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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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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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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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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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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0.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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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장 목표는 같다. (9)

DUMMY

쩔쩔 매는 네베스의 옆에서 김홍준은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추가시간이 끝나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주심의 휘슬이 경기장을 울렸다.

기묘한 친선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친선경기가 끝나고 3일이 지나 프레야는 감독이 있는 전략 분석실로 향했다.

마무리 지은 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최신 유행하는 댄스가요를 흥얼거리며 프레야는 복도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끝에 위치한 전략 분석실에 도착해 프레야는 노래를 멈췄다.

“포지션 변경도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 아닌가?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섣부르게 포지션 변경을 할 만한 기량은 아니야. 그리고 이것 보게 눈깔이 완전히 맛이 갔어. 무슨 약이라도 한 거 아냐?”

감독과 수석코치의 목소리였다.

프레야는 잠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두들겼다.

“누구야?”

감독이었다.

“저에요.”

“아, 단장인가? 들어와요.”

프레야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비좁은 전략 분석실에 두 남자가 부대껴 앉아 있었다. 작은 모니터에서는 같은 장면이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말씀드릴게 있어서요.”

프레야는 보지도 않고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던 포츠가 눈을 돌려 말했다.

“인수건 때문입니까?”

툭 튀어나온 포츠의 반문에 프레야는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프레야의 표정에 포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프레야, 제가 이 구단에 당신보다 더 오래 있었다는 걸 잊었습니까? 숨긴다고 숨겨도 다 제 귀에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별거 아니라는 투였다.

프레야는 굳었던 표정을 피고 옅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감독님도 알고 계셨던 건가요?”

“자기 본분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요.”

모니터를 바라보며 알빈이 엄지로 포츠를 가리켰다. 프레야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의자를 찾아 앉았다.

둘의 뒤에 앉은 프레야는 이제까지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 결과를 입에 담았다.

“예, 구단 인수는 진행 중이고 길어도 2주 이내에는 끝날 겁니다.”

“새 구단주는 소문대로 메인 스폰서 기업 입니까?”

“그렇습니다. 때문에 2주간 선수 영입은 어려울 거예요. 인수가 마무리 되어야 선수 영입에 나설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선수 영입은 이미 다 마무리 되었으니까. 오마에가 끼어든 게 변수라면 변수 였지만 말이오.”

프레야는 할 말을 끝낸 후 그들의 뒤에서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계약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용병 세 명을 다 기용 할 수는 없을 텐데요.”

프레야의 질문에 알빈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한 명이 부상당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고민 꽤나 했을 거요.”

“아, 6개월짜리 부상이라고 했던가요?”

“선수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잘 된 일이지. 어차피 네베스는 1년 계약이라 1년 후에는 용병 카드 한 장이 비게 되니까.”

“6개월 부상이면 재활에도 꽤 시간이 걸릴 테니. 다음 시즌에 출전시키면 된다는 계산이군요.”

“꽤 큰 부상이라 모험이기는 하지만... 재능은 확실하니까요. 왜 그런 선수가 일본 2부 리그에서 후보로 머물렀는지 모르겠소.”

프레야는 알빈의 대답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구세주는 요즘 어떻습니까?”

알빈은 고개를 돌려 프레야를 쳐다봤다. 프레야의 시선은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아, 김 말이오?”

피식피식 웃으며 알빈은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가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공의 낙하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알빈은 몇 번이나 영상을 돌려봤지만 김홍준의 움직임을 읽어 낼 수 없었다.

경기장에서도 그렇지만 언제 저기까지 달려 간 거지 하는 궁금증이 드는 움직임이었다.

유령처럼 공에 도달한 김홍준은 그대로 공을 잡아 상대팀 진영에서 신들린 스텝을 밟았다.

혼이라도 빼앗긴 것처럼 김홍준의 패스를 따라 움직이는 선수들과 두 번의 원투 패스를 거치고 패널티 에리어 부근에 이르러서는 연달아 두 번의 턴 기술을 선보였다.

그 두 번의 턴으로 골키퍼까지 제쳐냈다.

멍하게 서있는 골키퍼를 지나 골대까지 걸어 들어간 김홍준은 한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알빈은 클로즈업된 김홍준의 얼굴을 쳐다봤다.

농담처럼 한 이야기였지만 정말 약이라도 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지난 두 달 간 지켜보면서 잠재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꽤나 상식을 벗어난 모습이지. 본인 말이 맞다면 몇 년 간 공백기가 있는 건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소.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과거에 뭔가 있었던 거지.”

영상을 보며 알빈이 말했다.

프레야는 주의 깊게 영상을 지켜본 후 입을 열었다.

“과거에 대해서는 제가 한 번 조사해보죠. 하자가 있다면 차후 논란이 되기 전에 내쳐야 하니까요.”

냉정한 말이었지만 알빈은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프로팀이다.

프레야의 발언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거 알아요? 요즘 팀원들이 김을 유령이라고 부릅니다. 감상은 다 같은 거겠죠.”

뜬금없는 포츠의 말에 알빈은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게 유령이라고?

아니 그렇지 않다.

유령은 존재감이 없지만 김홍준은 희미하지만 묘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게 스타 특유의 화려한 존재감도 아니다. 어딘가 불유쾌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존재...

그래, 그게 맞다.

“바퀴벌레.”

“예?”

포츠의 반문에 알빈은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유령보다는 바퀴벌레 같지 않습니까?”

프레야는 일전에 구단 사물함에서 발견한 바퀴벌레를 떠올렸다.

신출귀몰한 움직임, 보기 싫은데도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감.

거기다 지저분한 존재이기에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지만 바퀴벌레는 꽤 영리한 존재이기도 하다.

프레야는 김홍준의 검은 머리칼을 바라봤다.

그 광택이 바퀴벌레와 닮아 보이기도 했다.

“그거 걸작인데요. 허기사 끈덕지게 살아남는 모습이 죽여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와 닮기는 했습니다.”

포츠가 모니터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리송한 프레야의 표정을 배경으로 전략분석실에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김홍준은 주차장에 서서 타타 스틸 스타디움을 올려다봤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2개월이었다.

그 중 백미를 꼽자면 여러 이야기가 리스트에 오르겠지만 김홍준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이틀 전 지역신문에 오르내린 스톰포겔스 텔스타 구단주의 부정이었다.

이중장부를 만들어 스폰서로부터 받은 자금을 유용했다는 내용이었다.

“골프 투어에 세계 여행에 거 참... 꼭 남의 돈 빼돌리는 인간들이 하는 짓이란 건 왜 항상 유흥 일까.”

작게 혀를 차며 김홍준은 비리 구단주에 대한 심사를 토로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김홍준은 스타디움을 보던 시선을 내려 눈앞에 서있는 존재를 쳐다봤다.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남자가 김홍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별 거 아냐. 그런데 무슨 이야기라고 했지?”

오마에 나이는 손에 들린 일본 고급 과자를 내밀며 말했다.

“요맨, 미안했삽! 쿨하게 잊고 팀원으로서 잘 지내보잡! 맨!”

김홍준은 드레드를 한 번 보고 손에 들린 과자를 한 번 쳐다봤다.

일전의 도발은 기억에 남아 있었지만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김홍준에게 있어 일전의 경기가 중요했던 것처럼 오마에에게도 중요 했을 것이다.

어쩌면 더 절박 했을지도 모른다.

김홍준은 오마에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

“대신 크림 샌드는 사양이다.”

과자를 건네며 오마에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김홍준은 오마에의 표정을 보며 일전의 동영상을 떠올렸다.

흑인 두 명과 그 사이에 낀 백인 여성이 떠올랐다. 지금도 떠올리면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계약 축하하고 몸조리 잘해라. 훈련장에서 보자.”

김홍준은 과자를 들고 몸을 돌렸다.

스스로의 쿨 한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고급 차량에서 김홍준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제! 바퀴벌레 형제!”

요한이었다.

김홍준은 식초라도 들이 킨 표정으로 차 안에서 얼굴을 내민 요한을 쳐다봤다.

“뭐냐?”

귀찮음이 물씬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그럼에도 요한은 개의치 않고 차에서 뭔가를 꺼내 불쑥 내밀었다.

어디서 났는지 바퀴벌레 모양 인형이었다.

“그딴 건 또 어디서 구했냐?”

“주문 제작품이다. 형제를 위해서 라면 못 할게 없다.”

지나치게 리얼한 형상의 인형을 보며 김홍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인가 구단 내에서 자신이 바퀴벌레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렇게 불렸었지.’

축구를 하게 되면 들러붙는 숙명 같은 별명인걸까?

자조 섞인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면 김홍준은 요한에게 인형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해라. 이탈리아 고급 원단으로 만든 인형.. 풉!”

김홍준은 받아든 인형을 요한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 돈으로 정장을 사와. 이 새끼야.”

인형을 맞고 얼이 나간 요한을 뒤로 하고 김홍준은 주차장을 벗어나 길거리에 섰다.

에이모이덴의 짠내가 호흡을 따라 김홍준의 신경을 자극했다.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몰랐던 아마추어가 지금은 프로가 되었다.

김홍준은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이것은 한사람에게 있어서는 작은 발걸음에 지나지 않지만 호구에게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이다.

곧 시작 될 시즌을 기대하면 김홍준은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다음 에피소드는 짧은 후일담으로 구성한 후 그 다음부터 2권 분량의 내용이 진행 됩니다.

 다음 편은 사실상 번외고 이번 편으로 1권 분량이 종료 되었다고 봐도 무방 하겠죠.

 지금까지 따라와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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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1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1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7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29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5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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