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05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9.12 14:57
조회
1,621
추천
35
글자
7쪽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2)

DUMMY

결백을 주장하는 포츠의 대답을 듣고 김홍준은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라커룸을 나섰다.

어째 조짐이 불길했다.




야밤의 훈련장은 고즈넉했다.

훈련장 주위를 감싸고 있는 수풀림이 외부의 소음을 막아 야밤의 훈련장을 외부와 고립시키고 있었다.

평소라면 홀로 휴식을 취하기에 딱 좋은 장소가 되었을만한 분위기였다.

김홍준은 벤치에 앉아 훈련장을 바라봤다.

팡! 탁! 팡! 탁!

축구공 하나가 어둠 속을 노닐고 있었다.

공을 차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공만이 골포스트와 누군가의 발길질 사이를 왕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견하기에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도 김홍준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아니 심드렁함을 넘어 귀찮음까지 느껴졌다.

“유령도 별 거 없네.”

“넌 왜 따라왔냐?”

김홍준의 반문에 요한이 대답했다.

“소문의 유령이 뭔지 궁금해서. 그리고 브로를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혼자 둬라 좀.’

귀찮음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를 힐난하며 김홍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벤치를 뒤로 하고 김홍준은 공중을 왕복하는 축구공을 향해 걸어갔다.

김홍준의 접근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구공은 흔들림 없이 골포스트를 때리고 지상으로 낙하하기를 반복했다.

축구공의 형태가 선명하게 다가오는 지점에 멈춰 선 김홍준은 손전등을 들었다.

발광 다이오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회백색 빛이 축구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했다.

감당 안 되는 밝기에 유령의 정체가 폭로되었다.

“히익!”

유령이 내지른 소리였다.

갑작스런 조명에 소스라치게 놀란 유령은 축구공을 버려둔 채 불빛을 피해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런 유령의 발악을 손전등이 집요하게 추적했다.

비추면 뛰고 비추면 뛰고....

볼썽사나운 촌극이 십여분간 계속되었다.

웃음도 안 나오는 촌극이 멈춘 건 형제를 위해 몸을 내던 진 요한의 활약 덕분이었다.

요한에게 제압 된 유령이 발광 다이오드의 강렬한 불빛 아래 완전히 노출되었다.

유령의 정체는

“마이클 우드맨, 그만 발광하고 얌전히 있어.”

마이클 우드맨이라는 이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요한에게 붙잡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던 우드맨이 김홍준의 말에 발광을 멈췄다.

“어..어떻게 내 이름을...? 아무도 모를 텐데..?”

벙찐 표정의 우드맨을 보며 김홍준이 말했다.

“소문이 그렇게 났다고 네가 정말 유령이라도 된 줄 알았냐?”

김홍준의 대답에 우드맨은 눈을 껌벅였다.

큰 눈이 껌벅이자 유순한 초식 동물처럼 보였다. 김홍준은 일순 과거 농촌 체험 학습 때 만난 암소 순이를 떠올렸다.

우드맨은 그만큼 순박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김홍준은 머리를 흔들어 감상을 털어냈다.

‘순이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

김홍준의 속내였다.

민머리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해 김홍준이 말했다.

“우드맨, 이제 적당히 하고 오전 훈련에 나와라. 언제까지 달밤에 체조를 할 생각이냐?”

“그..그게... 왜... 내가? 그냥 냅..둬...”

금방이라도 꺼질 듯 맥아리 없는 목소리였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습에 이반하는 우드맨의 모습을 보며 김홍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냥 냅두고 싶어. 하지만 감독님이 널 현실 복귀 시키라고 하시는데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브로, 여기는 군대가 아냐. 까란다고 꼭 깔 필요 없어.”

우드맨을 붙잡고 있는 요한이 우드맨의 어깨 위로 머리를 쑥 내밀며 말했다.

김홍준은 요한을 쳐다봤다.

‘한국어를 배우더니. 이제는 한국 문화까지 배운 건가?’

오한이 일었다.

김홍준은 애써 소름을 털어내며 우드맨에게 눈을 맞췄다. 갑작스런 눈길에 우드맨이 수줍은 새색시 마냥 김홍준의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김홍준은 오늘 오후 있었던 감독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단순한 일이네. 게롤드 때보다 쉬울 거야.”

김홍준은 감독 사무실 소파에 앉아 알빈 반 브링크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는 오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말을 꺼낸 알빈은 헛기침을 하며 그 시선을 피했다.

“팀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그 팀에 저는 없나 보죠? 저에 대한 배려는 없는 거 보니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요?”

김홍준의 반문에 알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훈련장에서는 선수들이 퇴근 준비를 하며 희희낙락 하고 있었다.

“저 미소를 지키고 싶지 않나?”

“안 지키고 싶은데요.”

“현재 우리팀은 2연승 중이네. 2승 2무 1패. 스톰포겔스 역사상 가장 좋은 초반 성적이지.”

“그런데요?”

“이 성적이 언제까지고 계속 될 수는 없을 걸세.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팀 스쿼드는 얇아. 시즌이 가면 갈수록 성적은 하향세를 그릴 걸세.”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크흠! 자네도 알겠지만 현재 루이스는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을 했네. 우리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렇습니까?”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알빈은 애써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루이스를 대신 할 선수가 필요하네.”

“로쉐어블을 왼쪽으로 돌리세요.”

“그럼 오른쪽에서는 누가 뛰나?”

“제가 뛸까요?”

“농담도 잘하는군.”

김홍준은 알빈을 쳐다봤다.

평소 알빈의 근엄한 모습을 떠올려 봤을 때, 지금 같은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만 했다.

그만큼 김홍준에게 부탁 하는 걸 미안해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김홍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하십시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정말인가?”

허락이 떨어지자 알빈의 얼굴이 눈에 띠게 밝아졌다. 알빈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이 꺼내졌다.

그 서류를 김홍준에게 내밀며 알빈이 말했다.

“자네 유령 소문을 아나?”

김홍준은 모른다고 할 수 없었다.



김홍준은 눈앞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쳐다봤다.

성명은 마이클 우드맨, 미국 청소년 대표까지 뛰었던 잘 나가는 유망주로 일각에서는 미국의 라이언 긱스라고 까지 불렸던 선수였다.

그런 유망주가 유럽 변두리 팀의 유령 소문의 근원지가 된 사연은 무엇인가?

김홍준은 서류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 2년에 걸친 부상 이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극심한 대인 기피증, 광장 공포증이 생겨남. 현재 재활에는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나 회복 후 선수 활동이 가능 할지는 의문. 귀향을 추천함. -


서류에 동봉되어 있던 의사 소견을 떠올리며 김홍준은 마이클 우드맨을 쳐다봤다.

우드맨은 기회만 있으면 요한의 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악을 했다.

커다란 눈은 목적지를 상실한 것 마냥 이곳저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김홍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팀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일신의 평화를 위해 김홍준은 고민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퀴벌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리보기를 시작 했습니다. +2 14.11.04 1,897 0 -
공지 1권 분량을 완료 했습니다. +4 14.10.26 3,795 0 -
53 3장 그녀가 온다. (1) +1 15.10.05 1,368 26 9쪽
52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5) +8 15.09.23 1,178 36 7쪽
51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4) +4 15.09.19 1,412 31 7쪽
50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3) 15.09.15 1,268 23 8쪽
»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2) +9 15.09.12 1,622 35 7쪽
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3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1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4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1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5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1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1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7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29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39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5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0 228 11쪽
26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5) +7 14.10.02 8,225 18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