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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한 컵 망상 한 수저

현신 무당과 함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parkpd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12.03 15:45
최근연재일 :
2024.09.03 00:29
연재수 :
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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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8
추천수 :
103
글자수 :
672,519

작성
24.04.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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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1화. 가족 같은 사람들.

본 콘텐츠는 픽션으로 내용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은 가상이며, 브랜드, 단체, 기관, 이름과 상황은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과 단 하나의 연관성도 없음을 밝힙니다.




DUMMY

여전히 비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나의 손에 쥐어진 칼이 도마 위에서 칼질을 멈췄다.

그리고, 잘 다 썰어낸 김치를 전을 할 밀가루 물에 넣었다.


걸쭉하고 새하얀 전 물이 김치를 머금자, 붉은 물로 점차 물들어 갔다.

그 모습에, 잘 저어 적당히 섞이자, 한 국자 떠서, 잘 달아오른 팬에 둘렀다.


- 치이익, 치직.


기름이 수분을 머금은 전 물을 만나자, 맛있는 소리를 냈다.

잠시 후 잘 붙여진, 김치전을 뒤집자, 이번엔, 맛있는 기름 향이. 집안에 진동한다.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집안에 차오르는 기름 냄새.


거실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의 표정이 행복으로 바뀐다.

비가 오면, 우린 집에 모여, 엄마가 해주는 전을 먹곤 했다.

첫 번째 전을 서로 먹겠다고, 지우와 난 다투곤 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항상 첫 전은 현지를 먹였다.


나와 지우가 싸우는 것을 싫어했던 엄마.

아니, 두 사람의 엄마.

난, 나의 엄마와 지우의 엄마 두 사람에게 모두 엄마라 불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냥. 엄마라 불렀다.

두 사람도 그런 나를 말리지 않았다.

때론 두 사람이 모두 있을 때 엄마라고 부르면, 두 사람이 모두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지우가 왜 자기의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저, 이웃이고, 친하게 지낸 집안이기에,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지냈던 것 같다.

그때가 생각나고, 지금 집에 세 사람과 함께 있으니, 엄마가 그리워졌다.


.

.


전을 부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주방으로 모두가 모였다.

마성의 기름 냄새 때문에, 더는 참지 못한 것 같다.

방금 부쳐서 뜨거운 두 어장의 전을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손으로 찢어 입으로 넣는 세 사람.


시끄러운 세 자매 같았다.


지수, 지우, 지현.

나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지수 누나...’


.

.

.

.


전을 잔뜩 부친 난, 거실로 모두 옮기고,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술이 들어가자, 지우의 감정선이 또, 폭발했다.


“미안해. 현신아.”


.

.


아, 여기서 잠깐, 지우와 난 동갑이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고, 내가 두 달 오빠다.

하지만, 지우는 단 한 번도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

.


지우가 연신 내게 미안하다며, 또 눈물을 흘렸다.

눈물범벅이 된 지우를 바라보며, 난 지우가 더 힘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여린 녀석이 내게 그런 글들을 썼을 땐 얼마나 힘들었을까. 욕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의 지우를 보고 있자니,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 난 말없이 맥주만 들이켰다.

현지는 지우의 미국 생활이 궁금했는지, 내게 연신 사과하는 지우에게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고, 울먹이면서도 현지의 물음에 모두 답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난, 맥주를 마시다가도 지우의 그런 모습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지현도 지우가 어릴 때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세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행복한 자매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웃음소리가 거세게 창을 노크하는 장대비보다 훨씬 크게 내 귀에 들어왔다.

그것도 행복한 웃음소리가...


.

.

.

.


술기운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간, 빗줄기도 잦아들었다.

우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지현이 지우에게 현실적인 말을 던졌다.


“언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특채 합격하고, 면접도 다 마쳤고, 예비수사관 신분이잖아.”


예비수사관이란 말에, 나의 귀가 쫑긋했다.


“뭐? 예비수사관?”

“어, 오빠. 언니가 미국에서 있으면서, 경찰 특채 시험을 봤지 뭐야. 우리에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무리 변호사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닌 거 아냐? 미국에서 변호사 하면, 수임료만 따져도 우리나라 상위 로펌 변호사보다 벌이가 좋을 텐데, 뭐 한다고 박봉인 경찰이 됐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어.”


지현은 취기가 올랐는지, 혀가 살짝 꼬여 드는 말투로 지우가 경찰이 된 것을 투정했다.

그리고, 그런 지현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지우가 경찰이 된 이유를 말했다.

지우는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며, 여러 사건을 다뤘는데, 그중에서도 교통사고와 살인 같은 형사사건과 종교, 인권에 관련된 사건도 변호했다며, 자신이 경찰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우의 입에서 우리가 익히 들은 종교단체 이름이 나왔다.


“여러 사건을 수임해 변호했는데, 제일 이상한 것은 천의사상교라는 종교단체였어.”

“뭐? 천의사상교?”


지우의 뜻밖의 대화에, 나와 지현의 귀가 쫑긋했다.

그러면서, 술기운이 사라졌다.

나와 지현은 지우가 알고 있는 천의사상교에 관해 집요하리만치 물었고, 지우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다.


천의사상교의 교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명의 영혼을 받쳤느냐에 다라 그 직급이 갈린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영혼이란 단어를 신도라는 단어로 해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많이 전도해온 사람이 위로 올라간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천의사상교의 많은 영혼을 바치라는 것을 많은 이가 전도하라는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 속내는 진짜 영혼을 바치라는 것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영혼을 바치기 위해, 살해한 사람의 사진과 신상 더 나아가 살해 현장의 사진을 교단에 접수해야만 실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아는 이들은 극소수, 하지만, 그 극소수가 이러한 일을 저지르고, 위로 올라 교단의 간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와 지현, 현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그대로 살인자 집단이라는 뜻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길에서 사람을 치어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우린 모두 눈빛이 변했다.

방금까지 마셨던 술기운은 가신 지 오래였다.


“서, 설마. 지우 넌 엄마의 죽음이 그 천의사상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아직 몰라, 당시에 그런 종교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 더구나, 있었다 하더라도, 누가 그런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고 사라졌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까.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수 없어.”

“하지만, 지우 넌 이미 그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 아냐?”

“딱히 그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장 의심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경찰이 된 거고?”

“응.”


난, 고민이었다.

천의사상교가 최고 권력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할지, 거기에, 단순히 광기가 가득한 살인자 집단이 아니라, 악귀와 마귀 같은 마물을 부리는 집단이란 걸 말해야 할지 너무나 고민이었다.


특히나 악귀를 그녀에게 설명하려니 너무나 막막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들 지금 내가 싸우고 있는 상대.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마계에 존재해야 할 것들과 악귀라는 것을...


난, 다시 술의 힘을 빌렸다.

제정신으론 이 순간을 버틸 수 없었다.


내가 맥주를 단번에 비우자, 지현도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 대강 짐작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전화기를 꺼내 지우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이거, 뭐야?”

“그게... 일단 봐.”

“어? 어.”


지우는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말없이 지현이 보라는 영상을 보았다.


‘지현이 녀석, 쓸데없는 짓을...’


지우가 영상을 볼 동안 난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술을 마셨다.

영상을 보던 지우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오, 야, 이거, 대박인데. 와...”


영상을 보고 있는 지우의 표정을 힐끗힐끗 보며, 그녀의 귀여운 표정을 감상했다.


‘참나, 이쁘고 귀여운 건 변함이 없네. 젠장. 난 백수 루저인데, 지우는 어느새 경감이 되어버렸네. 에휴.’


순간, 내가 보낸 시간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후회가 된 것,


‘그날, 내가 죽었다면, 지금 앞에 있는 지우를 못 봤을 거잖아. 다시 화해도 못 했을 거잖아.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나현신.’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갑자기 일렁거렸다.

그래서인지, 지우를 보고 있으니,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나를 원망하던 지우가 이제 날 원망하지 않는다.


지우가, 나와 함께 있는 같은 공간에서 미소를 지으며, 귀여운 표정을 짓고, 편안한 표정으로 편하게 술을 마시며, 영상을 보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서 순간이지만 행복함이 느껴진다.


.

.


지우가 영상을 다 보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야! 너 백수라면서, 영화 찍었어? 뭐, 배우로 데뷔한 거야?”


지우의 말에, 나는 물론이고, 지현과 현지도 놀라버렸다.


“지, 지우야. 너, 너. 그 영상...”

“왜? 현신이 너잖아. 영상에 남자. 그런데, 진짜 대단하다. 이거 CG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얼굴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나라는 것을 알았어?”


지우는 대답하기 전에 웃음 먼저 터뜨렸다.

그리곤,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꾹 참으며, 설명했다.


“아니, 이거 봐봐. 이 엉성한 뜀박질, 뒷걸음질, 휘두르는 팔. 이거 다 누가 봐도, 현신이 너잖아.”


지우의 말에, 모두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을 짓자, 의아하단 표정을 짓는 지우였다.


“뭐, 뭐야. 너희들 이거 비밀이었어? 어, 설마. 너희들 현신이 이거 찍은 걸 모르고 있던 거야? 그래? 그런 거라면, 실망인데? 저 어리바리 현신이가 뛰는 모습도 잘 모른다는 거잖아. 지현이는 그렇다 쳐도, 현지. 너도 모르면 심각한데...”


지우의 말에, 당황한 현지.


“어, 언니, 그게 무슨, 나야 바로 알아봤지. 바보 오빠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어딨어.”

“그렇지? 그럼, 가족인데 알아봐야지.”

“그럼. 가족인데, 바보 오빠를 못 알아보면 안 되지.”

“그런데, 현지는 언제부터 현신을 바보 오빠라 부른 거야?”

“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중2때부터, 현지가 중2 때부터 오빠를 바보 오빠라 불렀어.”


현지도 기억 못 하는 시기를 지현이 말하자, 현지와 지우는 지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빛을 발사하자, 지현의 얼굴이 당황한 표정으로 변해 갔다.

그 모습에, 내가 끼어들었다.


“아, 작작 좀해라. 듣는 바보 오빠 기분 완전 나쁘단 말이다.”


내가 인상을 쓰며, 맥주를 들어 올리자, 지현이 동참하며, 맥주 캔을 나의 맥주캔과 부딪히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곤, 입으로 가져가 맥주를 마셨다.


그 모습에 나도 맥주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시원하게 맥주를 입안으로 모두 밀어 넣고, 빈 캔을 내려놓자, 어느샌가 현지와 지우가 맥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창밖에 내리던 비는 이제 그친 듯했다.


.

.


내가 눈을 떴을 땐, 창문의 커튼 사이로 햇빛이 나의 눈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간지러움에 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낀 난, 어쩔 수 없이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켜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지수 누나가 있었다.

난, 꿈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옆을 보았다.

지수 누나와 똑 닮은 지우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순간, 난 내가 옷을 입고 있는지 확인했다.

어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였다.


“휴우...”


하지만, 왜 지우가 내 옆에서 그것도 나의 방에서 같이 잠을 자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 미치겠다. 기억나지 않아.’


난 나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지워진 기억을 복구하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저, 답답함에, 옆에서 자고 있는 지우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현신무당과함께0272.jpg




항상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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