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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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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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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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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772

작성
15.08.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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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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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9쪽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DUMMY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게롤드는 훈련장에서 동료들을 바라봤다.

괜한 피해의식인지 동료들의 눈빛이 따가웠다. 동료들의 눈빛을 슬슬 피하며 게롤드는 골대로 걸어갔다.

훈련을 위해서였다.

골대까지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는 중에 게롤드의 뒤에서 한 사람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흠칫 떨며 게롤드는 등 뒤를 돌아봤다.

수석코치인 스티비 포츠였다.

대머리에 햇빛이 반짝였다.

눈가를 찌푸리며 게롤드는 포츠를 바라봤다.

“프로메스, 어때? 훈련은 할 만 한가?”

평소 포츠는 게롤드에게 말을 많이 거는 편이 아니었다.

4년이라는 꽤 긴 시간을 한 구단에서 보냈지만 직장 동료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고 사실 그 이상의 관계가 될 이유도 없었다.

수석코치라고는 해도 포츠가 구단의 모든 선수를 지도하는 건 아니었다.

골키퍼에게는 골키퍼 전담 코치가 있었고 수비진에는 또 수비 훈련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수비 코치가 있었다.

포츠는 각 분야의 코치들에게 감독의 의향을 전달하고 코치들의 의견을 감독에게 전하는 중간자 적인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계약 사원과 과장이 친구 먹고 함께 사우나 가는 건 판타지 소설에나 있는 이야기다.

게롤드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며 포츠의 질문에 대답했다.

“예, 뭐, 괜찮습니다.”

사실 전혀 괜찮지는 않았지만 일단 괜찮다고 해야 했다.

게롤드의 어색한 표정을 쳐다보며 포츠는 직감적으로 게롤드가 전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

포츠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했다.

“지난 일은 너무 마음에 두지 말게. 나도 어렸을 때는 똥오줌 못 가려서 어머니께 자주 혼났지.”

“예?”

게롤드의 구겨진 얼굴을 본 포츠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재차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런 걸세. 모두 다 자네 같은 경험 한 둘쯤은 있는데 굳이 마음에 두고 살 필요 없다는 거지. 1~2년 지나면 다 잊을 걸세.”

낙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하는 포츠를 보며 게롤드는 생각했다.

유벤투스의 한 선수는 아직도 X폰이라 불리며 인터넷에서 놀림감이 되고 있다.

그가 엉덩이를 싸잡고 경기장을 뛰어나가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은 아직도 인터넷 상을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실제로 게롤드 자신도 인테르 전이 끝난 이후 다시 찾아보기 까지 했었다.

물론 게롤드가 그 선수만큼 유명한 건 아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분명히 두고두고 화자 될 게 분명했다.

선수가 어떤 축구화를 신고 유소년 시절에는 어떤 별명으로 불렸는지까지 기억하는 서포터들의 변태성을 생각해보면 그건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하드에 쌓아두고 보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진저리 처지는 상상에 오한을 느끼며 게롤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네 어디 안 좋나? 설마 지금 마려...?”

“절대 아닙니다.”

오한에 몸을 떨면서도 게롤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단호함에 입맛을 다시며 포츠는 조심스레 게롤드를 쳐다봤다.

올 시즌은 포츠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팀 성적 여부에 따라 영원히 2부 리그 수석코치로 남느냐 감독이 되느냐가 정해 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중요한 시즌의 2경기를 날려 먹은 선수가 눈앞에 있었다.

게롤드를 보며 포츠는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앞의 2경기와 같은 추태를 보일 싹수가 보인다면 다음 경기를 대비해 후보 골키퍼 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슬쩍 게롤드를 살핀 후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팀닥터를 찾아가게. 알겠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포츠는 몸을 돌렸다.

게롤드는 멀어져가는 포츠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감에 굳어있던 어깨가 힘이 풀리며 축 내려갔다.

포츠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골대로 향하려던 게롤드의 눈에 김홍준이 들어왔다.

훈련장의 반대편에 김홍준은 오마에와 함께 있었다. 둘은 훈련장 구석에 모여 쑥덕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쫓던 게롤드는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김홍준은 꼬리아를 쳐다봤다.

꼬리아는 코어페슈크 곁에 붙어 훈련에 열심이었다.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경기 중에 써먹을 연계 플레이를 연구 중 인 듯 했다.

공을 주고받는 둘을 보고 있을 때, 오마에가 목발에 몸을 기대며 말을 걸어왔다.

“저 XX가 범인 같지? 너도 동영상 봤잖아. 저 XX 맞아.”

오마에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김홍준은 꼬리아를 유심히 쳐다봤다.

동영상에서 꼬리아가 보였던 의심스런 행동들이 떠올랐다.

경기 내내 골대 주변을 알짱거리며 골포스트에 놓여있는 스포츠 음료를 마시던 모습.

경기 전반까지만 해도 스포츠 음료를 마시지 않다가 후반에 들어서자 거의 시간만 낫다 싶으면 스포츠 음료를 마시기 위해 골대로 다가갔다.

동영상 속에서 꼬리아는 2경기 내내 그런 행동을 반복했고 그건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었다.

수비수들 중에서도 유별나다 싶을 정도의 빈도였다.

김홍준은 오마에에게 물었다.

“라커룸은 뒤져 봤냐?”

비교적 훈련 시간이 자유로운 오마에에게 김홍준은 준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행동을 지시했다.

오마에는 마치 그게 당연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별 거부감 없이 받아 들였다.

오히려 한 술 더 뜨기까지 했다.

“라커룸만? XX 집 정도는 털어줘야 하지 않겠어?”

비록 경찰 조직으로부터 떨궈져 나온 몸이었지만 그렇다고 준법정신까지 내팽게 칠 생각은 없었기에 김홍준은 오마에의 의견을 묵살했다.

“뒤져봤는데 별 거 없었어. 그런데 주변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화가 있던 건 확실해. 예전에 경기 중에 싸운 적도 있고...XX 지독한 놈이야. 오랜 시간 원한을 품고 있었다는 건데.. XX 그러니 그런 교묘한 방법을 쓴 거 아니겠어?”

옆에서 들려오는 오마에의 대답에 김홍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꼬리아를 바라봤다.

저 사이비 리얼 아약시드가 무슨 목적으로 게롤드를 음해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김홍준은 반드시 그 이유를 찾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그 둘의 뒤로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진도는 어때? 다음 경기까지 3일 남았는데.”

게롤드였다.

김홍준은 시선을 들어 게롤드를 쳐다봤다.

게롤드의 표정에는 절실함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그새 또 무슨 일이 있었나 추측 하면서 김홍준은 고개를 돌려 꼬리아를 쳐다봤다.

말없이 꼬리아를 쳐다보는 김홍준의 행동에 재차 답을 요구하려던 게롤드는 이내 김홍준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눈치 챈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설마? 코어페슈크가?”

코어페슈크를 보는 게롤드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에 오마에가 입을 열었다.

“아니 XX 그 쪽이 아니라 저 쪽.”

게롤드의 시선이 코어페슈크의 왼쪽을 향했다.

“설마? 꼬리아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표정이었다.

김홍준은 충격을 받은 게롤드를 보며 말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심증 일 뿐이지.”

“어떻게...어떻게 내게... 이럴수가...”

충격에 김홍준의 말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김홍준은 4년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동료들 사이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곁에서 오마에는 충격을 받아 굳어진 게롤드를 쳐다봤다.

오마에의 눈에 게롤드의 오른손에 들린 물통이 들어왔다.

“XX 이거 좀 마셔도 되냐?”

게롤드에게서 답은 없었다.

오마에는 그걸 허락을 알아듣고 게롤드의 손에서 물통을 뺏어 들었다.

물통 뚜껑을 단숨에 열어 재낀 오마에는 물통을 입에 대고 내용물을 한 입에 들이켰다.

목이 말랐는지 몇 차례 목울대가 움직이자 내용물이 바닥났다.

“이거 요구르트냐? XX 겁나 맛있네?”

철없는 오마에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김홍준은 게롤드와 오마에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 비극적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가?

그 생각만이 김홍준의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타 및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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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1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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