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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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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20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10.02 06:42
조회
8,225
추천
189
글자
7쪽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5)

DUMMY

감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홍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친선경기가 있는 원정팀 경기장 라커룸에 앉아 꼬리아는 반대편에 앉아있는 김홍준을 쳐다봤다.

온통 백색 살결 천지인 세상에서 꼬리아는 이 땅의 사람이면서도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껴왔다.

김홍준은 이제는 잊혀져 마음 속 심해 저 깊은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을 그 소외감을 일깨우는 존재였다.

피부색이 별거인가?

말은 쉽다.

하지만 그 피부색 때문에 사람은 같은 사람을 다른 눈길로 쳐다본다.

마치 다른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꼬리아의 시선에 들어온 김홍준은 아까 전부터 요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입단 테스트를 받는 중인 미래가 불안정한 25살 아마추어와 강아지 같은 성격만 빼면 미래가 창창한 축구 천재의 조합은 언제 봐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어색함을 구태여 드러내지 않았지만 꼬리아는 물론 다른 선수들 역시 이질감을 느껴오던 일이었다.

감정의 폭발이란 상승이 아닌 하강이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얇디얇은 마음의 바닥을 짓누르면 어느 순간 바닥이 갈라지고 그 불만이 마음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꼬리아는 2주의 마지막 째 친선경기가 있는 경기장 라커룸 안에서 오래된 동료들을 둘러봤다.

모두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축구선수에게 안정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성공한 스타들을 보며 축구선수라는 직업을 부러워한다.

스무살에 데뷔해서 서른다섯에 은퇴 한다고 하면 15년의 짧은 기간 동안 평생 쓸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구선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쥬필러 리그에서는 에레디비지에에서 막 강등 당한 클럽의 선수가 아니라면 대부분 천만원이 못 되는 돈을 월급으로 받으며 경기를 뛴다.

그 순간에는 많아 보이지만 경력이 끝나는 순간 통장을 확인해보면...

글쎄, 정말 많은 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은퇴하고 나면 일반인 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선수들이 많다.

서른다섯 많다면 많지만 적다면 또 적은 나이다.

분명한 건 나이의 많고 적음에 대한 애매모호함이 아닌 남은 삶이 못해도 40년 이상은 된다는 점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동료들을 쳐다보며 꼬리아는 남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20대 중반이거나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감독이 오고 새로운 선수가 올 때마다 가슴 졸이며 살아 온 인생들이었다.

꼬리아가 ‘리얼 아약시드’에 매료 되었던 이유도 근본을 찾자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팀에서 미래를 보장 받은 존재.

프랑크 코어페슈크.

그는 팀내 고참들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뛰어난 재능, 존재감, 클럽과 서포터의 지지.

그 모든게 그에게 안정감을 부여해주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동경 할 존재가 프랑크였다.

코어페슈크니크에 라는 병은 어쩌면 실존하는 병인지도 모른다.

이름은 달라도 직장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여기뿐만이 아닌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병 일지도 몰랐다.

감독이 붙인 엉터리 증상.

공을 30분 이상 차면 눈알이 빠진다 는 그래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씁쓸한 증상이었다.

“모두 정신은 차렸나?”

라커룸에 수석코치가 들어섰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라는 생각으로 뛰어라. 내일이 보고 싶으면 골을 넣어! 골대에 들어간 골 수 만큼 너희 목숨 줄도 늘어 날 테니까!”

언제나 저런 식이다.

목줄을 잡고 흔들어야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바보처럼 잘 통하기도 한다.

꼬리아는 수석코치의 고함을 들으며 곁눈질로 김홍준을 살폈다.

김홍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수석코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틀 전 있었던 화장실에서의 밀담을 떠올리며 꼬리아는 생각했다.

‘저 녀석, 무슨 생각이 있는 걸까?’

코어페슈크니크에 병의 여파인지 꼬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김홍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김홍준은 멍하니 수석코치를 올려다봤다.

군복무 시절 꼴통 병장 새X가... 아니 병장님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짖어 대는 게 마치 동네 똥강아지 같다 하여 뒤에서 강아지라 불렸던 그 병장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김홍준은 반쯤 영혼이 날아간 눈빛으로 그런 영양가도 없고 맥락도 없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요한이 김홍준에게 말을 걸었다.

“김, 그때 옆에 있던 아시아인 여자 말야. 정말 어디 사는지 몰라? 연락처도?”

라커룸에 들어서서 내내 이 얘기였다.

김홍준은 짜증이라는 이름의 화가가 이마에 그려낸 주름을 한껏 드러내 보이며 요한을 돌아봤다.

“네 누나 간수나 잘해. 네가 돈 내서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언제 칼 들고 찾아올지 모르니 거기에나 집중해라.”

“그 애기를 지금 여기서 왜 해!”

“넌 그럼 여자 얘기를 지금 여기서 왜 하는데?”

칼 같은 김홍준의 대답에 요한은 불만 가득 찬 눈빛으로 한참을 쏘아보다 이내 제 풀에 지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아오, 꼴통 새끼.”

이럴 때는 2개국어를 할 줄 아는게 편했다.

한국어로 욕을 하면 못 알아듣지 않나.

김홍준은 속으로 고소해 하며 요한의 면전에 한국어로 욕을 내뱉었다.

과학적인 언어 한글은 그만큼이나 과학적인 욕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기에 김홍준은 마음이 편안해 질 때까지 마음껏 욕을 지껄일 수 있었다.

김홍준이 그렇게 그간 요한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배출 했을 때 쯤 포츠의 일장 연설이 끝났다.

“라인업은 이미 통보 받아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경기와 같이 신생아들 위주로 짜여 있으니 잘들 해봐라. 저번처럼... 아니 말을 말자. 모두 준비 끝내고 5분 후에 나와.”

수석코치가 나가고 라커룸은 침묵에 잠겼다.

지난 경기 결과가 신생아라 언급된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고민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사이사이 조금이나마 친해진 동료들끼리 지난 경기 패배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김홍준은 조금씩 들려오는 고민 섞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편안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매달고 김홍준은 이틀 전 인터넷에서 발견한 기사들을 떠올렸다.

감독이 원하는 것.

그건 그 안에 있었다.

김홍준은 선수들의 떠드는 이야기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릴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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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99 의설
    작성일
    14.10.02 07:50
    No. 1

    잘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최지건
    작성일
    14.10.03 22:28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금기린
    작성일
    14.10.02 10:57
    No. 3

    요한 누나같은 사람도 없는것 보다는 나은 가족일까요?
    없느니만 못하다 싶은 가족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쓰럽더군요.
    우리 주인공도 어서 성장해야할텐데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최지건
    작성일
    14.10.03 22:28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우렁각시
    작성일
    14.10.02 11:48
    No. 5

    조금 늘어지네요~ 건필하세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최지건
    작성일
    14.10.03 22:28
    No. 6

    조언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SilverLi..
    작성일
    15.09.20 03:03
    No. 7

    겉으로 보이는 거나 아니면 자기에게 부여되는 부가가치들도 중요합니다. 꺼려지거나 선호하는걸 무시하는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거지요. 단순히 말해서 백인을 더 아름답게 느끼면 그런 것까지 뭐라고 할 건 아니지요. 유색인종이 덜 아름다운 것도 그냥 운이 안좋은 거고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지 억지로 동등하게 끌어올리고 끌어내리고 이러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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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2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6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2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3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8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30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6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0 228 11쪽
»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5) +7 14.10.02 8,226 18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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