표시한 방향표가 그려져 있었다.

복잡한 전술표를 보며 선수들은 침만 흘리지 않고 있을 뿐 잠들기 직전의 개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어나! 전술도 없이 개처럼 뛰어다니고 싶나!”

포츠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몇몇 선수가 침을 삼키며 눈을 떴다.

그 안에서 김홍준은 프린트에 포츠의 지시 사항을 한글로 기록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서 멈춘 김홍준의 전술 이해도는 현재 알빈의 전술을 따라가는 것만도 벅찼다.

“제가 후방의 1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뛰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오른쪽의 꼬리아, 중앙의 코어페슈크와 계속 위치를 바꾸며 뛰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타이밍은 어떻게 판단하는 겁니까?”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아 김홍준은 손을 들어 질문했다.

선수들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포츠가 입 안에 마늘을 털어 넣은 듯한 표정으로 김홍준을 돌아봤다.

“자네는 자전거를 타고 방향을 꺾을 때, 다른 사람에게 어디로 꺾어야 할지 물어보며 꺾나?”

“예?”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건 자전거의 구조네. 그걸 몰아서 어떻게 달릴지는 자네가 판단해! 그런 멍청한 질문 하지 말고!”

빽 소리를 지르는 포츠의 모습에 찔끔하며 김홍준은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기록적인 2연속 5골차 이상 패배가 있고 5일째, 고참 선수들이 합류한 훈련은 시즌을 눈앞에 두고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점점 빡세지는 훈련 속에서 김홍준은 첫 계약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십년 가까이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달려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 중에 잉여인간이 되기 싫다면 집중해라. 자기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구는 인간은 아무리 잘났어도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잉여인간 일 뿐이다.”

김홍준은 프린트에 괄호 열고 잉여인간 괄호 닫고를 기록했다.

“8월이면 시즌이 시작 된다. 그 전까지 제대로 공부를 해놔. 시즌 시작을 벤치에서 시작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정규시즌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2개월을 정신없이 달려 계절은 이제 완연한 여름에 접어들어 있었다.

8월을 눈앞에 둔 7월, 김홍준은 포츠의 말에 더욱 각오를 다지며 마커보드에 집중했다.

복잡한 전술지시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전술표는 4141에서 442로 바뀌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훈련의 폭풍 속에서 김홍준은 잉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렸다.

설사 누군가 그런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예? 새로운 영입이요?”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단장인 프레야 가르시아는 구단주 사무실에 앉아 반문했다.

이적시장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몇몇 구단은 8월 말미까지 이적시장에서 정신없이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건 이례적인 일도 아니고 새삼 프레야가 놀라 반문해야 할 일도 아니었다.

다만 그게 감독이나 단장의 결정이 아닌 구단주의 독단 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번에 새로운 스폰서가 붙을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했었지요?”

멀끔한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의 대답에 프레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예... 그런데 그 이야기는 이미 엎어진 거 아니었습니까? 1부 리그 클럽과 이야기가 진행 되서 없었던 일로 한다고 들었는데요.”

“그게 이야기가 틀어져서 그쪽과도 계약이 엎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다시 저희에게 왔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런 이야기지요.”

간드러지는 구단주의 목소리에 프레야는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감독이 원했던 영입은 이미 모두 완료된 상황이었다. 카보베르데 국적의 중앙수비수 페르난도 네베스만이 가정 사정으로 아직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팀에는 부족한 포지션이 없었고 누가 영입되어도 잉여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프레야는 그 생각을 솔직하게 입에 담았다.

“그래요. 저도 그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럼 새삼 무슨 영입을...?”

구단주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이번 스폰서는 일본 회사에요.”

“예?”

“일본 선수를 영입해야 한단 말이지요.”

프레야는 얼빠진 표정으로 구단주를 쳐다봤다.

“혹시 그 요구 때문에 1부 리그 클럽과의 계약도 엎어진 건가요?”

구단주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프레야는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페르난도 네베스로 용병 카드 2장 중 한 장을 이미 썼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감독이 생각해두고 있는 선수에게 쓸 예정이었구요.”

구단주는 별 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프레야를 바라봤다.

“그런 선수가 있었어요? EU 가입국 출신이 아닌 선수가? 아~ 그 중국 선수 말인가요?”

프레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선수는 이미 이적 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선수는 다른 선수예요.”

구단주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프레야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불만스런 표정이 튀어나오려는 걸 억제하며 프레야는 말했다.

“한국인이고 현재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감독이나 수석코치의 말로는 꽤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시즌 시작 전까지 그 선수를 테스트 해 볼 요량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어투였다.

프레야는 난감한 심정이 되어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감독의 계획에 없는 영입이다.

분명히 뒷말이 나올 테고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감독의 주도권에 의문을 품는 선수들도 나오게 될지 모른다.

구단주와 감독의 사이에서 가장 원만한 답이 무엇일까 하고 프레야가 고민하고 있을 때, 구단주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돈보다 더 좋은 게 있나요? 팀의 승리에 필요한 건 좋은 선수보다 돈이에요.”

라이터가 켜지고 담배에 불이 붙었다.

구단주의 뒷모습을 보며 프레야는 생각했다.

그 말대로 프로의 세계에서 돈은 중요하다.

페르난도 네베스의 영입도 그 돈 때문에 몇 번이나 실패 할 뻔 했다.

그 외에도 돈만 있었다면 지금은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텔스타에서 뛰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작 몇백만원이 부족해 영입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대어들이 몇이었던가.

구단주의 말에 마음이 기울어갔다.

그때 이틀 전 밝은 표정으로 다가온 수석코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지금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 팀 전력도 이전 어느 때보다 좋고 조금만 다듬으면 승격도 가능 할지 모르겠어.’

어느 때보다도 의욕 넘치는 표정이었다.

이번 영입은 어쩌면 잘 짜여 진 팀에 균열을 내는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단정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

기울어 가던 마음이 다시 균형을 잡았다.

“대답이 없군요.”

프레야는 마음을 다잡았다.

“선수는 그 쪽에서 데려오는 거겠죠?”

“예, 영입 할 선수는 그 쪽에서 준비하겠다고 했어요.”

“포지션은 어디 입니까?”

“글쎄요. 음... 들었었는데.”

구단주는 담배를 입에 물고 한참을 고민했다.

담배 끝이 조금 줄어들었을 무렵이 되어서야 대답이 나왔다.

“오른쪽 풀백이라고 들었어요. 일본 2부 리그에서 뛰던 선수라고 했던가요?”

프레야는 그 포지션에 있는 소속 선수를 떠올렸다. 안소니 꼬리아 그리고 팀에서 육성한 로컬 유망주가 한 명 있었다.

영향은 이들만이 받는게 아니다.

6월초 처음 만났을 때, 입단 테스트를 결사반대 했던 한국인 선수 역시 리그 규정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쥬필러 리그에서 비EU 국적 선수 영입은 각 클럽당 2명만 가능하다.

페르난도 네베스에 한 장을 쓴다면 남는 카드는 한 장 뿐이다.

프레야는 한참동안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고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옷깃을 만지던 손길이 멈췄다.

“그 선수에게 한 달 간의 입단 테스트를 제의하죠.”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듣도 보도 못한... 그 어디죠? 그 어느 나라의 아시아 선수를 내보내면 끝 인 일인데요.”

“그 어느 나라의 선수가 팀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라면 단순히 한 선수 내보내는 일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구단주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생각을 들어보죠.”

“그의 입단 테스트 기간도 앞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일본인 선수도 함께 테스트를 받게 해서 둘 중 누가 더 필요한 선수인지 팀원들의 결정에 맡겼으면 합니다.”

“번거롭군요.”

“하지만 이게 최선입니다. 어차피 아마추어와 프로. 기량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죠. 최대한 마찰을 줄이면서 스폰서를 물어 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쓰는게 가장 무난하리라 생각됩니다.”

프레야는 할 말을 끝내고 구단주의 결정을 기다렸다. 대답 없이 의자에 앉은 구단주가 한참 동안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마찰열에 수염에 불이 붙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 할 무렵 구단주가 입을 뗐다.

“그것도 좋겠지요. 진행하세요.”

구단주의 허가가 떨어지고 프레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결말은 유튜브 스타의 손에 달린 일이었다.


작가의말

 

 일전에 언급했지만 실제 쥬필러 리그에서는 비 EU 국적 선수는 영입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용병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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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2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7 17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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