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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막대 님의 서재입니다.

레날의 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꼵꽭
작품등록일 :
2022.12.31 21:50
최근연재일 :
2023.04.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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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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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화 - 새 신과 옛 신 모두에게 기도를 드리고 원장을 뵈었다

DUMMY

키 작은 불목하니가 종종거리며 복도 맨 끝 방으로 안내해 들어갔다. 방은 먼지 없이 깨끗했다. 잘 빨아 말린 시트가 침대에 깔렸고 돌벽은 서늘했다. 신선한 봄이불을 펴더니 베게를 툭툭 치며 상태가 좋은지 확인했다. 잘 마른 솜냄새가 났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얘기하라고 원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에카는 이어서 여독이 풀리는대로 그녀를 만나겠다는 원장의 말을 전한 뒤 곧장 나가려 하는 아이를 불러세웠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이번에 새로 바뀐 수도원장 얘기로 말을 붙였다. 자기는 잘 뵙지 못해 자세한 건 모르며 뒷말은 좋은 미덕이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아홉 쯤 됐을까, 부모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찍이 수도원 불목하니로 보내 일주의 4일을 여기서 묵고 나머지 3일을 집에서 보내는 아이다. 이곳에는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 집에 돌아갈 때에는 밭을 돌보는 장원 수사들이 주에 단 한 번 업무 차 촌장 집으로 가는 날에 맞추어 함께 돌려보낸다.


그 때 마차는 집 가는 아이들로 미어터지는데, 부용의 자이크 수사는 소란을 싫어하고 고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필연적으로 애새끼들을 싫어하게 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주기적으로 엄한 호통을 쳐서 조용히 시키는 버릇으로 그를 이끌었다.


"이놈들, 떽! 내 가만 보니 이 마차에 마구니가 낀 게 분명하다, 아주 씌어도 단단히 씌었구나, 당장 조용히 하지 않으면 너희들을 몽땅 집까지 걸어가게 만들겠다, 원내에선 잘만 하던 녀석들이 문간만 나서면 왜 이리 소란들이야, 네놈들은 선천적으로 악한 심성임이 틀림 없어, 말과 사람 자리가 바뀌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평소에는 온화하여 사소한 실수에도 화를 내는 법이 잘 없지만 그간 쌓인 감정을 이럴 때 몰아서 푸는지 잘못이 없을 때에도 민둥머리를 붉히며 언성을 높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애들은 혼이 나도 계속 떠드는 게 일이라 끝에 가서는 거의 포기하고 간식에 꼬인 날파리들을 쫒아내듯 내던진 뒤에 저들끼리 뛰어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마차에 오르곤 하였다.


"이 뒤에 할 일이 있니?"


에카가 말했다. 꼬마가 고개를 젓자 다시 이르길,


"자크 수사님이 때가 되면 나를 찾으실 텐데 내가 지금 너무 지치고 피곤하다고 말을 전해줄 수 있겠어? 그 일은 밤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해드리거라. 진작 말하지 않아 죄송하다는 말도 드리고."


불목하니가 고개 숙이고 나가자마자 에카는 문밖의 봄볕 사이로 목을 쭉 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열주 복도에 둘러싸인 정원에 몇 명의 수녀들이 있어 문헌의 구절을 외거나 조곤조곤 토론을 나누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있는 방향을 슬쩍 쳐다보곤 하였는데 이곳이 환자나 교인을 받는 별관의 숙사가 아니라 수녀들이 기거하는 본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속인이 아닌 성직에 귀의한 자들에게 내주는 고요한 순례자 숙소였다.


열주는 아치마다 종려나무를 형상화한 투각으로 그림자를 낮게 뺐다. 정원에 난 꽃들은 분홍이 활짝이고 흰이며 노랑은 깨작이다. 흰 중의 하나는 이곳까지 벌과 향을 몰아오는 물씬의 조팝이었다.


정원을 위요한 복도는 수녀원 모든 방으로 연결되니 낮 때에 가장 붐비고 보는 눈이 많았다. 햇빛 아래 가만 서있기만 하여도 족히 네댓 명은 지나가며 '저 사람은 왜 저기 가만히 서있나?' 따위 눈길을 주는 것이다.


'순례를 무사히 마치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께 우선 감사를 드리자.'


보름의 고된 여정도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골짜기를 넘기 시작했을 때, 바다두이 에카는 두 눈 뒤집어지도록 아프고 피곤한 와중에도 저 멀리 수도원 성벽이 보이자 이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따뜻한 욕탕에 몸을 푹 담구니 신이든 뭐든 할렐루야 여기가 천국이네 싶었던 것이다.


바다두이는 그녀가 태어났을 때 하늘 높이 떠 있던 별자리의 이름이다. 레멕인들이 망파르샤에서 온 밀리에르라던가, 레미지 사람 빈도르도라던가 하는 것처럼 훔나인은 이름 앞에 별자리를 붙였다.


'바다두이가 높을 때 태어난 에카' 가 되는 것이다. 락카리 공동체는 규모가 작으니 이름이나 별자리가 겹치지 않도록 아이를 낳았다. 만약 그 둘이 겹친다면, 언젠가 세상 어딘가에서 바다두이 에카라는 사람을 또 만난다면, 그녀는 본인을 바다두이 바르 에카, 간단하게 바르 에카라고 부를 것이다.


바르는 그녀와 가족들이 사는 공동체의 이름이니, 그렇게 '바르에서 태어난 에카'가 된다.


그리고 신들 앞에 서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거기에 하나를 더 붙여서 바다두이 바르 밀라 에카가 된다. 뜻은 '바다두이가 높을 때 바르에서 태어나 밀라 신을 섬기는 에카.'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에카는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밀라 에카'라고 불렸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이름이고 레멕인들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본명이었다. 어깨죽지에 위치한 점처럼 남한테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에 해당하니 여간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친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사람에게 몹시 화가 났을 때 '밀라 에카!' 라는 식으로 본명을 부르는데, 그정도까지 간 상황이 아니면 그런 무례를 저지르는 일이 없다. 왠만하면 싸움이 나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태어날 때 생겨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그 신은 사후세계로 돌아가는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하여 함께 손 잡고 갈 것이다. 그들은 갈림길 앞에 선 그녀의 변호인이 될 것이고, 살았을 때 얼마나 잘 모셨는지, 크고 작은 죄악을 얼마나 지었는지에 따라 목적지가 바뀌리라.


그런 이유로, 이번 순례 또한 여태 그랬듯 무탈하게 끝낼 수 있었으니, 여행자들을 돌보는 바라디밀과 오는 내내 선선히 지켜준 밀라 신에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다.


아까 그 불목하니가 또 돌아와 문간에서 그녀를 부르더니 쟁반에 약간의 건포도와 건락(치즈), 약간의 포도주를 담아왔다.


마침 잘 됐다 생각하며 입에는 대지 않고 한쪽 벽감에 깨끗한 천을 깔아 임시 제단을 만든 뒤 나무 원통을 꺼냈다. 공손히 뚜껑을 벗기자 그 속에 오손도손 박혀있는 나무 신들의 볼록한 정수리가 드러났다. 한 분 한 분 위계에 따라 꺼내드렸다.


어둑한 방 안에 죽은 옛 신과 거뭇한 나무 눈알들이 어슴하고 드러난 이빨과 잇몸의 사이까지 비추었다.


이렇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보고 있자면, 참 이리 생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평범한 나무 토막이 장인의 손 안에서 일그러지고 쇳물과 도자기는 불 속에서 웅크렸다. 사원에 잠든 신들의 모습도 매일 이어지는 절규와 포효에 이런 식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에카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했다.


'밀라 신을 모시는 에카입니다. 이제야 꺼내드려 송구한 마음입니다. 다만 신은 나무가 아니며 여러분은 마땅히 계실 곳에 계신 걸 아오니, 조각을 꺼내놓지 못했다 하더라도 매일 밤낮의 기도와 입 속의 읊음 드렸으며 관리도 소홀하지 않았지요. 제 작은 몸 한 년 만큼의 몫은 마땅히 지킨 줄 아옵니다. 엉컹 숲에서 예까지 보름을 걷는 동안 이 어린 아이 앞 길을 잘 살펴주셨고 큰 위험 없이.....'


기어가듯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의례적인 말들을 늘어놓는 그 모습을 누가 본다면 곧장 감방에 처넣을 게 분명하다. 레멕인의 시선에 이건 천벌 받을 우상숭배인데 그것도 남의 수도원 건물에서 말이다.


주님께서는 그분 외에 다른 신들을 섬기지 말라 하셨으나, 저 성자와 교부라 불린 위인들이 말하기에 그 외 열두 천사와 지옥의 대악마들이 있고 그 중간에 낀 연옥에는 참된 종교가 내리기 이전의 위인들이 있다 하며, 이렇게 순례다니는 성당에 모신 성인의 유해와 순교자들의 묘소 또한 모심을 받는 세상인데, 이 모두 어느정도의 타당성에 근거하지 않았던가.


스스로 참이신 한 분께서 세상을 잃고 스러져가는 옛 분들의 깨진 머리를 어루만져 주십사 내치지 말 것이며, 그 서슬 퍼런 근본을 아껴주어 또 몇 명의 어린 양들로 가엽게 여겨주신다면 이 또한 아비의 사랑이 아니라 할 텐가, 부디 허락해 주신다면 이 비천한 이교의 죄인 무리 또한 우리와 격조했던 그분들 가운데 우뚝 세워 새롭게 오신 그분을 감사히 모실진저.


그렇다면 자기들 또한 이후에 올 미덕을 영광 속에 높히기 위해 앞서 나타난 악덕이라고 해야 할 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물음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옛 신들을 집어넣고 새 신을 꺼냈다. 에카는 속으로 '새 신을 꺼낸다'는 말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나무 십자가는 신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거라고 족장은 푸념하듯 농담을 했었는데, 그런 본인도 그 시절이 언제였던가는 모르지 않을까. 처음 어미의 젖을 빤 아가 때에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니 말이다.


에카는 십자가 옆에 목재 성모상을 놓고 수녀복으로 갈아입었다. 후줄근한 외투 아래 입은 흰 옷들은 온몸 곡선에 꼭 맞는 모직이었다. 적당한 쓰개를 머리에 씌운 뒤 머릿수건을 감싸 영락없는 수녀의 모습으로 변해 이제는 손에 건 묵주를 어루만지며 또다른 감사 기도를 올렸다.


그러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가방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제단에 놓을 초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성상을 집어넣고 불목하니를 불러 자초지종을 말하니 아이가 우물거리길,


"이런 말 드려서 죄송하지만, 초는 귀한 물건인데요. 잠깐 여쭤보고 와도 될까요?"


말이 돌면 귀찮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니 아이를 잡아세웠다.


"수도원장님이 필요한 건 다 말하라 하셨는데 잠깐 쓸 양초 하나를 아끼시겠니."

"그렇다 하여도 말이죠, 꼭 여기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까? 예배당을 쓰시면 될 텐데요."

"내가 말한 건 초지 예배당이 아니란 말이다. 난 사람 많은 게 싫고 힘들게 순례하는 중이라 혼자 조용히 감사를 드리고 싶을 뿐인데 뭐 이리 묻는 게 많은 것이냐?"


아이는 고개 꾸벅 숙여 사죄하고 잠시 나간 후에 자크 수사를 데려왔다. 수녀원 지도사제도 함께였다. 에카가 은근히 째려보는데 자긴 모른다는 표정으로 밀랍 양초를 건내주고 가버렸다.


자크 수사가 그 모습을 슬쩍 보고 말했다. "원한다면 예배당을 써도 된단다."


에카는 그것이 천인공노할 이교 무리의 우상숭배 흔적이라도 되는 듯이 양초를 문 뒤로 숨겼다. 노랗고 길쭉한 밀랍초는 겉면이 부드러워 손에 꼭 감겼다.


"사람이 많은 건 싫어서요. "

"이 애가 그 무당인가?"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지도사제가 끼어들었다. 그는 많이 피곤해보이는 눈(그러나 그것이 기쁜 듯이)으로 방안을 훑다가 벽감에 깔아놓은 천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랬더니 나오던 말도 쏙 들어간 모양이었다.


자크 수사는 그녀에게 수녀원 지도사제를 소개했다. 카엔델 사람 까망이라는 이 자는 수녀들에게 으레 보이곤 하는 엄격한 눈빛을 한 채 그녀에게 몇 살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오는 동안 묵었던 교회와 수도원에 대해, 그리고 묵을 방이 불편하지 않을지, 저녁은 어디서 먹고 싶은지 등등을 묻고는(의례적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자 랑캉탱 사람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아이가 원장님의 말씀을 무어라 전하더냐?"


에카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하라고 하셨어요."


자크는 그 말을 듣고 끙 소리를 내더니 조심스럽게 곁눈으로 지도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뒤로 몇 발작 더 물러났다.


"아마 원장님은 좋은 기분이 아니실 게다."

'하늘 아래 주님보다 위대하고 자애로운 분은 참으로 없으시다!'

에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하여 자기도 모르게 수도원 성당 꼭대기에 높이 떠있는 십자가를 떠올렸다.


"제가 실수를 했나요?"

"실수까지는 아니고....." 자크는 보기 좋게 기른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안면을 틀고 살다 보니 난처한 대화를 해야 할 때마다 일어나는 그의 버릇 같은 것임을 에카는 알고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그분은 우리 수도원 원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 아비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 또한 아비를 존경해 따르는 것이야말로 주님의 이치인데, 부끄럽게도 모든 아들이 곧장 아비를 사랑할 수는 없는 법이다.


허나 그렇다고 주님의 힘을 의심하려 들지 말거라. 이러한 세상의 자잘한 삐걱거림은 다른 무엇도 아니고 고난 뒤에 오실 그분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주님의 참뜻으로 알아야 한다.


아비와 아들로 이미 한 번 연결된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언젠가 필시 오고야 말 사랑과 용서로 다시 맺어지며 이를 예견하는 법이다.


허나 아비는 아비의 고충이 있다. 목자는 양들을 치기 전에 우선 좋은 목초지를 봐두어야 하고, 돼지치기들은 도토리가 많은 숲으로 돼지들을...... 아니, 아니다!"


자크는 말이 두서없게 느껴지자 입 앞에 손사레를 치며 말을 끊었다.


"요는, 네가 원장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러면 어찌 원장님께선 말씀을 않으신 건가요?"


에카는 이 말을 꺼내다가 순간 자크의 의도를 깨달았다. 원장은 그를 통해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그녀도 그들의 언외언(言外言)을 이해했다.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원장은 이제 본인의 권위를 떨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리라. 자기 집에 들어온 이교도 여인의 요구대로 밤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테고, 눈치껏 바로 자신을 보러 오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불목하니가 그녀의 뜻을 전하자 곧장 자크를 불러 이리로 보냈다.


'한낱 이교의 여인을 두고 제 한 몸 체면 살릴 깐으로 도대체 몇이나 되는 사람을 움직여야 쓰겠냔 말이다, 하지만 좋아, 주님게서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세상사 참말 어려운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으니, 곧장 자신을 수습하여 밀려오는 한숨을 간신히 참고 군주에게 주어지는 막중한 책무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반신임을 선언하고 결국 하늘로 올라가 전신으로 승격된 에티후안 역시 신들과의 전쟁을 치루느라 아내와 아이들이 진흙 반죽으로 변해 모욕적인 흉상으로 변할 것을 예견하고 있었어도, 눈앞의 병사들을 못 버리지 않았던가? 목자도 이따금 회초리를 휘두르는 일이 있으니 양들도 이해해야 하는 법이다.


'주여, 당신의 집에 주인으로 있는 사람과 손님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힘든 건 알겠다만, 잠깐만 다녀오고 푹 쉬는 게 좋겠다. 그분도 할 일이 있으니 오래 끌진 않을 테고, 의례적인 인사치레로 생각해라."


그리 하여 자크의 인도를 받아 원장실 앞에 당도했다. 수도원장은 그들이 들어가도 뒷짐 진 채 창밖을 보다가 느긋하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를 찬찬히 뜯어보았는데 아마 옷차림을 보고는 문중의 수녀들 중 하나인지 분간하는 듯했다.


"자크, 저 여인은 뉘인데 우리 자매들 옷을 입었는고?"

"말씀드렸던 무당입니다. 보는 눈이 많아서 잠시 옷을 입혔습니다."

"아아, 그 아이 말인가. 자크! 이사람 참!" 원장이 뒤늦게 그를 나무랐다. "내 여독이 풀리는대로 만나겠다고 이미 말을 하였거늘 무얼 그리 재촉하여 피곤한 사람을 혹사시키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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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3화 - 네 사람을 기억하라 23.04.03 18 0 14쪽
24 22화 - 게헨나 땅에 노을이 지고 불구왕자가 목소리를 높혔다 23.04.01 26 0 18쪽
23 21화 - 무당 사는 동굴에 귀인이 찾아왔다 23.03.28 16 0 15쪽
22 20화 - 메센나 왕비가 장 마피 왕자를 꾸짖는다 23.03.26 15 0 15쪽
21 19화 - 백벽에서 온 기사 23.03.25 20 0 15쪽
20 18화 - 늑대원숭이가 심상치 않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23.03.20 21 0 17쪽
19 17화 - 백벽전사의 칼에는 사자가 있었다 23.03.10 21 0 15쪽
18 16화 - 왕궁에서 전령이 왔다 23.03.05 23 0 16쪽
17 15화 - 불구왕자는 왕궁의 소식을 듣고 앞잡이 여자는 끌려갔다 23.03.03 30 0 15쪽
16 14화 - 이 주 전에 집 떠난 청년들이 놀라운 것을 잡아왔다 23.03.03 20 0 19쪽
15 13화 - 대리 순례 갔다가 돌아온 무당이 늪주인을 만났다 23.02.28 23 0 17쪽
14 12화 - 늑대원숭이 감방 23.02.23 26 0 17쪽
13 11화 - 메센나와 장 마피 왕자가 앓아누운 존 왕을 찾아간다 23.02.21 28 0 15쪽
12 10화 - 사내가 깨어났다 23.02.19 22 0 18쪽
11 9화 - 굿판이 벌어졌다 23.02.12 23 0 16쪽
10 8화 - 옛 신을 만나고 제령은 시작된다 23.02.09 29 0 22쪽
9 7화 - 원장은 신성한 법열에 빠지고 불목하니가 황자 얘기를 꺼냈다 23.02.02 27 0 21쪽
» 6화 - 새 신과 옛 신 모두에게 기도를 드리고 원장을 뵈었다 23.01.28 27 0 16쪽
7 5화 - 장 보듬 왕자 23.01.12 24 0 18쪽
6 4화 - 메센나 왕비가 병든 남편을 찾았다 23.01.08 37 0 18쪽
5 3화 - 랑캉탱의 자크는 에카에게 꺼림칙한 일을 시키려 한다 23.01.06 32 0 15쪽
4 2화 - 웬 여자아이가 열 여덟 명의 순례객들을 데려왔다 23.01.04 29 0 16쪽
3 1화 - 방당크 순례자들, 클라르코 수도원 23.01.02 45 0 11쪽
2 프롤로그2 23.01.01 61 0 17쪽
1 프롤로그1 22.12.31 9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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