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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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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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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394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8.18 13:19
조회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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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8쪽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DUMMY

자물쇠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뒤틀린 손목을 따라 문손잡이에서 삐그덕 거리는 기음이 새어나왔다.

남성미 넘치는 박력을 뽐내며 거칠게 문을 열어젖힌 김홍준은 그대로 스포츠백을 방구석에 집어 던지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부엌에서는 요리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야! 너 입 간수 안할래!?”

김홍준은 부엌에서 고야참플을 볶고 있는 남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팡이를 짚은 채 오른손으로 후라이팬을 흔들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김홍준을 쳐다봤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드레드 머리에 국적 구분이 힘든 얼굴의 소유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

외모만큼은 흑형인 오마에 나이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XX 무슨 일로 이러는데?”

순진한 표정을 짓고 오마에를 보며 김홍준은 목을 꺾었다.

순간 혈압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네가 같이 살자고 했을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하냐!?”

오마에는 후라이팬을 탁자에 올려두며 말했다.

“서로의 사생활은 존중하자?”

“아니, 아는 놈이 주둥이를 왜 그딴 식으로 간수 하세요!?”

고야참플을 접시에 덜어내며 오마에는 김홍준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일인데? XXX, 오늘은 네 이야기 남한테 한 적 없는데...?”

오늘은 한 적 없다는 말은 어제는 했단 말이다.

김홍준은 능청스럽게 고야참플 볶음을 접시에 덜어내는 오마에를 보며 길게 심호흡을 했다.

“어제 게롤드 만났지?”

반쯤 확신에 찬 김홍준의 질문에 오마에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서남북으로 굴러다니는 오마에의 눈동자에서 답을 얻은 김홍준은 말없이 탁자에 앉았다.

김홍준이 탁자에 앉자 갈 길을 못 찾은 채 방황하던 오마에의 눈이 급히 젓가락과 밥그릇을 찾아 움직였다.

얼마 안 있어 김홍준의 앞에 새하얀 김이 피어로는 밥그릇과 젓가락이 놓여졌다.

똑같이 밥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맞은편에 앉은 오마에는 윤기가 흐르는 고야참플 볶음을 집어 밥에 올렸다.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김홍준이 불쑥 입을 열었다.

“얼마 받았냐?”

툭 튀어 나온 한마디에 밥을 입에 넣어가던 오마에의 손길이 멈췄다.

젓가락이 대답을 망설이는 것처럼 밥 속을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너 야동사업 말아 먹고 우리 집에 들어오면서 뭐라고 했었냐? 동료 등에 비수 꽂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냐?”

김홍준의 압박에 오마에는 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 XX, 칼침을 놨다고 그래? 과장이 좀 심한 걸?”

애써 능청맞은 표정을 짓는 오마에를 보며 김홍준은 눈으로 대답을 요구 할 뿐, 굳이 입을 열어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김홍준이 보내는 무언의 압력에 순간 오마에는 청소년 시절 만났던 형사를 떠올렸다.

형사를 떠올리자 일순 부엌이 취조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밥은 그 날 먹었던 오야코동의 재현처럼 보였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기억의 재현에 오마에는 얼른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눈을 뜨자 다행히 주위는 원래의 부엌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마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홍준이 바라는 대답을 했다.

“XX, 그래! 100달러 받았어! 정당한 거래였다고! 죄책감 느낄 이유가 없는 깨끗한 거래였다니까!?”

적반하장으로 언성을 높이는 오마에를 보며 김홍준은 밥그릇에 젓가락을 꽂았다.

푹!

하는 소리가 청소년기에 맞은 칼빵을 떠올리게 했는지 오마에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이 새꺄! 거래를 할 거면 널 팔아! 왜 날 거기다 들이밀어!”

김홍준의 외침에 오마에는 손바닥을 김홍준에게 향하며 말했다.

“워~워~, 진정해 친구. XX,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 친구는 수사관을 요구 했다고 XX, 해결사를 원했다면 굳이 네 이야기를 했겠어?”

자랑이다 미친 X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걸 애써 억누르며 김홍준은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화를 터뜨려도 답이 없다는 사실에 직면해 맥이 풀린 것이다.

김홍준은 등받이에 기댄 채 ‘아이고, 의미 없다.’를 연발했다.

애초에 어떤 답을 얻고 싶어 분노를 터뜨린 건 아니었다.

이런 행동을 한다고 이미 수락한 일을 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분풀이를 해야 할 순간이 있다.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를 힐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홍준은 밥에 고야참플 볶음을 얹어 한 입 먹었다.

고야참플의 기묘한 식감을 느끼며 김홍준은 이 일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지옥에 갈 때는 친구도 동반하라는 말이 있다.

발버둥 치면 뒤통수를 쳐서라도 끌고 가라는 아주 유명한 격언이었다..

김홍준은 밥을 삼켰다.

목울대가 크게 울렸다.

오마에의 시선이 김홍준의 목울대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김홍준은 그런 오마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오늘부터 왓슨이야.”

“XX, 뭐?”

“때마침 다리가 부러진 것도, 지팡이 신세를 지게 된 것도 이렇게 될 걸 안 하늘의 안배 인지도 모르지.”

뭔가를 깨달은 듯한 김홍준의 표정을 보며 오마에의 입술이 구안와사에 걸린 것처럼 한 쪽으로 늘어졌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아, 싫은데.’를 만족스럽게 지켜보며 김홍준은 밥을 먹었다.

그 뒤를 따라 왓슨도 젓가락을 움직였다.

추락하는 오마에 왓슨의 삶의 만족도만큼 탁자 위의 고야참플 볶음도 줄어들어갔다.

그 속에서 김홍준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맺혔다.



게롤드는 우울한 표정으로 길을 걸었다.

믿음직한 골키퍼로 지역신문의 광고에도 가끔씩 얼굴을 내밀 던 그는 현재 똥싸개가 되어 지역의 놀림거리가 되어 있었다.

길을 걷고 있자면 주위 사람들이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고 뒤에서는 손가락질이라도 하고 있을 것 같은 불안에 시달렸다.

인생에 없던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며 게롤드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나마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가 있다면 그건 집뿐이었다.

열쇠뭉치가 덜그럭 소리를 냈다.

허겁지겁 열쇠를 꽂아 넣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게롤드의 몸이 쓰러지듯 집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닫고 게롤드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나자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게롤드는 이내 몸을 곧게 펴고 복도를 걸었다.

거실에 들어서니 아내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예능 프로를 보며 웃고 있는 아내의 뒤로 걸어 간 게롤드는 그대로 뒤에서 아내를 껴안았다.

갑작스런 행동이었지만 게롤드의 아내는 놀란 기색도 없이 게롤드의 손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왔어요?”

“응.”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게롤드는 거기서 자그마한 위로를 받았다.

한참동안 이어지는 게롤드의 포옹에 갑갑함을 느꼈는지 게롤드의 아내가 팔을 풀어내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배고프죠? 뭐라도 먹을래요?”

게롤드의 아내는 소파를 돌아 부엌으로 향했다. 게롤드는 아내의 말에 소파에 몸을 누이며 대답했다.

“오늘은 좀 지쳤어.”

안심한 얼굴로 소파에 몸을 묻은 채 게롤드는 품에서 물통 하나를 꺼내들어 탁자에 올려놓았다.

물통을 바라보는 게롤드의 눈이 끔벅였다.

눈꺼풀이 무거운 건지 게롤드의 눈이 점차 감겨갔다.

게롤드의 아내가 부엌에서 그릇 하나를 손에든 채 걸어 나왔다.

“여보, 일단 이거라도... 여보, 자요?”

어느새 게롤드의 눈은 감겨 있었다.

게롤드의 아내는 게롤드가 놓아둔 물통 옆에 그릇을 놓아두고 소파에 걸쳐져 있던 담요를 펼쳐 게롤드의 몸에 덮어주었다.

잠든 게롤드를 보는 시선이 푸근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게롤드를 바라보던 게롤드의 아내는 소파에 앉아 탁자에 놓아둔 그릇을 집어 들었다.

예능 프로를 보는 그녀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숟가락이 들려있었다.

숟가락에는 요구르트가 한 가득 담겨져 있었다.


작가의말

 과연 게롤드의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일까요? 

 이상하게 느끼시겠지만 축구 소설 맞습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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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399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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