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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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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14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10.15 21:42
조회
7,187
추천
175
글자
7쪽

7장 목표는 같다. (4)

DUMMY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끝장을 봐야 할 때였다.

프레야의 시선이 오마에 나이를 향했다.



훈련 내내 사방신의 가호를 받은 김홍준은 녹초가 되어 숙소로 향했다.

새로 훈련에 참가한 오마에 나이와 페르난도 네베스는 여러 의미로 인상적인 선수들이었다.

짧은 미니 게임에서 오마에는 꽤 기술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괜찮은 운동능력 역시 과시했다.

이탈리아 세리아 A의 왼쪽 풀백인 나카토모 유토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쪽은 어떻게 봐도 일본인처럼 보이지만 이쪽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 정도였다.

김홍준은 길을 걸으며 오마에와 꼬리아를 비교했다.

둘의 실력은 어떠한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꼬리아가 위다.

나이 서른, 신체능력은 살짝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오마에에게 밀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플레이의 터프함과 수비시의 안정감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홍준은 횡단보고 앞에 멈춰 서서 오마에를 떠올렸다.

단 하루뿐이지만 오마에는 어린 나이답게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미니 게임 내내 그루브를 타며 흥겨운(?) 욕랩을 구사하는 건 거슬렸지만 그런 모습에 상반되게 꽤나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녀석이기도 했다.

플레이만 보면 우측 라인에서 뛰는 측면 공격수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둘의 장단점을 떠올리며 김홍준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횡단보도를 건넜다.

페르난도 네베스는 감독이나 구단 운영진이 심혈을 기울인 영입이다.

성격이 좀 괴상(?)하다 할지라도 올 시즌 내내 붙박이로 뛸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김홍준이 팀에 잔류하기 위해 반드시 밀어내야 할 선수는 오마에가 된다.

횡단보도를 건넌 후 김홍준은 보도 위를 걸으며 스톰포겔스 텔스타에 당장 필요한 포지션이 어디인가 생각했다.

미드필더?

오른쪽 풀백?

미드필더에는 현재 확고한 주전 선수가 세 명 있다.

주장인 프랑크 코어페슈크 그리고 케빈 반 에쎈, 시드 마스렉 이 세 명은 팀에서 입지가 가장 탄탄한 선수들이다.

주력 포메이션인 4141 전술에서 프랑크가 후방의 1의 자리에 케빈이 왼쪽, 시드 마스렉이 오른쪽 각각 한자리씩 차지할게 분명했다.

셋 중 한 명이 부상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는 이상 김홍준이 주전으로 뛸 확률은 낮았다.

노릴 수 있는 위치는 로테이션 즉 교체 자원이었고 김홍준 본인도 지금 당장은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김홍준의 계획도 오마에가 영입되게 되면 완전히 무의미한 생각이 된다.

현재 쥬필러 리그에서 각 팀에 주어진 비 EU 선수 영입이 가능한 용병 카드는 2장뿐이다.

스톰포겔스 텔스타에서는 네베스를 영입하며 한 장을 쓴 상태고 나머지 한 장을 두고 오마에와 김홍준이 싸워야 할 형편이었다.

상점에 들어가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고 김홍준은 자신이 로테이션 자원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FC오스로 떠나기 전 창 타오가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네 마법을 소중히 해.’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여자도 아닌데 무슨 그 날을 챙기란 말인가?

과연 공자의 나라에서 와서인지 하는 말마다 현학적이었다.

김홍준은 떠나간 창 타오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샌드위치를 받아 들고 밖으로 나간 김홍준은 길을 걸으며 빵을 씹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애매했다.

지나간 경기들에서 느꼈던 기묘한 감각들만이 아련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게 나의 무기 일까?“

모를 일이다.

모를 일이지만 김홍준은 거기에 단서가 있을 거라 여겼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선명했지만 지금은 모호해진 그 감각을 떠올리며 김홍준은 샌드위치 봉투를 구겨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노골이었다.

옆에서 공놀이를 하던 아이가 비웃음을 흘렸다.

약간 붉어진 얼굴로 쓰레기통에 다가간 김홍준은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서둘러 쓰레기통을 벗어나며 김홍준은 급히 고민을 이었다.

결코 아까전의 추태가 부끄러워서는 아니다.

결코 아니다.

김홍준은 골목으로 들어서며 연습경기에서의 도움과 독일팀과의 골을 떠올렸다.

그때의 감각이 아릿하게 심장을 자극했다.

그게 무기라면 서둘러야 했다.

오마에 나이의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 자리는 현재 꼬리아와 팀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의 어린 선수가 맡고 있다.

사실상 김홍준보다 경쟁이 수월한 편이고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지는 명약관화 했다.

어느새 도착한 숙소 앞에 서서 김홍준은 문손잡이를 잡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명확한 답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당장 해야 할 일을 몸이 원하고 있었다.

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떼며 김홍준은 축구공을 들고 골목으로 향했다.

아직 해는 저물지 않았다.

공 좀 찬다고 저번처럼 빵을 던지지는 않겠지.

김홍준은 공을 발에 얹으며 일전의 골목을 향해 달려갔다.



프레야 가르시아는 음모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때 변호사로 일했지만 수입이 안 좋았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범죄자의 의뢰를 받지 않았고 뒤가 구린 사업가의 의뢰도 받지 않았다.

구린 걸 싫어했고 비겁한 걸 싫어했다.

당연히 음모라면 질색을 했다.

그 덕에 가정을 책임지는 건 남편이어야 했다. 대부분의 생활비를 남편이 책임졌고 자식들의 교육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싫은 소리 한 번 안하던 남편이었다.

프레야는 단장 사무실에 앉아 벽을 바라봤다.

11년째 보아온 벽이었다.

저 벽을 등지고 남편에게 몇 번이나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가자, 암스테르담 소재의 클럽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을 때는 왜 제의를 거절 했냐며 닦달을 했었다.

이기적이었다. 이기적이었는데도...

그때마다 남편은 유한 웃음을 보이며 이곳이 좋다고만 했었다.

절대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그 웃음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프레야는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열쇠를 들어 서랍을 열었다.

안에서 검은색 파일을 꺼내 책상에 올려두고 프레야는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봤다.

구단주가 끝내 또 한 번을 선을 넘는다면 그때 이걸 사용하게 될 것이다.

5년 전 남편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프레야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게 지금은 세상에 없는 남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파일을 쓸어보던 눈길을 돌려 전화를 들었다.

프레야는 힘주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프레야 가르시아는 음모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일을 하는 걸 좋아한다.

신호가 가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프레야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호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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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3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1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4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1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6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2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8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30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6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0 2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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