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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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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399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9.01 17:26
조회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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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0쪽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DUMMY

김홍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화장실 간 놈이 잘못이죠. 계속 말해주세요.”

그 말에 프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롤드는 현관 앞에 섰다.

뭔가 고민이 있는 듯 한참을 현관 앞에서 망설이던 게롤드는 이내 열쇠를 현관문에 꽂고 안으로 들어갔다.

열쇠를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복도를 지나자 거실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내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먹다 남긴 과일이 놓여 있었다.

게롤드는 소파 뒤에서 그 정경을 쳐다봤다.

아내의 뒤통수를 계속 바라봤다.

현관에서처럼 게롤드는 망설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는데 아내가 게롤드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뒤통수가 아내의 얼굴로 바뀌었다.

“왔어요? 왜 그렇게 서있어요?”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가 말했다.

마치 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고 억지로 주장하는 듯한 표정이라고 게롤드는 생각했다.

게롤드는 아내의 표정을 바라보다 가방에서 물통을 꺼냈다.

아내의 표정이 미미하게 흔들리는 걸 게롤드는 목격했다.

그 표정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손을 뻗었다.

게으른 행동이었다.

신혼 일 때와 같은 귀여움이 묻어나는 행동이기도 했다.

철없는 어린 아이를 연상시키는 그 행동을 보며 게롤드가 말했다.

“왜 그런 거야?”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알아 들은 모양이었다.

뻗었던 손을 슬그머니 내리며 아내가 말했다.

“몰라서 물어요?”

또 다시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었다.

게롤드는 정말 몰라서 또 물었다.

“어, 몰라. 남편 물통에 설사약 넣는 마누라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약간 격앙된 어조로 게롤드가 말했다.

게롤드의 아내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게롤드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게롤드를 향해 말을 쏟아냈다.

“처음 결혼 했을 때, 내가 말했죠? 당신이 잘못하면 당신 물통에 설사약 넣을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요? 그래서 실행한 거에요. 당신이 잘못했으니까. 약속한 대로 설사약을 넣은 거뿐이라구요!”

게롤드는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 아내의 말에 미간을 찡그렸다.

당최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처음 프레야 가르시아에게 아내가 범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해 할 수 없었는데 아내를 만나니 더 오리무중이었다.

게롤드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래, 남자는 항상 불리하면 침착해지지. 아니 침착한 흉내를 내는 건가?”

아내의 비아냥에 게롤드의 의문은 더욱더 깊어져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던 여자가 오늘은 마치 다른 여자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진짜고 어느 쪽이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비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둘 다 그녀의 모습이다.

다만 한 쪽 모습을 게롤드가 경험한 적 없을 뿐인 것이다.

“아니, 잠깐만... 도대체 내게 불리한 일이라는 게 뭔데? 애초에 설사약 먹을 잘못을 했다는데... 도대체 그게 뭔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을 좀 해줘.”

게롤드의 아내는 게롤드의 손에서 물통을 낚아챘다. 물통이 게롤드의 코앞에서 왔다갔다 움직였다.

“아직도 변명이군요? 정말 몰라서 그래요? 정말 몰라서!?”

금방이라도 얼굴을 가격 할 것처럼 격하게 움직이는 물통을 바라보며 게롤드가 말했다.

“정말 모른다니까! 모른다고!”

게롤드는 의미심장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프레야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녀는 범인은 아내다 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유를 물었을 때 그건 아내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냥 말해주면 될 걸 왜 여자들은 모든 상황에 의미를 부여 하려는 걸까?

게롤도는 한숨을 내쉬며 아내를 쳐다봤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문기술자처럼 원하는 대답만을 요구 할뿐, 왜 그 대답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지를 않았다.

그 덕에 게롤드의 고통만 가중되어 갈 따름이었다.

“모른다구요!? 정말!? 당신 정말 이런 사람이었어!? 끝까지 모른 척 할 거야!? 나 빼고 다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었다고!”

아니 그러니까 뭘?

게롤드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내뱉지 않았다. 다년간의 연애 경험을 통해 게롤드는 알고 있었다.

시니컬한 어조의 반문은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게롤드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나도 알고 싶어서 그래, 이 마을에서 내가 공식 똥싸개가 된 이유가 뭔지 나도 정말 알고 싶어. 알고 싶다고!!”

애써 침착하게 말하던 게롤드는 결국 똥싸개 부분에서 감정을 참지 못했다.

평소 최후방에서 수비진을 조율하던 목청이 터져 나왔다.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일순 게롤드를 쳐다보던 아내의 표정이 무슨 정지화면처럼 굳어졌다.

아내의 표정을 본 순간 게롤드는 아차 했다.

하지만 상황은 아차 하는 순간 이미 늦어 있었다.

무표정하게 서있던 게롤드의 아내가 언제 싼 건지 소파 옆에서 짐가방을 꺼내 들었다.

그 갑작스런 행동에 게롤드가 벙쪄 있을 때, 아내가 말했다.

“끝까지 모른 척 하겠다는 거죠? 그래요. 그렇게 해요.”

그렇게 말하며 게롤드의 아내는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내가 신발을 신을 때가 되어서야 게롤드는 뒤늦게 아내를 쫓아갔다.

“왜 이래? 정말 몰라서 그런 거지. 당신 보고 나가라는 게 아니었잖아!”

게롤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신발 끈을 동여 맺다.

자리에서 일어난 게롤드의 아내는 가방을 들고 말했다.

“어디 그 년하고 잘 해봐요. 집 비워 줄 테니까. 어디 호텔가지 말고 집에서 해보라구요!”

그 말을 끝으로 게롤드의 아내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떠나가는 아내를 보며 게롤드는 멍하니 서있었다.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여자하고 잘 해보라는 말이지?

여자라는 말 한 마디에 슬립 다운 당한 게롤드가 망부석처럼 가만히 서있을 때, 아내는 문손잡이를 당겼다.

문이 닫힐 때, 이미 아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아니, 그런다고 또 날 찾아 오냐?”

김홍준은 훈련이 끝난 텅 빈 라커룸 안에서 게롤드를 올려다봤다.

게롤드는 김홍준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홍준은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야, 너도 봤잖아? 난 탐정감이 아니야. 할아버지 명예를 걸었지만 명예에 먹칠만 했잖냐.”

“네 할아버지 명예는 관심 없어.”

딱 부러지는 대답이었다.

김홍준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야 뭐 그렇기는 하지... 어찌되었든 내 말은 말이야. 내가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거야. 오마에가 어떻게 소문을 내고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있을 때, 나는 말단 중의 말단이었다니까.”

게롤드는 김홍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이제 수긍하고 물러나겠구나 안심한 김홍준은 반대쪽 신발을 신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때 게롤드가 말했다.

“너 이혼 경험 있다고 했지?”

“엉?”

김홍준은 게롤드를 쳐다봤다.

“그건 또 어디서 들었냐?”

“오마에.”

대부업체 대출 창구 같은 놈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막 털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김홍준은 신던 신발을 바닥에 내팽게 쳤다.

“아니 그 놈은 왜 그런다니?”

“김, 부탁이야. 네 경험을 살려서 내 아내 좀 설득해줘.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자꾸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야, 나도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이혼한 남자야. 뭘 어쩌라고... 네덜란드에도 변호사 있잖아. 변호사 찾아가.”

“그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해. 안 통한다구.”

김홍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통할 거란 그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거냐?”

“부탁이야. 김, 이 상태면 똥싸개고 뭐고 축구 자체가 눈에 안 들어온다고... 팀을 위해서라 생각하고 좀 도와줘!”

또 다시 라커룸을 주먹으로 때리고 있는 게롤드를 보며 김홍준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다음 정규 시즌 경기가 이틀 밖에 안 남았다. 이번 경기는 정말 승리가 중요한 경기였다.

김홍준은 무심한 눈길로 조금씩 찌그러져 가는 라커룸을 쳐다봤다.

두 번째 겪어보니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지구대에 근무 할 시절 항상 목격했던 게 이런 일들이었다.

취객들의 기물파손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그런 취객들 중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광하는 청춘들도 있었다.

김홍준은 게롤드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었다.

게롤드의 얼굴이 의자에 처박혔다.

“앞으론 남한테 부탁 할 때, 주먹질 하지 마라.”

의자에 얼굴을 처박힌 채 낑낑 대던 게롤드는 그 말에 작게 고개 짓을 했다.

“그럼 도와주는 거냐?”

의자에 얼굴을 처박혔음에도 게롤드는 환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김홍준은 손목을 풀어주며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내 18번은 수사가 아니라 중재더라.”

대한민국 취객들의 주사를 떠올리며 김홍준은 자리에 앉아 신발을 신었다.

“그 인간들에 비하면 이건 초딩 화해시키는 수준이지.”


작가의말


  아마 다음 편이 2권 1장 마지막편이 될 것 같습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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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0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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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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