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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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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10.2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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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7장 목표는 같다. (8)

DUMMY

공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에는 골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승리를 원하는 서포터들이 서있었다.

김홍준은 공을 쫓아 달렸다.

경기 시작 20분.

사네티에게 떠밀려 넘어진 김홍준은 한차례 잔디 위를 뒹굴고 급히 몸을 일으켰다.

‘내가 산 유니폼이 몇 장인데 좀 봐주면 안 되나.’

답변 없는 컴플레인에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지으며 김홍준은 사네티의 뒤를 쫓았다.

네베스가 성난 황소처럼 거친 숨을 내뿜었다. 거친 수비에 사네티가 밀린 순간, 열린 틈으로 김홍준이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골문 근처의 혼전 상황 속에서 김홍준은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빠르게 볼을 걷어냈다.

스로인이 된 볼을 잡기 위해 인테르의 왼쪽 풀백인 나가토모 유토가 달려왔다.

자리에 서서 숨을 헐떡이던 김홍준은 유토의 앞에 선 오마에를 보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인 둘이 붙는 경기 였군.’

김홍준은 언론인 부스를 가득 메운 동양인 기자들을 보며 그 사실을 떠올렸다.

‘잘 하면 나도 기사에 실리려나?‘

쓸데없는 잡생각이었다.

김홍준은 헛웃음을 흘리며 서둘러 인테르 미드필더에게 달라붙었다.

나가토모의 스로인으로 공이 필드에 복귀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최정상급 선수들과 몸을 맞대며 김홍준은 공을 뺏기 위해, 공격의 활로를 열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누군가에게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나 월드컵 출전이 더 중요 할지도 모르지만 김홍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경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다.

“야! 이 새끼야! 다리 아작 내기 전에 다리 좀 그만 털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욕을 한국어로 부르짖으며 김홍준은 몸값 600억에 이르는 선수를 향해 태클을 걸었다.

스코어는 0:0.

기대 이상의 경기력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스코어였다.



동양인 미드필더의 패스를 받은 왼쪽 풀백이 상대팀 진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팀의 주장인 미드필더가 빠르게 쇄도해 공을 이어받고 연달아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우측 측면 공격수를 향해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동유럽계 외모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간을 헤집으며 수비진을 유도하고 뒤이어 장신 공격수가 그렇게 생긴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때때로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예술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묘한 순간이 있다.

프레야는 옆에 선 니콜라스 로에프의 눈치를 살피며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경기를 지켜봤다.

-오오오! 날카로운 헤디이이이이잉! 들어가나요! 들어가나요오오오오!? 아~ 빗나갑니다. 아, 참 아쉽네요. 멋진 플레이 였는데, 저게 저렇게 되나요!?-

장내 아나운서의 귀청 떨어지는 고함 소리를 들으며 프레야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이거 참, 제가 모르는 팀 같군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퍼뜩 놀라며 프레야는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봤다.

로에프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가요?”

“예, 이전에는 보는게 괴로울 정도의 경기력이었는데 오늘은 뭐랄까... 보기가 좋군요. 열정 아니 각오가 느껴져요.”

로에프의 감상에 프레야는 새삼스런 눈길로 경기장을 쳐다봤다.

확실히 일전의 경기에서 보여주던 것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날이 서있었다.

‘계획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한 적이 없는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았다. 지금 프레야가 벌이고 있는 일은 구단 내부에서도 믿을 만한 몇몇만 알고 있을 뿐, 감독이나 코치진은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신의 도박이 성공 할지도 모르겠군요. 잘 하면 이길지도 모르겠어요.”

로에프의 호의적인 말에 프레야는 긴장된 눈빛으로 경기장을 쳐다봤다.

‘그래, 도박이야. 그것도 나조차도 결말을 모르는 도박.’

판을 벌였을 뿐, 프레야는 경기에 관여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이런 도박에 인생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카드를 쥐는 것도 말을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도박이라니.

사람은 누구나 통제 할 수 있는 도박을 원한다.

즉석 복권이나 로또나 다를게 없음에도 사람들이 로또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번호를 선택 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없는 것만 못한 선택권이지만 그 환상에 농락당하며 사람들은 인생을 탕진한다.

프레야는 그보다 더 확률이 낮은 도박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그만큼 더 절실했다.

-아아아아아아! 들어갑니다! 환상적인 골이군요! 득점에 성공합니다.-

프레야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스코어 보드를 쳐다봤다.

시간은 전반 41분

스코어는 1:0.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실점이었다.



김홍준은 경기장에 서서 사네티를 노려봤다.

‘집에 있는 유니폼 다 팔아버려야지.’

주심과 대화를 나누는 사네티의 표정을 보며 김홍준은 이를 갈았다.

전반전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득점에 성공한 사네티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김홍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후반전이 시작된 경기장 안에서 김홍준은 주변을 돌아봤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네베스의 태클에 아작 난 상대편 선수가 바닥을 뒹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사네티의 골을 어시스트(?)한 선수였다.

전반전에 김홍준이 한국어로 욕설을 부르짖게 만든 촐랑대는 헛다리짚기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대놓고 웃을 수는 없었지만 김홍준은 내심 묘한 기쁨이 가슴을 채우는 걸 느꼈다.

흉신악살 같은 표정으로 주심 앞에서 씩씩 거리고 있는 네베스를 보며 김홍준은 왜 그가 저런 거친 플레이에 매료 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저 덩치니 저러고도 보복을 안 당하는 거지. 내가 하면 100% 뒤에서 태클 당하고 선수 생활 마감하겠지.’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건전한 희열을 이성으로 억누르며 김홍준은 몸을 돌렸다.

프리킥이 선언 되고 네베스는 주의를 받았다.

김홍준은 자기 위치에 자리를 잡고 서서 전광판을 쳐다봤다.

시간은 후반 25분.

스코어는 아직 1:0이었다.

슬슬 몸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 했다.

김홍준은 지난 친선경기에서 느꼈던 감각을 상기하고자 노력했다.

경기는 생각 이상으로 잘 풀렸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반전이 필요했다.

스스로가 그 반전의 일부가 되어 인상을 남기고 싶다.

김홍준은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 꾸는 꿈은 결국 현실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법이다.

아차 하는 사이에 프리킥이 날카롭게 패널티에리어로 파고들었다.

네베스가 높이 뛰어올라 볼을 걷어냈다.

김홍준은 상념을 접고 서둘러 공을 향해 뛰어갔다.

꿈을 이루려면 결국 행동해야 한다.

김홍준의 발이 바쁘게 필드를 누볐다.

오마에는 타이밍을 가늠했다.

올라가야 할 순간, 내려와야 할 순간.

축구는 타이밍의 게임이다.

개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은 선수가 아니다. 그냥 개 일뿐이다.

오마에는 팀에 오자마자 일주일 내내 누가 팀의 키플레이어 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선수들에게는 은밀한 제의를 하지 않았다.

필요 없는 존재에게는 선의를, 필요한 존재에게는 의도된 무관심을 발휘한다.

그게 오마에의 생존 방식이었다.

프랑크 코어페슈크에게 공이 향했다.

그 순간 오마에는 측면을 따라 상대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오마에가 기다리던 타이밍이었다.

오마에 컬렉션(?)의 존재를 모르는 몇몇 선수 중 하나인 코어페슈크의 패스가 오른쪽 측면을 향해 날아올랐다.

김홍준은 프랑크에게 패스를 건네고 오마에가 비우고 달려 나간 오른쪽 측면을 메꿨다.

프랑크의 패스가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상대진영 코너라인에 떨어졌다.

논스톱으로 크로스가 올라갔다.

다이렉트로 찼기에 크로스는 강하게 말려 올라가 상대팀 패널티에리어 중앙에서 뚝 떨어졌다.

그 자리에 시드 마스렉이 있었다.

후반전 38분.

골이 터졌다.

시드 마스렉이 오마에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마에는 주먹을 말아 쥐며 시드 마스렉을 맞이했다.

서포터석이 관중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프레야는 의기양양한 단장의 표정을 바라봤다.

그는 이거 보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프레야는 말없이 미소를 지어보인 후 전광판을 바라봤다.

1:1이다.

경기는 이제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도박은 아직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구단주의 부정이 불러온 선수가 희망의 시발점이 된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프레야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팀의 승리가 자신의 파멸이라는 것도 모른채 희희낙락거리고 있는 구단주를 보며 프레야는 로에프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완전히 경기에 빠져들어 있었다.

골이 들어갔는데도 그는 프레야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경기를 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좋은 신호였다.

프레야는 두근거리는 심장에 손을 갖다 대며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때마침 김홍준이 공을 잡고 있었다.



김홍준은 오마에를 보며 초조감을 느꼈다.

열심히 뛰고는 있지만 결국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오마에였다.

날카로운 침투에 이어 멋진 크로스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일본 국대 주전 수비수인 나가토모를 상대로 좋은 수비력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꼬리아가 있다지만 이 정도 기량을 보여준 선수를 구단에서 가만 둘리가 없었다.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오마에의 인상을 넘어설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김홍준은 조급한 마음을 이끌고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을 잡은 순간 잡념이 섞여 들었다.

공격 포인트로 연결되는 패스를 해야 한다. 어디로 하면 되지? 누구에게 공을 연결하면 될까?

번잡한 생각이 찰나의 순간 이어져야 할 판단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프로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는 슬로우 모션이나 다름었다.

김홍준이 늦장을 부리는 사이 사네티가 절묘한 태클로 공을 빼앗았다.

당혹스런 표정이 김홍준의 얼굴이 어렸다. 옆을 스쳐지나가는 사네티를 향해 뒤늦은 태클을 걸어보지만 효과는 없었다.

의미 없는 태클이 우스꽝스런 장면만 연출해낼 뿐이었다.

다행히 공은 멜빈이 뺏어냈다.

인테르 선수에 맞아 공이 라인을 벗어났다.

골킥이었다.

김홍준은 당혹감에 젖어 경기장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때, 사네티가 김홍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아마도 의례하는 격려 였을 것이다.

김홍준은 사네티가 어깨를 치고 갔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홀로 번뇌 가득한 표정으로 잔디를 바라봤다.

지난 몇 달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욕지기가 절로 흘러나오는 장면들 사이로 어떤 소리가 자꾸 끼어들었다.

그 소리는 지금 김홍준을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소리였다.

오마에가 그런 김홍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요우! 김! 그러니까 그때 야동 받았으면 좋았잖아. XX 왜 안 받아서 이런 수모를 당해. 오늘이 마지막이지? 아직 이적시장이 남았으니 XX 너무 걱정마! XX 다른 팀에서 다시 하면 되지!”

명백한 도발이었다.

도발이었지만 그 순간 김홍준은 다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급격한 스트레스와 이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이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뇌 속에서 들려왔다.

그 불쾌한 기음 사이사이로 어떤 소리가 자꾸 끼어들고 있었다.

무척이나 익숙한 소리다.

지지직 답 지직 답하 지지지직 면 니가 지지직 뛰던 지지지지지지직!

전광판에 표시된 시간 45분.

추가시간은 3분이었다.

골키퍼가 공을 찼다.

높이 날아오른 공이 김홍준의 머리 위를 날아 상대팀 진영으로 날아갔다.

모든 선수들이 공을 쫓아 움직였다.

경직된 채 멈춰서 있던 김홍준이 움직인 것은 공이 바닥에 떨어진 직후였다.



“저 선수 이름이 뭡니까?”

경악에 찬 로에프의 물음에 프레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입을 벌린 채 방금 전 벌어진 일에 경기장 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경악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장내 아나운서의 마이크도 침묵에 휩싸여 불쾌한 하울링만을 흘려댈 뿐이었다.

공간마저 멈춘 것 같은 침묵을 깬 건 서포터의 우렁찬 함성이었다.

골대 안에 들어가 멍하니 서있는 동양인 선수를 향해 서포터들이 경기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러댔다.

프레야는 그 함성에 정신을 차리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추가시간 2분이 남은 시점.

스코어는 2:1이었다.

프레야는 꾸물거리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하고 로에프를 돌아봤다.

로에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프레야를 마주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결과에 대한 감탄이 그 제스처에서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골대 그물에 걸려 멍하니 서있는 김홍준의 옆에 공이 놓여져 있었다.

스톰포겔스 텔스타 선수들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 김홍준을 들쳐 엎고 서포터들을 향해 뛰어갔다.

기괴한 골에 기괴한 골 세레모니였다.

프레야는 그 모습이 마치 신에게 인신공양이라도 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아무렴 어때."

2분 후에 경기는 끝나고 아마도 경기는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프레야는 멍청하게 서있는 단장의 뒤통수를 보며 웃음지었다.



김홍준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몸뚱이에 번쩍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하늘이었다. 뒤이어 관중의 함성과 자신의 등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손길을 느꼈다.

어떤 손은 꺼림칙하게도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돋아 김홍준은 발버둥을 쳤다.

그 발버둥에 요한이 말했다.

“환상적이었다. 환상적이었다.”

어눌한 한국어로 연달아 환상을 읊어대는 요한의 목소리에 김홍준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엉덩이에서 손 떼 임마!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 질문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환성 속에 묻혀 누구도 김홍준의 얼빵한 질문에 신경쓰지 않았다.

자포자기한 채 김홍준은 선수들의 손에 몸을 맡긴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강렬한 두통과 기묘한 소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기억이 났다.

옆에서 뭐라 떠들어댄 오마에의 목소리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고 어깨를 친 사네티의 행동도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후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김홍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와 비슷한데...’

잠실에서의 일을 떠올리자 순간 기묘한 소리의 정체도 떠올랐다.

그 소리는 분명 덩치 큰 여자가 내뱉었던 한마디였다.

‘답답하면 니가 뛰던지 였나?’

이게 무슨 마법의 주문도 아니고 뭔 상황이야 이게...

김홍준은 어처구니없는 마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헛웃음을 흘리고 있을 때, 골세레모니가 끝났다.

지면을 밟고 서서 자기 위치로 돌아가며 김홍준은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가며 전광판을 돌아보니 스코어는 2:1이다.

동료들의 반응을 보니 아마 골은 자기가 넣은 것 같았다.

정작 골을 넣은 당사자임에도 기억이 없으니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위치에 서서 전방을 바라봤다.

인테르 진영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상대팀 선수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하는 시선이었다.

그건 일전의 연습경기에서 실력을 보여준 후 동료 선수들이 보내던 시선과 같았다.

가능성에 대한 호의 그리고 흥미.

김홍준은 현재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일단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인생, 고민하기보다 행동하는 게 때로는 더 정답에 가깝다는 걸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종료 2분을 앞두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경기가 재개되고 선수들이 몸을 움직였다.

종료 30초전.

가장 경기양상이 치열해지는 시간에 갑자기 김홍준의 등 뒤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곳에는 나가토모 유토와 오마에 나이가 있었고 더불어 페르난도 네베스가 엎어진 두 동양인 선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급히 달려간 김홍준의 시선에 좋지 못한 방향으로 꺾인 오마에의 발목이 들어왔다.

네베스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주심에게 해명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말이야. 내가 미쳤다고 동료에게 태클을 걸겠어? 둘이 동양인이고 한데 얽혀 있으니 순간적으로 분간이 안 가더라구. 그래서.”

그래서 오마에에게 백태클을 걸었다는 말이었다.

김홍준은 황당한 시선으로 오마에를 쳐다봤다.

고통에 신음하는 오마에가 온갖 욕설을 구사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조차도 그루브를 타고 있어서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순간 김홍준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쩔쩔 매는 네베스의 옆에서 김홍준은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추가시간이 끝나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주심의 휘슬이 경기장을 울렸다.

기묘한 친선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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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2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4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2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6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2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2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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