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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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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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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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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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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0.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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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글자
10쪽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DUMMY

김홍준이 봤다면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 표정이 얼굴에 떠올라있었다.



천국에 음식이 있을까?

사람들은 천국이 존재 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받아들이면서 천국에 과연 음식이 존재 할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욕망 하는 것들 중에는 성욕, 물욕을 넘어 식욕 역시 존재한다.

천국이 인간의 모든 행복을 구현 시킨 곳이라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역시 충족시켜 주는 곳이 아닐까?

그렇게 가정 한다면 천국에는 음식이 존재 할지도 모른다.

김홍준은 어울리지 않게 철학적인 생각을 하며 식탁을 쳐다봤다.

천국에 음식이 존재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지옥에는 음식이 존재 할 것이다.

눈앞의 음식을 바라보며 김홍준은 지옥을 실감했다.

“누가 애들한테 음식 가져오라고 했냐?”

음산하게 흘러나오는 김홍준의 목소리에 오마에는 소파에 몸을 묻으며 손가락으로 요한을 가리켰다.

“그래,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뒤통수를 치는 법이지.”

김홍준은 그렇게 읊조리며 손가락을 까닥여 요한을 불렀다.

언제나 그렇듯 무책임한 표정으로 서있던 요한은 김홍준의 부름에 쫄래쫄래 탁자로 다가갔다.

“음!?”

신음과 함께 주춤 멈춰선 요한을 보며 김홍준이 말했다.

“왜 그래? 이리와. 네가 원한 게 이거잖아?”

김홍준의 부름에 요한은 움찔하며 슬금슬금 탁자로 다가갔다.

한걸음 두 걸음 탁자로 다가 설 때마다 괴이한 냄새는 끝없이 증폭되어 갔다.

탁자의 바로 앞에 이르렀을 때, 요한은 손수건을 꺼내 코를 틀어막았다.

한 차례 기침을 내뱉고 요한은 거북이가 등껍질 속에서 고개를 빼는 것처럼 스물스물 목을 늘려 탁자 위에 놓인 대접을 쳐다봤다.

“흡!”

마치 난도질당한 시체라도 발견한 모양새였다. 김홍준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를 쳐다보는 시선으로 요한을 쳐다봤다.

목격자는 제1용의자로 취급되기도 한다.

김홍준은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요한을 노려봤다.

“왜 그랬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취조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내..내가 한 건, 전화 밖에 없어. 참말이야. 난 억울해!”

김홍준은 주걱으로 신원미상의 시체(?)를 한 숟갈 퍼 올렸다.

“우욱!”

요한이 헛구역질을 하며 주춤 한 걸음 물러섰다. 김홍준은 그런 요한을 차갑게 바라보며 주걱을 내밀었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서늘한 목소리가 공간을 장악했다.

요한의 전화를 받고 각자 좋아하는 식재료를 바리바리 싸온 팀동료들이 그 서늘한 기세에 놀라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정말 잘못해서요. 잘못해서요!”

발음이 샜다.

물러서려는 요한의 어깨를 잡고 김홍준은 요한의 주둥이에 주걱을 갖다 댔다.

“잘못했다고 끝날 거였으면 이 세상에 벌이 왜 있어? 먹어! 먹으면 구원 받는 거야!”

이제는 사이비 종교의 이단심문관 같은 모양새였다. 요한은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며 저항했지만 전직 경찰의 손길을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꽉 죄인 턱이 멈추고 주둥이가 천천히 상하로 벌려졌다.

김홍준은 묘하게 쾌락에 젖은 표정으로 주걱에 담긴 음식을 요한의 주둥이에 밀어 넣었다.

요한의 눈가로 찔끔 눈물이 새어나왔다.

동료들이 그 잔인한 풍경에 오금을 저렸다.

묘하게 환한 표정으로 몸을 돌린 김홍준은 탁자로 걸어갔다.

대접 위에는 삼도천 인근의 주막에서나 팔 법한 기괴한 음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김홍준은 질겁하며 음식을 들고 싱크대로 걸어갔다.

막 음식을 쏟아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들려서는 안 될 말이 흘러나왔다.

“마있네. 이거 마있네.”

“뭐?”

김홍준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희열에 젖은 표정으로 야무지게 음식을 씹어 삼키는 요한이 서있었다.

“그게 맛있어?”

“응, 맛있다.”

김홍준은 싱크대행 직전인 음식을 내려다봤다. 시뻘건 고추장이 얇은 막처럼 여러 재료들을 감싸고 있다. 기묘한 광택을 발하는 쌀밥의 색이 식욕을 저하시키고 동료들이 가져온 세계 각국의 동식물(?)들이 그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빈 말이 아니라. 몇몇 재료는 지렁이처럼 쌀밥 속을 파고들어 길을 트고 있었다.

그 극한의 비주얼에 김홍준은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서둘러 음식을 싱크대에 집어넣으려 했다.

절대 이런 게 맛있을 수는 없다.

이런 게 맛있다면 지옥은 천국이라는 말에 진배없는 것 아닌가.

“요맨, 잠깐 기다려봐! 내가 어렸을 때, 미군부대 근처에서 XX 비슷한 음식을 본 기억이 있쉇! 미군에서 남은 식재료를 동네 노숙자들이 주워 먹었는데 모양이 그것과 비스퉤!”

김홍준은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선 오마에를 쳐다봤다. 따발총처럼 흘러나온 말에 김홍준은 잠시 부대찌개의 연원을 떠올렸다.

그래, 그럴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김홍준이 서둘러 음식을 버리려고 할 때, 오마에가 다급하게 김홍준의 팔을 잡았다.

“이것저것 섞는게 비빔밥! 그렇다면 이것도 맞는 거 아냐!?”

“화학실험 때도 이것저것 막 섞어. 하지만 먹지는 않잖아.”

“노노, 오키나와 음식에도 이렇게 섞어 먹는게 있다. 대체로 X 맛있어!"

오마에와 김홍준이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을 때, 요한이 음식 맛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입안이 지구가 된 듯한 느낌이야. 멘틀 아래를 흐르는 마그마 같은 강렬함이 느껴져.”

“오오!”

이 의미불명의 음식을 창조하는데 일조한 동료들이 요한의 묘사에 감탄사를 내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대접을 향했다.

“야, 너희들 알잖아. 요한, 저 놈 이상한 놈이야.”

김홍준이 경고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감독과 프랑크 코어페슈크의 농간에 넘어 갈 만큼 단순한 놈들이었다.

그들은 김홍준을 덮쳤고 음식을 빼앗아 들었다. 어디서 난건지 모두 포크를 빼들어 음식을 펐다.

음식이 그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김홍준은 창가에 앉아 커피를 들이켰다.

오후 나절부터 내린 비는 지금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그 빗속을 뚫고 팀의 주장인 프랑크 코어페슈크가 걸어오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김홍준은 손을 흔들었다.

프랑크가 그 신호를 보고 급히 숙소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김홍준은 커피를 들고 거실을 가로질러 문으로 걸어갔다.

초인종이 울리고 김홍준은 곧장 문을 열었다.

“내가 좀 늦었나?”

어깨를 털며 프랑크가 물었다.

김홍준은 고개를 저었다.

묘하게 차분한 김홍준의 모습에 프랑크는 얼굴에 의문부호를 떠올리며 숙소로 들어섰다.

“집이 좁군. 다 들어 올 수 있겠어?”

질문에 김홍준은 희미한 미소를 매달고 거실로 향했다.

유령 저택의 집사라도 된 것 같은 김홍준의 모습을 보며 프랑크는 어깨를 으쓱 하며 그 뒤를 따랐다.

“요한이 전화를 했던데.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들고 오라고.. 그래서 나는 하링을 들고 왔어. 너 하링 먹을 줄 알아?”

하링이란 네덜란드의 전통 음식으로 청어를 절인 음식이었다.

김홍준 역시 지난 두 달 간 질리도록 봐온 음식이었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아서 김홍준도 하링 샌드위치는 꽤 즐겨 먹었다.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아직 안 왔어? 왜 이렇게 조용해?”

음산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숙소 안을 걸어 들어가며 프랑크가 말했다.

김홍준은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프랑크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이게 뭐야...”

손에 들려 있던 봉투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바닥을 뒹구는 하링에 개의치 않고 프랑크는 부엌 풍경을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제각각 한 손에는 포크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왜들 이래?”

멱살을 붙잡힌 김홍준은 맥없이 흔들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프랑크는 목숨에 이상이 없는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에 누워있는 동료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천국에라도 간 듯한 평온한 표정이 프랑크를 반겼다.

“너희들 설마 파티라도 한 거냐?”

파티란 마약을 사용한 유흥을 일컫는 은어였다. 김홍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신 탁자 위의 대접을 가리켰다.

깨끗하게 비워진 대접의 한 귀퉁이에 한 숟가락 분량의 음식이 남아 있었다.

김홍준은 요리가 불러온 비극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고추장이 감당 할 수 없는 식재료가 있을 줄이야...”

한탄 섞인 김홍준의 말에 프랑크는 손을 떨며 입을 열었다.

“어쩔 거야. 시즌 첫 경기가 삼일 후라고...”

김홍준은 프랑크의 시선을 피하며 창밖을 쳐다봤다.

“우리 팀 같지 않아?”

“뭐?”

“맛은 있지만 뒷일은 책임 못 지는 게.”

득도한 고승의 선문답 같았다.

불교에 관심도 없는 프랑크는 하링을 집어 던지고 서둘러 구급차를 불렀다.

그런 그들의 옆에서 요한이 TV를 보며 꺄르르 웃고 있었다.

김홍준은 그런 요한을 보며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고추장으로 섞을 수 없는 게 있다.

세상은 넓다.

동아시아 변두리 국가의 미학으로는 감당 할 수 없는 게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의말

 후일담이 끝났고 이제 2권 내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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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10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51 33 2쪽
»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8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8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7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80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6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93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57 16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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