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지건의 막소설

바퀴벌레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425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5.09.19 20:56
조회
1,412
추천
31
글자
7쪽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4)

DUMMY

“보복이라는 게 그 순간은 좋아도 결말이 안 좋아. 내가 경험자니까. 잘 안다.”

우드맨이 토끼눈을 뜨고 김홍준을 쳐다봤다.

김홍준은 쓰게 웃으며 길 맞은편을 바라봤다.

목적지인 카페가 그 곳에 있었다.



“그 이야기를 꼭 해야 하나?”

남자답게 잘 생긴 미남이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김홍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서 우드맨은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별로 할 이야기 없는데...”

“주장, 팀원을 위해서 희생 한다 생각하고 이야기 해줘. 이 녀석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야.”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현 주장 프랭크 코어페슈크는 김홍준의 설득에 우측을 돌아봤다.

우드맨의 불안한 표정을 보며 코어페슈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마지못해 승낙한 코어페슈크를 보며 김홍준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코어페슈크니크에 병에 대해서 이야기 해줘.”

“나 가도 되냐?”

코어페슈크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늉을 했다.

김홍준이 웃으며 제지했다.

제지한다고 순순히 자리에 앉는 코어페슈크를 우드맨이 기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코어페슈크는 우드맨에게 있어 굉장히 먼 사람이었다. 재능도 있고 인망도 있다. 반짝 인기로 떴다가 부상으로 찌그러진 우드맨에게 있어 코어페슈크는 빛나다 못해 초신성 폭발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존재였다.

설마 하니 코어페슈크를 만날 줄은 몰랐기에 우드맨은 고개를 숙인 채 커피잔만 바라봤다.

커피를 바라보는 우드맨의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우드맨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홍준은 코어페슈크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우드맨에 대해서는 알지?”

코어페슈크는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드맨을 힐끗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1년 전 입단 할 때만 해도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니까.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 요한이 뛰는 자리에 이 녀석이 있었을 걸?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팀에 있었나?”

“부상 때문에 1년 동안 재활 훈련을 받았어.”

“그래?”

코어페슈크는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김홍준이 입을 열었다.

“그 병 이야기는 됐고 네가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는 그냥 네가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재활 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 돼.”

“겨우 그거냐?”

“겨우?”

코어페슈크의 대답에 우드맨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코어페슈크의 대답이 거슬린 모양이었다.

“부상이...겨우?”

되묻듯 우드맨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서는 옅은 분노가 느껴졌다.

코어페슈크는 그런 우드맨을 가만히 쳐다보다 말했다.

“무슨 문제 있나?”

코어페슈크의 반문에 우드맨이 번쩍 들었던 고개를 푹 수그리며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김홍준이 입을 열었다.

“힘든 일도 아니잖아? 이야기 해줘.”

김홍준이 분위기를 환기 시키자 코어페슈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야기를 시작했다.

“3년 전이었나? 그때 크게 당했었지.”

“무슨 부상이었는데?”

“십자인대 파열. 한 6개월 재활했었나?”

커피잔을 바라보던 우드맨의 눈동자가 멈췄다.

우드맨의 고개가 천천히 들려졌다.

“힘들었겠군.”

“힘들었지. 원래 재활이라는 게 다 힘들잖아. 그때는 국대 발탁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더 그랬지.”

거기까지 말한 코어페슈크는 지나가던 서버에게 주문을 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코어페슈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한 3개월 지나니까. 재활보다 더 힘든 게 있더라.”

“그게 뭔데?”

뭔가 쑥스러운 대답이라도 하려는 건지 코어페슈크는 뺨을 긁적이며 뜸을 들였다.

한참을 뜸들이던 코어페슈크는 김홍준과 우드맨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축구를 못 한다는 게 가장 짜증나더라고 다른 건 참을 수 있는데 축구를 못 하니까. 그게 참 환장하겠더라.”

이야기가 시작된 후 계속 코어페슈크를 쳐다보고 있던 우드맨이 불쑥 입을 열었다.

“축구가 하고 싶었다? 그게...가장 힘들었다?”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절된 단어들 하나둘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전해졌다.

코어페슈크는 우드맨에게 말했다.

“그런 거지. 축구선수라는 직업이 원래 처음 시작 할 때는 다 좋아서 시작하잖아. 브라질 같은 경우는 좀 이야기가 다른 경우도 있던 거 같지만... 그러다 유소년팀 들어가고 성인팀 들어가고 그렇게 직업이 되면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 거야. 축구가 좋아서 시작했다는 걸 말이지.”

“그건...나도 좀 알거 같군.”

김홍준이 공감을 표했다.

우드맨의 눈에 김홍준의 입가에 맺힌 쓴웃음이 들어왔다.

주문했던 커피가 도착했다.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코어페슈크가 말했다.

“전형적인 이야기야.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지. 좀 도움이 됐냐?”

“도움이 됐는지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지. 어때? 이 이야기 들으니 뭔가 좀 오는 게 있냐?”

자신을 향한 질문에 우드맨이 대답을 망설이며 입을 우물거렸다.

대답을 못하는 우드맨을 보다 코어페슈크가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시한 이야기도 다 끝났으니 이만 가볼게.”

우드맨의 눈빛이 흔들렸다.

계산서를 들고 있는 코어페슈크를 보며 김홍준이 말했다.

“계산은 내가 할게.”

“그래? 하기사 그래야지.”

사양하는 기색 하나 없이 코어페슈크는 순순히 계산서를 넘겼다.

김홍준에게 계산서를 넘겨주고 자리에서 벗어나려던 코어페슈크는 잠시 멈춰 서서 자리에 앉아 있는 우드맨을 바라봤다.

“재활을 1년 동안 했다고?”

코어페슈크의 시선이 우드맨의 허벅지를 향했다.

“사실은 이미 뛸 수 있는 거 아니냐? 뛸 수 있으면 뛰어. 평생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뭐... 주장이라고 선수들 사정에 다 참견해서는 안 되는 거지만. 내 생각은 그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코어페슈크는 자리를 벗어났다.

창문 밖으로 코어페슈크가 지나쳐 갔다.

김홍준이 뒤를 잇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이..이번엔? 어..어딜?”

계산서를 손에 쥐고 김홍준이 말했다.

“마지막 사람을 만나러.”

담담하게 말하며 김홍준이 카운터로 향했다.

우드맨이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는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홈구장이었다.

텅 빈 객석에 김홍준과 마이클 우드맨이 앉아 있었다. 김홍준은 우드맨에게 맥주를 건넸다.

엉겁결에 맥주를 받아 든 우드맨은 곤란한 시선으로 맥주병을 바라봤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물건이 우드맨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마..마지막 사람은?”

곤혹스러움으로부터 회피 하려는 듯 우드맨이 질문했다.

김홍준은 아무도 없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이미 와있어.”

우드맨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작가의말


  다음 편을 마지막으로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가 끝납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퀴벌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리보기를 시작 했습니다. +2 14.11.04 1,897 0 -
공지 1권 분량을 완료 했습니다. +4 14.10.26 3,795 0 -
53 3장 그녀가 온다. (1) +1 15.10.05 1,368 26 9쪽
52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5) +8 15.09.23 1,179 36 7쪽
»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4) +4 15.09.19 1,412 31 7쪽
50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3) 15.09.15 1,268 23 8쪽
49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2) +9 15.09.12 1,622 35 7쪽
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3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2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5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2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6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9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7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402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7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1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2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3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8 175 7쪽
31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30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40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6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6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1 228 11쪽
26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5) +7 14.10.02 8,226 18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