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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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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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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400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9.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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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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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8쪽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3)

DUMMY

팀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일신의 평화를 위해 김홍준은 고민했다.



마이크 우드맨은 유리몸으로 불렸다.

2년 전 미국에서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로 이적해 왔을 때만 해도 마이클 우드맨의 전망은 밝기만 했다.

우드맨의 주변인들도 우드맨이 페예노르트를 찍고 유럽 빅리그로 진출 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건 마이클 우드맨도 마찬가지였다.

유로파 리그 데뷔 경기에서 한 잉글랜드 클럽을 맞아 태클 한 방에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마이클 우드맨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일 이후 우드맨은 1개월의 재활을 거쳐 경기장에 복귀 했지만 어째서인지 데뷔전 이후로 유리몸이라는 불명예가 따라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거군. 유리몸 낙인이 찍힌 이후 유독 반칙을 걸어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런 거지?”

꼬리아의 반문에 우드맨이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홍준이 꼬리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넌 선수 생활 오래 했으니까. 나름 노하우가 있을 거 아냐?”

김홍준의 질문에 꼬리아는 턱을 쓰다듬으며 우드맨을 바라봤다.

“유리몸이라는 게... 참... 힘들지. 3년인가? 4년 전인가? 이 녀석처럼 유리몸으로 불리던 녀석이 있었는데 집중 견제가 장난 아니었어.”

“그렇게 심각한 거냐?”

“동네에서 약한 놈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되냐? 집중적으로 괴롭힘 당하잖아? 그거와 똑같은 거야. 거기다 스포츠라는 게 그래. 철저한 남자의 세계지.”

“마초이즘이군.”

“마초 뭐?”

김홍준은 꼬리아의 질문을 넘겼다.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거냐?”

“벗어날 방법이야 있지.”

“뭔데?”

“강하다는 걸 증명하면 돼. 너 같은 새끼들이 태클 암만 해봤자. 내 몸에 기스 하나 못 낸다는 걸 증명 하면 되는 거야.”

“그게 안 되니까. 이러고 있는 거잖아.”

꼬리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김홍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열심히 몸 만들어. 아니면 메시처럼 함부로 범접하지를 못하게 만들 던가. 어차피 축구란 적자생존이야. 강해져야 돼.”

꼬리아의 냉정한 대답에 김홍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 일어서는 우드맨을 보며 김홍준이 말했다.

“항상 생각했는데... 넌 진짜 도움이 안 된다.”

눈을 치뜨는 꼬리아를 피해 김홍준과 우드맨은 라커룸 밖으로 도주했다.



“강해져야 한다고? 그건 삼류들이나 생각하는 방법이지. 맨~”

김홍준은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창가에 앉아 있는 오마에를 쳐다봤다.

우드맨의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고민하다 자신보다 경력이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듣기로 마음먹은 김홍준은 그날 밤 이후로 우드맨과 함께 동료들을 찾아 다녔다.

그 첫 번째가 팀내 군기반장인 꼬리아였고 두 번째가 장기 부상의 산증인 오마에였다.

아무래도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오마에를 찾는 게 우드맨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선택한 만남이었다.

김홍준은 꼬리아와 전혀 다른 논리를 설파하는 오마에를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는 거냐?”

오마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꼬리아의 대답은 매우 근시안적이지. 요 맨~ 들어봐. 축구란 비즈니스야. 그건 축구공을 차는 놈들 역시 마찬가지지. 그들은 승리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근육질의 비즈니스맨이라 이거야. 그런 하이에나 같은 녀석들에게 있어 유리몸이라는 건 매우 군침 도는 먹이지. 이해했섭!?”

김홍준의 곁에 앉아 있던 우드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북목을 하고 있는 소심한 우드맨을 쳐다보며 오마에가 계속해서 말했다.

“쉽게 경기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놈이 있다면 말야. 맨~. 그 기회를 놓칠 녀석은 별로 없단 말이지. 퇴장 시키는 것보다 더 손쉽게 상대 전력을 떨어트릴 방법이 바로 상대를 백보드에 실려 보내는 거란 말이야. 상대에게 쉬운 먹잇감으로 낙인 찍혔다면 방법은 하나야. 잘 들어. 이건 너희에게만 가르쳐 주는 거니까!”

오마에가 고개를 쭉 내밀었다.

김홍준과 우드맨도 오마에를 따라 고개를 쭉 내밀었다. 어쩌다보니 밀담이라도 나누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되어있었다.

오마에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져.”

“뭐?”

벙찐 표정으로 김홍준이 되물었다.

오마에가 재차 말했다.

“조지라구. 맨~.”

김홍준은 한차례 헛웃음을 흘린 후 오마에를 쳐다봤다.

“야, 이 새끼야. 그게 꼬리아하고 뭐가 달라!?”

오마에는 김홍준의 반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다르지. XX 꼬리아는 수동적이지만 난 능동적이잖아.”

“능동적 좋아하네. 야, 그게 조폭이지. 프로 선수가 할 짓이냐?”

오마에는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이래, 쿵푸킥 몰라? 상대 무릎 아작 내고 퇴장 당한 로이킨 몰라? 보복의 미학을 이해 못해? 맨~ 얌전한 방법으로는 유리몸이라는 굴레에서 못 벗어나.”

“그럼 너는 부상 나으면 네베스에게 바로 태클 날릴 거냐?”

오마에는 정곡을 찔린 듯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오마에를 보며 김홍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 놈, 이거 위험한 놈일세. 내가 미쳤지. 너 같은 놈에게 조언을 구하다니.”

김홍준은 우드맨을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을 벗어나는 둘을 보며 오마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김! 보복의 미학을 받아 들여! XX 보복은 진리야! 진리라구! 매애앤~!”



오마에의 복음을 뒤로 하고 김홍준과 우드맨은 다음 상담을 위해 집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도보를 걸으며 김홍준은 유리몸에 대한 꼬리아와 오마에의 해결책을 떠올렸다.

본심을 말하자면 김홍준은 그 둘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정답이라고도 여기지 않았지만 하나의 수단으로서 그 둘의 생각은 어느 정도 옳은 면이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김홍준이 그 둘의 생각에 반발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 시키는 것에 대해 김홍준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경찰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부감은 더 먼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홍준은 어제 꿨던 악몽이 재차 떠오르자 고개를 흔들어 그 기억을 털어냈다.

그렇게 김홍준이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따라 걷고 있던 우드맨이 말을 걸어왔다.

“오마에 나이의... 방법... 어때? 나는 그게... 좋을 것 같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우드맨의 목소리에 김홍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보복하자고?”

우드맨은 김홍준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홍준은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길게 이어진 도보가 펼쳐져 있었다.

도보를 따라 걷는 행인들을 보며 김홍준은 입을 열었다.

“페예노르트 시절 데뷔 전에서 부상당하고 그 후로 몇 번이나 부상당했다고 했었지? 5번인가? 그게 1년 동안 당한 거지? 1~3개월씩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상이었고? 수술도 2번 이상 받았다고 했던가? 내 말이 맞냐?”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우드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충실히 대답했다.

“그러다 어찌어찌 스톰포겔스 텔스타로 흘러들어 왔고? 1년 가까이 재활을 했지?”

우드맨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마에 말대로 보복을 한다 손 치면 넌 최소 5번은 상대 선수 다리를 아작 내야 돼. 그걸 네가 할 수 있겠냐?”

우드맨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김홍준은 한 숨을 내쉬었다.

“보복이라는 게 그 순간은 좋아도 결말이 안 좋아. 내가 경험자니까. 잘 안다.”

우드맨이 토끼눈을 뜨고 김홍준을 쳐다봤다.

김홍준은 쓰게 웃으며 길 맞은편을 바라봤다.

목적지인 카페가 그 곳에 있었다.


작가의말


  언급 입니다.

  축구 소설인데 축구는 왜 안 나오냐는 의견이 있더군요.

  많은 분들이 주인공 김홍준의 성장을 보고 싶으신 듯 합니다.

  3장에서 축구와 김홍준의 성장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니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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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0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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