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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막대 님의 서재입니다.

레날의 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꼵꽭
작품등록일 :
2022.12.31 21:50
최근연재일 :
2023.04.03 00:2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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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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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3화 - 랑캉탱의 자크는 에카에게 꺼림칙한 일을 시키려 한다

DUMMY

자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천천히 쏘아보았다.


'좀도둑인가?'


길가에 버려진 것을 주워 하룻밤 잠자리와 음식을 얻으러 온 경우라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줄 수도 있다.


'읽을 줄 몰라도 이걸 들고 가면 어디서든 하룻밤 묵을 수 있다는 걸 동네 꼬마애들이나 같이 빌어먹고 사는 무리에게 주워들었겠지.'


실제로 그렇게 찾아오는 꼬마들이 가끔 있었고, 그럴 때마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방을 내줬다가 다음날 조용히 깨워 달아나게 했다. 외부인을 재워주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이런 종이 하나 들고 문을 두드리러 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뒤에서 누군가 양 어깨를 잡고 으스러뜨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원장도 아주 약간씩 흐트러지는 장부를 보고 어느정도 선에서는 못 본 척을 하지만 가끔 기분이 좋지 않거나 자기가 생각하는 선을 넘었을 때에는 자크를 불러다가 엄히 꾸짖었다.


"이보게, 자크 형제, 이곳은 도시의 자선구호당 건물이 아니라 귀한 말씀을 따르는 자네 형제들이 기거하는 곳이야. 속세와 구분되어 있다고, 자네도 알지 않나? 아이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고아원과 구호소가 할 일이고 자네가 할 일은 별관을 똑똑하게 관리하여 순례객들의 쉼터와 복이 되도록 우리 수도원을 보필하는 것이지. 내 자네의 사람됨을 믿어 의심치 않아 그 일을 맡긴 깐이었거늘 어찌 이런 방식으로 내게 마음의 짐을 주는 겐가. 속세와 가깝게 지내는 바람에 기름으로 눈꼽이 찬 게 아닌가 싶네. 이보게, 자크! 똥과 오줌을 구분하지 못하면 쓰나. 그것도 브란돌리니회 수사가 말이야."


물론 원장 본인도 이런 걸 가지고 잔소리 해대는 게 좀스럽단 걸 알아서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그 앞에 서서 가만히 저 소리를 듣고 있을 때마다 자크는 이런 생각을 했다.


'주님께서 나를 심판하시길.'


허나 그건 철 모르는 애들의 경우고, 거기다 이런 물건은 쉬이 길가에 버려지는 법이 없다. 특히나 고귀한 귀족 부인의 물건이라면.


옷은 추레하고 낡은 데다 등짐도 적다. 아이보단 성숙한 여인이라 그의 기준으로 볼 때 천진할 시절은 한참 넘었고 이제 어른의 영역에서 자기가 지은 벌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러야 하는 시기다.


'경비를 불러야 하나? 그래도 일단 목욕이랑 밥 정도는 먹여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를 굴리던 그때, 여인이 두건을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시선이 움직였고, 공동이 확장됐다. 고생으로 입술은 부르트고 때와 먼지가 묻고, 목욕이 정말 간절해보였다. 저 등짐에는 분명 시퍼런 칼이 들어있겠지. 귀신을 써는 칼. 자크는 속으로 그렇게 불렀다. 그는 이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락카리.'


흐림자르드 성채를 차지한 늑대원숭이들은 자비라곤 없었다.


놈들이 옛날에 없어진 락카리의 전술을 사용할 때마다 인간 군대의 백에 열은 구역질을 했는데 나머지 구십은 이미 익숙해져 피폐해진 눈으로 멍 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잔인하고 집요하고 지독했다.


놈들은 사람 가죽을 벗겨 성벽 요철에 붙였고, 화살에 시체의 창자를 묶어 쏘았고, 역겨운 악취가 나는 기름을 머리 위로 쏟아 부었다.


석조 사자 머리의 주둥이에서 검게 끓는 기름이 떨어질 때, 그 속에 섞인 머리뼈와 눈알에 붙어있던 살점이 지글거렸다. 식량이 없으면 자기들끼리 잡아먹고 그만큼 낳는 소리가 겨울 밤마다 협곡을 차지한 성벽을 뚫고 널리 울려 퍼졌다.


자크는 놈들이 기름 바른 밧줄에 매단 쐐기로 성벽 아래 널브러진 시체를 한번에 수십 구씩 끌어올리던 모습을 기억했다. 한 번 꽂으면 뽑을 수 없게 만든 쐐기는 무거운 철로 만들어서 그만한 높이에서 던지면 그대로 사슬조끼를 뚫고 몸통에 단단히 박혔다.


어느 정도 가까이 올라오면 물고기를 낚아 올리듯이 장대에 달린 갈고리를 꽂아 끌어올렸다.


그는 성벽 중간쯤에서 배가 찢어져 땅에 떨어지던 고깃덩이들을 기억했다. 그리고 끌어올린 시체로 무엇을 했는지도······. 락카리의 방식이었고, 본더 토라드 경은 그것이 과거 있었던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늑대원숭이들은 락카리와 교류하던 시절에 그들의 생활을 대부분 전수받아 아직까지도 그 모습을 일부 간직하고 있다.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불가에 앉아 본더 경에게 들었던 락카리의 잔인함을 몇 가지 떠올릴 수 있었다.


갓 태어난 송아지를 구워먹고, 인간의 지방을 녹여 갑옷에 펴 바르고, 나무를 베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체로 뗏목을 만들었다는······. 그 개자식들이 세상에 아직 남아있다는 게 그로써는 썩 좋은 의미로 보이지 않았고,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대리로 순례하러 왔습니다, 수사님."


에카가 말했다. 에카, 이 아이의 이름이다. 그것 말고는 없었다. 성도, 중간 이름도, 가족이 있는지도 모른다. 가슴에다 성호를 그을 뻔했다. 어떻게 척 보고도 모를 수 있었을까!


'후르술기의 아이!' 적잖이 놀랐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공포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어느정도 있으나 이 아이 때문은 아니다. 벌레가 자신에게 그리 많은 해를 끼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마주치면 깜짝 놀라듯이, 그저 이 무리에 관한 것들을 거의 잊어놓고 있던 탓이었다. '한 달 만에 돌아왔구나.'


여자가 재촉하듯이 입술을 열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자크는 잠시 얼이 빠졌다가 대답했다.


"오랜만이다."


그녀의 집, 그러니까, 놈들이 사는 촌락과 이곳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왕복 한 달이다. 얼마나 가까운가, 눈 뜨면 코 닿을 거리다!

시기를 따져 보면 저번에 떠나 집으로 돌아간 뒤에 곧장 새 고객을 찾은 것인데, 이럴 때만큼은 방당크의 붐비는 순례 행렬이 그저 야속하다.


'아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그가 이 아이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다면 어디 농촌 아낙이나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젊은 여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 빡빡하게 밀어버린 머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전혀. 오히려 그의 입장에선 거부하고 내쫒아야 할 지도. 물을 뿌리고 천벌을 호소하며, 이 어린 무당의 머리채를 잡고 저주해야 할 지도.


허나 세상에 돌고 도는 습관적인 관용과 융통성은 무서운 것이었다. 인간의 따뜻함이라고 해야 할까, 합리적인 이성은 야속하다.


락카리 혈통이 섞였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저 파란 눈과 조금 어두운 피부색은 그녀가 경쟁자들 사이에서 배척받는 이유 중 하나이고, 반면에 장점이기도 했다. 쇠락한 동족 사이에서 미움받는 대신 강성한 세력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는 게 훌륭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이미 저 나이에 깨달은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이처럼 시침 뚝 때고 살아가는 락카리인들이 종종 있다. 그런 이들은 낮에 남들 사이에 섞여 아무렇지 않게 살다가도 저녁이 오면 성벽 너머 바람 부는 들판으로 사라졌다. 친구들이 뒤를 쫒아 문 밖으로 나가보면 이미 저 멀리 조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만 남아있었고,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자기 동족들이 사는 숲과 동굴 속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잤다가, 닭도 울지 않는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어제의 그곳으로, 일터와 작업장으로 돌아온다.

누굴 집으로 초대하지도 않으며 관계를 맺어도 깊지 않다. 그렇게 살다 보면 공동체에서 존재감이 옅어지는 법이고, 실제로 그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몇 달 지난 뒤 비슷하게 생긴 다른 인물이 은근슬쩍 나타나서는 전혀 다른 이름을 쓰며 전과 같이 지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다.


이 땅에 참된 종교가 뿌리내린 지 벌써 수백년이 지났건만, 어찌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이리도 많은지. 교회는 묵인하여 대처하기로 암묵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용할 수 있을 때엔 이용하는 법이다. 마침 그의 머릿속에 저번 주에 있었던 아주 슬픈 사건이 떠올랐고, 입김 부는 지하 감옥의 서리 핀 철창이 이 손에 닿은 듯 생생하다. 그리고 그 주문진, 그 역겨운 것들!


'어찌 이런 놈들이 세상에 남아있을 수가 있나?'


그렇게 짜증과 분노로 가슴이 답답해서 어서 누군가 그런 것들을 재빨리 치워주고 삐걱거리는 이 세상이란 놈의 온갖 불합리들을 거두어갔으면, 하고 바라는 자크 수사는 그런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더없는 짜증을 느끼건만,


허나 이 아이처럼 실제 사람을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에카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에 얼른 길을 터주었다.


"고생했다."


아직까지 그는 이 아이를 혐오해야 할 지 아니면 호의를 주어야 할 지 분명하게 확신을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호의를 주고 있다.


'아마 이 호의는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겠지.' 이런 자조와 함께 그래도 자기가 그렇게 썩은 인간은 아니구나 하며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카는 여자들의 뒤를 따라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하녀들이 그녀를 알아보았다. 바람잡혀 들어온 이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은근슬쩍 안부인사를 전한다 하여도, 저들은 자세한 걸 모른다.


앞서가는 이들과 달리 그녀에겐 특별히 기쁜 얼굴이나 안도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자크는 손님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게 그녀라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을 모두 목욕탕에 집어넣은 뒤 돈지갑을 가지러 집무실로 들어갔다. 열린 창문으로 봄 햇살이 들어와 칙칙한 마룻바닥에 깊이 박혔다.


한숨 나오는 서류 문서들을 잠시 제쳐두고 아까 받았던 증명서들을 확인한다. 10년 지난 케케묵은 지도와 대조해보며 대강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역시나.' 잠시 후 자크가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랬다. 열 여덟명 중 열 셋은 굳이 이쪽으로 오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다. 그중 또 다섯은 아예 다른 방향에서 왔고.


길 잃은 사람을 자기 방향으로 끌고 가거나, 아예 다른 순례지로 향하던 여행자를 꼬드겨 함께 동행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은근히 사람들을 엉뚱한 길로 걷게 하며 가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재롱과 수다를 떨어대는 기술이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슬쩍하니 이쪽으로 데려온다.


자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다른 수도원에 가야 했을 돈들이 여기로 왔으니 우선 감사를 표해야 한다. 물론 돈으로. 이건 저 아이의 부업 중 하나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은 친절을 베푸는 건가?'


그러다 책상 한 구석에 눈이 간다. 산딸기 다섯 개. 나무 사발에 산딸기가 놓여있었다. 초여름 숲에서 흔하게 보이는 딸기였다. 숲속에 잠깐 마실 나갔다가 초목 덩굴에 빨간 것들이 자글거리기에 "벌써 딸기가 나냐." 하며 몇 개 챙겨온 것들이다.


자크는 잠시 자리에 앉아서 그 중 몇 개를 하나씩 입안에 넣고 자근자근 씹어먹었다. 역시 딸기의 시큼한 맛이다. 씨앗이 어금니 사이에서 톡톡 터졌다.


아직은 맛이 다 영글지 않았지만, 지금쯤 땅에 단단히 박은 뿌리들은 땅에 스며든 눈들을 빨아먹고 있을 것이다. 봄으로 따뜻히 덥힌 햇살과 물을 듬뿍 먹고 시큼한 열매가 단물을 품으리라.


기대가 된다. 초여름이 오면 원내는 열매 졸이는 꿀내로 온통이겠다. 곧 있으면 버찌며 오디가 검게 익겠고 앵두와 월귤에 넌출, 까막까치밥나무 열매가 온 산에 열린다.


그런 시기에 수사들은 일대의 산을 소유한 주교의 허락 하에 한창 열매따기 하러 바쁜 손을 움직이고 낫과 바구니 든 채 산허리를 밟을진데, 그 선두에 랑캉탱의 자크가 있을 듯 하다. 그날이 오면 일전에 봐두었던 월귤나무 덤불로 달려가 그 안에 손을 쑥 넣고 빨간 알알이를 솎아낼 것이다.


그는 일대 산의 어디에 어느 나무 열매가 자라고 그 시기는 언제인지, 그곳까지 가는 길들은 어디인지 모두 꿰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원장의 지시 하에 동료 몇 명을 대동한 채 열매 따는 하인처럼 굴려질 걱정도 없이 자유롭게 산들을 떠돌것이다.


자기만 아는 산골 구석에 틀어박혀 홀로 열매를 따먹으며, 강보에 싸서 챙겨온 간식거리들을 함께 먹고 노곤하게 낮잠이나 좀 자다가 저 멀리서 동료들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면 후딱 일어나 잽사게 바구니를 채우고 돌아간다.


가져온 과일들을 몽창 넣고 잼으로 만드는 일도 별관을 책임지는 자크의 담당이다. 그는 하인들이 한 번 끓여 씨앗을 걸러낸 과일들을 뭉개어 솥에 집어넣은 뒤, 거기에 일정량의 꿀을 섞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고, 이따금 사치스러운 단지 몇 개를 만들어야 할 때면, 하인들은 그가 어떤 종류의 허브나 향료를 첨가할지 결정하는 동안 가만히 기다렸다.


그는 직접 솥 바닥을 긁었고, 김 내며 올라오는 더운 과일 단내를 즐겁게 맡았으며, 옷에 방울이 튀어 찐덕한 꿀과즙으로 얼룩덜룩하게 되는 걸 보면 기분 좋아서 일부러 흰 셔츠를 입었다.


여름 열기에 온 산이 후끈하여, 또 그늘은 시원하여 덤불에 가지 사이마다 달린 열매들은 냄비에 든 볶음 콩마냥 탁탁 튀었고 냄새를 뿌린다. 그는 열매 피는 초여름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식당 문 앞까지 와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목욕이 끝난 뒤에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저렇게 혼자 조용히 밥을 먹는다. 후드로 머리를 가린 채. 튀기듯이 볶은 양파의 향기는 좋은 것이다.


자크는 딸기를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에카가 주로 하는 건 돈 많은 귀족과 부호대작의 순례를 대신 다녀주는 일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물어본 적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일은 일이다. 그녀는 선금을 받고 순례지로 가서 고객이 쥐여준, 상당한 금액의 어음을 그곳에 전달한다. 목욕제계를 한 뒤 예배도 대신 봐준다.


그러면 그곳의 사제들은 확인증을 주었다. 의뢰인의 이름으로 순례예배가 완료되었으며 그 이름은 주님의 장부에 기록될 것이라는 증명서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이것을 고객에게 돌려주면 업무는 끝이다. 그런 뒤에 자기 종족들과 모여사는 숲이나 동굴, 바위산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다.


중간에 들르는 수도원들은 순례자들을 받는 데 혈안이 되어서 이제는 숙박업소라 불러도 될 정도인데, 들리며 요구하는 일을 돕고 삯을 받는다. 모으면 큰 돈이 될 텐데 혼자서 먹지는 못할 테고, 어디다 쓰는지는 불명이다.


고된 순례에 힘든 내색 한 번 없고 타인에게 감정을 숨기는 법을 어릴 적부터 배워온 종족. 그 눈은 보면 볼 수록 알 길 없다.


'그게 좋은 점이지.'


자크는 또 자조한다.


남들과 쉽게 섞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값을 제대로 지불한다면 끔찍한 일들도 대신 해준다. 뒤끝도 없다. 불평도 없다. 이제 클라르코 수도원은 그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시킬 생각이다.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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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3화 - 네 사람을 기억하라 23.04.03 19 0 14쪽
24 22화 - 게헨나 땅에 노을이 지고 불구왕자가 목소리를 높혔다 23.04.01 27 0 18쪽
23 21화 - 무당 사는 동굴에 귀인이 찾아왔다 23.03.28 17 0 15쪽
22 20화 - 메센나 왕비가 장 마피 왕자를 꾸짖는다 23.03.26 15 0 15쪽
21 19화 - 백벽에서 온 기사 23.03.25 21 0 15쪽
20 18화 - 늑대원숭이가 심상치 않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23.03.20 22 0 17쪽
19 17화 - 백벽전사의 칼에는 사자가 있었다 23.03.10 21 0 15쪽
18 16화 - 왕궁에서 전령이 왔다 23.03.05 23 0 16쪽
17 15화 - 불구왕자는 왕궁의 소식을 듣고 앞잡이 여자는 끌려갔다 23.03.03 30 0 15쪽
16 14화 - 이 주 전에 집 떠난 청년들이 놀라운 것을 잡아왔다 23.03.03 21 0 19쪽
15 13화 - 대리 순례 갔다가 돌아온 무당이 늪주인을 만났다 23.02.28 23 0 17쪽
14 12화 - 늑대원숭이 감방 23.02.23 26 0 17쪽
13 11화 - 메센나와 장 마피 왕자가 앓아누운 존 왕을 찾아간다 23.02.21 28 0 15쪽
12 10화 - 사내가 깨어났다 23.02.19 23 0 18쪽
11 9화 - 굿판이 벌어졌다 23.02.12 24 0 16쪽
10 8화 - 옛 신을 만나고 제령은 시작된다 23.02.09 29 0 22쪽
9 7화 - 원장은 신성한 법열에 빠지고 불목하니가 황자 얘기를 꺼냈다 23.02.02 28 0 21쪽
8 6화 - 새 신과 옛 신 모두에게 기도를 드리고 원장을 뵈었다 23.01.28 27 0 16쪽
7 5화 - 장 보듬 왕자 23.01.12 24 0 18쪽
6 4화 - 메센나 왕비가 병든 남편을 찾았다 23.01.08 38 0 18쪽
» 3화 - 랑캉탱의 자크는 에카에게 꺼림칙한 일을 시키려 한다 23.01.06 33 0 15쪽
4 2화 - 웬 여자아이가 열 여덟 명의 순례객들을 데려왔다 23.01.04 30 0 16쪽
3 1화 - 방당크 순례자들, 클라르코 수도원 23.01.02 45 0 11쪽
2 프롤로그2 23.01.01 62 0 17쪽
1 프롤로그1 22.12.31 10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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