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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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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06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10.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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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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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글자
7쪽

7장 목표는 같다. (2)

DUMMY

구단주의 허가가 떨어지고 프레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결말은 유튜브 스타의 손에 달린 일이었다.



김홍준은 유튜브를 열어 페르난도 네베스의 경기 장면을 재생했다.

묵직한 거체가 영상 너머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와 맞부딪혀 튕겨져 나가는 상대팀 공격수를 보며 김홍준은 몸을 떨었다.

태풍에 휘둘리는 낙엽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남 일 같지 않았다.

거기다 ‘페르난도 네베스 폭주 영상’ 모음집을 보자 긴장감은 도를 더해갔다.

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선수에게 다가가 고성을 내지르는 모습, 상대팀 미드필더의 발목을 기역 자로 꺾어 버리는 모습 등등 마치 고대 투기장의 검투사를 떠올리게 하는 거친 모습들이 두 눈을 자극했다.

김홍준은 5분여 가량 더 남은 동영상을 마저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런 건 18세 이하 열람 금지 딱지 붙여야 되는 거 아냐?”

공중을 날아 상대팀 공격수의 턱을 작살내는 장면에서 영상을 꺼버린 김홍준은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옥수수가 비산하는 장면을 털어내며 김홍준은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봤다.

20XX년 7월 XX일 새벽 6시.

오늘 글레디에이터가 팀에 합류한다.

김홍준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운동복을 주워 입었다.

어제 입고 세탁을 하지 않아서인지 땀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운동복을 걸쳐 입고 김홍준은 네베스를 떠올렸다. 그는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였다.

수비 라인에서 튀어나와 상대를 압박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부상의 위험이 있는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성기에는 ‘미친개’, ‘싸움꾼’ 같은 쌈박한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그 터프함은 정평이 나있었다.

김홍준은 그와 경기장에 함께 섰을 때, 어떻게 플레이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순간순간 몸서리 쳐지는 장면들이 떠올랐지만 그 불안감을 최대한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내고 상상에 집중했다.

포츠의 전술 훈련이 떠올랐다.

4141이 메인 전술이 되고 거기서 김홍준이 맡게 될 역할이 수비형 미드필더라면 미드필더 라인에서의 호흡 이상으로 네베스와의 호흡 역시 중요해진다.

상황에 따라 선수의 역할이 끊임없이 변하는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후방에 박혀 있는 건 아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이 현대 축구의 지향점이었고 강인한 네베스의 피지컬은 현 시점의 김홍준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였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김홍준의 발목이 혹시나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아 기역 자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소름 돋는 결말로 상상을 마무리 짓고 김홍준은 눈을 떴다.

시계는 이제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아침 조깅을 나갈 시간이었다.

김홍준은 땀내 나는 운동복을 입고 숙소를 나섰다.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었다.



프레야 가르시아는 감독 사무실에 앉아 감독의 눈치를 살폈다.

이른 아침 급하게 이루어진 면담 요청 때문인지 알빈의 얼굴은 피로해 보였다.

축 늘어진 알빈의 얼굴을 힐끔힐끔 살펴보던 프레야가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입을 열었다.

“추가 영입이 있을 것 같아요.”

반쯤 감겨 있던 눈을 뜨며 알빈이 반문했다. 목소리에도 피로함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번에 유럽 고급 과자 업계에 진출하려 한다는 일본 기업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알빈은 뭔 멍멍이 소리냐는 표정으로 프레야를 쳐다봤다.

“저 과자 안 좋아 합니다.”

단호한 대답에 프레야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이번에 그 과자 회사에서 스폰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알빈은 프레야의 말에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즘 과자 회사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법니까?”

“영국의 빅클럽 스폰서 중 하나가 아시아의 식품 회사입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맛을 모토로 삼는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야 답지 않은 횡설수설에 알빈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건 제가 관여 할 일은 아니고... 추가 영입이 있다는 게 무슨 말 입니까? 설마 스폰서와 관계 된 건 아니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어디서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던 프레야는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스폰서의 조건이 일본인 선수 영입입니다.”

알빈은 침묵했다.

프레야도 침묵했다.

침묵이 사무실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오전 6시 40분을 알리는 시계소리만이 침묵의 소용돌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영원히 계속 될 것 같던 적막을 깨며 알빈이 말했다.

“확정 사항 입니까?”

묵직한 알빈의 목소리에 프레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구단주를 설득해서 최종 결정은 감독님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잘 하면 남기고 못 하면 보내기로 말입니까?”

“예.”

알빈은 꺼끌꺼끌한 턱을 만지며 말했다.

“어느 쪽에서 뛴 답니까?”

“오른쪽 풀백입니다.”

오른쪽 풀백이라는 말에 알빈은 안소니 꼬리아를 떠올렸다.

지난번 발광을 겨우 진정시킨 참인데 같은 포지션에 선수를 영입 한다니.

좋은 꼴 보기 힘든 시츄에이션이었고 겨우 진정시킨 파란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있었다.

“전 지금 팀밸런스에 만족합니다. 아직 문제는 있지만 지난번 일로 선수들 간 융화도 잘 이뤄지고 있구요. 감독으로서는 엄한 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겠죠.”

알빈의 말에 프레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 쉬는 프레야의 옆 얼굴을 살피던 알빈이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가 알렉스 퍼거슨도 아니고 구단주가 까라면 까야죠. 별 수 있겠습니까?”

“그 말씀은...?”

알빈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내세요. 한 번 시험해 보죠.”

“하.. 그럼 허락 하신 거죠?”

눈에 띄게 밝아진 프레야의 표정을 보며 알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선수는 언제 볼 수 있는 겁니까?”

“아, 선수라면 당장이라도 보실 수 있어요.”

“당장이요?”

“예, 다른 팀에서 스폰서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 안했죠? 그 다른 팀에서 입단 테스트를 보느라. 한 달 전에 이미 입국한 상태거든요.”

“그게 무슨..?”

알빈이 당황하기도 전에 프레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미스터 오마에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드레드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알빈이 그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을 때, 선수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요 매애앤~!”

그루브 리듬을 타는 동양인이 서있었다.

알빈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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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3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1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4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1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5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1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1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7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29 190 8쪽
»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5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0 2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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