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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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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395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8.22 06:00
조회
1,967
추천
38
글자
8쪽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DUMMY

그런 그녀의 손에는 숟가락이 들려있었다.

숟가락에는 요구르트가 한 가득 담겨져 있었다.



“상한 요구르트라도 먹은 거 아냐?”

“요구르트도 상해? XX 안상하지 않나?”

“우유가 썩으면 요구르트 되는 줄 아는 놈이네.”

“XXX 아니야?”

“발효 과학을 무시하지 마라.”

김홍준과 오마에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둘은 티격태격하며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모니터 안에서는 정규 시즌 첫 경기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일전에 경기분석을 위해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분석팀에게 부탁해 복사해온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경기장을 뛰쳐나가는 게롤드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김홍준과 오마에의 시선이 쫓았다.

“연기는 아니네. XX 저 표정은 연기 일 수가 없어.”

“그래, 저게 연기면 괄약근까지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럼 그건 진정한 메소드 연기라 할 만하지.”

“메소드가 뭔데?”

김홍준은 어리석은 자의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라커룸에서 보았던 게롤드의 절실한 표정과 행동을 떠올렸다.

그래, 그건 연기 일 수 없다.

속임수(?) 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배제하고 김홍준은 게롤드가 말했던 가정에 대해 생각했다.

“뭐, 음모까지는 아니겠지만...”

혼잣말을 하며 김홍준은 동영상 프로그램을 조작해 후반전이 막 시작되는 부분을 틀었다.

교체 선수 없이 시작된 후반전, 스톰포겔스 텔스타는 상대팀을 압도하며 경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경기 스코어는 1:0으로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리드였다. 김홍준은 경기 내용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기계처럼 정교하게 운용되는 전술이 인상적이었다. 그때까지 장난기가 어려 있던 오마에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경기가 30분 정도 진행 되었을 때,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진영에서 교체 신호가 나왔다.

몸을 풀던 김홍준이 라인 앞에 섰다.

“올 데뷔전~.”

오마에가 옆에서 김홍준의 어깨를 쳤다.

김홍준은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하지만 실룩이는 입꼬리는 어쩔 수 없었다.

케빈 반 에쎈이 나가고 김홍준이 투입되었다.

관객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바퀴벌레, 바퀴벌레’ 하는 함성이 새어나왔다.

김홍준의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여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투입되고 십 분간 김홍준은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인테르 때의 신들린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볼을 다루는 모습도 안정되어 있었고 패스도 시의적절 했다.

김홍준이 자신의 플레이를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일이 벌어졌다.

상대팀의 공격을 막아낸 게롤드가 잡은 공을 라인 밖으로 집어 던지고 벤치를 향해 뛰어갔다.

갑작스런 행동이었다.

벤치로 달려간 게롤드는 감독과 몇 마디 말을 나누나 싶더니 바로 경기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황당한 상황으로 인해 경기장에 소란이 일었다. 관객석에서 흘러나오는 소란 속에서 감독 이하 코치들의 얼굴도 당혹감에 물들어 있었다.

심판이 스톰포겔스 텔스타 벤치로 다가가 의견을 조율했고 이내 퇴장이 결정되었다.

게롤드의 퇴장이 결정된 직후 김홍준이 동영상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X 왜? 멈춰?”

오마에의 질문에 김홍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숨을 골랐다.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시킨 후 김홍준의 손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동영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게롤드가 퇴장 한 직후 벤치 주변에 모여 있던 선수들이 감독에게 지시를 받고 다시 경기장으로 흩어졌다.

김홍준을 마지막으로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태였기에 경기장에는 열 명의 선수들만이 존재했다.

전술의 변화는 불가피했다.

우측 측면 수비수인 안소니 꼬리아가 골키퍼 자리로 이동했고 그 빈자리를 김홍준이 채웠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오 마이 가뜨....”

오마에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 안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골키퍼 장갑을 낀 안소니 꼬리아는 의외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측면 수비수 특유의 순발력으로 어찌어찌 상대 팀의 슛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문제는 꼬리아가 빠진 우측 수비수 자리였다.

댐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상대팀의 공격 물꼬가 우측을 향해 미친 듯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모니터를 쳐다보던 김홍준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신음을 흘렸다.

그런 김홍준을 대신해 전문 우측 측면 수비수인 오마에가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

김홍준이 수비하는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장면 같았다.

상대팀 측면 공격수의 헛다리 짚기에 몸이 무슨 가을바람에 휘둘리는 갈대 마냥 좌우로 흔들렸다.

거기서 끝났다면 괜찮았겠지만 그 이후가 더 문제였다. 마치 바나나라도 밟고 미끄러진 것처럼 하반신과 상반신이 따로 놀며 바닥을 뒹굴었다.

잔디에 처박힌 얼굴을 들어 뒤늦게 공을 쫓아가는 근성을 보였지만 그런 모습이 비참함에 기름을 부었다.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3회 앞구르기를 시전 하는 부분에서는 오마에 마저 손으로 입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장면이 인저리 타임까지 계속 되었고 끝내 골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그라운드에 서있는 선수들이 모두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부분에서 영상이 끝났다.

“끝났냐?”

김홍준의 조심스런 질문에 오마에가 말없이 어깨를 처주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슬며시 손을 내린 김홍준은 정지된 화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된 화면 속에 흙범벅이 된 김홍준의 얼굴이 비쳐지고 있었다.

김홍준과 오마에는 한 동안 말없이 모니터를 쳐다봤다.

침묵이 부담스러워질 시점에 오마에가 입을 열었다.

“XX 침울해 하지 말라고! 뭐라도 마실래?”

냉장고를 여는 오마에를 모니터 너머로 바라보며 김홍준이 말했다.

“새삼 영상을 보니.... 알겠어. 여기에는 어떤 카르마... 그러니까 인과성이 존재하는 거야. 게롤드의 퇴장으로 나는 머저리가 되었고 그 원흉인 게롤드가 내게 의뢰를 해왔다... 그래, 이건 카르마다.”

뜬금없는 말에 미친놈 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오마에는 도르륵 움직이는 김홍준의 눈동자에 급히 표정을 수습했다.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김홍준에게 내밀며 오마에가 말했다.

“그래, 뭐...XX 그게 편한다면...뭐 그런 거겠지. 일본에도 이런 속담이 있지. 붉은 공 뒤에 파란 공 있다고 말이야.”

“그게 뭐냐? 빨간 휴지, 파란 휴지냐?”

실없는 대화가 오간 후 조금이나마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된 김홍준이 주스를 원샷한 후 다시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XX 계속 할 생각이냐?”

김홍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참 안하면 안 될 것 같은 비장감에 오마에도 표정을 굳혔다.

후반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2시간 후 공포영화라도 본 것처럼 진이 빠진 얼굴로 김홍준이 입을 열었다.

“꼬리아... 안소니 꼬리아...”

“XXXX 너도 그렇게 생각해?”

푸석푸석한 피부에 반해 환하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봤다.

김홍준이 오마에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범인은 안소니 꼬리아 일지도 몰라!”

확신에 찬 김홍준의 목소리에 오마에가 동의하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창을 통해 석양이 비춰들었다.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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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2) +9 15.09.12 1,621 35 7쪽
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2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1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3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1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5 35 9쪽
»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399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0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7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28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39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5 19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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